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문명의 풍요를 달리는, 21세기 하고도 10년이 넘어도 이 세상은 전쟁터다. 지역적인 차이에 따라, 전쟁터인데 총들고 싸우느냐 총 안들고 싸우느냐의 차이일뿐 전쟁터인건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은 서구의 암묵적인 동조와 압도적인 무력을 바탕으로 팔레스타인을 공격하고 있고 시리아는 내전 상태에 있으며 아프리카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공포로 질병과 싸우고 있다.
한국은 어떨까. 조약으로 보면 한국전쟁 이후로 남북한은 전쟁이 끝난 상태가 아니라 쉬는(!) 상태, 휴전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년간 이루어온 남한의 경제적인 성장세를 보면 놀랍다. 한국인 특유의 근면성과 활력이 어우러져 이룬 결과는 세계인들이 봐도 가히 놀랍지만 고속성장의 그늘과 여파는 정치와 사회 분야의 곳곳에 문제와 과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의 곳곳에서 최선의 선택, 정의의 선택과 긍정적인 결과를 위해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 분명 다수는 아니지만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부정적인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온전히 자신을 내던지는 소수의 존재들이 있다.
이수인 과장은 프랑스계 외국 대형마트점의 매니저인 과장으로 근무중이다. 군대에서 직업군인으로 인생을 보내려다가 군대내의 정치적 편향성과 투표방식의 부당함을 알린후 그 여파로 사표를 던진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일 거라는 선입견(?)을 갖고 자신의 할 일만 하면 될거라는 마음으로 외국계 회사에 들어왔건만 아는 놈들이 더하다고, 한국에서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맞추어 유연하게(!) 노동인력을 축소하려는 마트의 부당함에 대항하기 위해 노동계에서 잔뼈가 굵은 구고신 소장과 함께 싸울 준비를 한다. 총성없는 싸움을,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은 채.
7,80년대만 하더라도 부당함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는 건 지금보다 그 위험이 덜했는지 모른다. 그 당시는 무슨 일을 하든 일은 많았으며 자신이 선택할 여지가 지금보다는 많았다. 그러나 아이엠에프 구제금융 사태 이후로 비정규직의 비정상적인 증가와 더불어 비정규직으로도 일하기 쉽지 않고, 정규직에서 미끄러질 경우 다시 회복하기가 로또맞는 것만큼 어려워진 시대가 되었다. 회사나 조직의 눈치를 보거나 결과로라도 잘 보이기 위해 동료직원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의와 공정을 위해 부당함을 개선하기 위해 산다는 것은 자신을 내거는 것과 마찬가지의 용기를 필요로 한다. 혼자 혹은 소수의 힘으로 좋은 결과를 이루어내기 위해 얼마만의 시간을 투쟁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힘든 싸움은 그 결과에 관계없이 유의미한 싸움이다. 정의와 인정을 눈뜨고 찾아보기가, 거대한 매출과 거대한 조직에 반비례할 정도로 찾아보기가 힘든 시대에 이 양자의 균형성을 회복시키기 위해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할 것이다.
네이버에서 웹툰이라는 장르형식으로 [송곳]를 연재하는 최규석 작가는 물량적으로 거대한 포털사이트에서 한줄기 빛과도 같은 역할로 용기있는 소수자의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자신이 가장 잘할수 있는 작품의 장르로 이 사회에 필요한 소금과도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독자가 어리든 나이들었든 상관없이 어떤 삶이 보람있고 정의로운지를 조금이라도 생각해 본 이들이라면 최규석 작가의 [송곳]을 감명깊게 볼 것이다.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이든 그 곳에서 자신의 양심을 중심으로 잡고 공동의 가치와 철학을 위해 움직이는 이들이라면 이 작품에 공감의식을 느낄 것이다. 혹은 힘든 곳에서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송곳]은 위안과 연대의 격려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조금이라도 움직이려고 하는 이들이 주위에 응원군이 없다고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넒게 바라보면 곳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이고 있는 이들이 있지 않은가. 최소한 [송곳]의 최규석 작가, 실화로부터 차용된 이수인 과장, 구고신 소장, 이 작품을 보고 응원을 보내는 독자들은 같은 편이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사회적으로 밝은 에너지를 보내는, 봉사활동을 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 그들은 보살 혹은 천사라고 불리어도 괜찮은 분들이다. 그러나 세상의 최전선에서 최선의 선택을 위해, 공정한 게임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이들도 천사 혹은 보살이라고 불리워도 될 존재들이다. 이 가치에 연대의식을 지니는 우리 모두에게 건투를 빈다.
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602922
첫댓글 만화를 그린다고 하는 아이 덕분에 일찍부터 알고있는 이름을 말러카페에서 보다니. 신선하네요.
저도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균형회복. 지금은 너무나 많이 기울어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