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배총각 정호선과 대구 능금아가씨 박남희의
만남의 인연 전시회
1. 일시 : 2015.6.17.(수)~6.22(월) Opening 6.17(수) 17:00
2. 장소 : Gallery 경북(인사동길 36(원빌딩 4층)
전철 3호선 안국역 6번출구 직진 300m
http://cafe.daum.net/chaosartpia
정호선(010-3067-5053)
아내를 처음 만난 건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 대학원에 다닐 때였습니다. 대학 졸업 후 TBC
방송국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대학원에 진학을 하여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서울대학교 공대가 태릉, 지금의 산업대학교 자리에 있었는데, 아내가 다니던 서울
대학교 미술대학도 태릉으로 이사를 온 직후였습니다. 공대 대학원생들과 미술대생들이 주축이 돼 만든 '파이'(philosophy)라는 학내 서클에서 우리는 처음 만났습니다.
파이 클럽 내에는 불어를 공부하는 소모임이 있었는데, 프랑스 유학을 꿈꾸고 있던 지금의
아내도 그 모임에 나오고 있었습니다. 둘 다 불어를 좋아하고 공부하였기에 파이클럽 속의 서브클럽으로불어서클의 회원이 되었습니다. 매주 한 번씩 경복궁, 덕수궁을 다니면서 '이방인', '적과 흑' 등의 불어 책을 독해하면서 같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적과 흑” 책 강독을 끝내고 책거리를 한답시고 서해안의 대천 해수욕장으로 놀러간 적이
있었습니다. 한층 가까워진 우리는 겨울바다의 낭만에 취해 모래사장을 한없이 걷기도 했었습니다.
흔히 부부는 자라온 환경이나 취미, 성격이 비슷해야 잘 산다고 하지만 처음 만났을 때 아내와 나는 다른 점이 더 많았습니다. 나는 딱딱하고 원리 원칙대로인 공대생이었고 아내는 미술을 좋아하는 예술인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 우리 부부의 다른 점은 출신지입니다. 나는 전라남도 나주가 고향이고 아내는 대구에서 나고 자란 대구 토박이로 바로 영호남 부부로서 그 지긋지긋한 지역감정을 없애고자
노력도 해 보았습니다.
우리부부는 대학원을 마치고 프랑스 정부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아내와 내가 4년 간 유학생활을 보낸 곳은 프랑스 남서부의 중심도시인 툴루즈라는 곳입니다. 귀국 후 경북대학교에서 부부 교수로 30여년을 봉직해 왔습니다.
전생에 수 천 번의 만남이 있어야 비로소 현실에서 부부의 연으로 맺어진다고 하니 참으로
소중하고 귀한 것이 부부사이라 하지만, 오랜 시간 살을 맞대고 살다보면 아내는 남편의 소중함을, 남편은 아내의 고마움을 간혹 잊고 지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 아내의 대구와 서울의 정년퇴임 전시회 준비를 보면서 그동안 정치한답시고 고생만
시킨 남편으로서 별로 해 줄수 있는 것이 없어 한편 미안하기도 합니다. 지인들께서 오셔서 축하해 주신다면 체면이라도 서지 않으까 생각 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정호선, 박남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