펴나고 오패(五敗).
다섯 번이다. 아니 냉정이 말하면 네번 반이고 나머지 0.반만 성공했다. 사실 네번 반은 중요하지 않다. 0.반이 문제였다. 0.반의 성공이 없었더라면 나머지 네번 반의 실패는 없었을 테니까.
처음은 무참히 실패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특별히 신경쓰지도 않았고 있던 재료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외로 일이 커지기 시작했다. 혼자서 하려니 작은 것 하나 자체가 일거리였다. 작은 소쿠리부터 넓은 채반은 물론이고 그릇부터 솥단지까지 쓰고나면 닦아야했다. 조금이라도 흘리면 바닥을 닦아야 하는 것까지..
작은 일거리는 그렇다치더라도 달이고 걸러서 다시 끓이는 과정이 그리 만만치 않음을 느꼈다. 처음 약재를 배합해서 달이는 시간은 5~6일, 그 달인 물을 걸르는데 거의 이틀 그리고 걸른 그 물에 꿀을 적당히 배합해서 다시 달이는데 하루 반나절에서 이틀.. 열흘 가까이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고 해야할 일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런데 좋단다. 먹어보니 좋단다. 자꾸 요청하는데 만들지 않을 재간이 있나. 그래서 만들기로 작정하고 실행했는데 이토록 골치가 아플 줄 누가 알았으랴.
처음 한번이 바로 반은 성공, 반은 실패였다. 혼자 복용하고 처리하기도 곤란해서 아는 지인들께 나눔 아닌 나눔을 했었다. 그리고 다시 만들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난 후부터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좋다는 것이다. 잘 낫지 않았던 질병이 호전증상을 보이고 불편했던 속이 풀리더란다. 한두 번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이게 지속적으로 반응들이 오니까 달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몇 날 며칠을 고심한 끝에 다시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진짜 착오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생재와 건재의 차이점을 깨닫지 못해서 실패.
달일 때 불의 강도를 맞추지 못해서 실패. 청의 농도를 맞추지 못해서 또 실패..
실패의 연속이었다. 쟁여두었던 재료가 떨어져서 다시 산행.. 그리고 다시 달이고 달이면서 불조절에 신경쓰느라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봄부터 시작해서 어느 덧 초여름이 되니 이제는 예기치 못했던 날씨와의 싸움도 해야했다. 무슨 날씨와의 싸움이냐고?
무더위에 약재를 달일 때 올라오는 열기가 더해지니 가히 예술이었다. 불조절 때문에 에어컨도 켤 수 없었고 특히 밤에는 열대아까지 더해져서 말 그대로 작업실 안은 찜통이 되었다. 선풍기를 아무리 돌려도 열기를 다 식히지는 못했다.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어 눈이 따가웠으며 멍한 정신은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거의 마무리 단계에 한두 시간을 참지 못하고 깜박 잠이 들어서 모든 결과는 새까맣게 타고 말았다. 그리고 그 잔상을 치우는데 3일 넘게 걸렸다. 청이 아닌 엿과 숯이 되어 닦이지 않았고 뜨거운 물을 부은 후 천천히 녹여서 수도 없이 닦아내기를 반복한 후에야 온전히 치울 수 있었다.
먹먹하다. 다시 재 시도를 하기는 해야겠는데 이 무더위가 역으로 살벌하게 느껴진다. 날씨가 조금 수그러들면 해야하는지 그냥 다시 해야하는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다섯 번의 실패로 두달 넘는 시간을 허비하다보니 어느 덧 반년의 시간을 넘기고 말았다. 아침을 몽롱한 상태로 맞으며 올해 더위가 유난히 뜨겁게 느껴진다.
*처음 펴나고를 개발할 때 쓴 글이다. 지금은 방법을 완전히 깨달았고 약 4~5일 정도면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것과 달일 때의 독성 때문에 골머리가 아픈 것은 여전하다. 펴나고를 제조할 때에는 어느 누구도 작업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머리에 마치 무슨 뚜껑이 얹어진 것처럼 골이 아프기 때문이다. 펴나고는 이렇게 시작하며 만들어진다.
어떤 이들은 말한다. 30만원이라는 가격에는 무리가 있다고.. 필자는 말한다. 그럼 드시지 않으면 됩니다. 애써 권할 생각도 무리하게 드시게 할 생각도 없다. 좋으면 알아서 복용하면 되는 것이니까.
거의 1년만에 다시 펴나고를 제조하게 되었다. 비싼 가격 때문에 1년이 지나서야 완판에 이르렀다. 만들지 말지를 고민하다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좋으니까 다시 제조에 들어갔다.
해강.
약초연구소 둥지.
010 2376 5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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