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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산-연인산, 용추계곡 산행기
1. 들머리
명지산과 연인산은 경기도 가평에 있는 명산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이지만 그 둘을 묶어 산행하기에는 의외로 까다로운 곳이다. 교통편이 쉽지 않아 몇몇 분이 의기투합하여 차를 갖고 산행을 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여러 불편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산을 함께 못하고 산악회에서 명지산이나 연인산 단독 프로그램이 비교적 저가로 만들어지면 여러 대의 차량이 동원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오곤 한다. 그러니 코스와 탐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어 늘 다녀와도 아쉬움이 남는 산행 일정이었다.
이번 <자연 속 우리들>에서 이 둘을 묶고 게다가 용추폭포 코스를 종착지로 하면서 닭갈비에 막국수로 뒷풀이 하는 프로그램을 제시했을 때 위의 사정을 잘 아는 분들은 당일에 이게 과연 가능한가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으리라. 이른바 3종 세트에 닭갈비, 막국수까지 즉 4종 콤보세트를 단돈 25,000원에 거행한다니 이거 어설프게 갔다가 적당히 내려와서 회식하고 오는 프로그램일 거라는 의심이 들기도 했으리라.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적은 인원이 신청했고 출발 직전에 급히 취소한 분들이 5-6분까지 생겨(이 경우가 카페 운영자에게 가장 큰 독이 되는 경우겠죠.) 30여분 정도만 신청하였다. 하지만 이미 실시했던 가평 시리즈 1탄(석룡-화악산,닭갈비,막국수)에 참여해 본 필자에겐 웬만한 삼남지방이나 강원도 무박 코스보다 더 알짜 산행이 될 것을 확신했다.
2. 익근리- 명지1봉-2봉-3봉- 아재비고개(09:45-12:45)
아직 추석 명절이 먼 듯 느껴지는데 토요일 아침 가평가는 길은 제 1탄 때보다 막힌다. 아마 벌초하러 가는 차량들로 도로가 붐빈다. 익근리 도착시간이 예상보다 더 늦어질 것 같다. 버스 안에서 1탄 때 참가해서 함께 고생하며 산행했던 분들을 만나니 아주 반가웠다.(그땐 하루종일 폭우로 산행이 정말 힘들었다.) 치북님, 천년초님, 죠리퐁부부님, 임꺾정 부부님, 그리고 호거님, 정각님과 인사를 나누고 오늘 산행을 의논하였다. 다들 시간상 명지-연인-용추폭포 종주는 아마 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예상이었지만 그래도 09:30분쯤 공원처럼 잘 꾸며진 익근리 주차장에 도착했다. 아재비에서 백둔리로 하산하시는 분은 17:00까지고 종주를 한 뒤 용추폭포 지나 출렁다리 휴게소로 내려오시는 분들은 17:20분까지란다. 일단 종주를 희망하고 있었기에 같은 생각인 천년초 님과 동행하기로 했다. 원래는 치북님이 명지-연인 종주 경험이 있어 치북님을 필두로 할 생각이었는데 치북님이 웬일로 여자 친구분을 두 분이나 모시고 오셨다. 오늘은 무리하지 않으시겠단다. 게다가 이 산행이 끝난 오늘 밤에 남편을 포함한 세 남자와 문경 칠보산 근처로 산행가기로 되어 있단다. 정말 “대박”...이해가 되니? 이해가 안 되네. 하긴 오늘이 올들어 144회 째 산행이란다.
명지산생태전시관을 찾아 입산 방향을 확인하고 용추폭포까지 적어도 7시간 이상 걸릴 걸로 예상하기에 바쁜 걸음을 옮긴다. 길가에는 핀 분홍꽃들이 눈에 많이 띄는데 물봉선이라고 한다. 그 옛날 밥풀 하나 입에 물었다 시어머니에게 맞아 죽은 ‘며느리 밥풀꽃’처럼 생겼다. 볼수록 애처로운 듯 귀여운 꽃이다. 또 하나의 귀요미인 노란 야생화가 보이는데 짚신나물이라 한다. 봄에 캐 먹으면 아주 몸에 좋은 풀이란다. 그 둘은 연인산에도 가끔 볼 수 있었다. 은분취도 아주 드물게 보였다. 꼬리풀꽃인지 아파트단지에도 많이 보이는 맥문동인지 하는 보랏빛 야생화도 자주 보인다. 돼지감자(뚱딴지)가 크게 자란 모습도 보인다. 그 누가 돼지감자 보면 심어보게 갖다 달라고 했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 오름길에는 가을 추석 뒤에 따 먹을 수 있는 참다래가 열리는 다래나무도 눈에 많이 띈다. 이 모두 약초와 꽃, 나무에 일가를 이루신 천년초님의 설명이다. 산행하면서 주워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곧 승천사란 절이 보이고 계속 가니 명지폭포라고 안내판이 있는데 명지1봉은 그쪽 방향이 아니어서 못 보고 가는 게 아쉬웠지만 우리가 가는 길 방향에도 폭포 못지 않은 시원한 계곡물이 이리저리 좌우로 힘차게 흐르는 모습이 조무락골에서 본 모습만큼은 아니지만 정말 시원한 느낌이다. 산 속에는 이미 가을이 와 있다. 날이 흐리기도 했지만 예전의 숨이 막히는 더위를 전혀 느낄 수 없어 산행하기에는 쾌적했다. 명지1봉 가는 길은 두 갈래인데 우리는 우측길을 택했다. 정상까지는 내림길이 전혀 없는 오름길에 연속인데, 그건 연인산 오르는 길도 마찬가지지만 난도는 명지가 한 수 위다. 명지산은 백 명산에 드는 경기도에서 화악산 다음 가는 높이를 가진 산이라 그러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백 명산에 못 드는 연인산이 더 좋다. 이름도 더 예쁘고 용추계곡이 가까이 있고. 연인산 정상 밑에는 조그만 옹달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본격적인 깔딱고개의 연속이다. 여기서 후미팀과 차이가 많이 났다. 작업 중에 떨어져 왼쪽 갈비뼈에 금이 간 뒤에 회복된 지 얼마 안 됐다는데 이번에 오른쪽 갈비뼈에 금이 갔다는 천년초님, 3-4시간 지속되는 진통제를 드시고 날라간다. 내일은 남한산성 등산 예정까지 잡혀 있단다. “이해가 되니? 난 이해가 안 되네.” 그 뒤를 졸졸 따르면서 숨 차지만 내색을 할 수가 없다. 그간 새처럼 말을 많이하고 빨리 하는 사람들은 많이 봤지만, 아픈 몸으로 새처럼 빨리 날라가는 이런 사람은 처음이다. 그간 약초를 많이 드신 내공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 왼 무릎이 안 좋아서 산행을 잘 안했다고 했더니 즉시 민간요법을 처방해 주신다. 사골뼛국물은 사실 기름 덩어리니까 효과가 없고, 닭발을 팍 고아 먹으란다. 하긴 갈비와 무릎이 아픈 두 ‘병신’끼리 이런저런 얘기 나누며 7시간만에 25킬로 종주를 하고 말았으니...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제 정신이냐고 할 것이다. 등산하는 자는 아픈 데를 숨겨야 한다. 병은 시장에 내놓고 말하라고 하지만 공개하면 산에 못 가는 일이 생긴다. 집에서도 그 몸 갖고 어딜 가냐는 잔소리 일색이고, 직장동료에게 무릎이 요즘 좀 아프다고 했더니 어느 틈에 발 없는 말 천리가 듯 “거 봐라. 제 요즘 무리하게 다니더니 무릎이 아작이 났느니..”주변이 날 두고 수근대는 것 같다.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숨길 것을 숨겨야지. 사실 등산 다니며 안 아픈 사람 있다면 그건 비정상이지. 다들 숨기는 거야.그렇게 위안 삼자.
높은 곳에 오르니 하나의 진통제 역할을 하는 꽃들을 보았다. 고도가 천 미터 이상되는 곳에 보랏빛 종모양의 금강초롱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은 꽃구경이 점점 어려워지는 요즘의 산에서 얼마나 귀한 구경거리인지 모른다. 특히 여럿이 모여 피어있는 모습은 아무리 바빠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사진기 안 가져온 게 포한이 될 줄이야. ‘한돌’의 <금강초롱>을 마음 속으로 불러 본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금강산이건만
아무말 못하고 돌아섰네 산도 말이 없었네
구름 바다에 배를 띄워 종을 울리고 싶다
구름이 제멋에 흩어지니 배는 못 띄우겠네.
고개만 숙이고 살았는가 금강초롱아
이제는 뭐라고 말해야지 종을 울리려므나
금강산에도 설악산에도 종을 울리려므나
흩어진 구름아 모여보자 큰 배를 띄워보세나.
금강초롱이 종을 울려 구름을 모으고 우리의 큰 소원인 큰 배가 뜨는 날을 마음 속으로 기원하며 명지1봉에 도착했다. 정상치고는 참 초라하다. 사방의 풍경을 볼 수가 없는 정상이다. 거기서 잠깐 쉬고는 명지 2봉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2봉에 이르러서야 1봉의 높은 자태가 드러난다. 앞으로 펼쳐진 가평의 연봉들이 보이고 우리가 올라온 익근리의 모습이 들어온다.
명지3봉 가는 길 앞에서 안내판 때문에 알바를 했다. 귀목고개와 익근리 방향밖에 없다.귀목고개 방향은 귀목봉으로 이어지기에 아니라고 생각했고 지도상 진행방향은 익근리쪽으로 보여 그쪽으로 가다가 보니 큰 산이 안 보이는 내리막길이다. 아니다 싶어 다시 원점회귀해서 귀목고개쪽으로 내려가니 왼편에 명지3봉 가는 길이란 아크릴 판이 있었다. 안심했다. 연인산으로 갈 때 여기가 조심해야 할 곳이었다. 이내 명지 3봉에 도착하니 1차 목표지인 아재비 고개가 1.3킬로 남았다. 1.3킬로 내리막길인데 여기선 길이 모두 수풀로 덮여 있어 수풀을 헤치고 걸어야 한다. 긴팔옷을 입고 오라는 지시가 이해가 되는 곳이다. 미끄러운 돌과 진흙으로 길이 되어 있어 자칫 조심해야 하는데, 두타,청옥산 갈 때 신고간 신발이 역시 미끄러워 침대산행을 하듯 내려왔다. 천년초님이 괜찮냐고 걱정해 주시는데 워낙 미끌어넘어지는데 이골이 난 사람이라 작은 찰과상 한 군데로 끝냈다. 산행 내내 물에 빠져 발이 젖은 것과 이 정도면 나로선 아주 양호한 전과이다. 아재비 고개에서 식사를 하시고 계신 서울에서 오신 분들을 만나 부침개와 눈물만큼이지만 산삼주도 얻어먹고 시원한 천년초 해동 맥주도 마시면서 30분 정도 쉬니 원기가 돋는다. 딱 세시간만에 일차 목표지점에 도착한 것이다. 산에서 만나는 분들은 왜들 그리도 인상도 좋고 마음도 넓은신지 아낌없이 자리를 내주시고 먹을 것을 공유하며 이야기도 술술 잘 풀어내니 십년지기처럼 친하게 된다. 우린 고작 정각님이 가져오신 떡 한 조각 천도복숭아 두 개 내놨을 뿐이고 아주 맛있다는 사모님 솜씨 칭찬밖에 한 게 없는데 그분들도 기분 좋아 하시고...
3. 아재비고개-연인산-용추계곡-출렁다리 휴게소 아래 동네(13:15-16:45)
아재비에서 연인산까지는 3킬로 정도의 오름길인데 얻어먹은 산삼주 덕분인지(인삼주보다 향이 더 강함) 힘든줄 모르고 불과 45분만에 도착했다.14:00정각, 연인산은 북으로는 명지산과 명지2봉에 맞닿아 있고, 남으로는 우정봉, 매봉에서 또다시 깃대봉, 청우산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동으로는 노적봉, 수덕산이 있으며, 서쪽으로는 약간 떨어진 곳에 운악산이 버티고 선 산맥의 중앙에 있는 산이다. 명지산 정상보다 더 넓고 잘 꾸며져 있다. 사방 조망도 훨씬 낫다. 사람도 물론 더 북적댄다. 심리적으로는 백 명산에 집어넣어도 손색이 없는 산이다. 백 명산도 2부리그 팀이 1부리그로 올라가고 내려가듯 몇 년에 한 번씩 구조조정했으면 좋겠다.
정상에서 조금 내려온 곳에 안내판이 있는데, 우리가 안내받기에는 청풍능선을 거쳐 용추폭포로 가게 되어 있는데 안내판에는 두 길이 다르게 되어 있었다. 게다가 우리의 최종목적지는 용추폭포인데 무려 12킬로나 남아있다. 두 시에 아재비고개를 통과하면 연인산 가도 된다고 들었기에 급 당황, 전화를 해도 안 받는다. 안내가 잘못된 걸 알려야 되는데..우리가 가장 먼저 왔는데도 세 시간만에 13킬로를 가야하는데 우리 후미팀이 우리와 같이 오게 되면 오늘 행사가 낭패가 될 게 뻔하니까...하지만 전화 연락이 안 된다. 그래서 우리들이라고 좀 뛰자라고 해서 엠티비 도로가 있는 내리막길까지는 뛰듯이 내려왔다. 계곡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데 폭포까지는 10킬로나 남았다. 너덜길이라 뛰다가 다칠 수 있으니 빠른 걸음으로 가기로 했다. 계곡물을 오른쪽으로 두고 평평한 길을 계속 걸어 내려 간다. 폭포의 물소리와 모습은 정말 장관이다. 옛노래 <유산가> 속의 한 장면이 그대로 펼쳐진다.
층암 절벽상(層岩絶壁上)의 폭포수(瀑布水)는 콸콸,
수정렴(水晶簾) 드리운 듯, 이골 물이 주루루룩, 저 골 물이 쏼쏼,
열에 열 골 물이 한데 합수(合水)하여 천방져 지방져 소쿠라지고 펑퍼져,
넌출지고 방울져, 저 건너 병풍석(屛風石)으로 으르렁 콸콸
흐르는 물결이 은옥(銀玉)같이 흩어지니,
소부허유(巢父許由) 문답하던 기산영수(箕山潁水) 예 아니냐.
바쁜 마음 다 떨치고 지친 다리와 몸뚱이를 물 속에 풀어넣고 쉬고 싶은 마음 간절하나 그럴 수 없기에 발걸음을 재촉한다. 게다가 계곡이 무릉계곡에 두 배 정도는 되는 모양이다. 무려 10킬로나 되니 길이 계곡 이쪽도 됐다가 저쪽도 됐는데 10번 정도는 가로 질러 가야 하니 백패킹이 절로 된다. 7월 7일 아침가리골의 백패킹 경험이 절로 떠오른다. 물론 그곳에 비해 수량은 많이 줄었지만 건느기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갈비가 아픈 사람은 잘도 건너는데 무릎 아픈 사람은 미끌어져서 발 한쪽을 결국 물에 적셨다. 그래도 시간에 늦을까봐 물쿠렁뎅이 발을 질질 끌면서 발걸음을 재촉한다. 한여름은 지났지만 제법 캠퍼들이 줄줄이 올라오고 계곡 곳곳에는 주말 피서온 사람들이 한갓지게 물놀이를 즐기는 풍경이 끝없이 이어진다. 칼봉쉼터도 지났건만 용추폭포는 보이지 않고 그러니 출렁다리는 도대체 어디쯤인지 계속 찾으며 알탕도 못하고 걸어 내려간다. 속으로는 이 엄청난 물이 흘러내려가니 용추폭포는 적어도 강촌 폭포정도는 되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폭포를 눈 빠지게 찾으며 내려 왔건만 도대체 보이질 않는다. 결국 길가에서 물어봤더니 이미 상당히 지나왔단다 거슬러 올라가면 30분쯤 가야한다고 하니 허무했다. 옛말에 “泰山鳴動鼠一匹(태산명동서일필)”이라 했더니 길가에 팬스 쳐놓은 조그마한 폭포가 용추폭포이며 공무원휴게소란 곳이 출렁다리 휴게소란다.
결국 전화해 놓고 그 아래 동네에서 기다리며 알탕하고 잣막걸리 마시고 있었더니 죠리퐁부부와 꺽정이네 사모님이 도착했다. 우리보다 한 30분 늦게 우리와 같은 코스로 내려오셨다. 꺽정이네 사모님께 사부님은 어떻게 하시고 혼자 오셨나고 했더니 부군께선 어제 25킬로 야등의 피로 때문에 일찍 하산하셨다고 한다. 1탄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그때도 전날 무리하게 산행하신 사부님은 천천히 오셨는데 똑같이 산행하신 사모님은 우리와 함께 남편 떼놓고 종주하셨다. 말씀이 가관이시다.“산에서는 부부라 할지라도 걸리적 거리면 떼 버리고 각자 산행햬야 한다”라고 하신다. 얄쌍한 외모에 어디서 그런 힘이 있으신지 꺽정이 닮은 부군보다 산을 가볍게 잘 타신다. 조리퐁부부도 마찬가지 사모님의 산행 솜씨가 한 수 위인 것 같다. 죠리퐁님의 산행실력이 일취월장한 것도 사모님 덕택같다. 정말 대단하다. 이 두 부부팀들이 앞으로 드림팀의 선두주자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18시쯤 출발해서 인근 닭갈비 집에 도착하여 즐거운 식사와 음주로 산행을 마무리했다.개인적 소감으로는 1차때 먹은 닭갈비가 훨씬 맛있었다.그때 먹은 게 춘천닭갈비였다면, 어제는 가평닭갈비 수준이었다.즐겁기는 매한가지이다. 서울 도착 양재 21시.생각보다 그리 늦지도 않았다. 즐거운 하루였다.
4. “바람이 분다. 산.이.라.야.겠.다.”
폴 발레리는 그의 시 ‘해변의 묘지’에서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라고 했죠.
이 말이 요즘 많은 분들에게 인용되곤 합니다. 저도 이 말을 인용하되 위 제목처럼 패러디를 했습니다. 고전을 모독한 죄 양해바랍니다. 지난 목요일 내린 비로 지긋지긋한 여름의 더위가 꺾인 기세가 완연한 요즘입니다. 한낮의 뜨거운 더위도 여전한 듯 하지만 실제 몸으로 느껴보니 예전의 더위가 아닙니다. 더위 속에 바람이 불어 옵니다. 새벽부터 아침까지는 이젠 긴 팔을 입어야 할 정도로 바람이 제법 찹니다. 이젠 모든 걸 포기해 버리고 찬 것만 찾던 습관이나 시원한 곳에서 피서나 해야겠다는 마음에서 벗어나 다시 굳세게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샘솟게 됩니다. 7,8월 숨이 헉헉 막히는 여름 산행을 잠시 쉬고 방학을 맞았던 우리들의 산행도 슬슬 다시 시작해야 할 시간입니다. 그간에 못 만났던 그리운 얼굴도 산을 두고 다시 봐야겠지요. 굳세게 살기 위해선 산의 힘을 빌려야 한다고 전 믿습니다. 산은 맑은 공기를 우리의 허파에 불어넣고 근육을 단단하게 하고 우리 마음에 의지를 심어 주며 오르고 내리는 순간 온갖 잡념을 머리 속에서 싹 없애 주어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 줍니다. 게다가 편견을 버리고 타인에 대해 마음을 열게 하여 함께 하는 인자한 심성과 호연지기를 길러 줍니다. 건강에 대한 불안과 더불어 인성이 쉽게 타락해 가는 도시에서 사는 우리들이 과연 뭘 믿고 기댈 수 있을까요? 그건 산일 수 있으며, 산이라야겠네요.
저도 7월 산행 이후에 오늘 산행 전까지 산행 방학을 맞은 셈이었습니다. 아울러 산우 관계에서도 방학을 한 셈이었죠. 방학은 참 필요한 것 같더군요. 옛말에 “산과 사람은 멀리서 보라” 했듯이 만 일 년 간 마치 산과 불륜에 빠진 사람처럼 살면서 슬며시 산에 대해 싫증이 찾아왔고 익명화된 관계 속에서 주1회 이루어지는 산우들과의 피상적인 만남의 반복에도 회의가 들기도 했습니다만 너무 가까웠기 때문이죠. 그래서 산에 대해 생각도 하지 않고 가지도 않았습니다. 실로 다음 노래 구절처럼 냉담을 했습니다.
“사랑이란게 지겨울 때가 있지....(중략)....그대 그리울 때면 그리운 대로 내 맘에 둘거 야. 그대 생각이 나면 생각난 대로 내 버려 두듯이..”(이문세, 옛사랑)
하지만 찬 바람이 불면서 산이 다시 그리워지고 소중해집니다. 산우들을 향한 마음도요. 힘든 현실이지만 산을 넘으며 보고 듣고 쌓아둔 것으로 헤쳐나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산우님들도 힘내시고...산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통해 산을 이해하는 삶이 이루어지길 빕니다. 우리 산악회가 옛 사색당파의 동인(수락불암산파),서인(봉제산,우장산),남인(노론:관악산파,소론:청계산파),북인(대북:북한산파,소북:도봉산파)들이 모두 모여 북적대는 곳이 되길 아울러 바랍니다.
“바람이 붑니다. 산.이.라.야.겠.지.요”
9.1(일)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황방님의 글에는 마음을 깊이 담아내고 있기에 더욱 감동을 주고 있네요 아재비고개 2시라고 말한것은 용추계곡은 불가할거라고 말한 뒤에 자연팀 기준으로 말했던 겁니다 들머리 도착시간이 35분 늦었으니까요그럼에도 용추로 넘어가신 5인의 용맹에 큰 를 보냅니다 여러분이 계셔서 나도 산을 잘타려고 노력중입니다 감사합니다수고하셨습니다
타산악회가 만들기 어려운 프로그램이었는데 잘 몰라줘서 아쉬웠을 겁니다. 그래도 좋은 프로그램 계속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잘 읽었습니다. 전철의 지루함을 잊게해주는 멋진 산행기입니다.
어제 가시고, 오늘도 어디 산행을 또 가시는 모양입니다.대단하시네요. 요즘은 무리하지 않으시고 순리대로 산행하시는 모습이십니다. 참 좋습니다.
얼굴 본 지 상당히 오래된 것 같군요. 얼굴 잊어버리지 않을 런지^^* 다음 지리산에서 뵙죠~
지리산과 설악산이 아니면 말객님을 품기에는 적은 것 같네요. 늘 지-설을 반복하시는 듯 합니다. 지리산에서 뵙겠습니다.
말객님과 산행 할수 있겠다 ... 기대했었는데
담에 뵐께요~~~
2달 만에 뵈어서 반가웠습니다.. 같이 가고 싶은 맘 참는게 더 힘들더라고여..ㅎㅎㅎ 같이 동행 한 친구들이 산에 대한 싸부고~ 제자고~~~속맘은 아쉬웠지만 나름 즐거웠습니다... 살면서 본인이 좋아 하는 일을 하는게 최고의 행복이 아닌가 전 생각 합니다.. 그리고 내 인생은 나의 것!!! 권주가 역시 굿!!!
저도 오랫만에 뵈니 반가웠습니다.늘 이 카페를 통해 소식을 듣기 했지만...대장님 답게 카페 알리기에 앞장서시고 그 성과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스케치북1,2에 여성분이 그려진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앞으로도 저희들과 못 가시더라도 더 많은 새로운 이들로 스케치북이 채워지길 빕니다.
이번 산행은 치북님께선 봉사하시기로 하셨어요???
이끌어 주시느라 수고하셨고 상황이 되는데로 산행 같이해요
전 아직 이곳의 초입 산사람일뿐인데, 명지산과 연인산을 같이 해주신 황방님께 먼저 감사드리고 산행하는 동안
벌써 옛 지기님처럼 느껴졌습니다... 지금도 산에서 산행하고 있는 것처럼 지호지간처럼 느낌이 다가 옵니다
그리고 어떻게 직접 기록하신것 같지 않았는데 산행기를 생생하게 담으셨는지 절로 감탄이 나옵니다...
황방님 덕분에 좋은 추억 만들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빠른 쾌유를 빌구요 건강하시고 ~~~
헤어짐이 있음 어느곳에선가 뵐수 있는날을 기대합니다~~~~
천년초님과 동행하면서 많은 걸 배우고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아픈 몸을 끌고도 내색하지 않고 꿋꿋이 산행하는 모습 멋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멋있는 모습 계속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향방님이 모처럼 나오셔서 좋은글 하나부터 세세하게 글을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산행은 역시 드림팀 답습니다
산행대장님답게 꾸준히 산행을 하시더니 세월을 거꾸로 돌리듯 젊어지셨습니다.앞으로도 계속 젊게 사시는 모습 기대합니다
선배님의 산행기를 읽으면 마치 함께 걷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세세한 설명과 자세한 유래를 알수 있어서 좋습니다.
저 같은 사람은 지나온 길에 대한 느낌을 겨우 표현할 정도인데 정성어린 산행기를 읽다보면 그 정성에 감탄을 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산행과 산행기 부탁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겸손이 지나치신 말씀입니다.물가님이 쓰신 산행기의 격에 한참 못 미칩니다. 석룡산에서 뵌 이후로 한참 되었네요.지리산, 설악산, 월악산 등 가볼 만한 산행지가 계속 이어지는데 자주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