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함경 293. 연기법을 벗어난 매우 깊은 경지인 열반을 설명하는 경, 심심경(甚深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한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이교도의 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미 의심에서 벗어났고, 망설임에서 벗어났으며, 그릇된 소견의 가시를 뽑아, 다시는 퇴보하지 않는다. 마음에 집착하는 바가 없기에 그 어디에“나”라는 것이 있겠는가? 나는 저 비구들을 위해 법을 설하고, 저 비구들을 위해 현성(賢聖)이 세상에 나와, 공(空)과 서로 호응하여 인연에 의해 일어나고 따라가는[隨順] 연기법을 설하노라.
그것은 이른바 ‘저것이 있기 때문에 이것이 있고, 저것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것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즉 무명으로 인하여 업 지음[行]이 있고, 업지음으로 인하여 의식이 있고, 의식으로 인하여 정신작용과 물질작용[名色]이 있고, 정신작용과 물질작용[名色]으로 인하여 6감각기관이 있으며, 6감각기관으로 인하여 접촉이 있고, 접촉으로 인하여 느낌이 있고, 느낌으로 인하여 갈애가 있고, 갈애로 인하여 취함이 있고, 취함으로 인하여 존재가 있고, 존재로 인하여 태어남이 있으며, 태어남으로 인하여 늙음, 죽음, 근심, 슬픔, 번민, 괴로움이 있고, 이와 같이 이렇게 하여 순전히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발생하며, ……(내지)…… 이와 같이 순전히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소멸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법을 설했지만 그래도 그 비구들은 아직도 의혹과 망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일찍이 얻지 못한 것을 얻었다고 생각하고, 획득하지 못한 것을 획득했다고 생각하며, 증득하지 못한 것을 증득했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지금 법을 듣고도 마음에 근심과 괴로움, 후회(後悔), 한탄, 원한, 혼침 등의 장애가 생겼다. 왜냐하면 이 매우 깊은 곳인 열반은 저 연기법보다 몇 배나 더 깊어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모든 취함을 벗어나, 갈애가 완전히 소멸하고, 탐욕이 완전히 사라져, 적멸(寂滅)한 상태, 즉 열반(涅槃)에 드는 것이다.
083c10 大苦聚集。乃至如是純大苦聚滅。如是說
083c11 法。而彼比丘猶有疑惑猶豫。先不得得想․
083c12 不獲獲想․不證證想。今聞法已。心生憂苦․
083c13 悔恨․矇沒․障礙。所以者何。此甚深處。所謂
083c14 緣起。倍復甚深難見。所謂一切取離․愛盡․無
083c15 欲․寂滅․涅槃。
이와 같이 두 법이 있으니, 그것은 이른바 유위법(有爲法)과 무위법(無爲法)이다. 유위법은 생기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며, 달라지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무위법은 생기지도 않고, 머물지도 않으며, 달라지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 것이니, 이것을 ‘비구의 모든 행의 괴로움이 적멸해져, 열반에 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원인(因)이 모이기 때문에 괴로움이 모이고, 원인이 사라지기 때문에 괴로움도 사라진다. 모든 경로(逕路)를 끊고, 서로 이어가는 것을 없애고, 서로 이어가는 것을 없애는 것마저 다 없애면, 이것을 ‘괴로움의 끝[苦邊]’이라고 말한다.
083c15 如此二法。謂有爲․無爲。有爲
083c16 者若生․若住․若異․若滅。無爲者不生․不住․不
083c17 異․不滅。是名比丘諸行苦寂滅涅槃。因集故
083c18 苦集。因滅故苦滅。斷諸逕路。滅於相續。相
083c19 續滅滅。是名苦邊
비구들이여, 무엇을 소멸해야 하는가? 그것은 아직 남아 있는 괴로움이다. 그것이 만약 소멸하고, 멈추고, 시원해지고, 쉬어져 없어지면, 온갖 취함이 사라져, 갈애가 완전히 소멸하고, 욕구가 없어져, 적멸한 상태, 즉 열반에 드느니라."
083c19 比丘。彼何所滅。謂有餘
083c20 苦。彼若滅止․淸涼․息沒。所謂一切取滅․愛盡․
083c21 無欲․寂滅․涅槃。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