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라디노(Coradino) 신부님(홍진호, 제노, 첼리스트)
제가 6년 가까이 유학 생활을 했던 독일의 뷔르츠부르크(Wrzburg)라는 도시는 독일 낭만 가도의 시작이자 현지인들에게는 숨은 보석이라 불릴 만큼 자연과 건축물의 조화가 매우 아름다운 곳입니다. 이제는 마음의 고향이 돼 버린 추억의 그곳을 떠올려 보면, 뼛속 깊이 파고드는 독일의 추위 속에서 집을 구하느라 꽤 긴 시간을 전전긍긍하며 보냈던 시간이 안쓰럽게 다가옵니다. 신문이나 인터넷에 올라온 광고를 보고 찾아가도 수입이 없는 가난한 유학생에게 흔쾌히 집을 주려고 하지 않는 데다가 언어가 익숙해질 때까지 한국인들과는 조금 거리를 두겠다는 저의 야심 찬 결심 때문에 집을 구하기가 더 쉽지 않았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기숙사에 있는 게스트룸을 간신히 얻어서 어학원을 다녔는데, 화장실도 없는 숙소였기에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 강의실에 들어서면 친구들의 첫 인사말이 늘 “집은 구했어?”였을 만큼 이상하리만치 집을 구하는데 남들보다 오랫동안 고생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어학원 친구였던 이탈리아에서 온 코라디노가 본인과 동료들이 거주하고 있는 수도원에 함께 가자고 해서 난생처음으로 수도원이라는 곳에 가보게 됐습니다. 그날도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많이 지쳐 있던 저는 살짝 귀찮았지만, 친구의 간곡한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천장이 높고 건물은 많이 낡았지만 커다란 나무문을 통과하여 들어갔던 수도원의 공기는 무척이나 따듯했습니다. 코라디노는 저를 거실 의자에 앉히고 잠시 사라지더니 처음 뵙는 신부님들, 수녀님들과 함께 다시 나타났고 저에게 다가와 “오늘은 너를 위한 날이야!”라는 한마디와 함께 갑자기 제 앞에서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아…” 외마디 탄성과 함께 저는 주체가 안 될 정도로 많은 눈물을 쏟았습니다. 그간 집을 구하느라 힘들었던 일들을 모두 보상이라도 받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노래를 마치고 따듯한 코코아와 수도원에서 직접 구운 쿠키까지, 이날의 모든 것은 친구의 말대로 저를 위한 것들이었고 코라디노가 선물해준 그 날은 저의 인생에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 됐습니다. 우선 음악이 메마른 영혼에 얼마나 큰 빛이 될 수 있는지 깨닫게 해줬고, 긴 시간 방황하던 저의 종교적 신념을 바로 잡아준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힘들 때마다 손을 잡고 함께 기도해주던 어학원 친구 코라디노는 이제 이탈리아 로마로 돌아가 성직자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지금도 이메일을 통해 말씀을 전해주는 그의 따듯한 마음은 오늘날까지 저에게 삶의 이유와 방향을 친절하게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 들었던 노래는 여전히 제게 가장 감동적인 노래로 남아 있습니다.
‘오! 감미로워라, 가난한 내 맘에 한없이 샘솟는 정결한 사랑.’
-‘태양의 찬가’ 中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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