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소리·죽비소리·철부지소리(97)
막걸리 술잔 속의 푼푼한 정
오늘 뜻있는 모임에 참석한 후 집에 돌아와 은근히 기분 좋게 취기가 돈 상태에서 컴 앞에 앉아 자판기를 두들긴다. 뜻있는 모임이란 다름 아닌 재경함양 향우산악회 회장단이 주최한 원로고문, 자문위원의 위로와 상호간 침목을 도모키 위한 자리였었다.
기분 좋게 취기를 돋운 주범은 요즘 갑자기 인기가 높아진 막걸리 덕이지만 이 것은 단지 기분을 상기시키는 매개체였을 뿐이고 사실은 오늘 같은 침목을 다지고 결속을 다지는 동기를 만들기 위한 회장단의 배려에서이고, 그동안 산악회의 지속을 위해 힘써준 많은 분들에 대한 위로의 자리요 보다나은 미래를 위한 한걸음 더 나아간 격려와 기대효과의 뜻이 담겨있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느 사회나 단체, 그리고 조직에 있어 우리 고유의 덕목으로 자리매김 되어 온 섬김의 기로(耆老)정신, 즉 경로사상(敬老思想)과 배장(配臟)문화와 치계미(雉雞米)의 습속 등등이 그 밑바탕이 되어 온 정신이 오늘의 모임을 갖게 한 동기요 따라서 그러한 정신문화가 그 근저에 깔려있는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이라 믿는다.
옛날 우리 습속과 관습을 잘 지키도록 만들어 진 향약(鄕約)을 보면, 봄과 가을로 마을 노인들을 모아 경로잔치를 베풀었고, 입동, 동지, 섣달 그믐날 밤에 일정 연령 이상의 노인들에게 치계미(雉雞米)라 하여 선물을 드리는 관례가 있었는데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다. 옛날 농경사회이었기에 주로 곡식 선물이었지만 근대에 들어와서부터는 여러 필요용품을 주로 선물로 드리는 경향으로 변하고 있다. 그리고 옛날이나 요즘의 소단위 마을에서 애경사가 있거나 추렴해서 가끔 돼지나 개를 잡았을 때는 살코기만이 주인이 가져가고, 그 내장이나 발과 머리 같은 것을 마을의 노인들에게 돌리는 것이 관례였었고 지금도 이를 지켜오는 습속이 있는 마을들이 있는데 이와 같은 경로 습속을 배장(配臟)이라 하는데 이런 미덕은 오늘 날에도 이어져 오고 있음은 참으로 한국적인 고유의 미풍양속이라 하겠다.
이와 같은 정신문화 속에서 자라온 우리 향우산악회가 베푼 자리에 소주와 맥주도 상에 올랐지만 막걸리가 술의 주빈이었다. 이 막걸리가 주빈인 주체적 심적 기제가 작용한 이유는 막걸리가 민족의 생활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가장 우리 민족과 친숙하게 오랜 역사와 맥을 이어와 서민의 애환과 밀접한 함수관계에 있는 우리 민족의 술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고려 때의 문장가인 이규보(李奎報)의 시(詩)에 “나그네의 창자를 박주(薄酒)로 푼다.” 고 한 문장을 보면 막걸리가 서민이나 빈민이 즐겨 마시고 민중에 깊이 뿌리박힌 술 이 엇음을 알 수 있다.
요사이 국제화 시대에 걸맞게 한국의 음식문화 가운데 막걸 리가 금년 들어 각광받고 있는데 참으로 좋은 징조이고 막걸리의 빚는 수법과 종류도 다양한데 그 이름이 붙여진 이름도 무척 다양하다. 막걸리를 보통 탁주(濁酒)라 말한다. 즉 걸쭉하게 탁해 보여 붙여진 이름이고, 술기운이 낮아 박하다하여 박주(薄酒)라 하며, 빛깔이 희다하여 백주(白酒)라 하기도 하고, 그리고 농가에서 농주로 담아 일할 때 마시기에 농주(農酒)라 하며, 집집마다 자유로이 담가 먹을 수 있다하여 가주(家酒), 온 나라 백성이 다 마시는 대표적인 술이라 하여 국주(國酒)라 하기도 했으며, 우리 역사상 비운의 왕비로 알려진 인목대비의 어머니가 유배지에 가서 술지게미를 다시 끓이고 재탕해 이를 팔아 생계를 유지한 역사가 담겨진 모주(母酒), 그리고 막걸리보다 조금 한 단계 위인 동동주 등등 다양한 이름들이 붙어 있는 명물이 바로 막걸리다.
오늘 모임은 막걸리 술잔 속의 푼푼한 정을 나누는 진솔하고 뜻있는 자리였고 앞으로 무궁한 산악회의 발전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첫댓글 오늘 산악회의 회장단과 고문들의 간단한 박주 파티가 있어 이에 참가하고 민속주의 대표주자 막걸리와 기로정신이 깃든 모임에 참가한 의의와 몃잔 들이킨 탓으로 지금도 취기를 느끼며 이 칼럼을 쓴다. 그동안 수고하고 노고를 아끼지 않은 산악회 회장단과 실무진에 위로와 격려를 보내면서 ....앞으로 무궁한 군 산악히의 발전을 기대하면서.이글을 쓴다.
청암/정일상 고문님 건강하신 모습으로 어제 잘 다녀 오셨는지요
우리 고향 모든분들께 좋은 글 올려 주셔서 늘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번 송년회 총회도 다음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그날 뵙겠습니다. 모든분들께 다시한번 감사함을 전해드립니다.
네, 공지란에 첫번째로 산행신청 등록필 했습니다.
청암 고문님! 그 박식한 글을 읽고 우리 막걸리 술문화를 잘 알게 되어 고맙습니다. 그리고 치계미와 배장 문화등 자세히 써 주시어 젊은이 들의 교육적 가치와 지식을 보태게 될 줄 믿습니다. 건강하시기 또한 빕니다.
네 격려고맙고 오늘 온양에 회의가 있어 출타했다가 내일 상경하여 연락한번해서 한번 만납시다. 이해가 다 가기 전에..
참 좋은 곳 찾아 왔습니다. 이런 에세이를 읽을 수 있는 코너가 있다는 것이 이 카페의 생명력을 이어내리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주 들려 읽을 좋은 칼럼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감사하고 자주 들려서 격려 부탁합니다.
네 감사하고 자주 들려서 격려 부탁합니다.
고향의 풋풋한 정을 느끼며 모인 선후배의 얼굴들을 생각해 봅니다. 그 막걸리의 철학을 빌려 올리신 글의 맛이 고향의 향수를 더욱 느끼게 합니다. 오늘 등산 하신다지요. 축하하고 더욱 건강챙기시며 컨디션 유지하시길 기원합니다.
참 좋은 뜻있는 ㄷ자리였군요. 그 표현과 막걸리의 이미지 살려 글 을 쓰시어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