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로의 산야초 이야기] 달맞이꽃
달빛에 피어 이른 아침 이슬과 함께 지는 꽃.‘기다림’
‘보이지 않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지닌 이 꽃은
‘월견초(月見草)’,‘야래향(夜來香)’,‘석양의 벚꽃’으로도 불립니다.
꽃말과 이름이 행복,즐거움과는 다소 거리가 멀지요.대중가요에 나타난 가사와 노랫말 또한 애잔합니다.
김정호와 조용필이 부른 달맞이꽃은
‘얼마나 그리우면 꽃이 됐나/한 새벽 올 때까지 홀로 피어/쓸쓸히 쓸쓸히 시들어 가는’ 꽃으로,
대만가수 덩리쥔(鄧麗君)은 ‘달밤,꽃들은 모두 꿈속에 빠져있는데/오직 달맞이꽃만 향기를 뿜어내고 있네’라며
야래향(夜來香)의 외로움과 고독을 노래합니다.
슬픔과 기다림에 묻힌 꽃이지만 효용가치는 여느 식물 못지않습니다.
인디언들은 물에 달여 피부염과 종기를 치료하거나 기침,감기 치료에 썼습니다.
꽃잎과 줄기,뿌리까지 모두 사용했지요.진통효과도 뛰어나 생리통은 물론
비만,당뇨병 억제에도 뛰어난 것으로 전해집니다.씨앗에서 뽑은 기름은 아토피성 질환과
관절염,콜레스테롤 저감,고혈압 치료에 사용되고 있습니다.씨앗에 함유된 주요 성분은
감마리놀렌산,아라키돈산 등 필수 지방산입니다.이른 봄에 채취한 잎은 나물로,뿌리는
샐러드 재료로 요긴하게 쓸 수 있습니다.
7,8월 밤길을 밝히는 달맞이꽃은 한반도 고유종이 아닙니다.남아메리카 칠레가 원산지인
귀화식물이지요.생명력이 강해 전국의 산과 들에 무리지어 피며 우리의 정서와도 잘 맞습니다.
보고 싶은 ‘님’을 소환하는데 이 보다 더 좋은 꽃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슴을 아리게 만듭니다.
밤에 피는 꽃 야화(夜花)!
이 꽃이 더는 슬프지 않았으면 합니다.
덩리쥔은 ‘달맞이꽃,난 널 위해 노래하고/달맞이꽃,난 너를 그리워하네’라며 노래를 맺습니다.
돌아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