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천재 최동원이 돌아갔네요. 저보다도 조금 어린 사람인데...
사람에게는 다섯번의 퇴장시기가 있다고 하데요. 무의식 속에서 그는 이번 기회를 그냥 퇴장시기로 택한 모양입니다.
누구든 자신이 동의하지 않으면 다음 시기로 미룰 수 있다고 하던데...
저도 벌써 적어도 두 번은 미뤘다고 생각됩니다.
치열하게 살던 30대 초반에 화장실에서 ... 위에 앉아 있었는데(너무 노골적^) 갑자기 바닥이 올라오데요.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기억이 없었습니다. 깨어보니 그냥 얼굴을 바닥에 정면으로 박고 있더라구요.
일주일 정도 이마와 콧잔등 눈주위에 멍이 들어 다녔습니다.
(다행히 싱글이어서 '남편한테 맞았나보다'는 의심은 안받았습니다...^^이걸 좋아해야하는 건지...^^)
그러고는 겁이 나데요. 이렇게 혼자 살다 죽으면 정말 아무도 내가 죽은 줄도 모르겠구나...
두번째는 40 중반,
21년 6개월을 근무하던 직장에서 퇴직하고 6개월만에
살림정리하고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남편 걱정은 안되더군요. 제가 죽더라도 다시 결혼하면 더 젊은 마누라 얻을 수도 있고...
하지만 늦게 결혼해서 얻은 여섯살 짜리 딸이 안스러웠습니다.
아무리 새엄마가 좋아도 평생 가슴에 상처가 남을텐데 싶어서...
미리 남편에게 당부했습니다. 내가 죽으면 일년 이내에 재혼하라고. 특히 아이를 위해서...
그런데, 살아남았습니다.
다시 퇴장을 미뤘네요...
무의식 속의 제가 더 살기로 결정했나봅니다.
하지만 다 써버린 데다가
너무나 여러번 재충전해서 충전기능까지 완전 바닥이 난 밧데리는 어찌할 수 없듯이,
에너지 총량의 법칙이 우리 삶에도 적용되는 듯합니다.
우리가 쓸 수 있는 에너지, 혹사시킬 수 있는 몸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고 보니 전에 들었던 옛날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어느 마을에서 아이 돌인지 백일인지 잔치를 하고 있어 사람들이 많이 와서 음식을 먹고 있었는데
어느 스님이 한탄을 했다고 하데요.
"이 아이가 먹을 밥그릇 수가 원래 남보다 적은데, 여기 있는 사람들이 그걸 또 축내고 있구나 ..."
오랜 과로와 스트레스를 끝까지 견뎌낼 몸이 어디 흔하겠습니까?
차라리 잘 아프기나 하면 몸을 사릴텐데,
감기도 잘 안 걸릴 정도로 건강한 사람들은 몸을 아낄 줄을 모릅니다.
주로 그런 사람들이 돌연사의 주인공이 되고 일찍 세상을 퇴장하는 인재들인 것이지요.
저도 퇴직하지 않았으면 죽었을 거라고 생각되구요...워낙 에너지 소비가 많아서...
아쉽습니다.
오래 이 땅에 머물며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변화들, 발전들을 가져올 수 있는 사람들이 일찌기 떠나가는 것이...
지난 몇 년 사이에 정말 많은 분들을 예기치 않게, 아쉽게 잃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글로 세상을 채우고 계신 몽당연필 가족들,
건강할 수 있도록 신경 많이 쓰세요...
첫댓글 맞아요
그렇게생각해보니
저는 아직 한 번도 퇴장 위기에 처해 보진 읺았군요
참 감사합니다
예전에 우리 시어머님이 말씀하셨어요
쭈그렁 바가지라도 오래 살라고요
아마도 크게 아프진 않아도
좀 골골 약한 편인 내가 안쓰러우셔서 그랬을 거예요
아직까진 강단으로 버틸만 합니다
건강할 때 지켜야겠지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건강한 몸, 건강한 정신--------> 행복한 하루^^*
가능한 퇴장시기는 꼭 나쁜 건강만이 아니랍니다. 자칫하면 더 심각했을 수도 있었던 어떤 실수, 사고의 순간들도 해당된다고...사실 우리가 모르게 지나가기도 하겠지요.
아무튼 이제 에너지 아끼며 조심해서 살아봅시다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은 아직 자격미달이어서...
ㅎㅎㅎ
맞는 거 같습니다. 아직 졸업할 자격이 안되어서...
기왕에 하는 인생 공부, 열심히 해서 졸업장 받고
기쁘게 퇴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봐야지요...
열심히 사시는 일침님,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