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숙직이었습니다..저희는 재택당직이라 밤 9시까지만 당직실에서 근무를 하고 9시 넘으면 퇴근을 합니다. 집에서 전화기 켜놓고
대기하는 거죠.. 무슨 일이 있으면 1시간 이내에 사무실에 들어와야합니다...
밤 9시에 근무를 마치고 퇴근을 하는데 현관에 있는 전광판 온도가 눈에 들어오는 겁니다. -1℃... 아 이런 내일 아침에 뭔 일이
나도 나겠구나....
오늘 아침 아침을 먹는데 천충기 농감이 전화를 했더군요. (우리 농감은 부지런해서 다른 사람들 일어날 때쯤에는 벌써 사무실에 나가
있습니다... 이런 사람 같이 일하는 건 진짜 복이지요^.^)
아 애들이 얼었구나...
역시나... 망을 씌운 것들도 다 얼어 죽었다는 겁니다. 일단 천농감을 안심시키고, 팀장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이어서 다른
팀원들에게도 문자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아 ㅇ됐다....'
저는 오늘 강릉포장에 일이 많아서 대관령에 안올라갔거든요... 조광수 박사에게 전화를 해서 진부 포장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을
부탁했는데, 10시쯤 전화가 왔습니다... '살아남은게 없네!!!!'

감자가 다 얼어죽은 모습입니다 (장소 :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3리)
얼어죽은 감자 한 포기.....
지난 94년에는 날씨가 엄청 좋았습니다...
평창군 진부면(해발 600m 정도)에서는 4월 12일에 감자를 심은 농가도 있었거든요..
문제는 5월 19일이었습니다... 5월 18일이 석가탄신일이어서 관사에서 쉬다가 여직원이 놀러오는 바람에 횡계로 맥주 한잔 하러
갔었습니다. 밤 12시쯤 얼큰해져서 들어오는데 날씨가 추운 겁니다... 술기운에 그냥 추운가보다 했는데... 19일 아침에 일어나보니
-3.5℃... 빨리 심은 놈들은 30 cm이상 컸었거든요... 다 얼어죽었습니다.
전화통에 불이 나더군요... 어떻게 하느냐고....
별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냥 기다릴밖에... 기다리다보니 땅속에 있던 줄기에서 새로운 눈이 터서 자라났습니다. 그후 날씨가
좋아서 감자가 무럭무럭 잘 자랐습니다... 줄기수가 많아지다보니까 작은 감자가 많이 달렸지만, 대관령은 씨감자 생산지역이기 때문에 외려 더
좋습니다... 대략 50~250g 정도 되는 감자가 많이 달리는 것이 300g, 500g짜리 한두개 달리는 것보다 더 좋거든요... 제가
생각하기에 씨감자는 80~180g 정도가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대략 2~4쪽을 자를 수 있거든요...

얼어죽은 감자를 파보면 흙에 묻혀 있던 부분은 얼지 않았습니다. 노란 원안에 보시면 하얀색 복지가 있거든요. 원래는 복지 끝에 감자가
달려야 하는데, 지상부가 얼어죽었으니까 나중에보면 복지가 땅위로 올라와 새 줄기가 됩니다. 아니면 그 위에서 새로운 눈이 터서라도 새 줄기가
나옵니다...
올해는 6월 1일에 영하로 떨어져 좀 그렇지만... 괜찮습니다. 다시 땅속에서 줄기가 자랄 것이고 앞으로 관리만 잘 해주면 전혀 문제
없습니다... 대략 고조제 처리까지 75일 정도 시간이 있으니 수량은 좀 줄겠지만 씨감자 생산에는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위에서도 썼지만 오히려
규격서 생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요즘 감자뿐만 아니라 벼도 이앙기가 점점 빨라지는데, 너무 성급하게 일찍 심는 것이 별로 좋지
않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얻은 것 같습니다....
아침 9시 30분에 강원도농업기술원 김석윤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셨던데, 괜찮다고 했습니다.. 전국적으로 열성을 가지고 열심히 하시는
지도사 선생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이런 분들 덕분에 저같은 연구직들이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농민여러분 얼어죽거나 서리맞아 죽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관리만 잘하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다만 감자 이외의 작물들에 대해서는 음..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오늘 같은 날 생각나는 사자성어 "과유불급"입니다.... 너무 빠르면 안된다... 맞나?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3.13 22:02
첫댓글 거둬들이게 되는데 후작으로 콩을 주로 심죠. 요즈음은 콩을 팥 심을 때 심더라고요. 팥씨 넣을 절기가 소서인데 감자 캐내고 콩 팥 다 심을 수 있으니 씨감자 심는 거 그리 서두르지 않아도 될 거 같아요. 위 글을 안 보더라도, 추위에 끝만 살짝 얼어도 자라는 데 영향 가지요. 나는 안 서둘러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3.14 0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