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트 파라디소에서 호캉스를!
누가 호텔에서 휴가를 보냈다고 하면 , '갈 데가 그렇게 없어 호텔에서 죽치고 온담'
속으로 비웃곤 했다.
모르면 아예 아뭇소리 하지 않으면 중간은 간다던가?
손수 경험하지 못하고선 섣부르게 예단할 일이 아니다는 걸 새삼 깨달은 날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의 시를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어쩌면 그들의 친절이 나를 귀부인으로 느끼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예기치 않은 일이 더욱 감명 깊고 새롭고 기억에도 남는 것, 참으로 어쩌다가 경험한 호캉스를 자랑하고 싶다.
우리 새자매가 발칸 2국을 9박 11일로 다녀왔다.
7~8십대 세자매가 모처럼 함께 해외 여행을 한 것, 그것도 패키지,
잘 따라다녔는지, 몸살은 안 났는지, 궁금한 걱정은 집에 있는 자식들 몫이었는지
배려심 많은 둘째네 민기가 팔을 걷었다.
노친네들 너무 고생이 많을 것이라, 모처럼 호텔에서 하룻밤 그동안의 여독을 풀고 집에 내려가시라,
호텔 예약을 해 두었겠다,
비행기에서 내려 짐 찾고 어쩌고 하고 보니 오후 3시가 다 되었다.
둘째는 호텔을 향해 서둘러 앞장을 서는데
막내는 "집을 오래 비워서 빨리 가야 쓰것는디" 하고
큰언니는 " 일이 산더민디 그려" 하고 투덜대면서 커다란 트렁크를 무겁게 무겁게 밀면서 뒤따랐다.
이때까지만 해도 떨떠름한 상황!
예약했다는 아트 파라디소를 몰라 큰 집 파라다이스의 프론트에서 우리를 안내하려고 달려 온 제복의 이쁜 아가씨를 따라 예약숙소를 찾아간다.
파라다이스 큰 건물을 나와 다른 건물로 가는 사이 벽에 커다랗게 <파라다이스 씨티>라고 쓰인 것이 눈에 띈다.
"왜 이렇게 넓은 거야, 다리 아프게" "엄청 엄청 큰 동네네 그려,"
나중에 알고 보니 파라다이스 호텔과 우리가 가고 있는 아트 파라디소와 씨메르, 원더박스, 크로마 킅럽 등이 어울려 씨티를 형성하고 있는 거였다.
아트 파라디소 건물로 들어가면서부터 눈이 휘둥그레진다.
온통 핑크빛의 꿈속 같은 통로가 펼쳐진다. 가다보면 파스텔 톤의 은은한 빛으로 바뀌기도 하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환하게 밝아지는 요술을 한다.
아트 파라디소 호텔은 다른 호텔들과 다르게 3층에서 체크인을 하고 있었다. 지극히 조용하고 적당히 어둡다.
이곳이 호캉스 개념이라선지 아이들과 함께한 가족은 파라다이스에 머문다고 했다. 엄격하게 통제 되는 듯, 이용하는 고객들의
충분히 만족하는 힐링을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우리는 것 같았다.
우리 자매가 첵크인을 기다리는 잠시 동안 명찰을 붙인 제복의 젊은 남자 직원이 앞에 와 정중하게 우리를 반기며 < 웰컴 드링크>를 준비했다고 하면서 알콜과 논 알콜의 성향까지 물어가며 드링크잔을 탁자에 놓아 준다.
진한 바닷빛의 음료를 동그란 계란 같은 얼음과 함께 유리컵에 담은 웰컴드링크는 작가 <제프쿤스>의 <게이징볼>작품이라는 설명도 곁들인다. 새롭고 신선하고 감미롭고....
이쯤에서 우리는 뾰옹 간 것이다.
음료도 작품이 되는 것까지 처음 알았다.
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스읫한 경험들,
"오기 잘 했어, 집에 가고 싶단 말 취소, 취소."
"그려, 그려 나도, "
우리는 이구동성 들떠서 쑤군거리며 쿡쿡 웃는다.
호텔의 친절은 이것 만이 아니다.
추억은 사진 밖에 남지 않는다며 전문가의 솜씨로 우리를 여기 저곳에 세워두고 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다. 그리고선 페키지에 포함 된 아트 투어 이용시간도 상의한다.
우리가 안내 된 곳은 5층의 쥬니어 스위트 룸,
더할 나위 없이 푹신하고 깔끔한 침대는 기본 중에 기본, 많은 집기들이 고풍스러우면서 현대적이다. 하물며 편히 모시겠다는 손편지가 다 있고, 깜찍한 과자 소품까지,
동그랗고 하얀 욕탕은 셋이 함께 들어가도 좋을 듯 널찍한데도 아기자기해 보이니......
비치되어 있는 샴프도 외제라고라?
여독을 푸는데는 사우나만 한 것이 없지,
우리는 시간관계 상 씨매르에 들러 찜질방과 스파는 곁눈질하며 풍덩, 빠르게 사우나를 마치고 1층의 레스토랑에서 포도주를 곁들인 우아한 저녁식사를 했다.
예기치 않은 상황, 직원들의 친절, 예술품들이 뿜어내는 멋진 분위기 등등,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우리는 우루루 ~ 이쪽으로, 저쪽으로, 아니 이 창문 밖도 좀 봐, 우리는 어린애들처럼 들떠서 수선을 떨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리저리 분주하게 사진을 찍어대면서 돌아다니다 8시 아트 투어 시간에 큐레이터를 만난다, 역시!
호텔이 아닌 듯, 어느 미술관에 온 듯, 곳곳에 산재한 미술품들의 설명을 그녀는 소상하고 친절하게 소개해 준다. 달랑 우리 셋만 데리고 하는 작품 투어, 여늬 호텔들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들이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예술과 여가를 함께 즐기는 곳!
더불어 나의 품격은 업 되어 귀부인이 된 듯 우아하게 천천히 걸으며 호캉스를 즐긴다.
이곳에서 가장 멋지고 심혈을 기울여 만든 력서리 룸도 구경시켜준다.
비싼 집기들 하며 노래방까지 들어앉은 그 방은 1박에 500만원? 정도라며 유명인들이 즐겨 이용한다고 알려준다.
돈을 쓰고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그들은 새롭게 최선을 다한다.
아트 파라디소의 1일 호캉스는 충분히 감명 깊다.
민기야, 고맙다!!!!
손님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아늑하고 조용하고 력셔리하다. 웨이터도 직원도 큐레이터도 정성으로 품격을 올려주려 심혈을 기우리고 있다.
소수의 사람들이 최대한 누릴 수 있는 안락함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 파라디소의 존재이유라면 성공적이라 할 것이다.
그들의 써비스는 내가 귀부인이 된 것 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인천 아트 파라디소 호텔, 엄지 척!
팔순의 내가 충분히 만족하는 행복을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