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녀유혼(倩女幽魂)
최용현(수필가)
아름다운 처녀의 은밀한 영혼이란 뜻을 지닌 ‘천녀유혼(倩女幽魂)’은 1987년 정소동 감독이 연출한 로맨틱 무협호러로 홍콩 컬트무비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원전(原典)은 청(淸) 초의 작가 포송령의 괴담집 ‘요재지이(聊齋志異)’ 중에서 ‘섭소천’이며, 1960년 이한상 감독이 연출한 동명의 영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천녀유혼’이란 제목은 원(元) 대의 잡극 ‘천녀이혼(倩女離魂)’에서 나왔다. ‘천녀(倩女)’의 ‘천’은 예쁘다는 뜻으로, 잡극에서의 장천랑과 영화에서의 섭소천이 모두 이름에 ‘천(倩)’ 자가 들어있다. ‘이혼(離魂)’은 육체를 떠난 혼령, ‘유혼(幽魂)’은 으슥한 곳에 머무르는 혼령을 뜻하는데, 의미는 비슷하지만 유혼이 현대 중국인들에게 더 친근한 표현이기 때문에 그렇게 바꾼 것이다.
이 영화는 홍콩 영화제에서 음악상과 주제가상, 미술상을 받았고, 여러 국제 판타스틱영화제에서도 많은 상을 받았다. 또 홍콩영화계에서 선정한 역대중국영화 100선에서 50위에 뽑히기도 했다. 제작자인 서극이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특수효과를 담당한 할리우드 SFX팀을 초빙하여 세트장과 스튜디오에서 촬영에 많은 공을 들인 결과이기도 하다.
수금원 영채신(장국영 扮)은 폭우를 만나 장부의 글씨가 지워지는 바람에 제대로 수금을 하지 못한다. 밤이 되어 잠잘 곳을 찾던 영채신은 한 남자가 알려준 난약사라는 절로 향하는데, 그 절은 처녀귀신이 남자들의 양기를 빨아먹고 죽인다는 소문 때문에 이곳사람들은 밤에 가기를 꺼리는 곳이다.
난약사의 외진 곳에서 잠을 청하던 영채신은 은은한 탄금(彈琴) 선율을 듣고 소리 나는 곳으로 가다가 아름다운 여인을 만난다. 섭소천(왕조현 扮)이라는 이름의 그 여인은 영채신을 유혹하려다가 그의 선량하고 순박한 모습을 보고, ‘당신은 좋은 사람이니 다시는 찾아오지 마세요.’ 하면서 돌려보낸다. 그러나 영채신은 내일 다시 이곳에 찾아오겠다고 말한다.
다음날 밤, 영채신이 다시 섭소천을 만나 그녀의 방에 함께 있을 때, 섭소천의 할머니인 나무요괴가 섭소천의 여동생 소청과 함께 갑자기 들이닥친다. 섭소천은 황급히 영채신을 목욕통 물속에 숨겨준다. 나무요괴는 섭소천에게 3일 후에 지옥의 흑산대왕에게 시집갈 준비를 하라고 말하고 돌아간다. 섭소천은 영채신과 목욕통에서 짜릿한 수중키스를 나누고….
2일째 밤, 영채신은 난약사로 가는 길에서 만났던 털보무사 연적하(우마 扮)가 난약사 숲에서 소청을 죽이는 것을 목격하고 그를 흉악한 수배범으로 오인하여 관아에 발고(發告)한다. 그러나 확인결과 연적하는 수배범이 아니고 강호를 떠난 무예 고수였으며, 악랄한 나무요괴를 퇴치하기 위해 난약사 주변을 떠도는 퇴마사였다.
3일째 밤, 영채신과 섭소천은 다시 만나 사랑을 불태우며 영원히 잊지 못할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누고, 함께 합작시를 지으며 이승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낸다.
영채신 : 십리호수 하늘에는 서리가 가득 찼고
섭소천 : 화려한 내 청춘에는 근심이 서렸구나.
영채신 : 달을 벗삼아 서로 감싸주기를 바라니
섭소천 : 원앙은 부러우나 신선은 부럽지 않네.
섭소천이 자신은 관리의 딸이었으나 도적들에게 억울한 죽임을 당했으며, 아버지와 동생마저 모함으로 살해되어 멸문지화를 당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밤마다 처녀귀신이 되어 나무요괴가 시키는 대로 남자를 꾀어내어 양기를 빨아들여 말라죽게 하고 있다면서….
깜짝 놀란 영채신이 귀신이 무섭다고 하자, 섭소천은 ‘귀신이 무섭다고 하지만, 인간이 귀신보다 더 무섭다.’고 말하면서 지옥의 흑산대왕에게 가기 전에 난약사 뒤뜰에 묻힌 자신의 유골을 고향인 청화현에 묻어주면 다시 환생(還生)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날 밤, 날이 새기 전에 섭소천이 흑산대왕에게 납치되어 지옥으로 끌려가자, 영채신은 연적하와 함께 귀문관(鬼門關)을 통해 지옥에 들어간다. 영채신이 섭소천을 구하는 사이, 연적하가 혈투 끝에 흑산대왕을 처치하고 함께 이승으로 돌아오지만, 해가 떠오르자 섭소천은 사라지고 만다. 두 사람은 섭소천의 유골을 청화현에 묻어주고 환생을 기원하는 것으로 영화가 끝난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현세와 내세가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동양적인 사상을 바탕으로, 산 자와 죽은 자가 진실한 사랑을 통해 구원을 받고 해원(解冤)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한 가지, 친할머니인 나무요괴가 억울하게 죽은 손녀를 부려먹으면서 지옥으로 시집보내 환생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모르겠다.
아시아의 남자들이 처녀귀신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이 ‘천녀유혼’의 왕조현 때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왕조현은 이 영화로 넘사벽의 여신이 되었다. 그런데, 제작자와 감독이 원래 섭소천으로 낙점했던 여인은 1980년대 일본 최고의 아이돌 가수이면서 청순가련형 이미지의 나카모리 아키나(中森明菜)였다. 그녀가 거절하는 바람에 발랄한 이미지의 왕조현이 캐스팅된 것이다.
‘천녀유혼’이 대박을 터뜨리자, 다시 왕조현을 앞세운 ‘천녀유혼 2: 인간도’(1990년)와 ‘천녀유혼 3: 도도도’(1991년)가 연이어 만들어졌다. 또 애니메이션 영화와 텔레비전 시리즈, 유역비를 앞세운 리메이크 ‘천녀유혼’(2011년)도 나왔으나, 모두 1편의 명성에 기댄 아류작의 범주를 넘어서지 못했다.
키 172cm인 대만 농구선수 출신의 왕조현은 타고난 미모에다 빼어난 각선미까지 갖추었는데, 이 영화로 단숨에 아시아를 사로잡은 최고의 여배우가 되었다. 그러나 연기력에 대한 시비와 중년 유부남과의 스캔들로 부침(浮沈)을 거듭하다가 은퇴하여 지금은 캐나다에서 혼자 살고 있다고 한다.
우수에 젖은 눈매를 지닌 귀공자 타입의 장국영은 홍콩을 대표하는 인기가수로 활약하였다. 영화배우로서는 ‘영웅본색’(1986년)과 ‘천녀유혼’(1987년), ‘아비정전’(1990년)을 거쳐, ‘패왕별희’(1993년)로 세계적인 스타로 우뚝 섰으나, 2003년 4월 1일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났다. 오늘은 그가 그립다.
첫댓글 SF 영화는 재미없다고 자기 최면을 걸어놓았는데~ㅎ
이 영화는 SF 영화라기보다는 동양적인 귀신이야기죠.
처녀귀신이 총각이랑 연애하는 이야기...ㅎㅎㅎ
왕조현이 정말 예뻤어요^^
이뻤지요.
이쁜 사람은 늙지 않도록 법으로 정했으면 좋겠어요.ㅎ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귀신과 인간의 러브스토리죠
귀신도 이쁘니까 영화가 되는거죠.
@월산처사 맞아요
근데 살아있으면 66살인데요
최근 사진 보니 뚱뚱해졌던데요.ㅎ
@월산처사 아니, 장국영님이요
@사카키바라 저는 왕조현을...ㅎ
@월산처사 그 배우는 67년생이에요
@사카키바라 그러면 우리나이로 55살이군요.
@월산처사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