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과거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1이 kbs에서 방송되었을 무렵,
그레이 아나토미를 처음 접했고
p2p라는 부끄러운 경로를 이용해서
불법다운로드를 받아서 어렵사리 시즌1을 다 보았습니다.
그때 당시엔 아주 좋지 않았던 사양의 컴퓨터를 사용했기 때문에
금세 용량이 부족해졌죠.
그래서 다운로드보다는 다른 경로로 찾아보자, 라는 식으로
다른 다음 까페를 이용해서 미드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제겐 천국이 시작된 거죠!
그 때 프렌즈도 보고 , 프리즌 브레이크도 보고, 히어로즈도 보고,
왠만큼 유명세를 탄 작품들은 다 보았죠.
미드에 푹 빠져 살았답니다.
프렌즈의 그 길고 긴 시즌 10을 다 보았으니.. 뭐, 말은 다 한거죠.
프렌즈를 다 보고 나니 정말 허무함이 밀려들더군요 ㅋㅋ
뭐랄까, 이제 미드도 질린다~ 라는 심정이었죠.
(※이하에는 가십걸 시즌1 초중반에 기초해서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최근 저는 힘든 일을 많이 겪었습니다.
새로운 학교에 가게 되면서
약간 '외로운 댄 험프리' 스러운 삶을 살았죠 ㅋㅋㅋㅋ
그러다보니 다시 미드가 보고 싶어졌는데
그레이 아나토미나 프렌즈는 너무 양이 많더라구요, 다시 보기엔.
프리즌 브레이크 같이 심각한 이야기는 보기도 싫고.
그래서 조금은 감수성 짙으면서도 약간 가볍게 볼 수 있는 미드를 찾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한 여자아이에게 추천 받은 미드, 가십걸!
xoxo 가십걸이라고 웃으며 소개해준 제 친구는 어리둥절해 하는 저에게 보고 나면 이해 할 거라고 하더군요.
(그말 그대로 xoxo 가십걸, 은 바로 이해했죠 ㅋㅋ)
가십걸의 댄은 실제로 저와 비슷한 점이 많았어요.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다니는 것과
그 학교에 인기 최고인 여자아이를 짝사랑하는 것과
글 쓰는 것에 관심이 있었던 것도요.
또
우리 학교는 부유한 애들이 다닐 뿐만 아니라,
어퍼 이스트 사이더들이 하는 것처럼 소문에 예민한 곳입니다.
잘생기고 이쁜 애들도 많아서 저같이 평범한 찌질이는 살기 힘든 곳이죠...
그러다보니 댄에게 감정 이입을 심하게 하고
며칠 전부터 가십걸에 빠져 들었습니다.
참, 좋더군요.
가십 가십 가십.
세리나의 이쁜 얼굴과 마음씨도 좋고, 블레어의 도도한 가여움도 좋고, 네이트의 잘생긴 고뇌도 좋고, 척의 더러운 욕구도 다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험프리 가족의 freedom과 cool한 모습이 가장 좋았고요.
(전 댄 아버지가 얼마나 불쌍해 죽겠는지 모르겠어요 ㅜㅜ 눈물 줄줄..)
가십 걸은
글쎄요, 그다지 감동을 밀어다 주는 작품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프리즌 브레이크처럼 치밀하고 자세한 전략으로 똘똘 뭉친 헐리우드 영화식 드라마도 아닙니다.
단지,
우리와는 조금 다른 세상에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죠.
예, 아이들입니다.
순수성보다는 악랄함을 더 갖추고 있다고 해야할 아이들이지만, 여전히 아이들이죠.
약해빠졌고, 흔들리기 십상이고, 무너지기 쉬운, 그저 '아이들'이죠.
부유한 아이들이라 완전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하신다면 큰 오산입니다.
그들이 부유한 아이들이기에 겉은 화려해보이지만,
실제로 마음 속은 어떨까요?
사람 보는 눈 없는 제가 보기에도 그들은 상처투성이입니다.
그들은 가슴이 상처로 너덜너덜거릴 정도에요.
그렇게 상처로부터 도피하는 척도 있고,
상처를 당당히 맞서서 부셔버리려다가 이윽고 상처가 치유되버리는 블레어도 있고,
상처를 겪었고 그대로 느끼고 반성해서 돌아온 세리나도 있죠.
모든 상처가 회복되고 이제야 행복을 찾으려는 외로운 댄도 있고요.
상처에 너무 고통 받아서 어떻게 해야할 지 고뇌하는 네이트도 있어요.
이런 연약한 인물들의 이야기,
과연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일까요?
아닌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우리와는 조금 다르지만,
다른 그 방식 그대로 연약하게 살아가는,
그게 바로 가십걸의 아이들입니다.
혹시 안 보셨으면 꼭 보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