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박사 무궁하라
- 조용란 교수님 정년 퇴임을 위로함
빈 하늘 빈 손 젓는 길손 소리쳐 불러 올린 조 박사!
대문 앞 빙판길을 손잡아 끌어주신 사모님!
내외분 동고향 동지애 서린 정 세월 간다 잊으리.
아침절 강의 후에 점심을 함께 들고,
후미진 뒤안길 돌며 나눈 정담 아직 귀에 살아,
깊은 속 어린 훈훈한 이야기 되살아와 정다와라.
나 혼자 강의 든 날은 두 분 교수 방 비우고,
혼자서 독차지로 자유롭게 쓰게 하던,
너그런 마음쓰심은 정이 찰찰 넘쳤네.
그 무렵 조교님도 미리 물을 끓여놨다,
교문 앞 내 비치면 번개처럼 ‘라면’ 넣어
허기를 면한 뒤에야 강의하게 하던 정!
지리산 한 정기(精氣)로 태어나 외솔 한 스승님 뫼신 인연,
교육 동기로 민족 정기(正氣)로 타올라서,
우리들 한글 사랑 불기둥은 조국 하늘 밝혔네.
세월 인사 무심하여 지덕 공적 쌓은 님을,
소리 없이 물러가라 이게 어이 될 말이며,
국어(교양)과 송두리째 없앤다니 교육이 어디 장속인가?
박사 과정 마쳤으면 이 아니 박사인가!
논문만이 박사이냐 사람됨이 박사이지,
하늘에 비옵나니 복수록희(福壽祿禧) 조 박사 무궁하라.
4335. 3. 18. 낮 2시 30분 ~ 7시.
2002. 4. 5. <한글 새소식> 제356호.
2002. 9. 7. <전북문단> 3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