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논할때 가장 긴 시간을 비유해서 '겁(劫)' 이라 하고, 눈 깜짝 할 짧은 순간을 '찰나(刹那)' 라고 합니다.
겁(劫)의 계산은 두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겨자겁(芥子劫)'이라고,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40리 되는 텅 빈 공간을 겨자씨앗으로 가득 채우는데 걸리는 세월이 1겁이라고 합니다. 이 겨자씨앗을 100년에 한 알씩 넣어서 다 채우는 기간이 1겁이니, 평균수명 80년인 우리 인간은 겨자씨앗 한 알도 만져보지 못하는 초로(草露: 풀잎의 이슬)인생인 셈이지요. 그러면 겨자씨앗은 어떤 씨앗일까? 세상에 많고 많은 씨앗 중에서 가장 작은 씨앗을 바로 겨자씨앗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는 씨앗을 100년에 한 알씩 옮겨서 사방 상하 40리의 공간을 다 채울때 소요되는 기간이 1겁이라니... 솔직히 사람의 머리로는 상상이 안가는 '무량한 세월' 을 의미합니다.
또 하나는 '반석겁(盤石劫)'이라고 있는데,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40리 되는 아주 단단한 바위를 100년에 한번씩 옷깃을 스쳐서 그 바위가 모두 닳아 없어지는 기간을 1겁이라고 하지요. 정말 인간의 머리로는 상상이 안가는 어마어마한 세월이니까, 그냥 '영원한 세월' 이라고 넘길 수 밖에.....
얼마나 재미있는 계산법인가요.
이번에는 '찰나' 에 대하여 알아볼까요? 고대 인도의 계산법인데 찰나는 순간(瞬間: 눈깜빡일 사이)을 말합니다. 이를 현대인답게 시간적으로 환산해보면 1찰나는 75분의 1초 즉, 0,013초가 되니까 거의 인식하지 못하는 짧은 시간의 개념이지요. 그런데요. 1찰나에도 사람의 마음은 삼 천번이나 변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마음은 고정불변이 아니라 상황따라 변하는 흐름일 뿐이지요.
겁과 찰나!
옛 날 선인들께서는 세월의 기간만을 일컬어 '겁과 찰나' 라는 말을 사용했을리 만무하지요.
모든 것은 마음이 일으킨 바 작용이므로, 마음이 괴롭고 고통스러울때는 한 순간도 일생을 살아 온 기간보다 더 길게 느껴질 수도 있겠고, 마음이 행복하고 환희로울때는 24시간도 눈 깜짝 할 사이에 지나갔다고 느낄 것이니까요.
세상은 여덟가지의 고통이 존재하는 '고해(苦海: 고통의 바다)' 라고 합니다.
첫째는 생고(生苦)이니 태어남이 고통이요, 둘째는 노고(老苦)이니 늙어감이 고통이요, 세째는 병고(病苦)이니 몸아픔이 고통이요, 네째는 사고(死苦)이니 죽어감이 고통이라는 것이지요. 제오는 애별리고(愛別離苦)이니 사랑하는 사람 좋아하는 것들과의 헤어지는 고통이요, 제육은 원증회고(怨憎會苦)이니 미워하는 사람 싫어하는 것들과의 만나지는 고통이요, 제칠은 구부득고(求不得苦)이니 구하고자 함이나 적게 얻거나 전혀 얻지 못하는 고통이요, 제팔은 오온성고(五蘊盛苦)이니 닦지않고 쾌락만을 쫓는 고통 등을 '팔고(八苦)'라고 합니다.
인생살이를 하는 과정에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여덟가지 고통스러운 것은 왜 생길까? 쉽게 말하면 '욕심(慾心)' 이 그 원인이요, 세분하면, '욕심. 성냄. 어리석음' 때문이지요. 이를 '삼독심(三毒心: 세가지 독소적인 마음)' 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이 삼독심은 왜 생길까? 그것은 세상 이치를 꿰뚫어보지 못하는 '무명(無明)'이 원인이 됩니다.
무명(無明)은 '빛이 없다' 라는 의미이니까 깜깜한 어둠 또는 칠흑같은 암흑을 말함입니다.
예를 들면, 네온싸인이 현란한 불빛을 발하고 세상이 불야성을 이루어도 맹인은 볼 수 없으니 암흑이요,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고 하나 컴맹에게는 한낱 두려운 존재이니 눈뜬 장님인 것입니다.
우주만물을 관통하는 대섭리를 모르거나 외면하고 사는 사람은 육신의 눈으로 모든 것을 볼 수 있으나 마음은 깜깜절벽인 것이지요.
그러니 깜깜한 암흑의 마음으로 혼자만의 편리. 안락. 욕심을 채우기 위하여 상대를 아프게 하고, 이웃을 상하게 하고, 혈투가 난무하고 아비규환의 도가니가 형성되는 것이랍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백 년을 살아도 짐승만도 못하게 산 사람이 부지기수요, 한 순간을 살아도 영원한 삶을 구가한 사람도 부지기수 인 것입니다.
영원한 삶을 살고있는 대표적인 분들이 예수. 석가모니부처. 공자. 소크라데스 등 4대 성인을 비롯하여 간디. 테레사 수녀. 달라이라마 등 사람들에게 추앙받는 분들이지요. 성직자인가, 출가한 수행자인가를 따질 것 없이 진정한 의미의 광명을 찾은 사람이 바로 '도인(道人)' 또는 '성자(聖者)'인 것이지요.
이런 분들이 많은 세상이 지상낙원이요, 살맛나는 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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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본 인연의 겁(劫)
옷깃 한번 스치는 것도 500 겁(생) 인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의 인연은 매우 소중하다.
작은 인연을 소중히 여겨서 큰 인연 보리도를 성취한다면 그보다 더 귀한 인연이 없을 것입이다.
범망경에서는 선근 인연을 심은 사람끼리 만남을 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 1천겁은 한 나라에 태어난다. * 2천겁은 하루동안 길을 동행한다. * 3천겁은 하룻밤을 한 집에서 잔다. * 4천겁은 한 민족으로 태어난다. * 5천겁은 한 동네에 태어난다. * 6천겁은 하룻밤을 같이 잔다. * 7천겁은 부부가 된다. * 8천겁은 부모와 자식이 된다. * 9천겁은 형제 자매가 된다. * 1만겁은 스승과 제자가 된다.
시간으로 말해서 귀한 인연을 일기일회(一期一回)라고 한다. 다시 정리한다면.
① 옷깃 한번 스친 인연 5백겁(생) 인연. 그냥 스치는 게 아니라는 뜻이며, 삶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적어도 옷깃 스치는 인연을 귀하게 여긴다. 그렇다고 그 인연에 매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며.
② 부부 인연 7천겁(생) 인연. 이혼하면 남남으로 갈리기 때문에 자식 인연보다 적은 것입니다. 자식이 혹이라기도 하고 장애라기도 한다지만 지금 세태의 밥먹듯 하는 이혼을 생각하면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③ 부모 자식 인연 8천겁(생) 인연입니다.
④ 형제자매 인연 9천겁(생) 인연. 한 태 안에서 태어나는 인연이 크다는 것이지요. 성태를 장양하면 모두가 한태에서 왔기에 사생일가겠지요.
⑤ 스승 제자 인연 1만겁(생) 인연. 세상에서 참으로 귀한 인연이다. 육신은 부모가 낳아 주지만 마음이 새로 눈을 뜨게 하는 데에는 스승의 가르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더우기 성현들께서 불연이 혈연 보다 소중하고, 스승은 정신, 영혼의 부모다 라고 하셨으니...
과거세 인연의 내용은 대개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은인이 되어 서로 은혜를 보답하기 위한 인연이고, 둘째, 빚쟁이가 되어 서로 빚을 받으러 온 인연입니다.
앞의 경우는 존경과 자비심이고, 뒤의 경우는 불화와 증오심이지요. 가까운 인연일수록 낮은 인연 되기 쉽다 하셨습니다. 중요한 것은, 은인이든 빚쟁이든 간에 금생이 모두 청산을 하고 다음 생까지는 연장하지 않는다는 각오가 필요합니다.
윤회를 면하려면 반드시 보살행을 해야 하고, 육바라밀의 보살행을 통해서 이번 생에서 인연의 사슬을 모두 풀어야 하겠다는 각성과 실천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자타여윈 마음확립
이 인연 놀음에 빠져도 탈이요, 몰라도 탈이라 이 안에 깊은 뜻 있으니 얻으면 부처요 모르면 중생이라 코 처박고 찾으려니 더더욱 아니 뵈고, 잘 보면 보이나니 보이는 게 무엇인가
인연이라 모든 것은 내가 만든 보물이라 육근을 작용하면 그것이 업 짓는 것 한 마음 일어날 제 모든 인연 따르나니 마음작용 잘 하여서 인연복을 즐겨보세.
좋은 인연 궂은 인연 누구를 탓할 손가?
일체는 마음의 조화라네 일체가 무엇인가? 일체는 육근이라 육근작용 떠나서 어디에 도가 있나 오늘 또 업을 짓고 지금 또 업을 짓네
이것이 무엇인가 살아있음 증명이니 업 놀음 빠져나오려면 생각을 놓아보소 捨念淸淨 마음챙김 마음공부하고 보면 세상사 시비이해 내 안에 놀더이다
자타여윈 마음확립 이뤄낸 그대로.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과거의 종자인연은 무량겁을 지날지라도 마침내 멸하지 아니함을 알아야 한다.'
'과거현재인과경'-<선악인과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