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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11
씬/1 N, 현재, 진우의 집
칠흑같은 어둠에 휩싸인 진우의 집안으로 한걸음, 두걸음 들어서는 수현.
어디선가 들려오는 낮은 음악소리. 금방이라도 어디선가 누군가 나타날 듯 한데..
씬/2 N, 편의점
해영, 카운터에서 편의점 직원이 보여준 진우의 주소와 이름을 빠르게 적으면서 직원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해영 : 평소, 수상한 점은 없었어?
직원 : 뭐, 말수도 적으시고 대하기가 좀 껄끄러워서.. 근데.. 오늘 좀 이상하긴 했어요.
-인서트
편의점 외곽, 쌓여있는 박스지를 챙기고 있는 진우, 다른 한손에는 노끈을 들고 있다.
유리창 안의 직원 그런 진우를 이상한 듯 바라보고..
박스지 들어올려 돌아서는 진우의 어둡게 가라앉은 눈빛.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오면
해영 : (멈칫하는 눈빛) 박스지랑 노끈?
직원 : 예.
해영, 눈빛 불길함이 감돈다.
해영(소리) : 시신을 유기할 때 사용했던 물건들.. 또.. 누군가를 죽이려는 거야.
씬/3 N, 진우의 집
긴장한 시선으로 품안에서 권총을 꺼내드는 수현, 아직 어둠이 눈에 익지 않은 듯 벽면을 더듬더듬하며 들어서는데
순간 과거가 떠오르며 멈칫.
-인서트
-10부 4씬, 화장실에 검은 비닐봉지가 머리에 씌워진 채 누워있던 수현.
-10부 4씬, 진우의 집 패닉이 된 수현. 미친 듯이 손으로 벽면을 따라 이동하면서 문을 찾기 시작한다.
-현재, 진우의 집으로 돌아오면 정신을 다잡고 예전처럼 더듬더듬 안으로 들어서는데..
손 끝에 만져지는 장롱. 급격하게 거칠어지는 수현의 호흡.
-인서트
-10부 4씬, 화장실을 나오는 수현. 벽면을 따라 아까 소리가 났던 곳을 향해 더듬더듬 떨리는 손으로 향해 걸어가던 수현.
그러다가 벽면쪽에 놓여진 장롱을 지나다가 장롱안에서 삐죽 나와있는 죽은 여자의 손을 만졌던 수현.
-다시 현재 진우의 집. 수현,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장롱쪽으로 손을 내미는데
그런 수현의 뒤쪽에서 은밀하게 열렸다 닫히는 현관문. 그리고 수현을 향해 다가오는 누군가의 손.
수현, 그런 기색을 알아챈다.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범인의 가느다랗고 차가운 손.
-인서트
-10부, 65씬. 검은 봉투를 뒤집어쓴, 수현. 사람과 부딪쳤다는 걸 직감하고.
수현 : (재갈이 물린 채 힘든 발음으로) 도와주세요..
그런 수현의 시선위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
진우(소리) : 내가.. 도와준다고 했잖아.
검은 비닐봉투를 뒤집어 쓴 수현의 앞에 서 있는 남자, 바로 진우다.
수현, 믿기지 않는 듯 바들바들 떨기 시작한다. 모든 힘을 다해서 일어서서 옆으로 난 골목으로 뛰어들어가는데,
뒤에서 잡아 채는 진우. 수현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그런 진우의 손.
-현재로 돌아오면, 수현의 어깨를 잡으려는 누군가의 손.
수현, 패닉이 되어 ‘악!!’ 비명을 지르면서 그 손을 잡아채서 벽을 향해 밀치는데,
쾅, 벽에 밀쳐지는 사람, 보면 해영이다.
해영 : 차형사님?
하는데, 수현의 눈빛 패닉으로 마구 떨리고 있다.
해영, 그런 수현을 보다가 조심스럽게 권총을 든 손목을 잡는데
순간, ‘악!!’ 비명을 지르면서 해영을 밀치고 때리며 벗어나려고 하는 수현.
해영 : 차형사님. 차형사님! 정신차려요! 나에요. 박해영.
하지만 이성을 잃은 수현의 반항은 오히려 더 거세어진다. 공포에 사로잡혀 거의 발작직전의 수현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해영.
순간, 수현을 강하게 안는다.
수현, 더욱 소리지르며 해영의 품에서 벗어나려 애쓰는데 해영, 더욱 힘을 주어 수현을 안고 수현의 귓가에 대고 얘기한다.
해영 : 나에요. 박해영입니다. 범인 아니에요. 박해영이에요.
수현, 해영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서서히 이성이 되돌아오는 듯, 거칠게 반항하던 동작들이 잦아들기 시작한다.
해영, 수현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됐다는 생각이 들자, 천천히 팔을 풀고, 수현의 어깨를 잡고 눈을 보는데,
여전히 수현의 눈빛, 불안감에 떨고 있다.
해영, 그런 수현에게 눈을 마주치며.
해영 : 차형사님, 나 봐요. 천천히.. 숨 쉬어요. 길게.. 천천히..
수현, 해영의 말에 따라 호흡을 가다듬기 시작한다.
수현 : 여기.. 어떻게 온 거야?
해영 : 범인이 일하던 편의점을 찾아냈어요. 이제 그 놈을 찾아야 합니다. 편의점에서 박스지랑 노끈을 가지고 갔대요.
수현 : (눈빛 굳으며) 또.. 누군가를 죽이려는 거야.
해영 : 안됩니다. 형사님은 차에 가서 좀 쉬어요. 지원요청 했으니까, 금방 다들 올겁니다.
수현 : ...아니.. 그 놈 잡아야지.. 그래야.. 이 악몽이 끝날거야.
씬/4 N, 현재, 진우의 집 외경
진우의 집 밖으로 끼이익 달려와서 멈춰서는 기동차량들.
차량에서 내리는 헌기를 비롯한 감식반원들. 다른 차에서 내리는 치수와 광수대 형사들.
집 입구에 서서 기다리고 있던 듯한 해영과 수현을 향해 다가간다.
치수 : 여기가 확실해?
굳은 얼굴로 치수를 바라보는 수현과 해영.
씬/5 N, 현재, 진우의 집
진우의 집안으로 함께 들어서는 치수와 수현, 해영. 장롱 쪽으로 다가온다.
수현 : 이름 김진우, 나이 37세. 편의점에서 일하는 계약직 직원이었습니다.
수현, 장롱문을 삐꺽 여는데, 텅 빈 장롱안에 작은 박스가 놓여져 있다.
수현, 손수건으로 손을 감싼 채, 박스를 밖으로 빼내서 뚜껑을 연다. 안을 확인하고 얼굴이 굳는 치수.
박스 안에 물품들을 하나씩 클로즈업하는 화면.
검은 색 매직으로 서영진이란 이름이 적혀진 1966년생 서영진의 주민등록 증, ‘윤상미’라고 이름이 적힌 낡은 다이어리,
‘주인희’이름이 적힌 명찰, 책 옆면에 ‘박세정’이라고 적혀있는 낡은 소설책,
손잡이 아랫면에 ‘노현미’ 라고 작게 이름이 쓰인 작은 접이식 우산 등 피해자들의 물품이다. (검은색 매직은 모두 진우의 글씨체)
수현 : 모두 피해자들의 물품이에요.
치수의 눈빛 더욱 굳어지고.
씬/6 N, 몽타쥬
-진우가 일하던 편의점으로 들이닥치는 강형사를 비롯한 강력1팀 형사들,
카운터 안에 진우가 남긴 짐들을 수색하기 시작하는데 나오는 우울증 약병.
-편의점 밖, 편의점 안으로 들어간 형사들과 함께 온 수현은 주변의 씨씨티브이들을 찾기 시작한다.
그런 수현의 시선에 퀵줌으로 들어오는 씨씨티브이. 그런 모습 위로.
치수(소리) : 강력 1팀이랑 차수현은 김진우가 일하던 편의점 인근 씨씨티브이 샅샅이 뒤져서
퇴근 후에 김진우가 어디로 이동했는지 알아내고
-사무실에서 여기저기 전화를 하느라 바쁜 계철과 문형사 등 강력2팀 형사들의 모습.
치수(소리) : 강력2팀이랑 김계철은 김진우 핸드폰, 카드 내역 뽑아보고 김진우 인적사항 뽑아서
친인척이나 같은 학교를 졸업한 지인들 파악해서 김진우랑 최근에 연락한 적 없는지 조사해.
-진우의 집, 여기저기 감식 중인 헌기를 비롯한 감식요원들. 그 주변에 서서 집안을 둘러보고 있는 해영.
치수(소리) : 감식팀은 용의자 집안에서 증거 찾고, 박해영은 용의자 프로파일링을 시작한다.
씬/7 N, 진우의 집
헌기를 비롯한 감식요원들, 여전히 집안 여기저기를 감식중이고,
해영은 좀 떨어진 곳에서 박스안의 물건들을 확인중이다.
해영(소리) : 1차, 윤상미 다이어리, 2차 주인희의 명찰, 3차 이혜영의 손수건 4차, 5차, 6차, 7차, 8차, 9차, 10차..
하나가 비어.. 마지막 피해자, 유승연의 물건이 보이지 않아..
씬/8 N, 광수대 소회의실
치수, 문형사에게 보고받고 있는.
문형사 : 강력1팀한테 연락왔는데요. 씨씨티브이 확인 결과, 편의점에서 퇴근 한 뒤 집쪽으로 사라지는 게
마지막으로 포착됐답니다. 하지만, 주변에 씨씨티브이가 거의 없어서 이후 행적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근 주민들이 기상하면 블랙박스 영상이라도 협조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계철 : (팩스 용지 들고 뛰어오는) 용의자 김진우 가족관계 조사해 봤는데, 김진우가 어렸을 때, 부모가 이혼을 해서,
이후로는 쭉 어머니와 동거하고 있는 걸로 나왔습니다. 어머니 이름은 이순영. 그 집 명의도 이순영 앞으로 돼 있었어요.
씬/9 N, 진우의 집
해영, 통화를 하면서 주변을 살펴본다.
해영 : 용의자가 어머니와 같이 지냈다구요? 아뇨, 여긴 여자가 살던 흔적이 전혀 없어요. 화장품 하나 보이지 않고..
하다가 불안한 시선으로 신발장 쪽으로 다가가서 신발장을 여는데, 남자 운동화 하나..
그리고 제일 아래에 놓여 있는 낡은 여자 신발.
거의 18년 이상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낡고 먼지가 잔뜩 낀 신발을 멈칫해서 보는 해영.
그때 뒤쪽에서 들려오는 헌기의 목소리.
헌기(소리) : 이거.. 사람 뼈 같은데요..
해영, 보면 장롱안을 감식 중이던 헌기, 장롱안에 떨어져 있던 뼈 하나를 들어올리고 있다.
씬/10 D, 홍원동 거리일각
날이 밝은 듯한 이른 아침. 진우의 집 인근 거리에 세워져 있는 차 안에서 블랙박스를 확인해보고 있는 수현.
그 옆에는 차주인인 듯 한 아줌마와 형사1 정도 서 있는데..
그때, 수현, 뭔가를 발견한 듯, 블랙박스 영상을 스톱시킨다.
수현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블랙박스 영상. 밤, 검은 커다란 이민자 가방에 뭔가를 담고서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진우의 모습이다.
수현, 굳은 얼굴로 차에서 내려서며.
수현 : 어젯밤, 열한시 반에 이 앞을 지나갔어.
형사1 : (화면 확인하고는 진우가 향한 방향을 바라본다) 저쪽으로 갔는데.. (하다가 멈칫) 저긴..
수현 : (역시 같은 방향 바라보며) ...시신을 암매장했던 동의산이야.
그때, 울리는 수현의 핸드폰. 해영이다.
수현 : (받으며) 나야.
해영(소리) : 예전에 납치됐을 때, 장롱안에서 시체를 만졌다고 했죠. 그 기억이 맞는 것 같아요.
씬/11 D, 진우의 집
해영 : 장롱안에서 사람의 뼈가 나왔습니다. 누군가의 사체를 여기에 보관한 거에요. 단순한 피해자가 아닐겁니다.
사체를 집 안에 보관했다는 건, 망자와 범인 사이에 감정적인 연관성이 있었을 꺼에요.
외부에 유기했을 때 신분 노출의 위험성도 있었겠죠. 그 사체가 만약.. 친엄마의 사체였다면..
씬/12 D, 동의산 일각
바닥에 툭 떨어지는 삽.
백골사체를 묻고 났는지 바닥에 흙이 다져져있고 그 옆에 서 있는 진우, 아침햇살을 바라보는 눈빛이 텅 비어 있다.
씬/13 D, 동의산 입구
끼이익. 차를 세우고 급히 내려서 산 위로 뛰어올라가는 수현과 형사들의 모습 위로.
해영(소리) : 18년 동안 계속 보관했던 엄마의 사체를 왜 지금 매장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김진우의 감정에 변화가 생긴거에요.
씬/14 D, 동의산 일각
다급히 산길을 오르는 수현과 형사들, 나눠져서 찾으려는 듯, 수신호를 하면서 갈라져서 진우를 찾기 시작한다.
씬/15 D, 진우의 집
초조한 기색의 해영, 수현의 연락을 기다리는데 감식요원 중 한명, 씨디 플레이어의 지문을 감식하려다가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음악. ‘날아라 병아리’다.
해영, 멈칫해서 바라본다.
-인서트
9부, 60씬, 승연의 일기장에 적혀 있던 노래가사.
-다시 돌아오면.. 음악이 흘러나오는 씨디 플레이어를 바라보는 해영.
해영 : 유승연이 좋아하던 음악...
씬/16 D, 동의산 일각
진우, 검은 색 비닐봉투를 집어든다. 어딘가를 바라보는데, 나무에 묶은 둥근 고리를 만든 굵은 밧줄이다.
검은 색 비닐봉투를 보다가 자기 머리에 뒤집어쓰고 자살을 감행하려는 듯, 디딤돌로 삼으려고 놓은 바위를 발로 툭 쳐버리는데..
씬/17 D, 동의산 다른 일각
산길을 뛰어오르는 광수대 형사들. 순간 어디선가 “탕! 탕! 탕”하며 세발의 총성이 들린다.
일동 놀라서 멈춰서서 바라보는데..
씬/18 D, 동의산 일각
하얀 연기가 피어나는 총구에서 화면 빠지면 총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 급히 달려왔는지 가쁜 숨을 내쉬고 있는 수현이다.
줄을 건 나뭇가지를 쏜 듯, 굵은 나뭇가지 떨어져 있고, 바닥에 쓰러져 컥컥 숨을 뱉는 진우다.
저벅저벅 진우에게 다가가 비닐봉투를 벗기는 수현. 그제서야 수현을 바라보는 진우, 눈빛에 초점이 없다.
수현 : (차가운 시선으로 그런 진우를 내려다보며) 이번엔 내가 널 도와줄게... 넌... 이렇게 쉽게 끝내선 안돼. 절대로..
그런 수현의 모습에서 서서히 암전.
씬/19 D, 광수대 건물, 조사실
조사실에 멍하니 앉아있는 진우.
씬/20 D, 광수대 건물, 조사실 옆 관찰실
관찰실에서 그런 진우를 바라보고 있는 범주. 그 옆에서 브리핑 중인 치수.
그 뒤쪽으로는 수현, 해영, 계철, 헌기가 서 있고..
치수 : 동의산 연쇄살인사건의 범인 김진우와 함께 발견된 백골사체는 김진우의 모친, 이순영으로 확인됐습니다.
치아 상태로 봤을 때, 사망 당시 나이는 사십대 중반. 1차 범행이 시작된 1997년 전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인은 정확하지 않지만, 설골이나 경추 등에 골절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타살보다는 자연사쪽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범주 : 엄마는 안 죽였다 치고, 다른 여자들은? 왜 죽인거야?
수현 : 김진우가 7살 때, 부모가 이혼을 한 뒤, 우울증을 앓는 엄마와 단 둘이 지내면서 유년시절에 방치와 학대를 받은 게
결국 살인의 동기로 작용한 게 아닌가 추정됩니다.
범주 : 유년 시절에 학대를 받았다고 사람을 죽여? 미친 쓰레기구만.
그런 범주를 힐긋 보는 해영.
범주, 돌아서서 수현을 보면서 얘기하다가 시선 해영에게 이동하는데, 눈빛에서 싸늘함이 느껴진다.
범주 : 수고들 했어. 검찰에 송치할 때까지 뒷마무리 잘하고
(해영 보다가 치수보며) 기자회견 준비할테니까, 언론 보도자료 준비해.
범주, 관찰실을 빠져나가고.. 치수, 수현도 그 뒤를 따르고..
관찰실에 남은 계철, 헌기 어이없다는 듯 서로 보며.
계철 : 뭐야. 이게 다야? 1계급 특진이나 뭐 포상이나 뭐 그런거라도 있어야 되는 거 아냐?
헌기 : 경찰이 놓친 범인이 9명이나 더 죽였는데, 시끌벅적하게 일 벌이겠어요. 하, 기분도 뒤숭숭한데 마끼아또나 한잔 하러 가요.
계철 : 마끼아또는.. 소주나 한잔 하자.
계철, 헌기 나가고..
혼자 남은 해영, 가만히 조사실의 진우를 바라본다.
씬/21 D, 광수대 건물, 조사실
조사실에 마주앉아 있는 해영과 진우. 진우의 눈빛은 텅 비어 공허할 뿐이다.
그런 진우를 바라보던 해영, 테이블 위에 놓여진 씨디 플레이어의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흘러나오는 음악.
진우의 집에서 흘러나오던 바로 그 음악이다.
순간, 흠칫하는 진우.
해영 : 마지막 피해자, 유승연의 물건.. 이거였죠? 유승연이 자주 듣던 음악.
진우 : ...
해영 : 계속 리플레이가 되고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1년 동안 계속 이 음악을 들었던 건가요?
진우, 말없이 해영을 본다.
해영 : 유승연은.. 달랐던 거죠?
가만히 음악을 듣고 있는 진우의 모습에서.
씬/22 N, 과거, 진우의 집 화장실/진우의 회상
바닥에 떨어진 승연의 이어폰을 통해 들릴 듯 말 듯 흘러나오고 있는 음악.
머리에 검은 비닐봉투가 뒤집어 씌워진 승연, 흐느끼면서 ‘살려주세요...’
그런 승연을 무표정하게 내려다보는 진우. 앞에서 승연의 목에 손을 갖다 대려는데.. 뭔가 겁이 나는 듯, 뒤로 물러나는..
진우 : ...내가.. 도와줄께요.
진우, 승연을 일으켜서 뒤에서 팔을 목에 둘러서 마치 안듯이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승연,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결국 죽음에 다다른 듯, 툭 떨어지는 승연의 손.
그 상태에서 화장실 거울에 비춰진 자신을 처음으로 바라보는 진우. (그 전엔 언제나 앞에서 졸라서 뒤를 보고 있었던)
진우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툭 떨어진다.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는 듯 슥 닦아 버리지만, 또 다시 흐르는 눈물.
그런 진우의 모습위로 흐르는 음악.
씬/23 N, 현재, 광수대 건물 복도
수갑을 찬 진우가 형사들에게 연행되어 복도를 걷고 있는 뒷모습.
조금 떨어져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해영과 수현.
해영 : 아마 김진우는 자기가 그 여자를 좋아하고 있었단 사실조차 몰랐을 겁니다.
아무도 그런 감정을 가르쳐준 적이 없었을테니까요. 그 이후부터 사람을 죽이지 못했을 꺼에요.
그래서 자살을 하려고 했을 겁니다. 사람을 죽이지 못한다면, 살아있을 이유도 없으니까..
수현 : ...
해영 : ...형사님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저 사람.. 그냥.. 미친 쓰레기일 뿐이라고?
수현 : 아무리 어렸을 때, 불우했다고 해도 김진우는 사람을 열 한명이나 죽인 살인범이야. 동정의 여지는 없어.
해영 : ...태어날 때부터 괴물도 있지만, 사람이 만든 괴물도 있습니다. 누군가.. 누군가 한 명이라도 손을 내밀어 줬다면..
김진우도.. 죽은 피해자들도.. 모두 구할 수 있었을 지도 몰라요.
-인서트
-과거, 인주, 법원 앞, ‘우리 형 아니에요’ 울부짖지만, 아무도 그런 해영을 돌아봐주지 않는다.
결국 혼자 남아서 계속 눈물을 흘렸던 해영.
-과거, 인주집을 다시 방문한 해영, ‘형... 나 왔어’ 들어가는데,
손목을 긋고 자살을 한 선우를 발견하고 놀라는 어린 해영의 모습에서.
-다시 현재, 광수대 복도로 돌아오면 진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해영의 가라앉은 시선.
씬/24 N, 해영의 차 안
자동차의 디지털시계가 11시 23분으로 넘어간다.
운전석에 앉아있는 해영, 생각에 잠겨있는데 그때 들리는 ‘치치칙’ 무전기잡음.
해영 손에 들고있던 무전기를 바라본다. 불빛이 들어오며 계기판이 움직이는 무전기.
씬/25 D, 과거, 홍원동 주택가
혼자 탐문수사를 계속하고 있었는지, 어느 집 대문에서 나오는 재한. 또 허탕이었는지 얕게 한숨쉬며 머리를 벅벅 긁는데,
그때 ‘치치칙’ 무전기 잡음이 들린다.
씬/26 D, 과거, 담벼락 아래
사람들 눈에 안 띄는 담벼락 아래로 이동해서 무전을 받는 재한.
재한 : 경위님? 어떻게 됐어요? 범인 잡았습니까?
씬/27 N, 현재, 해영의 차 안
해영 : ....형사님..
씬/28 D, 과거, 담벼락 아래
재한 : 예. 듣고 있습니다. 범인은요?
씬/29 N, 현재, 해영의 차 안
해영 : ...범인.. 잡았습니다.
재한(소리) : 도대체 누굽니까?
해영 : (무전기 보다가) 형사님도 알겠지만, 우리가 누군가의 인생을 결정할 순 없습니다.
잘못하면 엉뚱한 사람 인생이 망가질 수도 있어요.
씬/30 D, 과거, 담벼락 아래
재한 : ..그렇다고 사람들이 죽는 걸 손 놓고 구경만 하잔 얘기에요?
해영(소리) : ....처음 무전을 했을 때 형사님이 그러셨어요.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씬/31 D, 현재, 해영의 차 안
해영 : 미제사건은 누군가가 포기하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겁니다.. 그러니까.. 형사님이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해영, 무전기를 내려다보는데, 어느 새 멈춰져 있는 무전기.
씬/32 D, 과거, 담벼락 아래
재한, 역시 답답한 얼굴로 꺼져 있는 무전기를 내려다보는데.. 그런 재한의 모습 위로.
정제(소리) : 포기해라. 사건 쫑 났다.
씬/33 D, 과거, 형기대
막 사무실에 도착했는지 자리에서 들어서던 재한이 옆에 서 있는 정제를 바라본다.
재한 : 그게 무슨말이야.
정제 : 반장이 사건 종결시켰다구. 단순납치 하나로 언제까지 질질 끌거냐구 한바탕 난리치고 갔어.
재한, 막 돌아서서 나가려면, 정제가 붙잡는다.
정제 : 또 왜.
재한 : 이대로 포기 못해. 조금만 더 수사해보면
정제 : 야. 찾을 수 있는 단서면 진작에 찾았어. 천년만년 이것만 붙잡고 있을래? 괜히 반장 들이받아봤자 너만 깨진다고.
재한 : (답답한)
씬/34 D, 현재, 조사실 옆 관찰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해영. 혹시나 하는 시선으로 유리창 앞으로 천천히 와서 조사실을 바라보는데..
여전히 문형사에게 조사를 받고 있는 진우의 모습. 역시나 변하지 않았다...
씬/35 D, 과거, 형기대
33씬에 이어지는.. 재한, 답답한 얼굴로 나가려는 듯 문을 쾅 열다가 멈칫.. 보면 문앞에 출근하는 듯 서있는 수현이다.
재한 뒤쪽 정제와 형사들. ‘야, 차수현!’ '너 이제 나은 거냐?‘ 반가워하고..
초췌하지만 기운을 차린 듯 미소짓는 수현. 그런 수현을 가만히 바라보는 재한.
씬/36 D, 현재, 광수대 복도
터덜터덜 사무실로 돌아가는 해영의 발걸음이 무겁다.
순간, 그런 해영을 스치듯이 지나가는 바람. 해영, 눈치 채지 못하고, 주머니 안에 손을 넣는데.. 뭔가가 잡힌다.
꺼내서 보면 재한의 수첩에 끼워져 있던 낡은 메모지이다.
메모지를 바라보는 해영을 다시 한번 복도 끝 쪽에서 불어온 바람이 지나가고.. 메모지를 바라보던 해영, 멈칫한다.
씬/37 D, 과거, 영안실
스테인레스 침대 위에 하얀 천으로 덮인 시체, 옆으로 창백한 손 하나가 삐죽 튀어나와 있다.
그런 시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재한과 수현.
재한 : 만져봐. 마네킹을 착각한거였는지 아니면 정말 사람 손이었는지 니가 직접 확인해보라구.
수현 : (망설이는)
재한 : 해 봐. 할 수 있어.
수현, 재한의 진지한 눈빛 보고 다시 마음 다잡는다. 눈 질끈 감고 떨리는 손으로 시체의 손을 만져보는 수현인데...
재한 : (보면)
수현 : (...끄덕끄덕) ...맞아요.. 이 느낌이었어요.
씬/38 D, 과거, 재한의 차 안
홍원동 지도를 살펴보는 재한.
재한(소리) : 왜 장롱 안의 시신은 유기하지 않았지?..왜? 뭐가 무서워서?
만약 시신이 발견되면 신원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었다면..
재한, 뭔가를 깨달은 듯 하다.
재한 : 만약 독거남이 아니었다면.. 두 사람이 사는 2인가구였다면...
씬/39 과거, 몽타주
-낮. 홍원동 동사무소. 장부를 열어서 2인가구 명단을 옮겨 적는 재한.
-낮. 홍원동 거리일각 대문을 일일이 두드리고 초인종을 누르면서 조사를 하는 재한.
-밤. 대문 앞에서 재한을 향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드는 집주인.
씬/40 N, 과거, 진우의 집 앞
저벅저벅 걸어들어오는 재한의 발. 재한이 멈춰서는 곳, 진우의 집 앞이다.
굳게 닫힌 대문을 바라보는데, 순간 재한, 밀려오는 냄새에 멈칫한다. 발 밑 바로 아래에 맨홀에서 올라오는 시궁창 냄새.
설마.. 하는 눈빛으로 서 있는 재한. 그때 삐꺽 소리가 나면서 문이 열리면서 걸어나오는 사람, 바로 진우다.
집 앞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재한과 진우의 모습에서.
씬/41 D, 현재, 광수대 건물 복도
메모지를 바라보고 있는 해영.
메모지의 글씨 ‘1989년 경기남부사건’ ‘1995년 대도사건(진양신도시 개발비리사건)’ ‘1999년 인주 여고생 사건’만 적혀있다.
해영 : 홍원동 사건이 사라졌어...
해영, 뒤돌아서 조사실을 향해 뛰어간다.
씬/42 D, 현재, 조사실
벌컥 조사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해영. 보면 조사실 안이 텅 비어있다.
떨리는 눈빛으로 텅 빈 조사실을 바라본다.
씬/43 D, 현재, 홍원서 수사지원팀
직원에게 복사된 자료를 건네받고 있는 해영.
직원 : 말씀하신 자룝니다.
해영, 자료 첫 장을 보면 ‘1997년 10월~12월 홍원동 살인사건’
뒷장 넘겨보면 ‘피의자 김진우’란 이름, 사건개요 적혀있고(자세한 사건개요는 추후 전달하겠습니다)
마지막장 넘기면 ‘1998년 1월 20일 피의자의 자택에서 피의자 검거‘
해영의 눈빛 떨려온다.
씬/44 D, 현재, 주택가 일각
평범한 다세대주택, 대문을 열고 나오는 여자, 50대로 나이가 든 서영진이다.
한 손에 장바구니를 들고 장을 보러가는 듯 한데, 우울한 성향은 여전한 지 어두운 표정으로 바닥을 보며 터덜터덜 걷는다.
그리고 서영진이 걷는 반대편 길목에 서서 서영진을 바라보고 있는 해영.
-인서트
-9부 44씬의 백골사체 모습
-10부 1씬. 다음 화면, 주부 서영진이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
수현(소리) : 주부 서영진, 2001년 5월 실종, 당시 나이 35세.
-현재 주택가로 돌아오면, 멀어지는 서영진의 뒷모습을 해영,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어디선가 ‘엄마’ 들려오는 목소리.
보면, 20대 초중반의 여대생으로 보이는 영진의 딸이 뛰어와 영진의 팔짱을 낀다.
‘시장가? 같이 가’ 하면서 함께 사라지는 모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해영의 눈빛 위로.
해영(소리) : 2000년 이후에 발생한 피해자들이 모두 살아났다...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
씬/45 D, 현재, 치료감호소 외경
씬/46 D, 현재, 치료감호소
직원(30대, 여)과 함께 복도를 걷는 해영.
직원 : 97년도에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는데, 복역 중에 증세가 심해져서 이쪽으로 이송됐어요.
해영, 직원이 바라보는 곳을 보면 독방 안쪽에서 창살에 기대앉은 진우가 있다.
표정에 아무런 동요 없이 멍하고 무기력해 보이는 진우.
직원이 어딘가를 보고는 해영에게 “잠시만요”하면서 그쪽으로 이동한다.
“오늘 새로 오신 봉사자분들이시죠?”하며 멀어지는 직원의 목소리.
해영, 진우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돌아서서 멀어지는데, 그런 해영과 스치듯이 직원, 봉사자 대여섯명을 통솔해서 지나간다.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승연의 모습. 창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진우와 승연이 한뼘 정도 거리를 두고 스치는데...
창살 너머 진우를 흘깃 보는 승연이지만, 서로를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
그런 두 사람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해영의 멀어지는 뒷모습.
해영(소리) : 이들이 생명을 되찾게 된 댓가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 어떤 불행이 시작됐는지 알 수 없지만..
살아 있다면... 어떻게든 살아만 있다면.. 적어도 희망을 잡을 기회라도 있겠지..
씬/47 D, 현재, 수현의 집/거실
수현, 언제나와 같은 출근 복장에 가방 메고 나오는데, 어이없이 그런 수현을 바라보고 있는 수현모.
수현모 : 너 미쳤어?
수현 : 뭐가?
수현모 : 그러고 선자리를 가겠다구?
수현 : 왜? 제일 좋은 청바진데?
씬/48 D, 현재, 수현의 집, 수현의 방
화장대 앞에 모든 걸 포기한 듯 앉아있는 수현. 카메라 빠지면 하늘하늘한 원피스 입고 있고..
그런 수현에게 이것저것 목걸이, 귀걸이 따위를 갖다대보면서 고민하는 수현모다.
수현모 : 하.. 변호사들은 어떤 타입을 좋아할라나?
수현 : (목걸이 아무거나 하나 뺏어들고) 이거 할게.
일어서려는 수현을 앉히는 수현모, 앰플 파운데이션 들고 앰플을 꾹꾹 누른 후 퍼프에 파운데이션 묻히며.
수현모 : 피부는 또 이게 뭐야. 그러게 어제 팩 좀 하고 자라니까.
수현, 귀찮다. 퍼프 뺏어들고 대충 얼굴에 바르는. (AHC 파운데이션 PPL입니다)
수현 : 됐지?
그때 울리는 수현의 핸드폰. 수현 전화받는데 곧 얼굴빛이 변한다.
씬/48-1D, 서브웨이 매장 외경
씬/48-2D, 서브웨이 매장
주문대 앞에서 샌드위치를 주문하는 해영.
해영 : 클럽샌드위치요.
점원 : 빵은 따뜻하게 데워드릴까요?
해영 : 네.
씬/49 D, 장기미제전담팀
쉬는 날인 듯, 계철과 헌기도 보이지 않고, 해영 혼자 자리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으며 컴퓨터 화면을 확인하고 있다.
(서브웨이 PPL씬입니다)
의경, 대걸레 들고 지나가려다가.
의경 : 비번 아니셨습니까?
해영 : (컴퓨터로 일일 사건보고 확인하고 있는) 난 여기가 재밌어.
하는데, 멀리서 ‘야, 황의경!’ 부르자 냅다 달려가는 의경.
해영, 혼자 남아 사건보고 확인하다가 ‘백골사체’라는 글씨에 멈칫한다.
씬/50 D, 국과수, 특수 부검실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다급히 들어서는 해영.
해영 : 저기, 백골사체...
하고 들어서는데, 윤서 의아하다는 듯.
윤서 : 오늘은.. 같이 오셨네요?
보면, 한쪽에 벌써 와 있는 수현이다.
해영, 수현의 차림 보고.. 기가막힌 듯.
해영 : 이게.. 뭐에요?
하지만 수현 해영 신경도 안 쓰고 윤서를 향해.
수현 : 그래서요.
윤서, 스테인레스 침대위의 백골사체를 내려다보면서.
윤서 : 성별은 남자구요. (수현보며) 그런데.. 오른쪽 어깨에 철심을 박은 흔적이 있어요.
수현, 해영, 동시에 낯빛이 굳는다.
윤서 : 디엔에이 검사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어쩌면.. 차형사님이 찾던 그 사람일지도 모르겠네요.
해영, 긴장하고, 백골사체를 바라보는 수현의 떨려오는 눈빛에서...
씬/51 D, 과거, 형기대 사무실
벽면에 붙어있는 1999년, 2월 12일 달력에서 빠지면 한가한 사무실 분위기.
정제를 비롯한 나머지 형사들은 사건보고서를 작성중이거나 신문을 보거나 잡다한 업무에 한창이다.
자막 - 1999년 2월 12일
그런 가운데, 컴퓨터를 사이에 두고 20대의 멀끔하게 생긴 남자와 그 옆에 분하고 억울한 얼굴로 앉아있는 세명의 여자를 상대로
조서를 작성중인 1999년의 수현이다. 이제는 예전보다 훨씬 더 여유로워 보이는 모습.
수현 : (여자들에게) 자, 세 분 중에 이 분한테 사랑한다는 얘기 들으신 분들 손 드세요.
여자들, 재깍 손 든다.
수현 : (남자 째려보며) 이 사람, 혼빙 맞구만.
남자 : (억울한) 아니 여자 사귈 때 다 사랑한다 그러고 자지, 저리 꺼지라 그러고 자요?
수현 : 뭘 잘했다구 큰소리야? 이 사람이, 사람 마음 가지구 장난을 쳐? 당신같은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이야.
하는데, 앞에 앉은 여자들 중 한명, 울음을 터뜨리고.
수현 : 더 좋은 남자 만나면 되지. 울긴 왜 울어요.
하고, 티슈 줄려고 찾는데, 없다. 가방 열고 안의 휴대용 티슈 꺼내는데 툭 바닥에 떨어지는 매우 여성스럽게 포장한 쵸코렛상자.
수현, 행여 누가 볼세라 다급히 주워들어 가방 안에 넣고 누가 봤나? 주위 휙휙 살피는데
옆자리의 정제를 비롯해서 다른 형사들 모두 신경쓰지 않고 있다.
-시간경과 되면 남자와 여자들 데리고 나가는 수현.
잠시 정적이 흐르던 사무실, 곧 둑이 터지듯 한꺼번에 형사들 신문 내리고, 의자 돌리면서 말소리가 터져 나온다.
정제 : 차수현 저거 지가 짝사랑한다구 너무 감정적으로 수사하는 거 아냐?
형사1 : 아까 봤지? 쵸콜렛이지? 차수현이 이번엔 진짜로 쵸콜렛 주려나본데?
형사2 : 2년 만에 드디어 고백이야?
정제 : 이재한 그놈도 징하지. 저렇게 티가나는구만 어떻게 새까맣게 몰라?
형사1 : 눈치로 엿 바꿔먹은 놈이 뭘 알겠냐.
형사2 : 대체 차수현은 그 자식 뭐에 반한거야?
그때 늘어지게 하품 하면서 사무실로 들어오는 재한. 머리에는 까치집이 지어져 있다.
재한이 자리에 앉는데, 그런 재한에게 일동 시선 몰리고.
정제 : 낸들 알겠냐. 세기의 미스테리다.
재한을 바라보는 형사들의 뚱한 시선.
재한 : (멀뚱멀뚱) ...뭐.
그때 사무실로 수현이 돌아오고, 형사들은 자연스럽게 다시 모른 척 자기 일에 몰두하는 척 하는데..
정제, 나름 바람 잡아주려는 듯.
정제 : 낼모레가 발렌타인데이라며. 쪼꼬렛 주는날.
수현 : (움찔)
정제 : (재한 보며) 이재한 넌 뭐 누구한테 받은거 없냐?
수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저도 모르게 재한을 바라보는데.
재한 : 나는 그 딴 거 챙기는 여자 딱 질색이야. 한심하게 바람만 들어갖구..
형사들 뜨악해서 수현의 눈치를 보는데, 걸어오던 수현, 비틀한다.
씬/52 N, 과거, 수현의 집
바닥에 툭 던지듯이 가방을 내려놓은 수현, 시무룩한 얼굴로 침대 위에 쿵 대자로 엎어져 눕는다.
책상에 앉아있던 고등학생 수민이 수현의 침대 옆에 다가와서 앉는다.
수민 : 어떻게 됐어? 고백했어? 뭐라 그래?
수현 : ...피곤해 말 시키지마.
수민 : 왜. 차였어?
수현 : 시끄럽다구.
수민, 입 뾰로통 나오는데 문득 보면, 바닥에 놓인 가방이 보이는데, 그 안에 전씬의 쵸코렛 상자가 들어있다.
수민 : 뭐야. 쵸코렛도 못 줬어?
수현 : ......
수민 : 아오 답답해 진짜... 대체 뭐 얼마나 잘났길래 고백 한마디를 못하냐? 무슨 장동건이야? 도대체 어디가 그렇게 좋은건데?
수현, 침대에 누운 채로 눈만 끔뻑끔뻑하는데...
씬/52-1D, 과거, 형기대 사무실
수사를 나갔다가 돌아오는 듯, 피곤한 얼굴로 사무실로 들어서는 재한,
그런데 책상에 의자 올려놓고, 대청소중인 정제를 비롯한 형사들.
재한 : 왜 안하던 짓들 하고 그러냐?
정제 : 너도 좀 와서 도와라. 오늘, 의원님 시찰오신단다.
재한 : 우리가 무슨 고등학교 미화부원들도 아니고, 그냥 하던대로 하자. 좀.
그때, 탕비실 같은 곳에서 깨끗이 닦은 커피잔들이 담겨진 쟁반들고 나타나는 정복차림의 수현. 감기에 걸린 듯 낯빛이 안 좋다.
수현 : 오셨어요. (기침)
재한 : 잰 또 다방레지 당첨이냐? 수사는 안하고 맨날 커피만 날라?
수현, 얼굴 어두워지며 쟁반, 자기 책상위에 놓고 기침 콜록대며 지나가고..
정제, 재한을 툭 치며.
정제 : 안 그래도 아픈 애를 왜 그래? 쟤가 하고 싶어 해? 윗분들 오실때마다 마스코트니 뭐니 위에서 불러대는데.. 지는 좋겠냐?
재한, 콜록대며 밖으로 나가는 수현을 보고는.
재한 : 아니, 지들은 손이 없어 발이 없어. 꼭 커피는 여자가 타줘야 돼?
씬/52-2D, 과거, 여자숙직실
약을 먹고 잠시 눈을 붙힌 듯, 벽에 기대 앉아 졸고 있는 수현.
그때, 여기저기 수현을 찾아다닌 듯한 정제, 노크와 함께 문을 열고 그 기세에 눈 뜨는 수현.
정제 : 야, 너 여기 있으면 어떡해. 의원님 오셨어!
화들짝 놀라서 일어서는 수현.
씬/52-3D, 과거, 형기대 대장실
대장실, 응접세트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대장과 금뱃지단 의원, 범주와 의원 뒤쪽엔 보좌관들.
대장 : 의원님 목 타시겠네. 커피는 안 오나?
범주 : 형기대 소속 차수현 순경이 준비중입니다. 저희 대 최초의 여순경이죠.
대장 : 우리 형기대의 꽃입니다.
씬/52-4D, 과거, 형기대 사무실
허둥지둥 옷매무새 만지며 뛰어들어오는 정제와 수현.
정제 : (뛰어들어 오며) 이재한 이놈은 숙직실 좀 찾아보라 그랬더니, 어딜 간거야?
수현, 정제 다급히 커피 쟁반 놔둔 책상으로 뛰어오는데.. 엥? 책상이 텅 비어 있다.
정제 : 뭐야? 아까까지 여깄었는데, 어디갔어.
씬/52-5D, 과거, 형기대 대장실
담소를 나누고 있는 의원, 대장, 범주.
그때, 똑똑 들려오는 노크소리와 함께 문 열리면서 커피쟁반 들고 들어서는 재한이다.
대장과 범주, 의원... 이건 무슨 상황이지? 눈 깜박거리면서 바라보는데
재한, 최대한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표정으로 들어와서
테이블 위에 커피받침에 커피잔 세팅해서 떨떠름한 표정의 의원 앞에 놓으며.
재한 : 프림은.. 몇 숟갈 드릴까요?
씬/52-6D, 과거, 형기대 대장실 밖 복도
부다다다, 대장실을 향해 뛰어오는 수현과 정제. 순간, 뭔가를 목격하고 놀라서 그 자리에 굳은 듯 멈춰선다.
보면, 대장실 문 열리면서 커피쟁반 들고 나오는 재한이다.
정제 : ...너.. 미쳤냐?
수현 : ...서...선배님...
재한, 무안하고 뻘쭘해서 오히려 더 화난 말투로 수현 머리 손가락으로 툭 치며.
재한 : 이게 강력계가 빠져가지구.. 이거봐. 어디서 눈 똥그랗게 뜨구 자꾸 그렇게 눈 깜박깜박거리구 생글거리구 다니니까
커피심부름이나 시키는 거야. 언제까지 형기대 꽃 소리 듣고 다닐껀데?
수현 : 그게.. 싹싹하게 하라 그러셔서..
재한 : 봐봐, 또 눈 크게 이쁘게 뜨잖아. 강력계 형사같이 눈에 힘 팍 주라구.
수현 : (도대체 눈을 어떻게 해야 할 줄 모르겠다)
재한 : 그렇게 여자같이 하고 다니니까 감기같은 거나 걸리지. 우리봐봐. 1년 365일 아픈 거 봤어?
암튼 한번만 더 아퍼서 골골대기만 해. 아주 골로 보내버린다.
하고는 무안한 듯, 빠르게 쟁반 들고 강력계 사무실로 총총총 사라지는데..
정제 : ...(그런 재한 보다가 뒤쫓으며) 야, 미쓰리. 나두 커피 한잔 줘! 미쓰리!!
하면서 쫓아가고.. 수현, 뒤돌아서 멀어지는 재한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정제 뒤돌아보며 너 죽을래? 하는 재한과 시선 마주치자 순간, 어쩐지 가슴이 뛰고 얼굴에 열이 오르는데..
수현 : 감기때문인가?
하다가, 재한이 툭 친 머리부분을 살짝 만지는.. 다시 열이 오른다.
-수현의 방으로 돌아와서, 침대에 누워있는 수현, 살짝 미소 번지고.
수민 : 어디가 좋냐니까?
수현 : 몰라..
수현, 괜히 침대에 얼굴을 묻는다.
씬/53 D, 현재, 국과수 특수부검실 밖 복도
복도에 기대어 마주서서 초조한 얼굴로 디엔에이 검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수현과 해영.
그때 저 멀리에서 디엔에이 검사지를 들고 다가오는 윤서.
긴장해서 보는 두 사람.
해영 : 어떻게 됐어요? 디엔에이.. 일치했나요?
윤서 : (보다가 고개 가로젓는다) 아뇨. 일치하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입니다.
씬/54 D, 현재, 국과수 일각
해영과 수현이 나란히 걷고 있다. 수현은 어쩐지 맥이 풀린 듯 보인다.
해영 : 쉬는날에 헛걸음 하셨네요.
수현 : ......
해영, 수현을 힐끔 훑어보다가.
해영 : ...근데 취향이 원래 이래요? 어디 선보러가는 것도 아니고.
수현 : ......
해영 : 진짜 선봤어요?
수현 : 신경꺼.
해영 : 진짜 하실려구요? 결혼?
수현, 우뚝 멈춰서서 해영을 바라본다. 해영 괜히 움찔하는데.
수현 : 내가 결혼하건, 안하건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해영 : (보는)
수현 : 너야말로 여기 왜 온거야? 이재한 선배한테 왜 그렇게 관심이 많은 거냐구?
해영 : ...말씀드렸잖아요. 고마운 분이니까 그러는 거라구.
수현 : 말 같지도 않은 변명 집어치우고 진짜 이유 대봐. 도대체 뭐야?
해영 : (보는) 진짜 이유를 대면 믿으실 겁니까? 나도 믿기 힘든 얘기를 형사님이 믿어줄 수 있겠어요?
수현 : 뭐?
해영 : ..(보다가) 선보는 남자한텐 좀 나긋나긋하게 하십쇼. 지금처럼 취조하듯 하면 다 도망갑니다.
하고는 뒤돌아서 저벅저벅 걸어간다.
수현, ‘박해영!’ 부르지만, 해영 말없이 멀어지고.. 그런 해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수현.
씬/55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책상에 앉아 메모지를 바라보고 있는 해영. 메모지에 쓰여있는 ‘1999년 인주여고생사건’이라는 글자가 클로즈업된다.
씬/56 D, 과거, 재한의 집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면서 들어오는 재한. 그때, 울리는 ‘치치칙’ 무전기 잡음.
재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흠칫 놀라다가 바깥쪽 눈치 한번보고는 바닥에 벗어놓은 외투 안주머니에서 무전기를 꺼낸다.
재한 : 박해영 경위님이에요?
씬/57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책상에 앉아 재한과 무전을 하고있는 해영.
해영 : 네. 접니다. 김진우 체포한 거.. 형사님이시죠?
씬/58 D, 과거, 재한의 집
재한 : (불안한) 어떻게 됐어요? 그 뒤로 또 뭐가 이상하게 변한 건 없어요?
씬/59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해영 : 아니요. 모두.. 무사합니다. 형사님 덕분에 아홉 명이 살아났어요.
씬/60 D, 과거, 재한의 방
재한 : 정말입니까? (그제서야 한숨 돌리는) 다행이네요. 다행이야..
씬/61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메모지를 바라보는 해영.
해영 : ...이제... 한 사건만 남았습니다.
씬/62 D, 과거, 재한의 집
재한 : 한 사건이요? 그게.. 무슨 얘깁니까?
씬/63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해영 : ...거기 1999년입니까?
씬/64 D, 과거, 재한의 집
재한 :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요?
씬/65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해영 : 1999년 인주 여고생사건. 형사님 메모지에 적혀있는 마지막 사건입니다. 형사님은.. 그 사건을 수사하게 될 꺼에요.
씬/66 N, 과거, 재한의 집
재한 : (의아한) ...인주 여고생 사건이요? 그게 무슨 사건이죠? 거기서 또 무슨 일이 벌어지는데요?
씬/67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해영 : 형사님한테.. 부탁이 있습니다. 그때 1999년 인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제게 그 사건의 진실을 말씀해 주세요.
제게..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씬/68 D, 과거, 재한의 집
재한 : 그게.. 인주시는 우리 관할이 아니에요. 거기서 무슨 사건이 벌어지는지 모르겠지만..
하는데, 이미 무전기는 이미 끊어져 있다. 아직 영문을 모르겠는 재한.
씬/69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꺼진 무전기를 보다가 메모지를 바라보는 해영의 눈빛. 간절함이 배어 있다.
메모지의 ‘1999년 인주 여고생 사건’이란 글씨로 향하는 화면.
씬/70 N, 과거, 인주시 거리 일각
밤, 여기저기 건물에 불빛이 켜진 인적이 드문 한적한 지방 소도시.
동사무소 같은 공공기관 앞에 걸려 있는 ‘공기좋고 살기좋은 아름다운 인주시를 만듭시다’라는 플래카드 위로
‘자막 - 1999년, 2월, 인주’
씬/71 N, 과거, 인주시, 모처
컴컴한 방 안, 모니터 불빛만이 유일한데, 모니터를 비추면 인주고 홈페이지다.
홈페이지의 게시판을 클릭하는 손.
게시판에 한글자, 두 글자씩 쳐내려가는 누군가의 손. ‘모든 건 버드나무 집에서 시작됐다’
씬/72 N, 과거, 몽타쥬
-밤, 인주시내 피씨방. 담배연기가 희뿌연 피씨방. 온라인 게임소리가 여기저기 요란하게 들리는데
피씨방으로 뛰어들어오는 남고생1.
남고생1 : 야, 홈피 게시판 봤어?
-시간경과되면 모여서 게시판 글을 확인하는 남고생들.
‘모든 건 버드나무 집에서 시작됐다. 처음엔 한 명이었고, 그 다음엔 일곱 명의 인간. 마지막엔 열 명의 악마들’
-가정집. 여고생 두 명이 굳은 얼굴로 모니터 화면을 보고 있다. ‘악마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다’
-과거, 인주시 모처. 계속해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누군가의 손.
‘친구였던 여학생을 짐승처럼 짓밟고도 여전히 우리와 함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고.. 떠들고.. ‘
-또 다른 인주시내 피씨방. 게임중인 일진1을 비롯한 불량 학생들.
불량학생 중 한 명 게시판을 읽다가 얼굴 굳으며 일진1을 툭툭 친다.
일진1 : 아 왜!
불량 : (굳은 얼굴) 이거...
일진1 : 뭔데?
불량 : 버드나무집이면 거기잖아.
게시판 글을 보고나서 삽시간에 얼굴 굳는 일진1.
씬/73 N, 과거, 해영의 집
밥상 위에 교과서를 펼쳐 놓고 해영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고 있는 선우.
그때, 거실에 놓여있던 유선전화가 울린다. 전화를 받는 선우.
선우 : 여보세요. (사이) 나야. 무슨 일인데? (놀라서 눈빛 굳는)
씬/74 N, 과거, 해영의 집 밖
대문을 막 나서는 선우, 뒤에서 해영이 쫓아나온다.
선우 : 집에 있으라니까.
해영 : 나도 가면 안돼?
선우 : 넌 못 가는 데야. 형 금방 갔다올게.
뾰로통한 얼굴의 해영이 집으로 들어가면, 선우 급하게 뛰기 시작한다.
씬/75 N, 몽타주
-인주고등학교 외경
-학교 건물 복도를 달리는 혜승의 뒷모습.
-교무실에서 굳은 얼굴로 학교 게시판 글을 보고 있는 선생님들.
(게시판 글은 아래가 전체글. 위 몽타쥬씬은 사이사이 보여주는 느낌으로 썼습니다)
‘모든 건 버드나무 집에서 시작됐다. 처음엔 한 명이었고, 그 다음엔 일곱 명의 인간. 마지막엔 열 명의 악마들.
악마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다. 친구였던 여학생을 짐승처럼 짓밟고도
여전히 우리와 함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고.. 떠들고.. 죄를 지은 사람은 많은데 죗값을 받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난 어떻게 해야 할까..’
-학교 건물 계단을 빠르게 오르는 혜승이의 발.
-야자 시간 도중 낮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 학생들. “그 게시판 얘기 들었어?” “버드나무집?” “그거 3반에 걔라며”
정신없이 떠드는 아이들의 입.
-학교 계단을 쉬지않고 올라가는 혜승이의 발. 마지막 계단을 딛고 쾅 문을 열면 옥상이다.
-밤, 인주 고등학교 옥상. 난간을 향해 말릴 틈도 없이 뛰어가는 혜승의 뒷모습.
마치 금방이라도 난간 밖으로 몸을 날릴 것 같은 혜승의 모습에서.
씬/76 N, 과거, 고급 일식집 복도
정적이 흐르는 일식집 복도.
앞서 걷고 있는 보좌관의 뒤를 따라 걷고 있는 범주. 잔뜩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보좌관 한 룸앞에 멈춰서면 앞에 대기하고 있던 종업원 문을 조심스럽게 연다.
씬/76-1N, 과거, 일식집 룸
넓고 고급스러운 일식집 룸 안으로 들어서는 보좌관.
보좌관 : (90도로 인사한 뒤) 도착했습니다.
보좌관 뒤를 바라보며 눈짓하자, 잔뜩 긴장한 범주 안으로 들어선다.
그제서야 보여지는 테이블에 앉아있는 누군가..
넓은 테이블에 차려진 일식 정통 요리를 범주쪽은 바라보지도 않고 천천히 음미하듯 먹고 있는 장영철 의원이다.
범주, 그런 영철을 보다가 넙죽 엎드려 절을 하며.
범주 : 형사기동대 반장 김범줍니다.
영철 : (여전히 시선 주지 않으며 보좌관에게) 경찰쪽은?
보좌관 : 내일 경찰청 차원에서 쇄신인사를 단행할 예정입니다.
영철 : 그래.. 조직이 썩지 않으려면 새 인물을 계속 수혈해야지.
엎드려 있던 범주, 영철의 얘기에 눈빛 반짝하며 더욱 몸을 낮추며.
범주 : 뭐든 맡겨만 주십시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그제서야 천천히 범주를 바라보는 영철.
영철 : 그게 무슨 소리에요. 나한테 충성을 하다니.. 경찰이 그래서 쓰나..
범주, 영철의 말에 바싹 긴장하는 눈빛.
영철 : 경찰은 무슨 일이 있어도 흔들려선 안되요. 공정하고 투명하게.. 수사해야죠.
범주, 이게 무슨 말인가.. 천천히 고개를 들다가 영철의 서늘한 시선과 마주친다.
범주 : ..(멈칫하다가 영철의 속내를 알아차리는) 그럼요. 공정하고 투명하게..
영철 :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서늘한 영철의 눈빛을 바라보며 서서히 비열한 미소를 짓는 범주.
범주 :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시 영철을 향해 몸을 숙이는 범주.
천천히 시선을 돌려 다시 여유있는 미소를 띄우는 영철. 우아한 손놀림으로 식사를 다시 시작한다.
씬/77 D, 과거, 형기대 사무실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는 재한, 보면 한 쪽에 종이컵 커피를 마시며 수군대는 형사들이 보이는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든지, 혀를 찬다든지 얼굴 표정들이 그닥 좋지 않다.
그 무리 중에 끼어있던 수현, 재한을 보고 재한에게 다가온다.
수현 : 오셨어요.
재한 : 무슨 일인데 분위기가 이래?
수현 : 인주에서 성폭행 사건이 터졌는데 그게 좀...
재한 : 왜?
수현 : 피해자가 여고생인데.. 연루된 가해자 숫자만 열 명이 넘는데요.
재한 : (기가막힌) 뭐? 열 명?!
멈칫하는 재한의 시선에서.
-인서트 67씬.
해영 : 형사님한테.. 부탁이 있습니다. 그때 1999년 인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제게 그 사건의 진실을 말씀해 주세요.
제게..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다시 형기대 사무실로 돌아오면, 문 열리면서 들어서는 범주.
범주 : 다들 들었겠지만, 인주에서 사건이 하나 터졌다. 관할서 차원에서 감당하기 힘든 사건이라,
형기대를 중심으로 특수수사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형기대1팀이 주축이 되고 내가 직접 내려가서 지휘할 예정이다.
형기대 1팀, 김정제, 최석원, 김예철, 채상훈.
범주가 이름 호명하면, 정제, 형사1, 형사2, 형사3을 비추는 화면.
범주 : 한시간 안에 준비 끝내. (팀원들 둘러보고는) 바로 인주로 내려간다.
범주, 나가고.. 호명된 형사들, 일어서서 짐을 챙기려는 듯 나가는데
재한, 그 중 형사3을 붙잡는.
재한 : 야, 나 좀 보자.
씬/77-1D, 과거, 형기대 건물 앞/기동차량 안
건물 앞에 시동이 걸린 채 세워져 있는 기동차량으로 짐이 든 가방을 들고 내려오는 범주.
조수석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타다가 룸미러를 보고 멈칫. 뒷자리 형사 1,2와 함께 앉아있는 재한이다.
범주 : 여기서 뭐하는 거야?
재한 : 채형사가 몸이 안 좋다고 해서, 제가 대신 가기로 했습니다.
맘에 들지 않는 시선으로 룸미러를 통해 재한을 바라보는 범주.
재한 : 왜요? 제가 가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범주 : (재한 짜증스럽게 보다가 정제에게) 출발해.
차를 출발시키는 정제.
씬/78 D, 과거, 국도 일각
인주로 향하는 국도를 달리고 있는 기동차량.
차 안에는 운전을 하는 정제, 조수석엔 범주. 뒷좌석에는 재한을 비롯한 형사들이 앉아있다.
그런 재한, 그리고 범주의 시선에 보이는 저 앞쪽의 녹색 표지판. ‘인주시에 오신걸 환영합니다’라고 적혀있다.
표지판을 지나쳐서 인주시내로 들어가는 자동차.
씬/79 D, 과거, 인주서 앞
차에서 내리는 범주와 재한을 포함한 형기대 인원들.
인주서 앞에서 서성이던 기자들, 재한 일행에게 다가오며.
기자1 : 형기대에서 오신 건가요?
기자2 : 앞으로 수사방향은 어떻게 됩니까?
기자1 : 상부에서 수사를 일부러 축소시키려고 한다는 소문이 돌던데요.
그때, 인주서 건물안에서 기자들 뚫고 일행에게 다가오는 치수.
치수 : 형기대에서 오셨죠? 이쪽으로 오시죠. (기자들에 밀어내며) 어허, 이 사람들 좀 절루 가요.
치수의 인솔 하에 경찰서 안으로 들어가는 형기대 일행.
씬/80 D, 과거, 인주서 강력계 사무실
강력계 사무실 테이블에 앉아있는 재한과 정제, 형사1,2.
한켠에 주르륵 앉아있는 일진1을 비롯한 다섯 명 정도의 동네 불량학생들.
그 앞을 가로막고 선 학생들의 부모 몇 명, 형사에게 따지고 있다.
엄마 : 조사를 해? 누구 허락도 없이 조사를 해? 내 아들이 뭘 잘못했는데?
관할형사 : 그러니까 조사해보면..
엄마 : 뭘 조사를 해요, 조사를 하길! 여자애가 작정하고 꼬리치는데, 안 넘어갈 남자가 어딨어요! 우리 아들은 아무 잘못 없다니까!
그런 모습을 힐긋 보는 형기대 일행.
그때, 커피들고 다가오는 치수. 테이블위에 올려놓으며.
치수 : 멀리까지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한잔들 드세요.
정제 : 쟤네들이에요?
치수 : 피해자가 최초진술에서 진술한 불량써클 애들입니다. 시내에서도 소문난 애들이에요. 못된 짓만 골라하더니..
재한 : 아까 그 얘긴 뭡니까?
치수 : (보면)
재한 : 기자들 얘기요.
치수 : (보일 듯 말 듯 얼굴 굳다가 다시 미소지으며) 다 지어낸 헛소립니다. 누가 수사를 축소합니까.
씬/81 D, 과거, 인주서 강력계 반장실
지금까지 수사자료를 살펴보고 있는 범주. 그런 범주 눈치를 보면서 맞은편에 앉아 있는 인주서 반장.
범주 : (한 장 두 장 살펴보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엉망진창이네요.
반장 : (땀 닦으며) 그게..
범주 : 이런 식으로 일하시니, 기자들이 저렇게 시끄럽게 구는 겁니다. 지금이 쌍팔년도 아니고, 투명하게 수사해야죠. 투명하게..
반장 : 예? 하지만..
범주, 수사자료 안에 끼어져 있는 게시판 글을 보는.
범주 : 이게 시작이었죠?
반장 : 게시판 글은 올리자마자 바로 삭제시켰습니다.
범주 : 그러니까.. 그것부터 잘못이었어요. 삭제시킨다고 학생들 사이에 쫙 퍼진 소문이 사라집니까?
기자들한테 원본글 공개하세요.
반장 : (놀라는) 예? 하지만..
범주 : 세상엔 살 가치도 없는 벌레같은 놈들이 많습니다. 그런 벌레같은 놈들은 한번 잡을 때, 아예 씨를 말려 버려야 되요.
반장 :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듯 보는)
범주 : 처음엔 한 명, 그 다음엔 7명, 마지막으로 열명. 합해서 열 여덟마리 벌레만 잡아들이면 끝나는 겁니다.
어차피 지역 이미지만 갉아먹는 쓰레기들인데, 이참에 깨끗이 소독해 버리죠... 투명하게.
반장 : 어쨌든.. 전 김범주 반장만 믿겠습니다.
범주 : 반장님도 따로 처리해 줘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반장 : (보면)
범주 : (게시판 글 들어올리며) 이 글을 올린 장본인이 누군지 알아내세요.
반장 : 안 그래도 계속 찾고는 있는데..
범주 : (강하게 보는) 찾고는 있는데가 아니라 반드시 찾아내야죠.
반장 : (깨깽...) 알겠습니다.
씬/82 D, 과거, 인주서 회의실
치수를 비롯한 인주서 강력계 형사들 네다섯명과 재한을 비롯한 형기대 형사들에게 게시판 글을 나눠주고 있는 범주.
재한 : (게시판 글보다가) 이게 사실입니까? 누가 작성한거죠?
범주 : 인주고 학생으로 짐작될 뿐 누군지 밝혀지진 않았어.
정제 : 이게 사실이면, 가해학생 수가 훨씬 늘어납니다.
범주 : 찾아내야지. 끝까지.. 이재한은 피해자 만나서 이 글이 사실인지 진위여부 파악하고
김정제는 정확히 어디서 범행이 저질러졌는지, 수색하고, 다른 인원들은 학교 관계자들 수사해서 이 글 올린 사람 찾아내.
형기대 한명에 파트너로 관할서 형사가 붙어서 수사를 시작한다. 이상.
범주 나가고 파트너로 정해진 형사들끼리 서로 다가가서 인사하는데,
재한에게 다가오는 치수. 해맑은 미소로.
치수 :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아까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인사를 못했네요. 인주서 안치수 경삽니다.
씬/83 N, 현재, 병원 중환자실 밖 복도
전 씬의 치수의 모습, 현재의 나이든 치수의 모습으로 오버랩된다.
안타까운 표정으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치수.
치수가 바라보고 있는 유리창 너머에는 중환자실 침대 위에 누워있는 소녀(10대 후반)가 있다.
침대에 붙어있는 명찰에는 ‘환자 : 안현경 보호자 : 안치수’라는 글씨. 그런 소녀의 상태를 체크하는 간호사.
딸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치수.
-시간경과되면 중환자실 문 앞에서 얘기중인 의사와 치수.
의사 : 아무래도 오래는 못 버틸 것 같네요...마음의 준비를 하시는게...
치수 : (!)
의사 목례하고 지나가면 망연자실한 치수가 유리창으로 딸의 모습을 돌아보는데...그때 울리는 핸드폰.
화면 보면, 김범주수사국장이다.
씬/84 N, 경찰청, 수사국장실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국장실로 들어서는 치수.
범주,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치수, 그런 범주를 바라보는데..
범주 : ...딸 아이가 위독하다구?
치수 : ...
범주 : 그래서.. 그런거야? (뒤돌아서는데 눈빛에는 전혀 연민이나 동정 따위 보이지 않고 차갑기만 하다)
딸래미 죽어 나갈테니까, 병원비 따위 필요없다. 그래서 그 따위로 구는 거냐구.
치수, 말없이 범주를 보는..
범주 : 박해영이 그때 죽은 박선우 동생이란거.. 너 알고 있었지?
치수 : (멈칫해서 보는)
범주 : 알면서 보고 안한 이유가 뭐야?!!
범주, 무섭게 다가와서 치수 멱살 잡아 벽에 쾅 밀치며.
범주 : 개를 키워놨더니, 주인을 물어? 계장 모가지 따위 당장에라도 쳐낼 수 있어!
치수 : ...압니다.
범주 : 뭐?
치수, 범주를 보다가 범주의 손을 강하게 잡아 밀쳐내고는 외투 안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서 근처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치수 : 이제 다 끝났습니다...
치수, 목례하고 사무실을 나간다.
범주가 보면, 테이블 위에 놓인 봉투에 ‘사직서’라고 적혀있다. 범주의 눈빛이 싸늘하게 굳는다.
씬/85 N, 현재, 국도 일각
어두운 국도를 달리는 자동차. 치수, 굳은 표정으로 운전을 하고 있다.
저 앞쪽으로 보이는 녹색 표지판. ‘인주시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푯말을 지나, 인주시로 진입하는 치수의 자동차.
씬/86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책상 위에 펼쳐져있는 인주사건 수사기록들과 사건기사 스크랩들.
수사기록들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있는 해영. 그때, 울리는 핸드폰. ‘안치수 계장’이다.
해영 : (의아한 얼굴로 시간 보며) 박해영입니다.
치수(소리) : ...나야.
해영 : 이 시간에 웬일이십니까? 사건이라도 터진거에요?
씬/87 N, 현재, 인주 병원 일각
로비를 걸어 어디론가 이동하면서 해영과 통화중인 치수.
치수 : ...박해영. 니가 인주 사건에 왜 그렇게 매달리는지 알아. 니 형 박선우가 그렇게 죽은 거.. 나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씬/88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해영, 놀라서 멈칫하다가.. 싸늘해지는.
해영 : 그게.. 무슨 얘깁니까? 내 뒷조사를 한 거에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죠?
씬/89 N, 현재, 인주 병원 일각
응급실 앞을 지나는 치수. 구급차의 사이렌소리 깔리고, 다급히 지나치는 이동침대의 소리.
치수 : ...그 사건.. 생각보다 훨씬 더 위험해. 니가 진실을 알게된다면.. 너도 니 형처럼 위험해 질 거야.
씬/90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해영 : ...아뇨. 난 알아야 겠습니다. 우리 형이 왜 그렇게 죽을 수 밖에 없었는지,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알아낼 꺼에요.
씬/91 N, 현재, 인주 병원 일각
응급실을 지나쳐서 엘리베이터 맞은편 비상구 문을 여는 치수. 들려오는 ‘띵’하는 엘리베이터 도착음.
비상구 안으로 들어오는 치수. ‘탕’ 비상구 문 닫히는 소리.
치수 : 진실을 알고도 감당할 수 있다면.. 내려와. 인주로..
씬/92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해영 :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계신 겁니까?
씬/93 N, 현재, 인주 병원, 비상구 계단
치수 : ...(결심이 선 듯) 그래.. 알아. 그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내가.. 내 손으로 그 사건을 조작했으니까..
씬/94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소스라치게 놀라서 벌떡 일어서는 해영.
해영 : ...그게.. 사실이에요?
치수(소리) : 두 시간 뒤.. 인주병원 앞이다.
씬/95 N, 현재, 인주 병원 비상구 계단
핸드폰 너머 ‘여보세요! 계장님!’ 하는 해영의 소리 무시하고 전화를 끊는 치수의 모습에서.
씬/95-1D, 과거, 인주 시내 병원 로비
재한과 함께 로비로 들어서는 과거의 치수의 모습으로 오버랩되는 화면.
치수 : 피해자는 강혜승이란 학생입니다. 이번에 2학년으로 올라가는 학생이죠.
그때, 저 앞쪽에서 걸어나오는 교복을 입은 동진과 스치듯이 지나가는 재한과 치수.
두 사람의 뒤쪽으로 멀어지는 동진의 손에는 빨간 목도리가 담겨진 쇼핑백이 들려져 있다.
씬/96 D, 과거, 인주 시내 병원 복도/병실
혜승이 병실을 향해 걸어오며 대화중인 재한과 치수.
치수 : 가해자로 지목된 불량 학생들과도 자주 어울렸나봐요. 사건 직후 자살을 시도했어요.
정신적으로 불안해 해서, 아마, 직접 만나긴 힘들 겁니다.
그때, 저 앞쪽, 혜승이 병실 앞에서 연락을 받고 치수와 재한을 기다리고 있던 듯한 혜승부. 치수를 보자 꾸벅 인사를 한다.
-시간경과 되면 복도 한켠에 서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치수, 재한, 혜승부다.
혜승부, 치수가 건네준 게시판 글을 보고 머뭇거리다가.
혜승부 : (다시 건네주며) 맞수다.
재한 : (보면) 뭐가 맞다는 거죠?
혜승부 : 거기 있는 얘기 다 맞다구요.
재한 : (보면) 처음 피해자가 진술한 가해자는 열 명이라고 들었는데요. 왜 거짓말을 한 거죠?
혜승부 : 여자애가 그런 짓을 당했는데, 더 많은 놈한테 당했다고 떠벌일 일 있어요? 쪽팔려서 그랬다고 그럽디다.
치수 : 누구누군지 기억한데요?
혜승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메모지를 꺼내서 건넨다.
재한, 보면 안에 주르륵 열 여덟명의 이름과 학교명이 적혀 있다.
혜승부 : 밤마다 어울려 다니던 놈들이래요. 원.. 여자애가 함부로 몸을 놀리니, 그딴 일이나 당하지.
재한, 힐긋 혜승부를 보는.
치수 : 확실한 거죠?
혜승부 : 지 싸인까지 거기 있잖아요.
재한, 보면 피해자 이름들 제일 밑 강혜승이란 이름.
재한 : 최초 진술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아버님이 대신 진술을 하셨는데요. 직접 만나서 얘길 듣고 싶습니다.
혜승부, 약간 당황해서 치수와 찰나 시선 마주치는데..
치수 : 피해자가 정신적으로 불안해서, 외부인은 절대 면회 사절이랍니다.
재한 : 잠시면 됩니다.
혜승부 : 잠시고 나발이고 안된다니까 그러네. 할 말 끝났으니까, 이제 가세요.
재한 : 술 드셨어요?
혜승부 : (멈칫하다가) 이 양반이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할 말 끝났으니까, 가라고!
(돌아서서 병실로 들어가며) 내 입으로 내가 술도 못 마셔? 재수없게.. 형사면 다야?
재한, 그런 혜승부의 뒷모습을 보는데, 열린 병실 너머 침대에 반쯤 누워 있는 혜승이와 시선 마주친다.
혜승부 병실문 닫으려는 순간, 재한, 누가 말릴 틈도 없이 병실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가 혜승이에게 다가가며.
재한 : 니가 혜승이니? 나 서울에서 온 형사야.
순간, 혜승부도 치수도 놀라서 그런 재한을 만류하는.
혜승이는 그런 상황이 겁이 나는 듯 비명을 지르며 이불 뒤집어 써 버린다.
치수 :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혜승부 : 남의 딸 죽어나가는 꼴 보고 싶어?
재한, 두 사람의 제지를 뚫고 혜승이 침대 옆 사이드 테이블에 자기 명함 내려놓으며.
재한 : 뭐든 직접 얘기하고 싶은 거 있으면 연락해. 알았지?
하는데, 결국 혜승부와 치수의 완력에 이기지 못하고 병실 밖으로 내쫓기는 재한. 쾅, 문 닫히는..
치수 : 이러다 피해자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쩔려구 이러세요?
재한 : ...피해자 아버지, 알콜중독이죠?
치수 : 알콜중독이라고 해도 피해자 친붑니다.
재한 : 하지만..
치수 : 피해자가 준 명단, 조사해 보면 진위여부가 가려지겠죠. 이제부터 우리가 수사하면 됩니다.
재한, 어쩔 수 없다.
치수 : 가시죠.
재한, 어쩔 수 없이 치수를 따라 걷기 시작하는데,
재한과 치수가 향한 반대편 화면 비추면, 지금까지 모든 상황을 지켜본 듯한 선우가 서 있다.
재한과 치수 복도 꺾어져서 사라지는데 다시 쾅 문 열리며 나오는 혜승부, 바닥에 재한의 구겨진 명함을 집어던져 버리는.
혜승부 : 재수없을래니까.. 어따가 이런걸..
하고는 들어가려다가 선우와 시선 마주치는.
혜승부 : 얼씬도 하지 말랬지?
선우 : 혜승이 괜찮나요?
혜승부 : 너라면 괜찮겠냐? 그만 꺼져. 다시 오기만 해봐.
눈을 부라리며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혜승부.
선우, 가만히 땅에 떨어진 명함을 바라본다.
씬/97 D, 과거, 인주 시내 병원 외곽 주차장
주차장으로 걸어오는 재한과 치수. 그때, 울리는 재한의 핸드폰.
재한 : 이재한입니다. (하다가 놀라는) 거기가 어디라구?
전화끊으며 치수에게.
재한 : 범행 장소를 찾아냈답니다.
치수 : (멈칫하는)
씬/98 D, 과거, 인주 시내 외곽 국도 일각
국도변에 있는 단층 건물 앞에 와서 멈춰서는 차에서 내리는 재한과 치수.
벌써 건물 앞쪽에 와 있는 정제를 비롯한 형기대 형사들의 모습.
재한, 정제에게 다가가서.
재한 : 어떻게 된 거야?
정제 : 재작년까지 고깃집으로 영업하다가 폐업한 건물인데, 시내 불량써클 애들이 아지트처럼 사용했다는데.
고깃집 상호가 버드나무 집이였대.
재한 : (멈칫해서 보다가 건물 살펴보며) 씨씨티브이는?
정제 : 흉가같은 건물에 누가 씨씨티브이를 설치했겠냐. 대신 반대편 밭주인 내외랑, 근처 주민들이 애들을 자주 목격했대.
목격자 증언 받아내면 그래도 일이 풀릴 것 같아.
정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재한 그쪽을 바라보면 순박하게 생긴 농부 내외가 형사들에게 뭐라고 뭐라고 진술을 하고 있다.
씬/99 D, 과거, 몽타쥬
-밤, 인주서 강력계 사무실
사무실에 앉아서 조사를 받고 있는 내외.
남편 : 꽤 됐어요. 걔네들 그 건물에 왔다갔다 한게.. 맨날 거기서 술 퍼마시고, 담배피고.. 경찰에 신고해두 뭐 그때 뿐이고..
정제, 책상 위에 불량 학생들과 다른 학생들의 사진들 섞어서 일렬로 주르륵 내려놓는다.
정제 : 이 중에서 그 학생들 얼굴 알아보실 수 있겠어요?
하나 둘씩, 사진들 뽑아내기 시작하는 농부 내외.
정제 : 그 학생들하고 같이 드나들던 여자애가 있었을 텐데요..
농부남편 : 예, 한 명 있었어요.
-농부 남편의 진술대로 보여지는 화면.
낮, 단층 폐가 건물로 들어가는 학생들.
동장, 지나가다가 이상하게 보는데, 일진1을 포함한 불량학생들 사이, 겁먹은 듯 보이는 혜승이가 끼어 있다.
-농부 남편, 혜승이 사진을 보며
남편 : 맞아요. 얘였어요.
재한 : 확실해요?
남편 : 몇 번 봤는데, 확실히 얘였어요.
-겁먹은 듯한 인주고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을 조사중인 재한.
재한 : 혜승이랑 친했니?
여학생1 : 걔.. 학교에는 친구 별로 없어요. 학교에 잘 나오지두 않구..
여학생2 : 시내에선 자주 봤어요. 노는 애들하구 자주 어울려 다녔어요.
재한 : (사진들 보여주면서) 이 중에서 혜승이랑 같이 다녔던 애들 알아볼 수 있겠어?
여학생들, 사진들을 골라내기 시작하고..
그 모습을 멀리서 그저 가만히 지켜보는 범주의 모습.
-인주서, 회의실 한 명 두 명씩 화이트 보드에 가해자 사진들이 붙여진다.
그런 화이트보드를 바라보고 있는 정제와 재한. 그 옆엔 혜승부가 준, 가해자 명단이 있고.
정제 : 모두 해서 합이 열 여덟 명. 피해자가 지목한 가해자 명단과도 일치해.
(피곤한 듯 목 돌리며) 가해자 진술만 받아내면 얼추 끝이 보이네.
재한 : (생각에 잠겨있는)
정제 : 왜 또?
재한 : ...확증이 없잖아.
정제 : 야, 서울도 아니고 씨씨티브이 하나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동네에서 확증이 어딨어?
목격자 진술이라도 확보된 게 기적이지.
재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찜찜한 듯, 화이트보드를 바라본다.
정제 : 이 사건 이제 거의 끝난 거니까, 교대로 잠깐 눈이라도 붙이자.
재한 : ....(여전히 찜찜한)
정제 : 아, 쫌 그만하고 다녀와. 니가 자야, 이따 나도 자지.
씬/100 D, 과거, 여관 인근 거리
생각에 잠겨, 여관건물로 다가오고 있는 재한.
그때, 앞쪽에서 교복을 걸친 선우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재한과 부딪칠 듯 스치고 지나간다.
재한, 그런 선우를 한번 힐긋 본 뒤 여관으로 들어가는데..
씬/101 D, 과거, 여관 입구
여관으로 들어서는 재한.
카운터의 여관 주인 커다란 서류 봉투를 의아한 듯 보다가 재한 들어서자.
주인 : 형사님. 서울에서 오셨죠?
재한 : 그런데요?
주인 : (봉투 내밀며) 방금 어떤 학생이 서울에서 온 이재한 형사님한테 이걸 좀 건네달라고 하고 가던데.. 좀 전해 줄 수 있어요?
재한, 의아한 얼굴로 봉투를 받고는, 봉투를 열어보는데 안에서 나오는 사진 한 장. A4지 정도 크기의 컬러사진.
어딘가에 전시중인 사진이었던 듯, 사진 아래쪽에 프린트 아웃된 ‘1998년, 인주 고등학교 학생회 간부 수련회’ 라고 적혀 있고,
숲을 배경으로 미소짓고 있는 일곱명의 남자 고등학생들이 찍힌 사진이다.
재한, 도대체 이게 뭐지? 그냥 봉투안에 넣고 걸어가려고 하다가 멈칫하는..
재한, 다시 한번 봉투를 열어 사진을 내려다본다. ‘인주 고등학교 학생회 간부 수련회’라는 글씨를 보다가..
아이들의 숫자를 세어본다.
재한 : 일곱 명...
떨려오는 재한의 눈빛에서.
-인서트
‘처음엔 한 명이었고, 그 다음엔 일곱 명의 인간. 마지막엔 열 명의 악마들'
-다시 여관으로 돌아오면 볼펜으로 인주 고등학교 간부회의 ‘인’자와 ‘간’자에 동그라미를 친다.
재한 : ...일곱명의 인간... 일곱명의 인주고 학생회 간부....
재한, 불길한 시선이 되면서..
재한 : 설마...
씬/102 N, 현재, 인주 시내 도로 일각
늦은 밤, 인적이 드문 인주시내를 달리고 있는 해영의 차. 저 앞쪽으로 인주 병원 건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때, 저 앞쪽에서 달려오면서 해영의 차와 스치듯이 사라지는 하얀색 자동차.
룸미러에 걸려있는 눈에 띄는 하얀색 동물 털로 된 악세서리. (꼭 동물털이 아니더라도 눈에 띄는 악세사리면 됩니다)
해영, 급한 마음에 그 차는 신경도 안 쓰고, 달려가서 인주 병원정문 앞에 차를 대고 내려선다.
하지만, 치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핸드폰을 꺼내, 치수에게 전화를 걸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이동하며 치수를 찾는 해영.
치수,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해영, 답답한 듯 다시 한번 전화를 걸면서 계속 치수를 찾는데, 병원 정문 옆쪽 골목안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핸드폰 벨소리.
그 소리에 다급히 골목쪽으로 들어서는데 가로등 아래, 서 있는 치수의 뒷모습.
해영, 핸드폰을 끊고 ‘계장님!’ 치수를 부르면서 다가가는데.. 갑자기 풀썩 자리에 쓰러지는 치수.
해영 놀라서 치수에게 달려가서 쓰러진 몸을 돌려세우는데, 고통에 일그러진 치수의 얼굴, 핏물로 흥건하게 가슴이 젖어 있다.
놀라서 치수를 바라보는 해영의 얼굴에서... 11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