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메오 브리토, 줄리안 오피, 재스퍼 모리슨, 이사무 노구치까지. 아티스트와 디자이너의 작업이 삶으로 들어온 감각적인 아파트를 찾았다.
에디터 곽소영 | 포토그래퍼 이종근
주방에서 다이닝 공간을 바라본 모습. e15의 다이닝 테이블과 스툴, 조지 넬슨 디자인의 버블 램프, 재스퍼 모리슨 디자인의 ‘BAC 의자’가 컬러별로 놓여 있다. 왼쪽으로 보이는 수납장은 찰스&레이 임스 디자인. 가구는 모두 디옴니에서 구입했다. 정면으로 보이는 사진 작업은 작가 김시연의 ‘바리케이드’.
1 다이닝 공간에서 거실을 바라본 모습. e15의 육중한 서랍장 위로 로메오 브리트의 오브제가 놓여 있는 거실 모습. 2 관능적인 부조가 걸려 있는 벽 뒤로 간결하게 꾸며진 다이닝 공간이 보인다. 부조 아래 놓인 원목 벤치는 e15 제품. 3 다이닝 공간에서 주방을 바라본 모습. 독특한 디자인의 아일랜드 식탁 위로 작가 전영희의 작품이 걸려 있다. 4 필립 마인저 디자인의 미니멀한 소파와 e15의 테이블 컬렉션, 마르셀 반더스 디자인의 플로어 램프가 놓인 거실. 소파 뒤로 줄리안 오피(오페라 갤러리)의 페인팅 작업이 걸려 있다. 5 이 집의 주인인 어여름 씨와 보풀이. 보풀이는 어여름 씨 작품의 주요 소재나 주제가 되기도 한다. 그녀가 앉아 있는 원형 테이블은 이사무 노구치 디자인.
산토리니의 유기적인 건물을 닮은 마감이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한 인테리어. 거실 서랍장 위엔 팝 아티스트 로메오 브리토의 아트워크가 놓여 있고, 소파 위로는 줄리안 오피의 힘있는 드로잉이 걸려 있다. 필립 마인저의 무게감 있는 가구가 중심을 잡아주고, 모던 컨템퍼러리 디자인의 대가 마르셀 반더스의 조명과 재스퍼 모리슨의 의자, 디자인 스테디셀러 찰스&레이 임스와 이사무 노구치의 낯익은 가구도 함께다.
디자인 오브제 같은 가구와 다양한 아트워크가 혼재하는 이 집에선 어느 하나 작품이 아닌 것이 없다. 조금은 낯선 국내 작가의 평면 작업과 사진 작업도 눈에 띄는데, 몇몇 드로잉은 집주인 어여름 씨의 작품이다. 화려한 컬렉션들로 이 안정적인 조합이 가능했던 이유, 바로 이 집의 주인이자 작가인 어여름 씨의 솜씨였다. ‘‘결혼을 하면서 이 아파트를 신혼집으로 삼은 지 5년 정도 됐어요. 오래된 아파트인데, 처음엔 이 집에 오래 살 생각이 아니었던 터라 구조적인 부분은 전혀 손을 대지 않았어요.
대신 다이닝과 주방, 안방과 거실의 발코니 부분만 회벽을 사용해 부드러운 곡선으로 마감했죠.’’ 이 집이 특별해 보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결국은 현실과 절충한 대안에서 나왔다는 의미였다.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현재 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 중인 어여름 씨는 확실한 취향을 가진 컬렉터인 동시에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다. 올여름 ‘태화강 국제설치미술제’에선 설치 작업을 선보였고 오는 9월에는 ‘Forplay’란 제목으로 네 명의 작가와 덕원갤러리에서 단체전을 준비 중이다. 올해 말, 12월에는 청담동에 위치한 카페 미엘에서 개인전을 열 계획인데, 인형을 비롯한 레진 작업 등 평면 작업을 선보일 생각이다.
1 거실에서 침실 쪽을 바라본 모습. 침실 안쪽으론 e15의 테이블 겸 의자 ‘타펠’이 보인다. 2 현관에서 바라본 모습. 정면으로 보이는 드로잉과 복도 오른쪽에 걸린 드로잉은 모두 집주인 어여름 씨의 작품이다. 3,4 작업 공간처럼 사용하기도 하는 서재. 작업을 위한 재료와 작업을 대기 중인 미완의 작품들이 촬영을 위해 가지런히 정리된 모습이다. 테이블 위에 놓인 보풀이 모습의 오브제는 레진을 사용해 작업한 그녀의 작품이다. 어여름 작가는 오는 9월 말 덕원갤러리에서 열릴 단체전 ‘Forplay’를 준비 중이다. 5 카를로 콜롬보 디자인의 미니멀한 침대와 피에로 리소니 디자인의 유선형 사이드 테이블이 놓인 침실. 벽에 걸린 드로잉은 집주인이자 작가인 어여름 씨의 자화상이다.
다양한 형태와 재료로 작업을 이어가는 그녀답게 컬렉션에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 ‘‘조형물이나 드로잉, 사진 등 작업의 형태나 작가에 상관없이 ‘의미, 스토리’를 보고 작품을 선택해요. 주로 밝은 느낌의 작품에 끌리는, 감성에 충실한 이지 컬렉터죠.’’ 다이닝 공간에 걸린 김시연의 ‘바리케이드’는 지극히 일상적인 재료로 표현한 긴장감 있는 설치를 사진으로 완성한 작품인데, 연약하면서도 단호한 메시지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거실 벽에 걸린 관능적인 부조는 흔히 ‘찌라시’라고 표현하는 외설적인 전단지 이미지에서 작업의 소재를 찾는 작가 조훈의 작업. 어여름 씨는 자신의 젊음과 성적 매력을 박제하기 위해 전단지 이미지 안에 자신의 얼굴을 합성해 작품을 의뢰했다고 한다. 현관에서 바라다보이는 태양을 닮은 밝은 드로잉과 침실에 걸린 자화상 등 작가 어여름 씨의 작업도 보인다.
좋은 작업의 경계를 두지 않는 작가 어여름 씨는 스토리를 가진 작품과 히스토리를 가진 디자인 가구로 이야깃거리 많은 집을 감각적으로 완성했다.
곽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