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주 작가의 소설집 『사설우체국』(푸른사상 소설선 33). 다양한 사연을 품고 있는 인물들이 절실하게 무언가를 좇지만 끝내 외롭게 자기 자존을 껴안는 이야기를 담은 9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긴장감을 놓칠 수 없는 전개와 다채로운 상상력의 문체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펼친다.
■ 작가 소개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아침의 동행」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평사리문학대상(시 부문)을 수상했고, 시집으로 『로댕의 의자』가 있다. 한국소설가협회 회원이며, 고려대학교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겨울이 문제였다.
증축한 이층 서재는 난방을 하지 않아 석유난로를 사용했다.
공기를 덥히려면 시간이 필요했고 나는 그동안 발이 시렸다.
이 소설들은 그런 과정에서 쓴 글들이다.
■ 작품 세계
「존엄의 방식」에서 최대식이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내에게 자신의 병을 말하지 않는 건 “그것이 진지하게 여겨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아침의 동행」에서는 아내의 생명선을 자르고 여기에서는 자기 생명선을 스스로 제거하는 이 사내들의 묵묵한 행위에서 나는 이 작가의 일관된 메시지를 본다. 인생의 존엄은 ‘말의 성찬’이 아니라 ‘행위’에 있다고 하는 것.
바로 여기에 한승주 소설의 고유한 향기가 있다. 자기 정신성의 가장 첨예한 영역을 끝내 이해받지 못하는 이의 고적하고 우직한 고투. 자기 삶의 의미를 결코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는 카랑카랑한 자존. 그것이 내가 이 소설에서 만난 한승주다.
― 임영태의 작품 해설 중에서
■ 작품 속으로
이곳으로 내려온 뒤 두 번 응모했던 소설은 두 번 다 떨어졌다. 사설우체국에는 네 번 들렀다. 두 번은 원고를 부치기 위해서, 나머지 두 번 중 한 번은 통장을 개설하려고. 또 세 번째는 집에서 부쳐준 생활비를 찾기 위해서였다. 시중은행은 연립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가까운 우체국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계절이 바뀌면서 나는 외로움을 탔다. 한 번씩 수진이 보고 싶어 진저리를 쳤다. 선택한 길이라 해도 혼자 있는 사내의 외로움에 봄꽃들은 잔인했다. 밤마다 야산에서 들려오는 소쩍새 울음소리 때문에 잠을 설쳤다. (「사설우체국」, 11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