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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방울덩굴
요즘 냇가 등을 지나다 보면 씨방이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열매를 볼 수 있습니다. 실처럼 가느다란 줄에 낙하산을 거꾸로 펼쳐 놓은 듯한 모습이라면 쥐방울덩굴 열매입니다.
쥐방울덩굴은 숲이나 논 가장자리 등에서 자라는 식물입니다. 7~8월 트럼펫 모양으로 노란빛을 띤 연녹색으로 피는 꽃이 참 인상적입니다. 꽃이 공 모양으로 부풀었다가 좁아지고, 다시 나팔처럼 벌어지는 것도 신기합니다. 꽃이 하늘을 향해 핀 모습에서 선녀 옷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처음엔 열매가 작은 초록 풍선처럼 달렸다가 익으면서 여섯 개로 갈라지고 어느새 줄도 여섯 개가 생기면서 낙하산 모양을 이룹니다. 이처럼 열매를 대롱대롱 매단 것은 씨앗을 조금이라도 멀리 퍼뜨리려는 쥐방울덩굴의 지혜입니다. 잎은 심장 모양으로 마디마다 하나씩 어긋나게 달리는데 길이 4~10㎝ 정도입니다. 잎자루는 길고 잎 가장자리는 밋밋합니다. 전체적인 인상이 숲에서 만날 수 있는 등칡과 비슷한데, 같은 쥐방울덩굴과(科) 식물입니다. 쥐방울덩굴이라는 이름은 열매가 작은 방울을 닮은 덩굴이라는 뜻에서 붙었다고 합니다.
쥐방울덩굴은 꼬리명주나비와 맺은 관계로 유명합니다. 꼬리명주나비는 무늬 변이가 심하지만, 앞날개 길이가 25~36㎜이고, 가늘고 긴 꼬리가 있는 나비입니다. 이 나비는 쥐방울덩굴에 알을 낳고, 애벌레는 그 덩굴의 잎을 먹고 자랍니다. 꼬리명주나비 애벌레는 다른 잎은 먹지 않고 쥐방울덩굴 잎만 먹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꼬리명주나비가 너울너울 날아다니면 반드시 그 주변에 쥐방울덩굴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곤충이나 애벌레의 먹이가 되는 식물을 기주(寄主)식물이라고 합니다. 호랑나비 애벌레가 탱자나무와 산초나무 잎을, 배추흰나비가 배추·무 등 잎을 갉아 먹고 자라는 것도 마찬가지 관계입니다.
그런데 이런 관계에 있는 곤충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기주식물이 사라지면 공멸할 위험성을 안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런 문제가 생겼습니다. 예전에 쥐방울덩굴은 개울가나 논두렁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었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 농지 개간 사업, 하천 변 관리 사업이 활발해지면서 개체 수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멸종 위기 정도를 정리한 국가적색목록(Red List)에서 쥐방울덩굴은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단계인 '약관심(LC)'에 올라 있습니다. 쥐방울덩굴이 줄어들면서 꼬리명주나비 생존도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은 꼬리명주나비가 너울거리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부산 사상구, 경기 수원시, 경북 구미시, 울산과학관 들꽃학습원 등 많은 지방자치단체와 기관이 꼬리명주나비를 복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유일한 먹이인 쥐방울덩굴 서식지를 조성한 다음, 꼬리명주나비 애벌레를 풀어두는 것입니다. 성공을 거둬 우리나라 곳곳에서 쥐방울덩굴과 꼬리명주나비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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