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은 새로 구한 10평 텃밭에 처음 가는 날이다. 넓은 들을 10평단위로 구획해놓은 땅에 가보니 흙을 잘 갈아놓아서 풀은 없고, 작년에 다른 사람이 쓴 검은 비닐이 군데군데 박혀있었다. 불타는 금요일 저녁에 텃밭을 만났다.
순창에서 하는 귀농페스티발에 가기위해 토요일 이른 아침에 전철을 타고 양재역으로 출발했다. 같은 전철칸에서 얼마 전 끝낸 생태귀농학교 동기를 만났다. 그 많은 전철중에서, 그 많은 칸 중에서 이렇게 만나는 걸 보면, 어쩌면 인생은 우연과 필연의 교집합 같기도 하다.
토요일 아침 7시, 양재역 주변은 등산객들로 북적인다. 아마도 청계산을 등산할려는 사람들과 버스를 대절해서 산행을 가는 사람들이 배낭에다 물통과 지팡이를 꽂고 등산객 복장을 갖추고 있다.
7시반이 넘어 서울을 빠져나간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어쩌면 섬인지도 모른다. 쌀과 채소와 그 많은 육류를 소비하지만, 그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도시, 그 섬에서 주말이 되면 사람들은 산으로 탈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건 아마 그 삭막한 도시의 섬에서 뭔가를 찾아 떠나지 않으면 그 안에서 침몰할지도 모르는 섬의 무게에서 벗어나고픈 것일지도 모른다.
11시가 좀 넘어 행사장인 순창읍 사무소에 도착했다. 잔디가 깔린 멋진 광장에 부스들이 설치되어 있다. 도착하자 말자 부스를 열심히 탐방했다. 뒤쪽에는 나무를 때는 여러 가지 형태의 난로가 있다. 그 앞쪽으로 에너지에 관한 것, 그리고 토종씨앗 전시가 있다.
행사장에는 어제 도착한 귀농학교 분들이 보였고, 최근 여행생협을 함께하시는 분도 사진을 찍으러 와 계셨다. 몇해 전에 귀촌한 선배가 간만에 얼굴 보러 완주에서 왔다. 비빔밥 행사한 걸 한그릇씩 담아와서 점심을 먹으며 막걸리 한잔 마시니 속이 시원하게 회포를 푼다.
오후에는 부스를 하나하나 둘러보았다. 나무를 땔감으로 쓰는 로켓트 보일러는 시골의 겨울을 나기 위한 필수용품이다. 먼저 간단한 원리로 불을때는 화덕의 위치가 입구의 크기보다 2.5배에서 3배의 크기 즉 불구덩이 입구크기보다 두꺼운 윗부분을 가지라는 것이다. 둘째는 불이 활활 타는 곳 밑에서 공기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기에 아래쪽 공기길을 만들고 그 아래를 철망등으로 걸쳐주어야 나무가 탄 재가 아래쪽으로 빠지게 되어 공기도 잘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형태는 L자형과 J자형 보일러 구조가 있고 불이 타고 올라가는 지점에 다시 2차 공기를 넣어주어야 완전연소가 되는 것이다. 어릴 때 불을 많이 때 보았지만 이렇게 나무를 때면서 어떻게 하면 더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를 설명해주니 이해가 쏙쏙 들어왔다. 단열과 축열을 위한 재료설명, 열을 최대한 길게 보유하기 위한 방법이 간단하면서도 다양하게 제작되어 있었다. 이 부스에서는 쇠로 만든 난로구조를 전시하고 있었는데 이것은 다음날 참가자들에게 경매에 부칠 예정이었다.
에너지부분은 먼저 바이오 디젤부문이 있었는데 폐식용유를 이용해서 만든다고 한다. 어디서 언 듯 본 것 같기는 한데 너무도 신기했다. 어떻게 폐식용유가 디젤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이 두가지 다른 물질은 분자식이 비슷한 구조라고 한다. 문제는 폐식용유를 어떻게 구하는지, 그리고 이것을 변환시키는 일이다. 디젤 농기계나 차에도 이것을 넣어서 작동을 한다니 참으로 신기하다. 부스 담당 선생님은 차에 넣으면 연소되고 난 뒤 배기가스 냄새가 어떻게 다른지 체험해 볼 거냐고 물었는데 아쉽게도 못해보았다.
옆부스에는 폐차량에서 나온 부품을 가지고 만든 발전시설이 전시되어 있었다. 브레이크 디스크와 베아링등의 재료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이 발전 시설에다 바람을 이용하면 풍력발전, 수차를 연결하면 수력발전이 되는 것이란다. 문경에 있는 샨티학교 가까이에 있는 연구소에서 오셨는데 풍력발전기를 위한 날개도 학생들과 함께 깍아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 옆으로 사진으로 익숙하게 보아오던 태양광 발전 시설이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평소 궁금했지만 어디서도 풀 수 없었던 질문을 해보았다. 햇빛을 보면 저기 전광판에서 도대체 어떤 원리로 전기가 만들어지는 건가요? 동네 아저씨같은 인상의 선생님은 분자에서 전자가 분리되면서 전기가 발생합니다. 아 이렇게 간단한 원리였구나.
원반 모양의 태양열 조리기는 초점 위로 나무조각을 올려놓으니 바로 지지직 소리를 내며 탄다. 태양의 기울기에 따라 원반이 회전하는 방식의 연구를 많이 해왔지만 자신은 원반은 고정시켜 놓고 초점을 이동시키는 기술을 연구해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락앤락 통에 만들어진 저예산 감시카메라를 보며 고가의 고급기술이 아니라 우리 농민들에게 적용시킬 수 있는 기술이 진정한 기술이라고 다시 한번 되새겨 진다.
그 옆에서는 곡성에 토종씨앗을 지키는 선생님이 오셔서 토종씨앗을 나누어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 이것은 무슨 씨앗인데요, 어떻게 뿌리고요, 어떻게 커는데 차를 다려 마시면 좋아요. 부스앞은 작은 납작 종이컵에다 씨앗을 얻는 사람들이 잔뜩 몰렸다. 이거 키워다 내년에는 씨앗 다시 나눠요. 토종씨앗을 받아드는 손들이 민들레 씨앗처럼 멀리멀리 퍼져나가길.
앞쪽에는 주택의 열이 어디에서 새는지를 잡아주는 회사의 부스였다. 나는 어떻게 열이 새는지를 알수 있는지 궁금했다. 젊은 부스 안내자는 밤에 사진을 찍는 것이 좋은데 그러면 열의 세기에 따라 노랗고 붉고 검정의 색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뜨거운 곳, 즉 노란색이나 붉은색으로 보이는 곳이 열이 새는 곳이냐고 물으니까, 즉 햇빛이 없는 밤(적어도 밤 9시 이후)에는 외부의 열이 식은 상태인데도 그곳이 뜨겁게 나온다는 것은 방안의 온도가 그쪽을 데우고 있는 곳이므로 그 곳이 열이 새는 곳으로 확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단열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창문이나 외벽을 여러 보온단열재로 시공하게 되면 열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를 줄일려면 이런 것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아쉬운 점은 이런 검사를 할려면 장비와 돈이 든다는 것이다. 적정기술로 이것을 쉽고 값싸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아무 누군가는 그런 방법을 찾았지 않았을까.
끝으로 흙집을 짓는 부스다. 모래와 황토, 짚을 이겨 황토흙을 만들고 나무로 가운데 짚을 넣은 벽체에다 메쉬를 시공해서 흙과 나무가 벌어지지 않도록 한 후 흙벽을 바른다. 양손에 황토를 가득 묻히고 열심히 벽에다 바르지만 쉬게 붙지 않는다. 찰기와 요령이 필요하다.
부스를 돌고 보니 봄볕 가득하던 잔디광장위로 봄비가 흩뿌린다. 한사람 한사람 주막집 부스안으로 몰려든다. 부추전도 놓고 두부김치도 놓고 막걸리 한잔 한다. 남도땅으로 왔더니 빗방울 사이로 소리도 구성지다. 괭과리소리에 비나리를 들으며 고추장의 고향, 엄마와 누나가 같이 살자던 고향의 봄이 깊었다. 귀농 페스티발의 밤이 깊었다.
※ 행사 준비해주신 많은 분들, 설거지 해주신 분들, 다음날 아침 순창 고추장 체험 진행하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2013. 4. 29 (서울 귀농학교)
첫댓글 정선생님 소감글이 행사 관계자들께 큰 격려가 될 것입니다.
인쇄해서 쫙~~ 돌리렵니당...ㅎㅎㅎ
취재에 애 써주시고 뒤풀이도 빛내 주시고(^^), 기록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어서 이어서 아름다운 날들 되시옵소서!
(츄쳔일방은 덤이요오~~~)
가 볼만한 행사였군요. 내년에도 할랑가~~
자세하게 소개해 주어 감사합니다.
순창에서 만나 반가웠습니다. 열심히 귀농에 대해서 공부하는 열정에 탄복했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귀농을 하려고 마음으로 준비를 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네요. 이번 순창에 가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특히 에너지에 대해서 배운 게 많습니다. 그걸 나름대로 정리해서 몇 차례 걸쳐 연재를 해 볼까 합니다. 그때 틀렸으면 틀렸다고 지적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