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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홍진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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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정 세상만사 스크랩 도둑님 간이 떨어졌을까?
우리 도사 추천 0 조회 6 09.07.25 01:0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장맛비가 그치고 더위가 서서히 기승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올해는 장마가 북상과 남하를 거듭하면서 다른해 보다 더위를 느낄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일주일은 비가 더 올 것 같다고 하니 올 여름은 비 구경만 하다 넘어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반, 기대반입니다. 걱정은 농사를 망칠 것 같아 농부의 입장에서 이고, 기대반은 더위를 모르고 여름을 넘기는 것 같아 그렇습니다.

 

    아파트 1층에서 살다보니 편해서 좋기는 한데 가끔 도둑이 들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늘 창문을 열어 놓으면서도 문을 닫아야 하는지 망설일때가 많습니다. 평생을 살면서 두번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두번다 필자가 정면으로 맞서 막아낸 기억이 있습니다.

 

   중랑구 묵동에 살때입니다. 여름에는 날씨가 더우니 대부분 불을 잘 켜놓지 않고 집에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 날도 저녁을 먹고 방에 누워있는데 길가에 접한 창문이 슬슬 밀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누군가 장난을 하는 것 같아 창문 곁으로 일어나 걸어가니 긴 장대가 방안으로 들어오더니 벽에 걸어 놓은 바지를 걷어 가려고 갈고리를 바지 고리에 거는 것이었습니다. 도둑의 소행임을 알고 바지 밑단을 잡은체 가족들에게 신호를 보냈습니다. 말은 할 수가 없으니 수화로 하려니 애가 탔으나 가족들은 무서워서 말도 못하고. 달달 떨기에 바빴습니다. 창문에 얼굴을 내밀고

" 젊은 친구 지금 뭣하는 짓이야"

한마디 했더니 장대를 내 팽개치고 줄행랑을 치고 말았습니다.

 

   젊은 시절 사업에 망하고 인천으로 내려간 일이 있습니다. 돈 300만원을 달랑쥐고 아내와 두딸을 데리고 방 한칸을 얻어 살았는데 일생을 죽 - 돌아보니 그때가 제일 힘들었던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까운 친구가 유원지에서 일년만 고생을 하면, 집 한칸은 마련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급박한 사항이라 선택의 여지도 없이 유원지 장사를 하겠다고 철없는 애들을 데리고 인천의 유원지로 향했습니다. 아마 그 시절을 소설로 쓰라고 하면, 2권은 쓸 수 있을텐데 세월은 흐르고 소설을 쓸 기회는 점점 엷어지는 것 같습니다.

 

  물과 전기, 문명과는 담을 쌓은 유원지에서 촛불을 켜놓고 생활을 했으니 얼마나 고생을 했을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짐작이 갈 것입니다. 고생한 유원지를 밝히고 싶어도 필자가 그토록 고생을 했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아 아직은 밝힐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잠자는 시간 4시간을 제외하고 억척같이 돈을 벌었습니다. 때로는 형사와 맞서 싸우고, 술 주정을 부리는 젊은 친구들을 산 등성이에서 발로차 굴려버리기도 했습니다. 깡패라고 소문이 나서 업자들이 피하기도 하고, 유원지에서 싸움만 벌어지면 혼자 파견나온 순경 아저씨도 필자 부터 찾았습니다. 사람이 깡패가 되고, 해결사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습니다. 유원지의 바가지 요금 , 무질서를 업자들이 깡패로 인정을 한 탓에 바로 잡을 수 있었습니다, 천하에 악독한 친구도 내 말이라면 바로 꼬리를 내리고 순순히 따라주어 유원지의 무질서를 바로 잡고 시장상 까지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일년동안 유원지에서 고생을 하고 집을 사서 유원지에서 해방이 되었습니다. 인천 시내에 한옥을 사서 이사를 하니 온 세상이 다 내 것 같았습니다. 이사를 하던 날 새벽이었습니다. 그때도 여름이었습니다. 새벽에 한기가 느껴져 천근이나 되는 눈을 살며시 떠보니 누군가 방에 장승 처럼 서 있었습니다. 찰나. 꿈인가, 생각해 보니 현실이었습니다. 잠시 정신을 가다듬고 이 도둑을 한방에 뉘어야 되겠다 생각을 굳혔습니다.

" 도둑이야, " 소리를 벽력 같이 지르며 일어나니 도둑이 혼이 빠져 안방에서 대문까지 10미터는 넘는 것 같은데 단 세발에 뛰어 도망을 갔습니다. 얼마나 빠른지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랫채에 젊은 친구가 세를 들어 살았는데도 문을 열어보지도 않고 아내도 그만 두라고 말려서 도둑 잡는 것을 포기했지만, 그 도둑님 아마 간이 놀라서 오래 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여름 철 더웁다고 문 열어놓고 지내지 마십시요, 휴가철에 도둑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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