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돌아갈 날이 일주일정도 남은 지난주에 칭구가 집으로 저녁 식사 초대를 했습니다. 전화로 예의바르게 거절을 했더니 아 글쎄 이 머수마가 막무가내 입니다. 성질까지 쪼까이 내면서... 저도 한고집 하는 성격이라서 찾아가서 거절을 했습니다. 이녀석 마눌이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일을 하고 시어른들을 모시고 살기 때문에 쉬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칭구의 마눌이 며칠전에 저에게 자기는 푹 자는게 소원이라는 얘기까지 했었습니다. 우리 여자들은 음식의 가지수를 떠나서 일단 누가 집에 온다면 여러가지로 신경이 쓰입니다. 그걸 이 칭구녀석이 알턱이 없지요... 평상시에 먹는대로 차리고 숟가락 젓가락만 하나 더 놓는다고 하면서 막무가내 입니다. 평소에 저의 말이라면 잘들어 주고 이해심이 많던 녀석이 오늘은 영... ㅉㅉ
져녁시간이 되니 칭구의 어머님이 밥먹으라고 부르시면서 하시는 말씀, "특별한 반찬은 없데이~ 한국집에서 한국밥 먹어 보라고 불렀다"고 하십니다. 집으로 들어가니 칭구의 마눌왈, "약을 많이 드신다고 하셔서 소고기국으로 끓이려다가 미역국으로 끓였습니다." 그 바쁘고 힘든 와중에도 거기까지 신경을 써 주다니... 고맙고 미안하고... 아버님은, "다음에 한국에 나오면 우리집이라고 생각하고 또 들러라." 고 하십니다. 천사같은 칭구의 마눌이 맛있게 정성껏 차린 저녁을 냠냠~ 잡짭~ 밥그릇과 국그릇을 깨끗이 비웠습니다. 칭구와 칭구의 마눌과 이바구를 하다가 10시 30분쯤 칭구는 저를 숙소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참으로 고마운 칭구와 그의 가족들입니다.
제 숙소로 발걸음을 옮기다보니 길에 주저앉아서 쓰레기를 뒤지고 계시는 연세가 많이 드신 할머니가 눈에 띄었습니다. 도저히 모른척 지나칠수가 없어서 이것저것 여쭈어 보니 아직 저녁을 드시지 않았습니다. 제가 손에 들고 있던 두유세트 상자에서 두유를 꺼내어서 마시라고 드리고 할머니의 저녁을 사드리기 위해 함께 쓰레기를 정리 했습니다. 할머니가 주우신 깡통과 상자들을 실은 조그마한 손수레는 제가 끌고 할머니는 두유를 드시면서 따라 오셨습니다. 오고 가는 사람들은 우리 두사람이 이상한듯 계속 쳐다 보았습니다. 조그마한 키에, 구부러진 등, 까밓게 그을은 피부, 거칠은 손, 앞의 윗니 아랫니를 합쳐서 오른쪽으로 한개밖에 남지 않은 아랫니... 식당문을 닫을 시간이 다 되었다는 식당주인 아저씨께 양해를 구하고 식당으로 들어가서 순두부를 시켜 드렸습니다. 미안해서 드실수가 없다는 할머니... 식사를 하시고 계시는 할머니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시렸습니다. 그리고 상자와 빈 깡통을 주워서 생계를 연명하기 위해서 늦은 시간에 쓰레기통을 뒤지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이 동네에서만도 서너명 된다는 식당 주인 아저씨의 말씀은 계속 저의 귓전을 때렸습니다.
캄캄한 길에 앉아서 저녁도 굶으신체 쓰레기통을 뒤지고 계시던 할머니의 모습을 한동안 잊지 못할것 같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따뜻한 밥을 사드리는 일 밖에는 없었습니다. 이 세상 어디를 가든지 할머니와 같은 분들이 계시겠지요. 우리가 그 분들의 형편을 바꾸어 놓을수는 없지만 동정이 아닌 조그마한 사랑을 베풀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에 한달간 한국에 머무르면서 그동안 당연시 여겨왔던 여러가지 것들이 모든 사람이 다 누리고 있는 혜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연히 길에서 만난 할머니를 생각하면 앞으로 불평을 할수가 없을것 같습니다. 매일 매일 하나님께 감사하며 살기에도 24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