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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80만명이 넘는 지방자치단체중 공무원 한사람이 담당하는 주민이 가장 적은곳은 어디일까. 아마 영예의 1위 자리는 내년 6월에 출범하는 통합청주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1위는 3년전 마산·진해와 통합했던 창원시이며 통합청주시는 공무원 1인당 312명을 담당해 2위다.
하지만 통합청주시는 공무원이 150명 가량 늘어날지 모른다. 청원·청주 통합 추진위원회는 최근 '통합 청주시 조직설계 연구용역 최종보고회' 에서 증원방안을 발표했다. 이달 현재 공무원 수는 청주시 1천783명, 청원군 864명이다. 합치면 2천647명이지만 여기에 150명이 추가되면 2천797명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공무원 한사람이 296명을 담당하게 된다. 필자는 이 보도를 보고 통합 추진위의 구시대적인 발상에 놀랐다.
자치단체가 통합되면 중복된 업무가 합쳐져 공무원 수가 감소되는 것이 상식이다. 이런 상식은 중앙부처의 인식에서도 드러난다.
3년전 정부가 통합이 유력한 기초자치단체의 자율통합에 적극적인 드라이브를 걸때 였다. 당시 필자가 행정안전부 자율통합지원위원으로 위촉돼 첫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당시 모차관보는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 숫자부터 거론했다. 재정자립도도 낮은 기초자치단체들이 방만한 인력 운영으로 혈세만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합으로 불필요한 인력낭비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왜 통합추진위는 공무원이 증원돼야 한다고 하는 걸까. 통합시 조직을 비대하게 운용하기 때문이다. 청주시와 청원군의 상생발전 합의안에 따라 4개구를 두고 통합시청내에 농정국을 신설하며 4개구에 각각 보건소를 두기로해 인력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통합청주시와 비슷한 인구를 가진 경기도 부천시(85만3천명)과 용인시(85만6천명)에 비하면 공무원수가 대략 30%% 이상 많아진다. 경기도 부천시는 2천69명, 용인시는 2075명이다. 인구는 더 적은데 이들 기초자치단체보다 700명 이상 많게 되는 것이다.
인구대비 공무원수도 부천시와 용인시는 412명당 1명꼴이다. 물론 부천시와 용인시는 도시지역인데 반해 통합 청주시는 도농복합지역이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무리다. 인구가 밀집된 도시지역과 달리 읍·면과 리 단위가 폭넓게 분포된 도농복합지역은 행정수요도 지역적 환경에 맞게 배치돼야 하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많다고 행정서비스가 좋아질까. 아마 지역주민들이 체감하기는 힘들것이다. 행정서비스는 숫자가 아니라 인력의 적절한 배치와 공무원 마인드가 더 중요하다. 창원시는 지난 2월 본청과 사업소의 권한과 인원을 대폭 축소해 5개 구청해 민원업무 대부분을 과감하게 이양하는 조직개편안을 입법예고했다. 시민들이 민원을 보기위해 본청을 방문하는 일이 사라진 것이다. 당연히 공무원 정원을 늘리기는 커녕 옛 마산·창원·진해 공무원 정원 3천863명을 그대로 유지했지만 언론으로 부터 칭찬대신 '제살깎기'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통합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시키고 공무원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증원 대신 오히려 잉여 공무원부터 감축하는 것이 순서다. 방만한 인력에 드는 비용은 통합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간다. 공무원 1인당 평균 인건비를 연간 5천만원 정도로 보면 증원에 따라 늘어나는 인건비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교부세를 감안해도 연간 45억원 안팎에 된다. 이 정도면 가구당 연간 2∼3만원 세금부담을 지게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공무원 조직은 한번 늘어나면 줄이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례로 정부는 3년전 산아제한 행정을 폐지했다. 출생률이 가구당 2명이하로 떨어진게 25년전이다. 저출산이 국가적인 과제가 됐어도 어느 공무원은 이 일을 매달리고 있었다는 얘기다.
또 인구감소는 시대적 추세다. 통합시 인구증가도 크게 기대하긴 힘들지만 그렇다고 공무원조직을 슬림화시키기도 쉽지않다. 게다가 공무원들은 정년까지 '철밥통'이다. 이 사실을 알아차린 젊은이들은 '신이 내린 직장'에 들어가려고 줄을 선다. 민간에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공무원이 많다고 믿고 싶지만, 적지 않은 공무원은 다양한 유혹에 빠진다. 조직과 인력이 늘면 그에 비례해 규제와 권한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창원시가 조직개편한 것은 공무원을 뛰게하고 업무긴장의 강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세금으로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발상은 분명 문제가 있다. 조직을 방만하게 만들어놓고 인력을 채울려고 하니 행정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통합시의 경쟁력 강화보다 공무원 조직부터 비대하게 만든다면 통합청주시의 미래는 안봐도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