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호의 마음을 젖게 하는 한 편의 시 "별의 방목"
별의 방목
한 기 팔 (1937 ~ )
영혼이 따뜻한 사람은
언제나 창가에
별을 두고 산다.
옛 유목민의 후예처럼
하늘의 거대한 풀밭에
별을 방목한다.
우리의 영혼은 외로우나
밤마다 별과 더불어
자신의 살아온 한 생을 이야기한다.
산마루에 걸린 구름은
나의 목동이다.
연못가에 나와 앉으면
물가를 찾아온 양떼처럼
별들을 몰고 내려와
첨벙거리다 간다.
풍류의 기본 요소는 시와 그림, 그리고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이다. 한기팔 시인은 풍류를 줄기며 고향인 서귀포 보목리에 살고 있다. 향토 시인으로 그 명성이 자자하다. 지난해엔 자랑스러운 송산인 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시에는 제주의 풍광이 직·간접적으로 형상화 되고 있다. 위 시에서 별은 이상이요, 꿈이지만, 시인은 현실과 연결시키고 있다. 그래서 외로운 영혼을 위해 별을 방목하고, 구름을 목동 삼아 살아온 생을 노래하고 있다. 그 매개체는 물이다. 영혼이 따뜻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사람 향기 나는 사람이 아닐까. 그래야 별을 방목할 수 있을 것이다.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자재한 삶을 낭만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시인이 모습이다. 아마 어릴 적부터 별은 인생과 영혼의 지표로 삼아 살아왔기 때문에 황혼의 뜰에 서 있지만 그 영혼만은 별처럼 반짝이고 있다. 아름다운 보목리 바닷가를 걷고 싶다. (시펑 시조시인 오영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