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강전 두번째 세션에서 최성원 선수가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국 선수가 되었다. 강동궁, 김재근 선수는 함께 32강전을 시작했지만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최성원 선수는 홈팀 이집트의 대표 선수 사메 시돔 선수와의 경기를 20이닝에 40대 28로 깔끔하게 마무리하며 네 테이블 중 가장 먼저 경기를 끝냈다. 이집트 챔피언을 넘어 세계 랭커로 발돋움 중인 시돔 선수는 매 대회마다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최성원 선수를 넘어서기는 아직 무리인 듯 보였다.
강동궁 선수는 이번 대회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는 그리스의 코스타스 파파콘스탄티노우 선수에게 발목을 잡혔다. 24이닝째 26대 30으로 따라 붙는 듯 싶었으나, 이후 3이닝동안 무득점에 그쳤고, 그 사이 파파콘스탄티노우 선수가 10점을 모두 올리며 40점 고지에 올랐다. 강동궁 선수는 후구에 1점을 올리는데 그치며 결국 31대 40으로 패하고 말았다.
김재근 선수도 네덜란드 챔피언인 장-폴 드브루인 선수에게 아깝게 패하고 말았다. 25이닝째 점수는 29대 31로 박빙이었고, 31이닝째까지 33대 36으로 팽팽한 후반전을 예고했지만 33이닝째 드브루인 선수가 남은 점수를 모두 득점하며 40대 34로 먼저 40점에 올랐다. 김재근 선수의 남은 점수는 6점. 후구를 시작한 김재근 선수는 4점까지 차분히 점수를 올려갔지만, 5점째 제각돌리기 포지션에서 짧아지는 테이블의 영향으로 안타깝게 추가 득점에 실패하고 말았다.
한편, 4번 테이블에서 경기를 한 세계 랭킹 3위의 제레미 뷰리 선수와 베트남의 쿠옛 치옌 트란 선수는 이번 대회 첫 승부치기를 한 끝에 트란 선수가 16강에 올랐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큰 활약을 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트란 선수는 21이닝째 먼저 40점에 올랐고, 뷰리 선수 또한 남은 3점을 후구에서 득점하며 승부치기로 넘어갔다. 트란 선수의 선공으로 승부치기가 시작되었고, 트란 선수는 난구들을 풀어내며 3점을 득점하였다. 뷰리 선수역시 차분히 2점을 득점했으나, 많은 고민 끝에 선택한 안으로 짧게 돌려치기가 득점 직전에 키스가 나며 동점의 기회를 날려버리고 말았다.
황형범, 김경률 꺾고 16강 진출
두 한국 선수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황형범 vs 김경률 선수의 대결에서는 지난 구리 월드컵에 이어 다시 한번 황형범 선수가 김경률 선수를 꺾고 16강에 올랐다. 두 선수는 경기 중후반까지 엎치락 뒤치락하며 선두를 주고 받았지만, 경기 후반 김경률 선수의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26이닝째 황형범 선수가 40대 35로 승리했다. 김경률 선수는 마지막 후구에서도 초구를 짧게 빠트리며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올해 월드 챔피언에 등극한 프레드릭 코드롱(벨기에) 선수는 독일의 크리스티앙 루돌프 선수를 상대로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부으며 하이런 12점 포함 단 17이닝만에 40대 22로 가볍게 승리했다. 3번 테이블의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 선수는 아시아 당구 연맹(ACBC)의 와일드 카드로 참가한 베트남의 두옹 안 부 선수에게 경기 내내 끌려가며 힘겨운 싸움을 벌이다, 30대 32로 뒤지고 있던 24이닝째 남은 10점을 한번에 몰아치는 저력을 보여주며 어려웠던 경기에서 탈출했다.
한편, 한국 선수들 바로 옆 테이블에서 벌어진 두 터키 선수들의 경기에서는 경기 결과를 떠나 아주 인상깊은 장면이 나왔다. 바로 재작년 이집트 월드컵 우승자인 아드난 윅셀 선수와 터키의 신예 비르욜 위마즈 선수의 대결이었는데, 위마즈 선수의 일방적인 공격 속에 경기는 관중들의 이목에서 이미 벗어나 있었다. 16이닝째 점수는 38대 10으로 사실상의 승부는 결정이 난 상태였다. 하지만 윅셀 선수는 이런 절망적인 상황속에서 갑자기 집중을 하기 시작하며 17이닝째 득점 행진을 시작하였다. 한점, 두점으로 시작된 하이런은 이미 10점을 훌쩍 넘어 20점 고지마저 넘기고 말았다. 21점을 득점한 후 윅셀 선수에게 주어진 포지션은 조금 끌어쳐야 하는 뒤로 돌려치기. 약간은 부담스러운 샷과 키스의 위험 때문인지 조금 고민을 하다가 결국 시간에 쫒겨 40초 제한을 1초 남기고 급하게 샷을 하여 아쉽게 득점에 실패하고 말았다. 분위기가 크게 반전되자 위협을 느낀 위마즈 선수는 아주 신중하게 39점째 득점을 올렸고, 그리 어렵지 않은 마지막 제각돌리기 포지션에서도 타임아웃까지 써가며 신중하게 처리하며, 결국 17이닝째 40대 31(에버리지 2.353)로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