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프레피님의 글에 대한 백만장자님의 답글입니다.
이글이 제 머리속에 계속 남아서..그리고 매우 좋아서 다시 올립니다.
먼저 백만장자님께 양해를 구하지 못한점 정말 죄송합니다.^^
명품과 럭셔리
하지만 명품과 럭셔리는 구별해야할 것 같습니다. 반드시 명품이 대중과 동떨어진,
희소가치가 있는 제품이어야할 필요는 없죠. 투자자로서 조금 달리 보아야합니다.
보통의 경우, 동종업계의 제품에 비해 우수한 브랜드력과 고품질, 고가격에 지속적
으로 인기를 끄는 것을 명품이라고 하죠.
루이뷔통의 역사는 100년이 넘습니다.
그 정도되면 명품이라 부를만합니다. 고급 bag하면 '루이뷔통'이 떠오를 정도가
되면 명품이라 불러주는 것이죠. 무조건 비싸고, 호화스럽고, 희소가치 있다고해서
명품이라 인정해주진 않습니다. 루이뷔통이 비싸긴 하지만, 한 번 구입하면 수십년을
쓰면서 정들일 수가 있습니다. A/S는 물론이구요. 백여년의 역사 동안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쌓아오면서 품질과 디자인에 영혼을 불어넣은 결과, 루이뷔통은 명품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죠.
얼마전 화제가 되었던 수천만원대의 스포츠시계, 테크노마린 같은 케이스는
럭셔리입니다. 이런 종류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것이죠. 아주 쉽습니다.
양질의 다이아몬드 열심히 박아넣고 비싸게 가격을 매기면 럭셔리가 됩니다.
그러나, 고급 명품시계하면 '테크노마린'이 떠오르지 않죠.
누구나 갖고 싶어하고, 자식에게 물려줄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명품대열에는 오르지 못합니다.
(테크노마린은 97년 12월, 프랭크 더배리라는 사람이 만든 시계회사)
타임이나, 오브제 둘다 아직 10년도 안된 브랜드들이고, 역시 domestic brand에
불과합니다. 뉴욕에 샵 하나 낸 것 그리 대단한 일 아닙니다. 전세계 duty free shop
에서 명품 브랜드들과 더불어 당당하게 인터내셔널 샵을 갖고 있고, 프레스티지
패션잡지에 광고를 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명품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립니다. 그 시장에서 최소 20년~30년 이상 버티면서 브랜드 밸류를
쌓아올려야만 비로소 인정이 되는 것이죠. 지아니 베르사체 같은 브랜드는 디자이너
인 베르사체가 죽으면서 기울기 시작했죠. 아마 10년 정도 후에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디자이너 브랜드의 취약점이죠. 디자이너가 은퇴하거나 죽고 나면
쇠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당대에 브랜드 컬쳐를 확고
하게 세워서,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 컬트적인 애정을 바이러스처럼 심어놓아야만
합니다.
오브제나 타임이 잘하고 있긴 하지만, 미니멀한 계열의 명품 브랜드인 아르마니
같은 글로벌 브랜드에 비하면 아직 작은 로컬브랜드에 불과합니다.
명품이 될 가능성은 둘 다 있다고 봅니다만, 쉽지 않은 먼 길이 남아있지요.
그리고, 명품이란건 꼭 비싸다고 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소비자들의 감성과 잘 맞물려 오랜 세월동안 사랑받으며 계속 팔린다면 그것은
곧 명품이 됩니다. 명품의 조건에는 광범위한 브랜드 네임 밸류가 역사적으로
계속 쌓여 하나의 히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도 포함이 됩니다.
컴퓨터와 같이 빠르게 기술적 조류에 따라 업그레이드되는 제품군이나,
반복소비되어 버려지는 제품군들은 명품이 되기 어렵지만, 예를 들어 기술제품
쪽에서 명품이라 불리우는 제품이 많은 곳에는 광학기기가 있죠. Carl Zeiss의
sonnar, Tessar 렌즈는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광학기술자들의 수작업으로
만들어졌고 반세기가 훨씬 넘은 지금도 그 렌즈를 사용한 롤라이 같은 중고
카메라들은 명품으로 대접받으며 사랑받고 있습니다.
디지탈 카메라가 유행하는 요즘에도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포토그래퍼들은
summicron 렌즈의 Leica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라이카 시리즈는 명기중의
명기라고 불리죠. 원래 종군 기자들을 감안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총탄이
날라다니는 전장터에서도 끄덕없이 사진이 찍힐수 있도록 튼튼하게 제작되었습니다.
요즘도 생산되는 라이카 M6 같은 카메라들은 사진찍는 사람들에게는 선망을 넘어,
존경과 감동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니콘이나
미놀타, 그리고 요즘 나오는 디지탈 카메라들의 고급 기종에 비하면 그리 비싼
것만도 아닌데 말이죠. 라이카에게는 역사가 살아 숨쉬고 있어서입니다. 삼성이
케녹스에 신기술을 아무리 많이 집약해서 내놓더라도 케녹스가 카메라의 명품이
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뇌리 속에 향수로 남을만큼의 history가 필요하겠죠.
제가 쓰는 제품 중에는 아주 저렴한 명품도 있습니다. 最古의 재무용 계산기
HP 12C입니다. 무려 단일 제품으로 20년이 넘게 생산되고 있습니다. 20년 전이면
8비트 컴퓨터가 나오던 시절입니다. 그 때 만들어진 계산기가 아직도 열광적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물론 텍사스 인스트루먼트社에서 나오는 BA2+ 같은 제품에
가격과 성능 면에서 밀리지만, 뛰어난 logic과 독특한 RPN방식의 키스트로킹,
매력적인 스타일, 그리고 20년간의 두터운 소비자 히스토리 덕분에 여전히
생산되고 있습니다. 가격도 비싸고, 속도도 느리지만 한번 써본 사람들은 오직 HP
12C만을 고집할 정도로 강력한 매력덩어리입니다. 이런 것을 명품이라 합니다.
2~3년 지나면 old-fashioned되어 버려서 잊혀지거나, 5~6년 지나면 브랜드 자체의
이미지가 싸구려로 전락하는 것들은 럭셔리의 경우라도 명품이라 하지 않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