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철의 별미음식 - 샤브샤브(火鍋)
겨울로 접어든 최근 북경의 날씨는 예년과 달리 흐린 날이 많아 을씨년스럽기까지 합니다. 더욱이 날씨에 편승해서인지 마음도 푹 가라앉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저물어가는 한 해가 아쉬워서인지 왠지 마음 한 구석까지 허전하기만 하네요. 이런 분위기에 블로그 안주인은 목감기에 걸려 볼멘소리를 하고 있고, 블로그 바깥주인도 안주인의 영향을 받아 코감기에 걸려 훌쩍거리며 애꿎은 휴지만 축내고 있습니다.
이럴 때 감기를 물리치고 정신을 확 들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얼큰한 콩나물국에 고춧가루를 팍팍 뿌려 땀을 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만, 중국에는 추운 겨울날 영양보충과 함께 감기를 물리칠 수 있는 좋은 음식이 있답니다. 바로 “훠꿔(火鍋 - 샤브샤브)”랍니다. 사천식(四川式)의 “마라(麻辣 - 톡 쏘는 듯한 매운 맛)”한 국물에 다양한 고기와 야채를 살짝 익혀 먹으면 어느새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로 정신이 번쩍 든답니다. 감기로 인해 감퇴된 식욕을 돋우어 주며, 영양도 보충하고 그야말로 일석이조(一石二鳥)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추운 겨울날에 잘 어울리는 음식이자, 가장 많은 환영을 받고 있는 “훠꿔(火鍋 - 샤브샤브)”에 대해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훠꿔(火鍋 - 샤브샤브)”는 말 그대로 불(火)을 밑에 두고 그 위에 솥(鍋)을 얹어 솥 안에 있는 국물에 각종 고기와 야채를 살짝 익혀먹는 음식으로, 북방지역에서는 “슈안양로우(?羊肉 - 몽고지역에서는 주로 얇게 편을 썬 양고기를 데쳐 먹습니다)”라고도 부릅니다.
양고기나 닭고기 혹은 물고기를 삶아 우려낸 국물에 데쳐먹는 음식으로, 주재료로는 고기(양고기, 소고기, 편 쓴 민물고기), 해산물(해삼, 어묵, 오징어, 새우, 조개 등), 채소(무, 배추, 상추, 쑥갓, 콩나물, 청경채 등), 버섯(팽이, 목이, 느타리, 표고, ?頭?-원숭이 머리 모양의 버섯, 牛肝菌-소 간 모양의 버섯 등), 기타류(두부, 유부, 오리 피, 돼지 피, 천엽, 만두, 면 종류 등)가 있습니다.
그러면 국물에 데친 이러한 재료들을 그냥 먹느냐? 아니지요. 찍어먹는 장(醬 - 소스)이 있답니다. 보통 “마지앙(麻醬 - 깨를 갈아 걸쭉하게 만든 소스)”, “하이시앤지앙(海鮮醬-여러가지 해산물을 우려낸 간장)”과 “시앙요우(香油-참기름)”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기호에 따라 한국인이 주로 꺼려하는 “시앙차이(香菜-고수)”를 소스에 넣어 먹기도 한답니다. 진정한 샤브샤브 매니아들은 반드시 “시앙차이(香菜-고수)”를 넣어 먹어야 그 참 맛을 느낄 수가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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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훠꿔(火鍋 - 샤브샤브)”의 유래를 살펴보면,
중국에서는 그 기원이 이미 상고(上古)시대의 정(鼎 - 발이 세 개나 네 개가 달린 그릇으로, 그 밑에 불을 지펴 고기를 삶아 먹었다고 함)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며, 일설에 의하면 촉(蜀)나라 시기 유비(劉備)가 지금의 사천(四川)지역에 촉나라를 건설하였고, 유명한 군사 지략가인 제갈량(諸葛亮)이 만들어낸 음식이라고 합니다. 당시 군대에서 사용된 음식도구인 "오숙부(五熟釜 - 하나의 솥에 다섯 개의 칸막이를 만들어 칸칸마다 다섯 가지의 다른 재료를 넣을 수 있도록 함)"라 불리 우는 것을 사용하여, 이 솥에 다섯 가지 다른 재료를 넣어 끓이고, 이것을 병사들에게 먹였고, 이로 인해 전쟁에서 승리하였다고 하네요.
하지만 현재 우리가 말하는 “샤브샤브(しやぶしやぶ)”는 본래 “살짝살짝” 또는 “찰랑찰랑”이란 뜻의 일본어 의태어에서 온 말로, 13세기 칭기즈칸이 대륙을 평정하던 시절, 투구에 물을 끓이고 즉석에서 조달한 양고기와 야채를 익혀 먹던 야전형(野戰形) 요리에서 생겨났으며, 일본에서 현대적 요리로 정리하여 샤브샤브라는 명칭을 붙였다고 합니다.
이와는 반대로 한국에서는 전통 조리법에 샤브샤브와 같은 형태의 음식이 있었고, 그것이 바로 샤브샤브의 원형이라고 주장합니다. 바로 “토렴”이라는 것이 그 요리로, 밥이나 국수에 뜨거운 국물을 여러 번 반복하여 부어서 만드는 음식으로, 삼국시대 전쟁터에서 철로 된 투구에 물을 끓여 야채와 고기를 익혀 먹거나 데워 먹은 데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이후 고려시대에 몽고군(蒙古軍)이 토렴법을 배워가 징기스칸 요리로 발전시켰으며, 임진왜란 시기에 토렴법은 일본으로 전파되었고, 오늘날의 샤브샤브 요리를 만들어 내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각 나라가 “훠꿔(火鍋 - 샤브샤브)”에 대한 기원을 달리하고 있으니, 그 구체적인 내용은 좀 더 정확한 자료와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밝혀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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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가 주로 애용하는 사천식(四川式) “훠꿔(火鍋 - 샤브샤브)”는 명말청초(明末淸初)에 고추의 전래로 인해 탄생하였으며, 중국 전역에서는 얼얼한 맛의 사천 중경(重慶)지역의 “훠꿔(火鍋)”를 샤브샤브의 최고로 여기고 있답니다.
북경에서는 1903년에 창업하여 백 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똥라이쉰(東來順)” 훠꿔집이 유명하며, 아직도 순동(純銅)으로 제작된 커다란 신선로 가운데에 목탄을 넣어 탕(湯)을 끓이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으며, 그 맛도 일품이라 많은 식도락가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더욱이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많은 사람들은 얼큰하고 따뜻한 음식을 찾게 되고, “훠꿔(火鍋 - 샤브샤브)”를 주 메뉴로 하는 식당들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답니다. 원래 예전의 “훠꿔(火鍋 - 샤브샤브)”는 커다란 신선로나 세숫대야만한 크기의 그릇에 3~5명이 둘러앉아 함께 먹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최근에는 소수의 인원이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개인용 “훠꿔(火鍋 - 샤브샤브)”가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중국의 현대사회가 개혁, 개방 이후에 점차 개인주의화 되어가는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자~ 그럼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뜻하고 얼큰한 국물이 있는 “훠꿔(火鍋 - 샤브샤브)”식당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최근 패스트푸드 형식의 “훠꿔(火鍋 - 샤브샤브)”집으로 유명한 “샤부샤부(?哺?哺 - 우리가 말하는 '샤브샤브' 라는 발음을 그대로 음차했네요)”식당의 전경.
이 식당은 “허광치(賀光啓)”라는 대만사람이 1997년에 창업한 패스트푸드점으로, 서양식 패스트푸드점이 중국 본토에서 성행하는 것에 착안하여 대만에서 유행하는 개인용 “훠꿔(火鍋 - 샤브샤브)”를 들여와 중국특색의 패스트푸드점을 만들게 되었다고 하네요.
처음에는 목탄을 이용한 전통적인 “훠꿔(火鍋 - 샤브샤브)”를 애용한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신세대인 젊은 사람들을 위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식사시간이 되면 번호표를 받고 기다려야 할 정도로 성업(盛業)중이라고 합니다.
현재 북경에 40 여 개의 체인점이 있고, 매월(每月) 50만 명의 손님이 이 식당을 찾고 있으며, 앞으로도 북경에만 70 여 곳의 체인점으로 증설할 예정이고, 2008년에는 매월 100만 명의 손님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하네요.
번뜩이는 아이템 하나로 “無”에서 “有”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기존에 있는 것)을 현대 사람들의 기호(嗜好)에 맞게 개량하여 성공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겠네요.
“ㄷ”자형의 긴 테이블에 개인용 냄비가 일렬로 놓여있고, 그 밑에는 전기를 이용하는 가열기가 있습니다. 가운데로 종업원이 이리저리 오고가며 손님들의 시중을 드는 것이 마치 "칵테일 바" 같은 느낌이 드네요. 하하~~
개인용 냄비 앞에는 직접 눈으로 보고 주문을 할 수 있는 종이가 한 장씩 놓여있답니다.
가격도 채소에서 고기류까지 수 십 종의 다양한 재료가 구비되어 있고, 가격도 한 접시에 4위안(520원)~16위안(2,080원)정도이고, 다양한 종류의 채소와 고기를 맛볼 수 있는 세트 메뉴도 20 여위안대 여서 다른 “훠꿔(火鍋 - 샤브샤브)”식당보다 비교적 저렴하게 즐길 수가 있답니다.
일반 “훠꿔(火鍋 - 샤브샤브)”식당은 “꿔디(鍋低 - 육수)”와 찍어먹는 소스를 따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반해, 이곳은 육수와 소스가 무료랍니다.
블로그 안주인을 위해 따로 주문한 홍차.
“췌차오(雀巢 - 작은 새의 집)”는 외국기업인 Nestle(네슬레)의 중국어 명칭입니다. 그런데 발음도 비슷하지 않은 “췌차오(雀巢 - 작은 새의 집)”라는 명칭을 사용했을까요?
이 회사의 창업자인 독일인 Henri Nestle는 스위스에 자신의 이름을 딴 Nestle라는 회사를 세웠고, Nestle는 독일어로 “작은 새의 집”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중국에서도 그 뜻을 그대로 인용하여 “췌차오(雀巢 - 작은 새의 집)”라는 명칭을 사용했나 봅니다.
끓는 육수에 데친 갖가지 재료들을 찍어먹는 소스입니다.
왼쪽이 “샤차지앙(沙茶醬 - 말린 새우, 생강, 땅콩, 기름, 소금 등 다양한 재료를 갈아 넣어 풀처럼 걸쭉하게 만든 소스로, 중국의 남방지역에서도 즐겨 먹는다고 하네요)”이고, 오른쪽은 “마지앙(麻醬 - 깨를 갈아 걸쭉하게 만든 소스)”입니다.
블로그 안주인이 주문한 “칭탕(淸湯 - 맑은 육수)”입니다.
맑은 육수에 각종 채소와 고기들을 살짝 데쳐 먹어도 담백하여 맛이 좋지요.
블로그 바깥주인이 주문한 “마라(麻辣 - 산초와 사천고추가 들어가 입이 얼얼할 정도로 매운 맛의 육수)”입니다.
육수 속에 있는 산초만 잘 걸러내고 먹으면 얼큰한 맛이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도 맞고, “바이지우(白酒 - 백주, 일명 빼갈)”의 안주로도 그만이랍니다. 블로그 바깥주인답게 또 모든 음식을 술과 연관시키네요. 하하~~
우리 블로그 부부가 주문한 각종 채소와 고기입니다.
왼쪽부터 얇게 썬 “양로우(羊肉 - 양고기)”, 감자 전분으로 만든 “펀티아오(粉條 - 넓적한 당면)”, 생선살을 갈아 만든 “위또우푸(魚豆腐 - 생선 두부)”와 다양한 채소와 새우, 어묵, 두부, 계란, 선지 등이 있는 “스진쑤차이(什錦蔬菜)”입니다.
모두 50 여 위안(7,000 원 정도)의 가격으로 둘이서 먹으면 배부를 정도의 양입니다.
어느새 자리는 빈틈없이 꽉 차있고, 밖에서는 사람들이 번호표를 들고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손님들은 식사를 마치자마자 숨도 고르기 전에 다음 손님들을 위해 자리를 비워주어야만 합니다. 어느새 온몸이 샤브샤브의 열기로 훈훈해지고, 바깥의 냉기가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추운 겨울 붉은 빛깔의 고기처럼 온몸을 후끈후끈 달구어 보고 싶으신 분들은 샤브샤브와 함께 뜨거운 열기를 발산해 보시는 것은 어떨지요?
이상은 cass의 제안이었습니다.
첫댓글 후워구워 며칠전에 먹었었는데 또 먹고푸네여`^^
맛있는 자료 스크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