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어니스트가 살고 있는 마을 산꼭대기에는 전설 속의 얼굴 ‘큰 바위 얼굴’이 있다. 어니스트는 그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보며 언젠가는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설을 진심으로 믿는다. 어느 날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첫 번째 인물이 마을에 온다는 소식으로 온 마을이 들썩거린다. ‘개더 골드’는 어니스트가 살고 있는 그 마을에서 태어나 자신의 꿈을 좇아 마을을 떠난 사람이다. 그는 이름대로 어마어마한 재력가가 되어 돌아온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의 모습을 보고 큰 바위 얼굴을 꼭 닮은 모습이라며 감탄하고 들뜨지만, 어니스트는 그에게서 특별한 감동을 느낄 수 없다. 개더 골드가 세상을 뜨고 나자 사람들은 결국 그가 진정한 큰 바위 얼굴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그 후 ‘올드 블러드 앤 썬더’라는 위대한 장군과 ‘올드 스토니 피즈’라는 훌륭한 사상가가 차례로 마을에 나타나고, 마을 사람들은 그 때마다 기대하고 또 실망하곤 한다. 어니스트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는 처음부터 큰 바위 얼굴을 보면서 느끼던 감동을 그 누구에게서도 느끼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은 그들이 고대하던 큰 바위 얼굴이 바로 가장 평범하면서도 삶의 진실과 지혜가 깃들어 있는 이웃 사람 ‘어니스트’라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세대 공감, ‘큰 바위 얼굴’ = ‘꿈과 이상’의 보통명사 도무지 그 속을 알 수 없다고 해서 ‘X세대’라고 불리던 젊은 층이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약 10년 간 ‘N세대, M세대, W세대, P세대, U세대’ 등 숱한 신조어가 등장하는 동안 각 세대 간의 차이는 더욱 넓어지고 있다. 한 뱃속에서 태어난 쌍둥이도 세대 차이를 느낀다는데 하물며 세대를 넘나드는 그들의 문화적, 정서적인 차이는 오죽하겠는가. 그렇다면 ‘U(유비쿼터스) 세대’라 불리는, 가장 싱싱한 요즘 어린이들이 받아들이는 문화와 정서는 어떤 것인가. 요즘 어린이들은 평범하지만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진리를 고리타분한 잔소리쯤으로 여긴다. 뿐만 아니라, 모든 이의 스승이며 꿈과 이상이라 여기던 선대의 위인들이 그들에게는 더 이상 우상이 아니다. 단지 그들의 우상은 TV 쇼나 드라마에서 요란스러운 행동과 외형으로 시선을 빼앗아 버리는 연예인들이 고작일 뿐이다. 하지만, 제각기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는 이 모든 세대를 아우를 뿐만 아니라, 반 세기에 가까운 4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우리 나라 교과서에 실리며 모두에게 한결같은 감동을 전하고 있는 작품이 있다. 『주홍글씨』의 작가로 잘 알려진 나다니엘 호손의 단편 『큰 바위 얼굴』이 바로 그것이다. 평범하기만 하던 한 소년이 평생 ‘큰 바위 얼굴’을 닮은 귀한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사는 동안 어느덧 자신이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예언 속의 바로 그 인물이 된다는 이야기는,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재산이나 권력들은 영원한 가치를 지닐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 준다. 즉, 권력이나 물질적 부유함, 용맹이나 말의 허구성은 자연으로부터 얻는순수함과 정직함보다 앞설 수 없음을 우화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나다니엘 호손의 『큰 바위 얼굴』은 그 동안 성인과 청소년을 위한 단편소설 앤솔러지나, 초등 학생을 위한 동화책으로 여러 차례 소개된 익숙한 작품이다. 그러나 이번에 5세 이상의 취학 전 아이들부터 성인들까지 함께 볼 수 있는 그림책으로 다시 소개되면서, 세대를 뛰어넘는 감동을 주게 되리라는 기대를 해 본다.
링컨도 ‘큰 바위 얼굴’을 보았을까 미국의 제16대 대통령 링컨은 ‘사람은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했다. 마음과 생각을 다스리며 어떤 삶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인상과 운명이 변한다는 말이다. 링컨이 동양의 인상학이라도 연구했던 것일까. 아마도 마음가짐과 인격에 따라 인상과 운명이 변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리인 까닭일 것이다. 큰 바위 얼굴을 닮은 고귀한 인물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기만 하는 마을 사람들의 삶이 주어진 환경 속에서의 수동적인 삶이라면, 평범하지만 늘 ‘큰 바위 얼굴’을 우러러보는 어니스트의 삶은 적극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어린 시절부터 큰 바위 얼굴을 우러러보는 어니스트의 일상은 작품 속에서 복선 역할을 하고 있으며, 독자들이 그의 운명을 미리 짐작할 수 있게 도와 준다. 결국,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위대한 인간의 가치는 돈이나 명예나 권력 등의 세속적인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 탐구를 거쳐 얻은 말과 사상과 생활의 일치에 있다는 가장 평범한 진리를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짜’ 큰 바위 얼굴들의 교만함과 어니스트의 진실함을 통해 ‘겸손’이란 것이 얼마나 큰 덕목인지를 일깨운다. [인터파크 제공]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