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신
듀크대학 교수들은 대기업 최고재무책임자들을 상대로
S&P의 이듬해 수익을 예측해보라는 설문조사를 여러 해 실시했다.
그렇게 1만 1,600건의 예측을 모아 정확도를 알아보았다.
결과는 명확했다. 대기업의 재무 책임자들은 주식시장의 단기 미래를 전혀 감 잡지 못해서,
이들의 추정치와 실제 수치의 상관관계는 제로보다 오히려 약간 낮았다!
이들의 추정치와 실제수치의 상관관계는 제로보다 오히려 약간 낮았다!
이들이 시장 상황이 안좋을 거라고 말했을때 실ㅈ로는 더 좋아진 때가 약간 더 많앗다.
여기까지는 그러러니 할 수도 있다. 진짜 안좋은 소식은
최고재무책임자는 자신의 예측이 쓸모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는 것이다.
설문 참가자들은 S&P 수익 예측 외에도 두 가지 추정치를 더 내놓았다.
하나는 가치가 너무 높게 매겨졌다고 90퍼센트 확신하는 수치,
또 하나는 너무 낮게 매겨졌다고 90퍼센트 확신하는 수치다.
두수치 사이의 간격을 '80퍼센트 신뢰 구간'이라 부르고,
그 구간 밖에 놓이는 뜻밖의 결과를 '깜짝 결과'라 부른다.
보통 사람이 여러 사례를 놓고 이 추정을 해보면, 그 추정치의 약 20퍼센트가 깜짝 결과로 분류된다.
그런데 최고 재무책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감짝 결과가 예상보다 세 배 이상 높은 67퍼센트가 나왔다.
이 말은 최고재무책임자가 시장을 예측하는 자신의 능력을 터무니없이 과신한다는 뜻이다.
과신은 보이는 것이 전부라는 원리가 나타난 또 하나의 사례다.
우리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정보에 의존해 수량을 추정하고,
조리 있는 이야기를 구성해 그 추정치를 그럴듯하게 포장한다.
(어쩌면 정말 몰라서) 머리속에 떠오르지 않는 정보를 이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듀크대 교수들은 깜짝 결과를 20퍼센트로 줄일 신뢰 구간을 계산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깜짝 결과가 나오는 비율을 보통 수준으로 유ㅏ려면, 최고재무책임자들은 해보다 이러하게 말했어야 했다.
'다음 해 S&P 수익이 -10퍼센트에서 +30퍼센트 사이일 확률은 80퍼센트다'
최고재무책임자들의 지식을(더 정확히 말하면, 무지를) 제대로 반영하려면
신뢰 구간은 그들이 실제로 말한 신뢰구간보다 네 배 이상 더 넓어야 한다.
여기에 사회심리학이 등장한다.
신뢰할 만한 최고재무 책임자가 내놓는 답치고는 누가 봐도 터무니없기 때문이다.
동료에게 'S&P 수익이 -10퍼센트에서 +30퍼센트 사이일 확률이 높다'라는 정보를 주는 최고 재무책임자는
비웃음을 받으면서 사무실에서 쫓겨나기 십상이다.
신뢰 구간이 넓다는 것은 무지를 시인하는 꼴인데,
재무에 일가견이 있다는 이유로 벌어먹고사는 사람에게는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비록 자신은 아는 바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해도 그 사실을 시인해버리면 대가가 따를 수 있다.
트루먼 대통령은 어떤 입장을 말하고 나서 반대 입장을 덧붙일 때 사용하는
"다른 한편으로는 (on the orher hand)"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경제학자들에 신물이 나서,
명확한 입장을 가진 "팔이 하나인(one- armed) 경제학자'를 찾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과신을 선호하는 사회적, 경제적 압력은 재무나 금융 예측이만 국한하지 않는다.
다른 분야도 이름 있는 전문가라면 높은 자신감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필립 테틀록의 관찰에 따르면,
자신감이 과도한 전문가일수록 뉴스에 초대받아 한껏 뽐낼 기회가 많아진다.
과신은 의학계에서도 풍토병처럼 퍼진 게 아닌가 싶다.
중환자실에서 사망한 환자를 조사한 연구에서,
부검 결과를 그 환자가 살아 있을 때 의사가 내린 진단과 비교했다.
의사도 진단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 결과 "사망 전 진단을 임상의가 '전적으로 확신'한 경우 중 40퍼센트가 오진"이었다.
여기서도 의뢰인이 전문가의 과신을 부채질한다.
"임상의가 머뭇거리는 모습은 일반적으로 단점이자 나약함의 신호로 간주된다.
확신은 불확실함보다 높이 평가되는데,
환자 앞에서 부확실함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팽배하다.
자신의 무지를 고스란히 인정하는 전문가는
확신에 찬, 그래서 고객의 신뢰를 받기가 쉬운 다른 경쟁자로 대체될 수도 있다.
불확실성을 편향되지 않게 평가하는 것이야말로 합리성의 초석인데도
사람들과 여러 기관은 그것을 원치 않는다.
위태로운 상황에서 극도의 불확실성은 사람들을 무력하게 하고,
위험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추측만 가능할 뿐이라고 시인하는 행위는 용압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러는 그저 아는 척하는 것이 더 나은 해결책이 된다.
과장된 낙관주의를 떠받드는 감정, 인지, 사회 요소가 모두 합쳐지면 사람을 들뜨게 만들어
더러는 승산을 알았다면 피했을 위험까지 떠안게 된다.
경제에서 잠재적 위험을 잘 떠안는 사람이 위험 부담이 큰 도박을 유난히 좋아한다는 증거는 없다.
단지 소심한 사람보다 위험을 잘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댄 포밸로와 나는 '과감한 예측과 소심힌 결정'이란 말을 만들어,
위험을 떠안는 이면의 사정을 설명했다.
강한 낙관주의가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좋게 말해,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만,
낙관주의가 실행에 기여하는 바는 분명 긍정적이다.
낙관주의의 주된 이점은 중간에 좌절해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인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en)에 따르면,
"낙관적 해명"은 자아상을 지켜 원래 상태로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본적으로 낙관적 태도는 성공의 공은 챙겨도 실패의 벌은 거의 떠안지 않는다.
이런 태도는 적어도 어느 정도는 학습될 수 있으며,
셀리그먼은 보험 방문 판매(인터넷이 없던 시절의 흔한 방식)처럼
실패율이 높은 다양한 직업에서 이 훈련 효과를 증명했다.
화난 주부가 면전에서 문을 꽝 당았을 때
'지독한 여자군'이라는 생각이 '나는 무능한 영업사원이야'라는 생각보다 분명히 한 수 위다.
낙관주의는 과학 연구가 성공하는 데도 필수라는게 내 생각이다.
성공한 과학자치고 더러는 자신을 속여서라도
자기가 하는 일의 중요성을 부플리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본 적이 없으며,
그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사소한 실패가 게속되고 좀처럼 성공을 맛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시 말해 과학 연구의 운명 앞에서 풀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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