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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와우 장치를 한 팅커벨 인형(출처: '토이 라이크 미' 페이스북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toylikeme) |
이 캠페인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토이 라이크 미'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한 장의 '팅커벨' 사진 덕분이었다. 이 팅커벨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 '피터팬' 속의 팅커벨과 겉모습에서 크게 다름이 없지만, 딱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귀에 인공와우(cochlear implant) 장치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토이 라이크 미' 페이지에는 이 사진과 함께 다음과 같은 호소가 있었다.
"이 인공와우를 단 요정에게 온 세상을 날아다닐 수 있는 날개를 주세요. 영국 내 4만5천여 명의 청각장애 아동들은 그들의 모습을 더 긍정적으로 표현해 줄 장난감 상자를 원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캠페인에 동참해서 장난감 제조업체가 영국의 77만 여명의 장애아동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도록 함께 요구해 주세요."
이 사진은 누리꾼들에 의해 1600건 이상 공유되었으며, 캠페인 참가자들은 이후로도 직접 만든 다양한 장애인 캐릭터 인형의 사진을 올리며 수많은 누리꾼의 관심을 끌었다.
이 캠페인을 주도한 레베카 애킨슨 씨는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전 세계에 걸쳐 1억 5천만 명의 장애아동이 있지만, 이들은 어머니의 무릎을 떠나기 전까지 그들을 즐겁게 해주며 발달을 촉진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고 인생의 출발점이 되어주는 산업 영역에서 배제된다. 바로 장난감 산업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 장난감 산업이 29억 파운드 규모에 달하지만, 어디에서도 휠체어를 탄 바비 인형을 발견할 수가 없다"라고 글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그나마) 장난감 업체 플레이모빌사가 만든 장애인의 모습을 담은 인형은 다리가 부러진 소년과 젊은 금발 여성이 밀어주는 휠체어를 탄 할아버지뿐이었다"며 "이것이 아이들에게 말하는 바가 무엇인가? 휠체어를 필요로 하는 것은 노인뿐이라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성장기에 있는 장애아동에게 자신과 동일시할 수 있는 대상으로서의 장난감이 없다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그는 또 "나는 인공와우를 한 채 자라왔지만 어디서도 나의 모습을 표현해 주는 것을 보지 못했다. TV나 만화영화에도 청각장애인은 나오지 않았고,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에서도 마찬가지였다"라고 꼬집었다.
▲'메이키'사가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제작한 장애인 캐릭터 인형. 왼쪽이 안경을 쓰고 지팡이(케인)를 쥐고 있는 시각장애인 인형, 가운데가 인공와우를 착용한 채 수화를 하고 있는 청각장애인 인형, 오른쪽이 얼굴에 큰 반점이 있는 인형. (출처 : Makie사 홈페이지) |
이들의 목소리가 절절했던 만큼, 장난감 제조업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장난감을 만드는 '메이키'(Makie)사가 이들의 호소에 대한 응답으로 장애인 캐릭터 인형을 이달 5일에 출시한 것이다.
메이키가 만든 장애인 캐릭터 인형은 총 3종으로, 인위적인 마네킹 모습을 하고 있는 기존의 바비인형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인형 중 하나는 얼굴에 큰 반점을 갖고 있으며, 다른 하나는 안경을 끼고 시각장애인용 지팡이(케인)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나머지 하나의 인형은 양쪽 귀에 인공와우를 착용한 채 미국 수화로 '사랑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메이키사는 '토이 라이크 미' 캠페인을 접한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이 인형들을 제작했으며, 주문제작을 통해 장애아동 부모들에게 판매를 하고 있다. 이 업체는 곧 휠체어를 탄 인형 시리즈도 출시할 예정이며, 인형의 얼굴 모양도 고객이 직접 제시한대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캠페인 참가자들은 한 발 더 나아가 레고, 플레이모빌, 마텔 등 대형 완구제작 업체들도 캠페인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토이 라이크 미' 캠페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다양한 장애인의 모습을 담은 인형을 만들어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 안내견과 함께 이동하는 시각장애인, 지팡이를 든 시각장애인이 함께 보인다. |
▲'토이 라이크 미' 캠페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다양한 장애인의 모습을 담은 인형을 만들어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휠체어를 탄 농구선수 인형의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