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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모임의 좋은 책 읽기 | ||||
나무에게 배운다 2: 김흔정/ 정산중학교 교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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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류지를 짓고, 재건하고, 수리하는 과정에 소요된 나무는 모두 편백나무다. 편백나무는 싹을 틔우기 위해 땅 속에서 빛을 기다리며 몇 백 년의 어둠을 인내하고, 찰나의 빛을 신호로 생명의 뿌리를 내릴 기회를 얻은 뒤에라야 나무로서의 삶을 향한 긴 호흡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천 년을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산 것만이 목재로서의 위엄을 얻어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는 명성을 누릴 수 있다. 이렇게 좋은 목재를 찾고 튼튼한 주춧돌을 찾아 낭비 없이 그 쓰임새에 맞추어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사람이 대목장이다. 그리고 대목장은 한 건물을 만들기 위해 모인 각 분야의 훌륭한 장인 100명의 마음을 한 데 모을 수 있는 사람만이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한 가지 목표를 위해 모인 100명의 사람들은 각기 다른 강한 자기 기질을 가진 사람이지만, 그것으로 족한 나름의 솜씨를 가진 장인이기에 대목장은 이들 또한 ‘굽어진 것은 굽어진 대로, 비뚤어진 것은 비뚤어진 대로’ 맞는 장소에 보내어 제 몫의 일을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처럼 평생, 나무의 성깔을 이해하고 그 적합한 쓰임새를 찾아 똑같지 않으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건축을 고민했던 그가 자연이 가르쳐 주는 대로 살라며 들려주는 얘기들은 어린 시절 할머니의 말씀처럼 온화하면서도 삶에 대한 가르침의 무게를 그득하게 담고 있다. 대목장이 100명의 장인의 기질과 재능을 알아보고 그 필요한 곳에 보내어 제 몫을 할 수 있도록 했듯이, 교사도 각각의 아이들이 저마다의 개성으로 자연의 섭리를 따라 스스로 제 인생의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사람이 아닐까 한다. 교사는 아이의 좋은 점만이 아니라 결점이나 약점도 살려서 그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썩 훌륭한 장인이자, 스스로 본을 보임으로써 아이들의 마음을 먼저 움직일 수 있는 대목장이어야 한다. 스승의 삶이 그대로 교육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국보 제1호 남대문을 잃어버린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힘의 논리에 밀려 화재가 났었고, 부실 복원이 이루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학문이라는 얇은 종이의 힘에 밀린 장인의 목소리가 묵살되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현장의 소리에 귀를 닫은 오늘의 교육도 불통으로 말미암은 소란스런 뉴스로 이래저래 온갖 매체의 화두가 되고 있다. 건축이나 교육이나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 도래한 씁쓸한 결과에 마지막 장을 읽고도 선뜻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다. |
첫댓글 "건축이나 교육이나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 도래한 씁쓸한 결과에 마지막 장을 읽고도 선뜻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다." 에너자이저님의 파워풀한 글 잘 읽었습니다. 두해에 걸쳐 연재된 글의 힘을 새삼 느끼며 프로페션널~~~
밑에서 다섯째 줄 '힘에 밀린'을 '힘에 밀려'로 고쳐야 할 듯
밑에서 두째 줄 '도래한 씁쓸한 결과에'를 '생긴 씁쓸한 결과다."로 끊는 게 좋을 듯
문장력이 날로날로 발전하는 게 보이네요 추카추카
와 우리 흔정샘은 글도 잘써요. 생각이 진심 논리적이고 의로와요. 못하는게 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