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딤에서 점심식사 후 잠시 동안 약간의 비가 내렸다.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담배 한 대를 피운 다음 경기교육도서관으로 가서
스피노자에 관한 책을 두어 편 읽고 나와선 공감의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15:00경의 시각으로는 상당히 많은 숫자의 환자가 대기중이라서 나도
방문객 명단을 작성한 다음 한참을 기다려서 김원장에게 진료를 받았다.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다고 얘기하니 활동량이 얼마나 되는지
묻기에 날이 더워서 많지 않다고 답하였던 바, 수면제를 복용하지 않는 게
좋으니 만큼 활동량을 늘려 수면제에 의존하지 않고 잘 수 있도록 하라는 권고였다.
수면제는 폐의 활동을 저하시키므로 아직은 조제약을 복용하기에 부작용이
과히 느껴지지 않으나, 폐의 운동량이 떨어져 피해 우려가 있음을 간과하지
말라는 설명이었던 바, 악마의 저주로 야외활동을 접기 전처럼 틈만 나면 밖에
나가 꾸준히 걸어야 마땅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이제 악마를 외면한지 3주를 채워가는 만큼 거리낌 없이 악마가 소멸하건 말건
개의치 말고 주님을 의지하여 살아가야겠다고 결심하였다.
공감의원의 범원장이나 최원장은 물론 치매안심센터에서도 스트레스를 적극적으로
피하라는 권고를 해주었으니, 기왕에 이 세상을 현실로 받아들이며 살아가야 한다면
필연적으로 나 자신을 보호하면서 스스로를 위해 살아가는 게 마땅하다.
나 자신을 잘 보존해야만 꾸준히 나의 역할을 하면서 타인에게 짐이 되지 않을 수
있고 즐겁거나 기쁜 일도 가끔씩 일어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혈압측정기에 이상이 생겼는지 80-40 혹은 105-50 이란 계수가 나타나기에
차후에 다시 측정해보기로 하였으나 다소 불안감이 든다.
향남약국에서 약을 지으며 물어보니 코로나가 다시금 늘어나는 추세라며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권고를 해주었다. 덴탈마스크라도 착용하고 사람이 많은
장소를 피하여 맑은 공기를 흡입하면서 꾸준히 몸을 움직여야겠다.
당연히 이제부터는 금연을 철칙으로 알고 다시는 담배를 피우지 않도록 하면서
심신을 건전하고 쾌활하게 유지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평원공원을 거쳐 살구꽃공원에 가서 머리를 수돗물에 씻고 그늘막에 앉아 잠시
레오가 어린이집에 다니던 시절에 아이들이랑 놀던 추억에 잠겨들었다.
그땐 아파트단지마다 놀이터를 순방하면서 깔깔거리며 노는 아이들 기운을 받아선지
피로하거나 고단한 기색도 없이 다른 일들을 일절 제쳐두고 레오랑 하루를 보냈었다.
둥지나래도서관에서 책과 영화를 보고 화성교육도서관에서 사서에게 과자도 얻어먹던
그 시절이 새삼 아름답고 소중한 기억으로 떠올라 마음이 뿌듯하였다.
얼마일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살아가는 동안 건강하고 능력있는 할아버지로서 레오를
비롯한 손주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무엇이건 든든하게 역할을 해주고 싶다.
둥지나래도서관에 들어가 풀도감을 읽다가 저녁식사와 내일 아침 식사를 무엇으로
떼우는 게 적합할지 궁리하였다. 이전부터 궁금하던 왕갑부통닭가게로 가서 두 마리의
프라이드 치킨을 구매하였으나 배고프지도 않고 입맛도 없기에 상록하늘채 아래 위치한
댓골어린이공원의 그늘막에 앉아 큰손자의 출생과 어린이집에 갓 들어갔던 때를 절로
회상할 기회를 갖고 그 당시에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이었을까하는 생각도 했다.
여태까지 아쉬운 것은 네 명의 아이들이 가까운 곳에 살면서 자주 만나 우애를 갖고 지낼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 일이지만 지금도 썩 나쁘지는 않은 여건인 것 같다.
부모들의 마음과 자세가 우선한다면 지금의 거리가 결코 멀다고 할 순 없다.
같은 향남읍내에 살면서 아이들이 장성하였으니 부모 아니라도 상호간에 자주
방문하거나 장소 약속을 하여 사촌들끼리 만날 수 있지 않겠는가!
통닭을 그대로 들고 주공7단지 아래 공터를 거쳐 종합경기장으로 들어섰다.
담배를 끊어선지 호흡이 약간 나아져서 땀도 덜 흘리며 라파엘라가 놀던 그늘막 곁 농구장의
수도꼭지에 머리를 씻고 저고리 까지 벗은 채로 바람을 즐겼다.
어제보다는 훨씬 시원한 기운이 느껴지는 바람과 매미 울을소리가 정겨웠다.
잠시 후 놀이터 곁 그늘막에서 닭다리 한 개와 날개 하나를 먹었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여 4분지 3의 양 만큼을 포장지 째로 들고 뼈다귀만 휴지로 싸서 휴지통에 버렸다.
가끔 담배를 태우고 싶은 욕구가 일기도 하였으나 이내 수그러들면서 현재(20:24)까지 금연.
더 쓰고 싶은 소회가 일긴 하지만 여기에서 일단락짓기로 한다.
마귀로부터 멀리 떠나서 하느님의 날개 아래 살아가리라.
주님,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안드레아할아버지, 저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바위/유치환)
첫댓글 하느님, 저를 구하소서. 주님, 어서 저를 도우소서. 저의 도움, 저의 구원은 주님이시니, 주님, 더디 오지 마소서.
“저희는 죽어야 할 운명을 슬퍼하면서도, 다가오는 영생의 약속으로 위로를 받나이다. 주님, 믿는 이들에게는 죽음이,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삶으로 옮아감이오니, 세상에서 깃들이던 이 집이 허물어지면, 하늘에 영원한 거처가 마련되나이다.”
유난히 꿈이 많아서
간밤엔 숙면에 실패하였다.
그래선지 온종일 기력이 약하다.
오늘밤엔 성공해 보리라.
가래가 늘어났으나
담배는 거의 욕구가 사라졌다.
바람도 없고 기운도 없어서
오늘은 조금만 걷고 낮잠을 즐겼다.
박혜윤 저 숲속의 자본주의자를
모두 읽었는데, 미몽 중에도 공감가는
생각과 판단이 많아 기뻤다.
잠시 후 스피노자를 골랐으나
그다지 집중할 수 없었다.
굳이 책에서 답을 구하려 할 거
없이, 나의 체험에서 찾아보는 게
더 유익할 것이라 여겨진다.
무념무상..
그냥 푹~ 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