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12
[헤어짐과 약속]
현인 동상 앞에서 우리는 만났고, 불국사의 밤 이라는 노래의 처음 가사는 송도의 밤 이었다는 말을 들으면서, 현인선생님이 부산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태종대, 부산에서 빠지지 않은 관광지입니다. 하지만 나는 곧 작은 실망을 하고 맙니다. 그것은 아주 오래 전 왔었던 기억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태종대 일주도로를 걸으면서 바다를 만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서 그 나무들로 인해 바다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간적으로 맞지 않아, 우리는 일주하기를 포기하고, 대신 태종사로 올라갔습니다. 김시인께서 “다음 주에 수국 축제가 열린다.”고 말씀하시는데, 아! 정말 나는 그렇게 수국이 온통 천지인 곳은 처음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로 길이 복잡하고, 사진 찍기 좋은 장소는 순서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역시 사람들은 자신을 위한 흔적 남기는 것에 관심이 많은 동물인가 봅니다. 하긴 울산의 반구대 암각화에서 그 시대의 삶의 흔적을 돌에 새겨있는 것을 보아도 그렇습니다. 하긴 그렇게 남겨두는 흔적이 생애이고, 역사이겠지요.
수국에 빠져서 찍히고 찍고, 그렇게 시간을 보낸 우리는 저녁 식사를 위해 이동합니다. 두 분이 계획했던 식사는 복 지리였습니다. 쉽게 먹을 수 없는 음식이었지요. 음식 맛이라는 것은 그 장소와 분위기가 어우러질 때 더 좋게 느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생각하는 식탁이었습니다.
창원의 남선생이 기분이 좋았나 봅니다. 겨울에 송도의 숙박시설을 하는 친구에게 청해서 하룻밤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 놓을 테니 다시 모여서 밤이 새도록 어울려 보자고 제안을 합니다. 그 분위기에서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더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싶어 한 것입니다.
이제 부산 역으로 가야 합니다. 김시인께서 핸들을 잡으시고, 복잡하지 않은 샛길을 이용해서 역까지 데려다 줍니다. 그리고 부산의 두 분은 가시고, 우리는 역사로 들어갑니다. 이층 대기실. 한 사람이 부산어묵 세트를 사서 건네줍니다.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이 부산 빵을 건네줍니다. 부산 빵, 통영 꿀 빵과는 또 다른 맛으로 내 입을 즐겁게 해 주는 빵이었습니다.
부산의 장선생을 남겨두고 세 사람은 열차를 탔습니다. 남선생은 밀양에서, 성선생은 동대구 역에서, 그리고 나는 수원까지, 그렇게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아껴가면서 우리는 대화를 나누며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수원 역에 내린 나는 택시로 집까지......
이제 이렇게 한 번의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끝내면서, 또 다른 여행을 생각합니다. 7월 29일부터 제주 여행. 그리고 9월의 베트남 다낭, 그 사이에 또 다른 길을 떠나는 일들도 있을 것입니다.
짧지 않은 글을 여러 회로 나누어 쓰고 올리는 것을 이해하시며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처음 썼던 것처럼,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우선 내 자신의 문장력 강화를 위한 방법이기 때문이고, 다음으로는 기록해 놓음으로서 다음 여행에 자료가 되기 때문이며, 때때로 되읽으면서 그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번 여행의 동행이 되어 주신, 진주의 김00시인 조선생, 광양의 강선생, 그리고 부산의 장선생, 김시인, 고시인, 창원의 남선생, 사랑하는 딸 성선생. 모든 분에게 고마운 마음을 보내드리면서,
앞으로도 ‘시’로 ‘소설’로 그리고 이런 여행기로 여러분을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를 드리며......
첫댓글 길과 인연은 언제나 소중하지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