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피었네~”
박화목 작사, 김공선 작곡의 동요, 과수원길! 학창시절 꼭 한번은 불러보았던 노래입니다. 동요로 작곡된 것이지만 합창곡으로도 편곡되고,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 사이에서도 널리 사랑 받고 있죠. 5, 6월이면 이 노래가 더욱 생각나는데요. 산과 들에 하얗게 핀 아카시아 꽃 때문입니다.
<아까시나무 꽃 – 출처: 한국과학창의재단>
하지만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이 노래에 결정적인 오류가 있다는 것! 알고 계시나요? 동구 밖에 활짝 핀 꽃은 아카시아 꽃이 아니라 아까시 꽃이라고 불러야 맞습니다. 우리가 아카시아로 알고 있는 아까시 나무는 콩과의 낙엽교목이고, 진짜 아카시아는 열대와 온대지역에 분포하는 상록수이죠. 아까시나무 이름을 잘못 알고 있듯, 아까시나무에 대해 오해를 품고 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오늘은 잘못된 정보로 구박받는 아까시나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게요.
<아까시나무 복층림 – 출처: 산림청>
5, 6월이면 산과 들에 흰 꽃을 피우며, 짙은 향을 마음껏 뿜어내는 아까시나무는 약 25m 높이에 노란빛을 띤 갈색 나무껍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열매는 협과로서 납작한 줄 모양이며, 9월에 익습니다. 5~10개의 종자가 들어 있는데, 종자는 납작한 신장 모양이며 길이 약 5mm이고 검은빛을 띈 갈색입니다. 아까시나무의 원산지는 북아메리카인데요. 언제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는지는 논란이 있습니다. 1891년 사가끼란 일본인이 중국 상해에서 묘목을 구입하여 인천에 심으면서 처음 우리나라에 들여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죠.
관상용이나 사방조림용으로 심으며 약용으로 쓰입니다. 조선 말기 이후 황폐해진 우리나라 산을 다시 푸르게 복구하는데 이 아까시나무가 선택되었죠. 공중 질소를 고정할 수 있는 뿌리혹박테리아로 무장한 콩과 식물이면서 번식력이 높기 때문입니다. 가시가 없고 꽃이 피지 않는 것을 민둥아까시나무, 꽃이 분홍색이며 가지에 바늘 같은 가시가 빽빽이 나는 것을 꽃아까시나무라고 합니다.
<분홍색 꽃을 피우는 꽃아까시나무 – 출처: 한국과학창의재단>
다음은 아카시아입니다. 오스트레일리아를 중심으로 열대와 온대 지역에 약 500종이 분포하는 상록수로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습니다. 편평하고 잘록하거나 원통 모양의 열매를 보이는데요. 우리가 여태껏 아카시아라고 알고 있던 아까시나무와는 전혀 다른 나무인 것이죠. 이 두 나무 이름이 잘못 알려진 이유는 아까시나무의 학명 때문입니다. 아까시나무 학명은 Robinia pseudo-acasia! 우리 말로 번역하면 가짜 아카시아라는 뜻이죠. 누군가가 학명을 그대로 발음하면서 이러한 착오가 생기게 된 것입니다.
아까시나무는 우리에게 꿀을 제공하고, 황무지를 푸르게 만드는데 많은 도움을 준 고마운 나무임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오해로 골칫덩이 취급을 받아왔는데요. 이러한 오해들! 허심탄회하게 풀어볼까요?
/아까시나무는 번식력이 좋아 다른 식물이 살 수 없게 만든다.
소위 밥그릇을 뺏는다! 기존 우리나라 자생 나무들을 죽이고 자신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아까시나무는 빛이 많이 들어야 살 수 있는 나무로, 다른 나무가 숲을 이루어 살고 있는 곳은 침범하지 못합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공중 질소를 고정할 수 있는 뿌리혹박테리아로 무장한 콩과 식물이라 황폐지를 비옥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죠. 열심히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주고 수령이 다하면, 다른 나무들에게 삶의 터전을 내어준 후 조용히 물러나는 고마운 나무입니다.
/아까시나무는 목재로 전혀 가치가 없는 나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아까시나무는 구불구불한 모양에 아무렇게나 베어진 그루터기에서 움싹이 돋아나와 자란 나무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나무들은 확실히 목재로서의 가치는 떨어집니다. 하지만 나무가 어렸을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가꾸어주어 어른나무가 되면 습기에 강하고 단단하여 온천의 천정재, 건축재, 농기구재, 포도주통의 원료 등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죠. 오해로 전혀 관리가 안되던 아까시나무가 부지기수였는데요. 관리만 해준다면 아까시나무는 목재로서 무한한 가치를 지닌 나무가 된답니다.
<아까시나무 뿌리 모습 – 출처: 산림지>
/산소(묘지)에 아까시나무가 자라면 뿌리가 관을 뚫고 들어간다.
이 오해는 많이들 하고 계실 텐데요. 아까시나무는 천근성(뿌리가 얕게 들어가는) 수종으로 지표부근에서 옆으로 뿌리가 뻗어나가므로 관을 뚫고 들어가는 일은 없습니다. 전혀 걱정하실 필요가 없는 부분이죠. 한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산소(묘지)에서 아까시나무가 잘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그건 묘지 주변에 큰 나무가 없어 아까시나무가 빛을 많이 받을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여러분이 가지셨던 오해는 이제 그만! 아까시나무, 참~ 좋은 나무죠? 그런데 이렇게 좋은 나무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 때 30만ha, 축구장 30만개 면적을 뒤덮던 아까시나무는 현재 10만ha정도로 급감한 상태!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수령의 고령화, 병충해 등으로 개화량과 화밀량이 감소하기 때문이죠. 또 그동안의 오해로 제거해야 하는 수종으로 인식되며, 사방사업 때 심은 이후론 아까시나무를 다시 심지 않았던 이유도 있습니다.
아까시나무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나요? 대부분 사람들이 꿀을 생각할 겁니다. 아까시나무는 대표적인 밀원식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죠. 국내 꿀 총 생산량 중 아까시나무가 70%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점차 감소하는 아까시나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국내 양봉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 이상 아까시나무 꿀을 먹지 못할 일도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에 큰 상처를 남겼던 일제식민지 시대에 도입된 나무라는 이유로 오랜 시간 근거 없는 푸대접을 받아야만 했던 아까시나무! 이제는 아까시나무에 가졌던 미움을 거두고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요? 과거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군것질용으로 활용되기도 했던, 정말 아낌없이 주기만 한 아까시나무를 지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