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여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해ㅅ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어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고향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꽁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 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갑판 우
나지익 한 하늘은 백금빛으로 빛나고
물결은 유리판처럼 부서지며 끓어오른다.
동글동글 굴러오는 짠바람에
빰마다 고운 피가 고이고
배는 화려한 김승처럼 짓으며 달려나간다.
문득 앞을 가리는 검은 해적 같은 외딴섬이
흩어져 날으는 갈매기떼 날개 뒤로
문짓 문짓 물러나가고,
어디로 돌아다보든지 하이얀
큰 팔구비에 안기여
지구덩이가 동그랗다는 것이 길겁구나.
넥타이는 시원스럽게 날리고 서로 기대 슨
어깨에 유월 볕이 스며들고
한없이 나가는 눈ㅅ길은
수평선 저쪽까지 기폭처럼 퍼덕인다.
바다 바람이 그대 머리에 아른대는구료,
그대 머리는 슬픈듯 하늘거리고.
바다 바람이 그대 치마폭에 니치대는구료,
그대 치마는 부끄러운듯 나부끼고.
그대는 바람보고 꾸짓는구료.
별안간 뛰여들삼어도 설마 죽을라구요
빠나나 껍질로 바다를 놀려대노니,
젊은 마음 꼬이는 구비도는 물구비
둘이 함께 굽어보며 가비얍게 웃노니.
*카페 프란스
옮겨다 심은 종려나무밑에
빗두루 슨 장명등,
카페 · 프란스에 가자.
이놈은 루바쉬카
또 한놈은 보헤미안 넥타이
뻣적 마른 놈이 앞장을섰다.
밤비는 뱀눈처럼 가는데
페이브멘트에 흐느끼는 불빛
카페 · 프란스에 가자.
이 놈의 머리는 빗두른 능금
또 한놈의 심장은 벌레 먹은 장미
제비처럼 젖은 놈이 뛰어간다.
「 오오 패롤서방! 꿋 이브닝!」
「꿋 이브닝!」(이 친구 어떠하시오!)
울금향 아기씨는 이밤에도
경사 커-틴 밑에서 조시는 구료!
나는 자작의 아들도 아모것도 아니란다.
남달리 손이 희어서 슬프구나!
나는 나라도 집도 없단다.
대리석 테이블에 닿는 내 뺌이 슬프구나!
오오, 이국종 강아지야
내 발을 빨어다오.
내 발을 빨어다오.
*나무
얼골이 바로 푸른 한울을 우러렀기에
발이 항시 검은 흙을 향하기 욕되지 않도다.
곡식알이 거꾸로 떨어져도 싹은 반듯이 우로!
어느모양으로 심기어졌더뇨?
이상스런 나무 나의 몸이여!
오오 알맞은 위치! 좋은 우아래!
아담의 슬픈 유산도 그대로 받었노라.
나의 적은 연륜으로 이스라엘의
이천년을 헤였노라.
나의존재는 우주의 한낱 초조한
오점이었도다.
목마른 사슴이 샘을 찾어 입을 잠그듯이
이제 그리스도의 못박히신 발의
성혈聖血에 이마를 적시며-
오오! 신약新約의 태양을 한아름 안다.
*또 하나 다른 태양
온 고을이 받들만 한
장미 한가지가 솟아난다 하기로
그래도 나는 고와 아니하련다.
나는 나의 나이와 별과 바람에도 피로웁다.
이제 태양을 금시 잃어버린다 하기로
그래도 그리 놀라울리 없다.
실상 나는 또 하나 다른 태양으로 살었다.
사랑을 위하얀 입맛도 잃는다.
외로운 사슴처럼 벙어리 되어
산길에 슬지라도-
오오, 나의 행복은 나의 성모마리아 !
*백록담
1
절정에 가까울수록 뻑국채 꽃키가 점점 소모된다. 한마루 오르면 허리가 슬어지고 다시 한마루 위에서 모가지가 없고 나종에는 얼골만 갸옷 내다본다. 화문花紋처럼판박힌다. 바람이 차기가 함경도 끝과 맞서는 데서 뻑국채 키는 아조 없어지고도 팔월 한철엔 흩어진 성신星辰처럼난만하다. 산그림자 어둑어둑하면 그러지 않어도 뻑국채꽃밭에서 별들이 켜든다. 제자리에서 별이 옮긴다.나는 여기서 기진했다.
2
엄고란嚴古蘭, 환약같이 어여쁜 열매로 목을 축이고살어 일어섰다.
3
백화白樺옆에서 백화가 촉루가 되기까지 산다. 내가 죽어 백화처럼 흴 것이 숭없지 않다.
4
귀신도 쓸쓸하여 살지 않는 한모롱이, 도체비꽃이 낮에도 혼자 무서워 파랗게 질린다.
5
바야흐로 해발 육천척 우에서 마소가 사람을 대수롭게아니여기고 산다. 말이 말끼리 소가 소끼리, 망아지가어미소를 송아지가 어미말을 따르다가 이내 헤어진다.
6
첫새끼를 낳노라고 암소가 몹시 혼이 났다. 얼결에 산길 백리를 돌아 서귀포로 달아났다. 물도 마르기 전에 어미를 여윈 송아지는 움매- 움매- 울었다. 말을 보고도 등산객을 보고도 마구 매어달렸다. 우리 새끼들도 모색이 다른 어미한테 맡길 것을 나는 울었다.
7
풍란이 풍기는 향기, 꾀꼬리 서로 부르는 소리, 제주회파람새 회파람부는 소리, 돌에 물이 따로 구르는 소리, 먼 데서 바다가 구길 때 솨-솨- 솔소리, 물푸레동백 떡갈나무 속에서 나는 길을 잘못 들었다가 다시 측넌출 기여간 흰돌바기 고부랑길로 나섰다. 문득 마주친아롱점말이 피하지 않는다.
8
고비 고사리 더덕순 도라지꽃 취 삭갓나물 대풀 석용石茸 별과 같은 방울을 달은 고산식물을 새기며 취하며자며 한다. 백록담 조찰한 물을 그리여 산맥 우에서 짓는 행렬이 구름보다 장엄하다. 소나기 놋낫 맞으며 무지개에 말리우며 궁둥이에 꽃물 이겨 붙인 채로 살이 붓는다.
9
가재도 기지 않는 백록담 푸른 물에 하늘이 돈다. 불구에 가깝도록 고단한 나의 다리를 돌아 소가 갔다. 쫓겨온 실구름 일말에도 백록담은 흐리운다. 나의 얼골에한나잘 포긴 백록담은 쓸쓸하다. 나는 깨다 기도조차 잊었더니라.
*구성동
골짝에는 흔히
유성이 묻힌다.
황혼에
누뤼가 소란히 싸이기도 하고,
꽃도
귀향 사는 곳,
절터 ㅅ드랬는데
바람도 모이지 않고
산그림자 설핏하면
사슴이 일어나 등을 넘어간다.
*홍시
어저께도 홍시하나.
오늘에도 홍시하나.
까마귀야. 까마귀야.
우리 남게 왜 앉었나.
우리 오빠 오시걸랑.
맛뵐라구 남겨 뒀다.
후락 딱 딱
훠이 훠이!
*유리창 1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린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양 언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백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 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ㅅ새처럼 날러갔구나!
*유리창 2
내어다 보니
아주 캄캄한 밤,
어험스런 뜰앞 잣나무가 자꼬 켜올라간다.
돌아서서 자리로 갔다.
나는 목이 마르다.
또, 가까이 가
유리를 입으로 쫏다.
아아, 항 안에 든 금붕어처럼 갑갑하다.
별도 없다, 물도 없다, 쉬파람 부는 밤.
소증기선小蒸氣船처럼 흔들리는 창.
투명한 보라ㅅ빛 누뤼알 아,
이 알몸을 끄집어내라, 때려라, 부릇내라.
나는 열이 오른다.
뺌은 차라리 연정스레히
유리에 부빈다. 차디찬 입맞춤을 마신다.
쓰라리, 알연히, 그싯는 음향-
머언 꽃!
도회에는 고운 화재가 오른다.
*호수 1
얼골 하나 야
손바닥 둘 로
폭 가리지 만,
보고싶은 마음
호수 만 하니
눈 감을 밖에.
*호수 2
오리 모가지는
호수를 감는다.
오리 모가지는
자꼬 간지러워.
*풍랑몽 1
당신 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끝없는 울음 바다를 안으올때
포도빛 밤이 밀려오듯이,
그 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당신 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물건너 외딴 섬, 은회색 거인이
바람 사나운 날, 덮쳐 오듯이,
그 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당신 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창밖에는 참새떼 눈초리 무거웁고
창안에는시름겨워 턱을 고일때,
은고리 같은 새벽달
부끄럼성 스런 낯가림을 벗듯이,
그 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첫댓글 매력적인 시들이네요~~^^ 유린 풍랑몽~~~
시는 조금씩 틀릴 수 있습니다. 녹음실에서 화면으로 시가 나옵니다. 배경음악도 나와요. 각자 녹음할 시를 덧글로 달아 주세요.
다사랑은 사랑의 옥토끼가 한 쌍~~'석류'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