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중국 여행 3-진행과정
여행 날짜가 1월 중순, 기간은 4박 5일로 정해졌다. 직장에 얽매인 사람에게는 휴가 내기에 적합한 시간이다. 물론 장기간 여행에 익숙한 이에겐 아쉬운 시간이다. 우리 문화의 원류를 찾아 떠난 세계여행을 진행 중인 나는 이번 겨울에 중국 윈난[운남(雲南)]에 가기로 예정하고 있었다. 사전 조사를 해보니 윈난은 한 달 내내 다녀도 시간이 부족한 곳이다. 먼저 중국 윈난으로 가서 다니다가 중간에 상하이로 나와 일정을 공유한 다음 윈난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취하기엔 중국이 너무 넓었다. 게다가 처음 단체여행을 추진하는 비그친날님은 이번 여행에서 카페지기가 적어도 출발할 때 함께 하기를 원하였다. 결국 우리 가족은 공통여행 이후 일주일 더 남아 있기로 하여 11박 12일로 결정되었다. 윈난을 포기하는 대신 1월 초순에 일본 오키나와[유구(琉球)]에 잠시 다녀오기로 했다.
참가 인원은 20명 이상 되면 어려움이 많아 제한하여 12월 19일 전체 메일을 보냈다. 12월 24일 마감하여 모두 22명으로 결정되었다. 언뜻 보기엔 적당한 단체 인원이지만 내막을 보면 각각 모였다 흩어지게 된 기이한 결합이다. 광주 무안공항에서 두 가족(어른 4+ 아이 2명), 인천 공항에서 네 가족(어른 6+아이 6명)에 싱글 3명, 상하이 결합 1명. 어른 14명, 어린이 8명. 남 12명, 여 10명. 그러다보니 항공권 발권에서 단체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이름만 단체 여행이지 실제로는 개별 여행자들이 함께 뭉쳐서 다니는 형태가 되었다.
여행을 떠날 때 여권 유효기간을 꼭 확인해봐야 한다. 유효기간 6개월 이상 남지 않으면 비자 발급이 안된다. 우리는 12월말에 여권을 모두 갱신했다. 까다로운 여권 사진을 다시 찍고 새로운 여권을 받았다. 여권 발급할 때 인터넷으로 발급신청서를 미리 다운 받아 작성하고 구청 여권과에 예약을 하고 접수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구청에 가서 재발급 신청하고 사흘 만에 여권을 찾았다. 연말이지만 비교적 순조롭게 처리되었다. 비그친날님이 인천 출발팀 항공권과 단체비자를 함께 끊었다. 중국은 여전히 비자가 필요한 나라다.
중국에서는 학생이라고 입장료를 할인해주는 경우가 많지 않다. 하지만 학생증이 필요한 곳이 있으리라 생각하여 학교에 알아보니 초등학교에서는 학생증을 발행하지 않고 재학증명서만 떼어왔다. 물론 이 재학증명서는 중국에서 아무 소용이 없었다. 국제학생증은 비용이 비싸다. 유스호스텔 회원증이 있으면 숙소 할인되지만 그것도 차일피일 미루다가 그냥 가기로 했다.
상하이[상해(上海)]-저우좡[주장(周庄)]-난징[남경(南京)] 코스는 일반적 패키지 관광에서 가지 않는 코스다. 랜덤하우스가 펴낸 <상하이 100배 즐기기>에도 난징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금요일에 떠나는 상하이>에서는 오직 상하이 지역만 다룬다. 1999년 그해 두 번이나 상하이에 다녀오고 작년에도 상하이에 갔었다. 세 번이나 갔어도 상하이 극히 일부만 보았다. 간혹 사람들이 묻는다. 상하이에 세 번씩이나 가서 볼 게 있느냐고. 나에겐 아마 서른 번 간다 하더라도 상하이를 다 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상하이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경주 남산을 수십 번, 수백 번 올라도 다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간혹 잊고 산다. 서울만 하더라도 얼마나 볼거리가 많은 도시인가. 도쿄나 방콕도 그런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여행이나 답사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게 여행의 목적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행의 목적은 장소와 일정에 따라 바뀌는 수가 허다하다. 이번 경우도 그런 셈이다.
함께 가자(동기 유발)→중국으로(어디로)→4박 5일(얼마 동안)→상하이(저우좡, 난징)→무엇 하러?(목적을 정하자)
실무적인 작업을 마치면서 비로소 여행 목적을 세우게 된다. 우선 카페에서 함께 가는 여행이기에 단체 여행 코스로서 적합성을 점검해보고 실질적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주요한 목적이다. 2008년 여름이나 2009년 겨울 4박 5일 일정으로 상하이 여행을 다시 계획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진행하기 위한 사전 작업인 셈이다. 2007년 2월 여행에서 이번 겨울에 초등학교 6학년 가족을 위한 상하이 여행을 계획하였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추진되지 못하였다. 구성원이 아이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 교육적 답사 코스와 일반인들의 상하이 여행 코스를 탐색하는 두 가지 목적을 정하였다.
추가 내용으로는 태평천국의 난과 난징 대학살, 명과 청나라 사회경제 상황을 살펴보고 남은 일정은 주달관이 캄보디아로 떠난 원저우[온주(溫州)]와 오키나와와 동남아시아로 출발하는 항구 도시 푸저우[복주(福州)] 등을 찾기로 하였다. 물론 세 차례 상하이 방문에서 찾았던 우리 민족 독립 관련 유적지를 다시 확인하는 것도 포함된다.
(중국 온주[원저우] 박물관에서 만난 주달관)
환전은 중여동 환전 게시판을 통해 2,000 위안을 당시 기준 환율보다 약간 높은 131원에 했다. 흥미로웠던 것은 나에게 중국 돈 위안화를 판 유학생은 난징에서 공부하다 왔다고 했다. 그로부터 난징에서 유명한 식당을 소개받았다. 난징에서 헤매지 않고 찾아갔던 그 식당은 우리 일행에게 아주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세 사람이 쓰기에 작년 여행 때 남은 돈과 합치면 충분할 듯했다. 모자라는 돈은 비상금으로 달러를 가지고 가기로 했다.
도서관에서 중국 관련 책을 찾아서 읽기 시작하였다. 내 직장 도서관과 시립도서관인 포은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포은도서관에서 친구가 펴낸 <이래도 중국 갈래>를 발견하였다. 그는 이전에도 중국 관련 책 <중국 속에 일떠서는 한민족>을 펴낸 적이 있었다. 마침 여행떠나기 전 그와 만나서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너무 많이 마시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중국 관련 정보는 많이 챙기지 못하였다. 중국에서 몇 년 동안 살았고, 지금도 부인과 자녀는 중국에 머물고 있다. 이 친구랑 여행을 마친 후 귀국보고회를 갖기로 했는데, 아직 시간을 잡지 못하였다.
틈나는 대로 인터넷에서 중국과 상하이 관련 정보를 찾는다. 다음 카페 <중국여행동호회(중여동)>가 가장 풍부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원저우[온주(溫州), Wenzhou)에 관한 정보는 빈약하였다. 네이버에 있는 여러 카페들도 둘러보았다. 자유 여행은 코스를 확정짓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기에 구체적 코스는 잡지 않고 현지 상황에 맞추어 자유롭게 동선을 그리기로 했다. 꼭 해야 할 일과 가야 할 곳만 정하면 된다. 여행을 자주 다닐수록 자연스럽게 체득한 방법이었다. 너무 꼭 짜인 일정은 여행을 피곤하게 만든다.
* 여행기간 : 2008년 1월 16일(수)-1월 27일(일) 11박 12일
* 누구랑 : 앙코르사람들과의 만남 회원 및 가족 22명
* 환전 1 元(위안)=131 원 (중여동 환전)
첫댓글 일관 된 주제를 가지고 여행하기에 만만치 않은데... 가장 원하는 것을 위해 덜 중요한 것은 덮고 가는 행복한 선택을 하시는 연오랑님 가족은 언제나 행복하고 당당해 보입니다. 이번 여행을 위해 '포기'하신 것들로 인한 빈자리는 또 다른 것으로 메꾸어지셨으려나..? 고맙습니다.
함께 하려면 누구나 자기 것을 조금씩은 버려야죠. 함께 하는 기쁨이 더 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