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사 코리아 회지 32 호(2005 년 9 월 발행)에 실었던 글인데, 어느 회원의 요청으로 올립니다. 그다지 잘 된 글은 아니지만, 참고로 하시거나 얼마든지 활용하도록 하세요. ----------------------------------------------------------------------------------------- 지능 지수의 역사
지능 지수의 역사는 100 년이 넘어간다. 여기서 지능 지수에 관련된 역사를 모두 다룰 수는 없지만, 주요한 것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1869 년 개인차 심리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갤톤 이란 학자가 처음 ‘머리 좋은 정도’ 가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1901 년 위슬러 라는 학자는 감각 변별력을 측정해서 지능의 상대적인 정도를 정해 보려고 했다. 감각이 예민해서 여러 가지 중에서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를 빨리 알아내는 사람은 아마도 머리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감각과 공부 잘 하거나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 사이에는 별로 상관이 없었다.
비네 지능검사 창안하다
1906 년 프랑스의 심리학자 비네가 최초로 지능검사를 창안했다. 당시 프랑스는 교육 기관을 체계화하여 국가 경쟁력을 키우려고 했다. 그래서 국가가 지원하는 공립학교에서 가르칠 아이들을 선발하기 위해 비네의 지능 검사를 사용했다. 세계 대전도 지능 검사의 확산에 영향을 주었다. 전국에서 젊은 청년과 소년들을 전쟁터로 보내기 위해 불러 모았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젊은이들에게 단기간의 훈련을 받게 한 후 살인무기(총과 칼)를 나누어 주어야 했다. 정신 이상자나 정신 지체자를 골라내기 위해 지능 검사는 나름대로 쓸모가 있었다. 포병처럼 거리와 각도를 계산해야 하는 포병의 경우는 아무래도 계산력이 있는 사병을 배치해야 했다. 시험지로 문제를 푸는 방식(지필검사 라고 한다)은 비용도 많이 들지 않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아서 나름대로 쓸모가 있었다. 미국의 명문 대학 중 하나인 스탠포드 대학에서 비네의 지능 검사를 가져다가 발전시킨 것이 스탠포드-비네 검사이며 전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지능 검사 중 하나이다.
지능 지수의 창안과 개념
1916 년 터먼이란 학자가 처음으로 ‘지능 지수’ 라는 것을 처음 만들었다. 우리가 ‘아이큐’ 라 부르는 이 단어는 상당히 인기 높은 말이긴 하지만 그만큼 오해도 많은 말이다. Intelligence Quotients 는 지능을 수치로 만들었다는 뜻인데 개념은 대단히 간단하다. 지능이 높고 낮은 것이 있다면 수자로 평가하여 비교할 수 있다. 사람의 키를 재서 비교해 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평균이 나오고 유별나게 작은 사람도 있고, 반대로 유별나게 큰 사람도 있다. 몸무게, 허리둘레, 앉은 키, 100 미터 달리기 기록 등 무엇이든지 측정하면 비슷하게 비교하게 된다.
정규 분포와 종형 곡선
평균값이 나오면, 평균값을 중심으로 비슷한 수치를 가진 사람을 묶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학교의 학생들의 키를 재서 평균을 구했더니 167.5 센티가 되었다고 하자. 그리고 5센티미터 단위로 비슷한 키를 가진 아이들을 묶어 보자. 140 센티 이하, 140 센티 이상에서 145 센티 미만, 145 센티 이상에서 150 센티 미만... 이런 식으로 나눠 보면 평균값이 들어 있는 그룹(165 센티 이상 170 센티 이하)이 가장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양 쪽 끝(145 센티 이하인 사람들과 195 센티 이상)이 가장 적거나 아예 없다. 이것을 통계학자들은 ‘정규 분포’(정상적인 통계 분포)라고 부르며, 그래프를 그리면, 종 모양처럼 보인다고 해서 ‘종형 곡선’ 이라고 부른다.
지능 지수는 거꾸로 만든 수치
지능 지수는 이런 통계적 특성을 거꾸로 만들어 낸 것이다. 평균값을 무조건 100 으로 정한 것이다. 굳이 100 으로 하지 않아도 되지만, 100 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수자이기 때문에 그렇게 정한 것이다. 평균값을 100 으로 정하고 평균 보다 머리가 느리면 100 이하로 정하고, 빠르면 100 이상으로 정해 준 것이다. 예를 들어 평균을 50 으로 정했어도 상관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도 100 점이 만점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사람의 머리가 얼마나 좋을지 아직도 모른다.
지능 검사가 측정하는 것
지능 검사는 그 사람이 가진 지식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학교 시험과 다를 바가 없다. 지능 검사는 물론 ‘지적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지적 능력’이란 무엇일까? 기억력(암기력), 계산력, 추리력, 이해력, 언어적인 능력 등이 모두 지적 능력이다. 지능 검사가 측정하려는 것은 실제로는 ‘지적 능력’ 이 아니다. 오히려 ‘지적 잠재 능력’을 측정하려는 것이다.
지능검사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나?
유명한 지능검사로는 위에서 설명한 ‘스탠포드 비네 검사’ 외에도 ‘웩슬러 검사’, ‘레이븐스 매트릭스’ 가 유명하다. 웩슬러 검사는 나라 별로 번안되어 개발되어 있으며, 언어 영역과 비언어 영역을 나누어서 측정하도록 되어 있다. 레이븐스 매트릭스는 도형으로 만 되어 있는 다지선다식 지필검사인데, 문화나 언어 차이가 없어, 국가간 지능 비교 연구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그 이외에도 지능 검사는 수 백 가지가 넘게 있다. 지능 검사가 과연 객관적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결과를 서로 비교하는 연구도 있다. 지능 검사들 사이의 연관계수는 0.8 정도이다. 두 가지 지능 검사 결과가 동일하게 나온다면 연관계수는 1 이 될 것이고, 전혀 상관없이 나온다면 0 이 된다. 0.8 이상의 상관계수가 나온다면 비교적 객관적인 검사로 본다.
지수에 대한 오해
웩슬러 검사는 표준 편차를 15를 사용하고, 레이븐스 매트릭스는 24를 사용한다. 그래서 웩슬러 검사로 115 는 레이븐스 매트릭스 검사로 124 와 같은 지수가 된다. 마찬가지로 웩슬러 검사로 130 은 레이븐스 매트릭스 검사의 148 과 같은 지수이다. 멘사의 입회 기준은 상위 2 퍼센트이고, 따라서 레이븐스 매트릭스로 148 이며, 웩슬러 검사로 130 이 기준이다.
‘지적 능력’ 과 ‘지적 잠재 능력’은 어떻게 다른가?
‘지적 능력’은 대체로 나이가 들수록 좋아진다. 어떤 능력은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나빠진다. 하지만 지식이 많고 공부를 많이 경험한 사람들, 훈련을 많이 한 사람들이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다. 그래서 지능 지수는 그 사람의 실제 나이를 비교해서 평가하게 되어 있다. 그 사람의 나이에 비교해 현재 발달되어 있는 지적 능력을 측정한 것이 지능지수 이다. 나이에 비교한 지적 능력을 보고 얼마나 빨리 발달하는가를 알고 싶은 것이다. 우리가 흔히 ‘신동’ 이라고 부르는 아이들도 세상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할 순 없다. 그것 보다는 ‘아주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보여주고 있는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세 살에 영어책을 줄줄 읽는다’던가, ‘열 살도 안 된 아이가 미적분을 풀었다’던가 하는 것이다.
지적 잠재 능력이란 지적 능력의 발달 속도
'지적 잠재 능력'은 3 세 이전에 거의 결정된다고 본다. ‘지적 잠재 능력’ 이란 '지적 능력이 발달하는 속도'로 볼 수 있다. 혹은 장차 그 사람이 어느 정도의 '지적 능력'을 가지게 될 것인가 미루어 평가해 보는 것이다. 지능 검사에서 측정하려는 것은 '잠재 능력' 이지 이미 개발된 '지능' 이 아니다. 3 세 이전에 뇌세포와 신경 구조는 거의 다 만들어지기 때문에 ‘지적 잠재 능력’은 80 퍼센트 이상 완성되며, 14 세 이후에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많은 학자들의 의견이다.
3 세 이전의 교육이 필요할까?
조기 교육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흔히 '3 세 이후면 너무 늦다.' 라고 한다. 하지만 3 세 이전의 유아에게 어떤 자극을 주어 두뇌를 좋게 만든다는 생각은 아주 잘 못 된 것이다. 태교에 대한 이야기 중에도 믿기 어려운 것이 너무 많다.
두뇌 생리를 잘 발육하도록 하는 것은 '지적인 자극' 이 아니다. 오히려 어설픈 '두뇌 자극'은 아이에게 심각한 정신적 육체적 손상을 줄 수도 있다. 이 시기에 필요한 양육은 '촉진' 보다는 '보호' 가 훨씬 중요하다. 질병 감염, 오염 물질 노출, 소음이나 지나친 자극에 의한 스트레스로부터 아이가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태아나 유아의 두뇌 발달에 해로운 것으로는 (1) 풍진 같은 전염균 (2) 산소 부족(흡연은 치명적이다. 일산화탄소의 상습적 중독으로 산소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진다. 저체중 출산과 두뇌 발달 부진에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3) 중금속이나 약물도 영향을 준다. (성분이 불분명한 한약재도 권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감기약이나 항생제 정도 까지 금할 필요는 없다.)
태교 음악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오히려 너무 심할 경우, 아이와 산모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큰 소음이 아이의 심리적 안정을 흔들 수도 있다. 의견이 일치되는 부분은 산모의 마음이 편하고 가벼워진다면 해롭지 않다는 정도이다.
플래쉬 카드가 도움이 될까?
한 때, 젖도 안 뗀 유아에게 플래쉬 카드(외국어, 도형, 기호 등을 매우 빠른 속도로 보여 주며 아이의 잠재 심리에 각인시키는 교육 도구)를 보여 주는 교육이 유행했다. 이 카드는 장애를 가지고 있어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아이들의 교정 치료로 개발된 것이었다. 정상아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고, 상업적으로 너무 과장된 것이었다. 일부 아동들에게는 원형탈모증 같은 부작용이 발생했다. 유아에게도 심리적 스트레스가 있다.
정답은 부모와의 스킨쉽
두뇌 생리가 잘 발육하도록 하는 핵심은 오염되지 않은 공기와 물, 균형 잡힌 식사, 편안한 상태, 부모와의 자연스럽고 기분 좋은 스킨쉽(안아 주기, 눈 맞추기, 입 맞추기, 다정한 말투로 어르기)이다. 강요된 두뇌 개발 촉진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
왜 많은 신동들이 나이 들면 평범해지는가?
‘지적 능력’ 의 발달도 키가 자라나는 것처럼 일정한 속도로 발달하지 않는다. 집중적으로 빨리 자라나는 때가 있다. 아이들은 불과 몇 개월 사이에 10 센티미터 이상 자라기도 한다. 사람들의 지능도 마찬가지이다. 아주 어린 나이에 매우 빠른 발전을 보이는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며 발달 속도가 느려지기도 한다. 아주 나이가 들어서 갑자기 ‘지능’ 발달이 빨라지는 사람도 있다. 신동 들은 매우 큰 잠재력을 가진 것은 분명하지만, 그런 빠른 발달이 평생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어린 나이일수록 사람마다 큰 차이가 보이지만, 그런 차이는 성인이 되면서 점차 줄어든다. 그렇지만 정말 평범해 지는 것은 아니다. 처음 기대만큼 성공은 아니어도 지능 지수가 높은 아이는 적어도 지적인 활동에 있어서는 우수하다.
성적에 좀 더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은 학습 습관?
어떤 사람은 ‘지능 지수’ 자체를 불신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지나친 것이다. 지적 능력의 발달 속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지능 지수가 높은 아이들에게는 속도감 있는 학습 방법이 효과가 있다. 아이들 마다 자신의 머리 속도, 지능 발달 속도에 잘 맞는 학습 습관을 가지게 되면 자신의 잠재 능력을 제대로 개발할 수 있다.
‘공부 잘 하는 학생’을 만들어 내는 조건은 주어진 ‘잠재 능력’ 그 자체 보다는 그 학생에게 잘 맞는 ‘학습 습관’ 이다. 지능 지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큰 잠재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 사람이 자신에게 잘 맞는 ‘학습 습관’을 개발하고 몸에 익힌다면 큰 학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훌륭한 정치가가 될 수 있고, 뛰어난 경영자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지능 지수를 측정할 필요는 있다.
지능 지수가 일정한 수준 이상이 되면, 일반인들과는 다른 어려움을 겪는다. 어떻게 생각하면 지능의 발달 속도, 혹은 생각의 속도가 다른 사람들보다 빠를 뿐이다. 하지만 그런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차이가 뜻 밖에도 많은 차이로 나타날 수 있다. 많은 영재들이 혹은 천재들이 단지 지능의 차이가 있을 뿐임에도 불구하고 성격장애자나 이상성격자로 몰리고 있다. 실제로 그런 편견과 오해 속에 오랫동안 그대로 두면, 이런 훌륭한 인재가 진짜 괴팍한 성격이 되기도 한다.
지능지수가 개발 초기에는 국가 교육 대상자를 뽑는 수단이거나 군대에서 총을 나눠 주지 못 할 사람을 골라내거나 대포를 맡길 병사를 선택하는 수단이었지만, 지금은 적당한 시기에 영재를 찾아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특별한 관리를 통해 재능이 사장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어느 정도의 영재여야만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가?
일반적으로 지능 지수로 상위 2-3 퍼센트의 아이들을 영재로 분류한다. 영재라고 해서 반드시 특별한 관리를 해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주 특수한 영재임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아이들과 잘 어울리고 무난히 자신의 재능을 개발하는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영재들 중 60-70 퍼센트의 아이들은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학교생활이나 교우 관계, 인간관계 등에서 다른 사람들이 느끼지 못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영재아나 고도 지능아(지수 140 이상)들이라도 어린 나이에는 별 문제를 느끼지 않는다. 학교생활이 시작되고 집단 수업에 참가하게 되면서 문제를 느끼게 된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이런 문제에 시달리게 되는 영재아의 비율은 점점 많아지게 된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특별 관리가 필요한 초고도 지능아(지수 160 이상)는 3 만 명 중 하나도 안 되지만(이론적으로는 31,560 명 중 하나), 초등학교만 되어도 고도 지능아(지수 140 이상, 약 260 명 중 하나, 우리나라 한 학년의 아동 수가 60 만 명 정도 된다고 볼 때, 2300 명 안팎)는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중학생이 되면 영재아(지수 130 이상, 2.3 %, 약 43 명 중 하나, 60 만 명중 14,000 명 안팎) 중 1/3인 6 천 명 정도가 학교생활 속에서 고통 받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고등학생이 되면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비율은 60 퍼센트인 8,400 명 정도가 될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확률의 문제라는 것이다. 영재아라고 해서 모두 고통을 당하는 것이 아니다.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예외 없이 영재아가 모두 그랬다면, 오히려 개선 방법이 훨씬 이전에 나왔을 것이다. 혈액형과 같이 판정하기가 쉬운 것도 아니다.
점점 심각해지는 문제
여기에 한 가지 문제가 덧붙여지고 있다. 모든 국가 아이들의 평균 지능 지수는 해마다 점점 높아지는 것이다. 플린 이라는 학자가 수 십 년간의 연구로 확인한 결과, 선진국, 후진국 모두 이런 현상을 찾아 볼 수 있다고 한다. 영재아들의 학교생활 부적응 문제는 20 세기 중반까지 전체 학생의 2 퍼센트 이하의 소수의 아이들(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만 명 안팎)의 문제였지만, 아이들의 지능 발달이 빨라지면서 점점 많은 아이들의 문제가 되어 가고 있다. 학교생활 부적응은 훨씬 많은 아이들(약 20 퍼센트의 아이들)이 겪게 되는 문제가 되고 있다. 이 아이들의 어려움은 부모, 교사들과의 갈등으로 번져갈 수 있다. 아주 옛날부터 ‘요즘 아이들 다 그렇지’ 하는 푸념은 있어왔다. 하지만, 사실 어쩔 수 없는 문제는 아니다. 해결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지적 잠재능력에 맞는 새로운 교육 방법이 나와야만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아이들의 대략적인 기준
지능지수와 관련하여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정도가 심한 아이들의 비율과 기준을 대략적으로 정리해 보도록 하자.
(표준편차 15) (학생 60 만 명 기준) 미취학, 유치원 이전 지수 160 비율 0.003 % 20 명 초등학교 지수 140 비율 0.4% 2300 명 중학교 지수 135 비율 1 % 6000 명 고등학교 지수 133 비율 1.4 % 8400 명
미취학 어린이들이나 초등학생들을 위한 영재 교육원은 넘쳐 나지만, 중 고등학생을 위한 영재 교육 시설은 별로 없는 현재의 교육 제도가 영재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는 이런 것이다. 특수 목적고나 과학 영재 학교 등은 영재아들이 겪는 문제를 도와주지 못 한다. 이런 학교들은 엘리트 양성 기관으로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는 수재들에게 적합한 학교들이다.
수재라 한다면?
미국의 통계를 보면, 학교생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아이들은 지수 115(상위 15%) 에서 125(상위 5%) 사이에 드는 아이들이다. 학계에서는 이런 범위를 최적 지능지수라고 말한다. 이런 아이들은 수로 보면 대체로 열명 중 하나가 되는데 엘리트 교육 기관은 이런 아이들의 차지가 된다. 물론 이들 사이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경쟁 속에서 작은 차이가 합격 불합격을 결정하게 된다. 이 경쟁에서 이긴 아이는 지적 능력 뿐 아니라, 학습 습관, 집안의 뒷받침, 경쟁에 강한 성격, 성취 동기 등 모든 면에서 균형 잡힌 아이들이라 할 수 있다. 영재아들 중에도 예외적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했거나 매우 강한 성취동기를 가진 아이들이 엘리트 학교에 입학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재아는 그 이후 학교 적응에는 역시 어려움을 겪는다. 기질적으로 영재아는 엘리트 교육 기관의 교육 문화와 충돌할 위험성이 높다.
최적 지능 지수를 가진 수재들은 학업을 소화해 내는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 하며,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다. 물론 이런 아이들도 입시 경쟁에 내몰리고 학교, 교사, 부모로부터 강한 압력을 받게 되면, 고통스러워 하지만, 그 정도는 비교적 약하며, 곧잘 극복해 낸다.
영재에게 특이한 기질은 감수성?
영재아들은 감수성이 예민한 편이다. 그래서 어린 학생들을 다루는 교사나 학교의 태도에 큰 상처를 받기도 한다. 영재아들은 어휘력이 뛰어난 편이다. 뛰어난 어휘력이 오히려 영재아 자신을 고립시킬 수 있다. 또래 아이들이 쓰지 않거나 이해하지 못 하는 단어를 자꾸 쓰다보면, 반감을 일으킨다. ‘잘 난 체 한다.’ ‘쟤는 자기가 어른이 된 듯 말해요.’ 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반대로 교사가 아이들에게 이해하기 쉽도록 이야기하면, 영재아는 오히려 답답한 느낌에 괴로워하기도 한다. 이런 영재아의 태도에 대해 교사는 불편함을 느낀다. 어떤 아이는 선생님과 대화할 때와 또래 아이들과 이야기하면서 다른 단어를 쓰기도 한다. 이에 대해 어떤 아이는 오해하기도 한다. ‘쟤는 우리하고 말할 때하고, 선생님과 말할 때 다른 말을 해요. 위선자예요.’ 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대체로 또래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부분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적어지기 때문에 심한 고립감을 느낀다. 자기에게 흥미를 주는 것들은 또래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렵고, 또래 아이들이 즐기는 것들은 지나치게 유치하고 단순하게 느낀다. 그렇다고 해서 성인이나 학년이 높은 형, 누나, 오빠, 언니들과 어울리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다. 대체로 영재아는 내성적이 되고, 혼자 책이나 특별한 소일거리에 매달리는 경향이 많아진다. 자존심이 강하고 나이에 걸맞지 않은 사회 문제나 인류 평화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도 한다.
영재들에게 특이한 발산현상
지능 지수로 상위 2-3 퍼센트에 속하는 영재들은 오히려 학업 성적이 부진할 수 있다. 미국에서의 통계에 의하면 영재들 중 반 이상이 평균 이하의 성적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반도 평균 이상이라는 의미 이지 최상위권에 속했다는 뜻이 아니다. 지능 지수와 학업 성적은 대체로 비례 관계를 가진다. 즉 지수가 높은 아이들이 성적도 우수하다. 하지만 최적 지능 지수(115-125 사이) 까지 그렇다. 하지만 125 이상이 되면 오히려 어떤 아이들은 오히려 학업 부진에 빠진다. 지능 지수가 높을 그룹일수록 학업 부진에 빠지는 비율이 높아진다. 이런 현상을 발산 현상이라 부른다.
발산현상은 지능 지수에 대한 불신을 일으킨다. 고도 지능아의 경우, 거의 예외 없이 '머리는 좋다는 애가 성적은 왜 그래?' 라는 말을 한두 번 이상 듣게 된다. 혹은 지능 검사가 잘 못 되었다는 말도 듣는다.
영재아 혹은 고도 지능아 중에도 높은 학업 성적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다. 오히려 그 비율은 그리 많지 않은데 (대체로 10 퍼센트 이하), 간혹 또래 아이들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학교에서 간혹 2 등과는 한참 차이가 나는 1 등을 하는 학생도 가끔 발견된다.
영재를 발견하고 관리하라.
영재는 실제로 있다. 영재는 조기 교육의 결과로 만들어진 가짜가 아니다. 영재는 평범한 아이들 보다 5 배에서 10 배 까지 학습 효율이 높고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 영재는 제대로 배양하면 국가의 어떤 자원보다도 부가 가치가 크다. 사회는 점점 지식 사회로 가고 있다. 천연 자원 보다 현재 국가가 가진 생산 시설이나 간접 자본 보다 점점 가치가 많아지는 자원이 지식과 정보이다. 영재는 지식과 정보를 처리하는 자질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은 영재 개발에 그다지 성공하지 못 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영재 교육은 실패의 연속
1970 년 달라스 액버트 라는 17 세의 영재아가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액버트의 부모는 영리했던 아이가 왜 자살에까지 이르렀는지 사무치는 회한으로 몸서리쳤다. 자신들이 좀 더 아이의 고민에 대해 현명하게 대처했다면 이런 비극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전문가들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영재아의 사춘기를 도와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액버트의 부모들은 사재를 털어 이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려 했고, 오하이오 주의 주립 대학에서 협조했다. 10 년간의 노력을 토대로 1981 년 미국의 유명한 토크쇼인 ‘필 도나휴 쇼’에 출연하여 그 동안의 성과를 이야기했다. 한 시간 정도의 프로그램이 방영되자, 미국 전역에서 2 만 통의 편지가 쏟아졌다. 많은 영재아의 부모들이 똑 같은 문제로 고민해 왔던 것이다. 우리 나라 보다 훨씬 뛰어난 교육 제도를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미국에서도 영재 교육은 의외로 발달하지 못 한 상태였다. 아직도 미국 교육계는 영재 교육에 대한 만족스러운 해답을 내지 못 하고 있다.
영재 교육이 실패하는 이유
영재 교육의 실패는 수재와 영재들의 특성이 다르다는 것을 모르는 것에서 시작한다. 평범한 학생들과 수재들은 같이 수업을 받을 수 있지만, 수재와 영재 사이의 거리는 훨씬 더 크다. 큰 차이는 그저 참을 만 한 수준이 아니다. 생각의 속도가 30 퍼센트, 50 퍼센트 정도 다른 경우, 빠른 사람이 조금 기다려 주면 되지만, 두 배, 세 배 이상의 차이가 나면, 큰 고통이 된다. 하지만 영재는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흔히 ‘성격이 나쁜’, ‘모나고’, ‘자만심이 가득찬’ 아이처럼 보인다.
영재를 월반시킨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일이년 정도 월반시켜도 학습 속도가 적당하지도 않을 뿐 더러, 아무리 영재라도 체구가 작고, 정서적으로는 어린 아이에 불과하기 때문에 또 다른 문제를 만들게 된다.
영재들 만을 모아 놓는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영재아들 사이에서 조차 학습 효율의 차이가 크다. 오히려 차이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같은 영재라도 지수 130 정도의 영재아와 고도 지능아(지수 140 이상), 초고도 지능아(지수 160 이상)는 서로 다른 학습 속도를 가진다.
(2) 일반학교나 엘리트 학교에서처럼 경쟁을 통한 학습 유도는 부작용이 너무 크다. 오히려 더 큰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학습에 대한 거부감을 강하게 만들 수 있다. 영재아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교육은 자신들 보다 월등히 생각하는 속도가 느린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3) 정서적으로 어린 학생들을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이 넓으면서, 지식이 많고 다양한 영재아들의 호기심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교사는 구하기가 쉽지 않고, 교재를 개발하는 비용이 막대하다.
그렇다면 영재 교육은 어떻게 해야 만 하는가?
달을 따 달라는 공주가 있었다. (옛날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연극) 병에 걸린 공주의 문제를 풀어 줄 수 있는 답은 공주 스스로가 가지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영재 교육 문제의 해답은 영재아들 스스로가 가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영재들에게는 스스로 진도를 정하고, 학습 목표를 정할 수 있는 자율 학습의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영재들에게는 개인별의 학습 진도가 주어져야 하고, 대학 수업처럼 좀 더 폭 넓은 학과 선택권이 주어져야 한다. 학과 공부 보다는 체력 단련, 대인 관계 개발, 예능 훈련에 좀 더 많은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된다.
새로운 영재 교육을 통해 우리는 무얼 얻을까?
영재아들의 정서적 미성숙 문제를 해결하면 많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영재아들이 정서적으로 성숙하지 못 하다는 것은 아주 빠른 지적 발달에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오히려 영재아들을 관찰하면 정서적인 발달도 평범한 아이들 보다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적 발달과 정서적 발달 속도 차이가 큰 만큼 주변의 또래들도, 어른들도 혼란을 느끼게 된다. 영재아들이 정서적인 면에서도 좀 더 빨리 성숙하게 되면, 아이는 지적 능력을 자신감을 가지고 발전시킬 수 있게 된다. 자신이 지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적절한 목표를 발견하게 되면 영재아들은 정말 놀라운 능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외국어 분야는 영재아에게 아주 좋은 도전 목표가 될 수 있다. 뛰어난 외국어 전문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공정하고 유능한 법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짧은 시간과 제한된 자료를 가지고도 사건을 머리 속에서 재구성하여 증언과 주장의 모순을 찾아내거나, 혹은 일관성이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법관이 많다면 세상에는 억울한 일이 좀 더 줄어들 것이다. 미술, 음악, 무용, 문학 같은 예술 분야와 다양한 스포츠 분야는 영재들에게 활동할 무대를 넓혀 줄 것이다. 창조적인 예술인이나 뛰어난 스타 플레이어가 많다고 해서 국가에 해가 될 일은 없다.
*이글은 멘사 전 회장이었던 지형범님이 쓰신 글입니다.
출처:http://www.mensakorea.org/bbs/zboard.php?id=free&page=1&sn1=&divpage=1&sn=on&ss=on&sc=on&keyword=지형범&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5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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