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짝친구
“이 사람은 내 어릴 적부터의 친구랍니다.”
둘이서 얼굴을 바짝 대고 무슨 이야기가 그리도 많은 지
옆에서 보는 나도 부러울 지경이다.
무슬림인 아부살레흐(아흐메드)와 기독교인인 움칼리드(아부칼리드의 부인)다.
그들은 어릴 적부터 이웃의 절친(切親)으로 자랐다고 했다.
‘움’은 x의 ‘어머니’ 혹는 ‘원천, 근원’이라는 의미도 있다.
‘아부’는 x의 ‘아버지’라는 의미의 아랍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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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 칼리드네는
원래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인데 부족중의 일부가 요르단으로 집단이주하면서
종교를 기독교로 바꾸었다. 동족이 사우디에 더 많다고 했다.
120년도 훨씬 더 넘은 옛날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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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동족임으로 한 때는 부족 간의 교류가 있었고, 서로 통혼을 했다.
그러나 무슬림인 사우디의 동족들이 기독교의 처자들을 데려가 결혼을 시키는데 반해
사우디에서는 기독교로 개종한 요르단 동족에게 한명의 처자도 보내주지 않았다.
그래서 교류왕래는 끊어졌다. 불평등한 교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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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에서는 지금도 같은 교도 특히 동족끼리 결혼하는 관습이 유지되고 있다.
특기할 사항은 무슬림의 남자가 이교도인 여자와 결혼을 할 수 있지만,
무슬림의 여자가 이도교인 남자와는 결혼을 할 수 없다.
단, 이교도인 남자가 무슬림으로 개종한다면 가능하다.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하지만 자신의 종교를 지킬 자유와
타종교인이 무슬림 되는 자유는 보장된다. 그러나 무슬림이 타종교로의 개종은
불가능하다. 불평등한 종교자유다.
그러므로 종교를 바꾼다면 익명의 사람으로 살아간다.
요르단에서는 가문의 이름만 들어도 기독교인인지 무슬림인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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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어릴 적부터 친하고 가문끼리 가깝다 해도 자유연애가 불가능하고,
부모가 정해준 상대와 결혼해야 하는 관습은 아직도 살아있다.
종교가 서로 다를뿐 아니라 부족 혹은 동족끼리의 결혼풍습 때문에
그들은 아무리 친해도 친구 이상으로 발전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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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각기 결혼하고 자식 낳고 손주들을 두면서
70이 넘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도록 이웃 친구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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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의 작업을 마치면서 어떻게 암만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를 궁리해 본다.
대중교통을 고집하는 내가 여기서 암만까지 가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아침 7시경에 단 한번뿐인 미니버스도 방학 중이어서 운행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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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만 보았던 ‘히치하이크’를 하리라 마음먹었다.
배낭을 메고 길을 걷다가 지나가는 자동차를 향해 손을 흔들며 “태워 달라!” 요청할 셈이었다.
태워주면 고맙고 아니면 또 다른 차를 불러 세워 ‘무임승차’를 하리라...
이게 배낭여행객의 특권(?) 아니면 오기(傲氣) 아니겠나?
친절한 요르단인을 생각하면 어렵지 않으리라고 기대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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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자하(Najaha)가 그럴 필요가 없다며 말린다.
가족같이 지내는 무슬림 아저씨가 있는데 개인차량이 있어서
전화를 하면 아무 때나 차를 몰고 온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아침 일찍 찾아온 사람이 ‘아부살레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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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움칼리드의 남편 아부칼리드와 아부살레흐와 함께 샤이(차)를 나눌 수 있었다.
두 사람의 다정한 대화에 남편인 아부칼리드는 끼어들 틈조차 없다.
그저 덤덤하게 바라만 보며 눈만 껌벅이고 있다.
속으로 질투하는 건 아니겠지?
나이가 86세인 아부칼리드로서 무슨 질투가 있을까 싶지만,
그 속마음을 누가 알 수 있으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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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칼리드는 아부살레흐에게 나에 대해서 열심히 소개하고 있었고,
자신들이 얼마나 친한 친구사이인가
그리고 나하고도 얼마나 친한 사이인가를 일러주고 있었다.
정말 이렇게 평생토록 서로 신뢰하는 친구로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특히 종교가 다르면서도...
그것도 동성(同性)이 아닌 이성(異性) 친구로서...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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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웃이며 친구를 둔 덕분에 그날 편하게 암만으로 귀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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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사랑이 끊어지지 아니하고 형제는 위급한 때를 위하여 났느니라.(잠17:17)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요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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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세상에 친구가 아무도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면,
생명을 버리기 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참된 친구이신 예수님을 생각하면 어떨까?
또한 주변에서 잘 대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이 모두 친구가 아닐까?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