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부자가 되면 행복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부자가 되는 꿈을 꾸는 동안에는 열정과 욕망, 희망을 갖고 살아간다. 인생의 목표를 부자 되기로 설정하고 열심히 사는 동안에는 어떤 고통과 시련이라도 이겨낼 수가 있다. 그래서 부자가 되는 꿈을 꾸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건강하고 활기가 넘친다. 반대로 부자 되는 꿈을 포기한 사람들이 많은 나라는 죽은 사회와 같다.
부자의 기준은 무엇인가. 최근에 잡 코리아와 청림출판이 조사한 것을 보면 재산이 30억 (동산10억 부동산20억)이상으로, 50평 정도 아파트에, 월수입1∼2000만원, 3000CC이상 승용차, 여가생활을 위해 골프회원권이 있으면 부자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정도면 국민자산의 59%를 차지하고 있는 상위 20% 안에 드는 부자들이다. 어찌 보면 20% 안에 들 정도의 부자 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고 여길지 모른다. 허나 취업과 결혼마저 포기한 장미족. 오포족 등 청년실업자들과 먹고 살기 힘든 서민들에게는 요원한 꿈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고위공직자 재산공개가 있었다. 고위공직자 절반이 우리나라 상위 5%의 부자로 나타났다.
서민경제가 파탄나고 가구당 평균 부채가 6000만원으로 매년 2∼3%씩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작년 고위공직자 70%가 1인당 평균 9500만원의 재산이 늘었다. 특히 국회의원들이 1년에 평균 1억2000만원의 재산을 불렸다. 박근혜 대통령도 2억7000만원이 증식되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주식배당금으로 1800억을 받았다. 식물인간이 되어 숨만 쉬고 있는데도 주식배당금으로 엄청난 돈을 번 것이다. 수감 중인 최태원 회장도 가만히 앉아서 330억의 배당금을 받았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부자의 꿈을 포기한 지 오래인 서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 보무당당한 부자들의 행진을 보는 것만 같아 기분이 씁쓸하다.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성경에서도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하나님, 돈, 죄, 사랑의 순서이다. 문제는 정당하게 돈을 벌고 아름답게 쓰는 일이다. 돈을 모으는 데도 명분과 철학이 필요하다.
부자의 이념이랄까, 돈의 철학 말이다. 부자가 되는 꿈이 사라져버린 메마르고 강파른 이 시대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부자들의 이야기는 큰 위로가 된다.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은 죽기 전에 자신의 재산 8800억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거상 김만덕, 경주 최부자, 구례 운조루 유이주, 유한양행 설립자 유일한 씨 같은 분은, 겸손할 줄 알고 (居善地), 나눌 줄 알고 (與善仁),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줄 아는 (正善治)사람들이었다.
우리나라 부자들 중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경주 최부자의 8가지 가훈 중에서 ‘재산은 만석 이상 모으지 말라’ ‘흉년에는 재산을 불리지 마라’‘사방 백리 안에서는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1950년 전 재산을 대구대학에 기증한 마지막 부자 최준은 “재물은 분뇨와 같아 한 곳에 모아두면 악취가 나서 견딜 수 없고 골고루 사방에 흩뿌리면 거름이 된다”고 했다. 부자 3대 못 간다는 말이 있으나, 최부자 집이 300년 12대를 지켜온 데는 부자의 철학, 돈의 이념을 잘 살린 때문이 아니겠는가.
나는 어려서 할아버지로부터 부자대회 이야기를 들었다. 옛날 전주에서는 해마다 부자대회라는 것이 열렸다. 전국의 부자들이 모여 어떻게 하면 돈을 잘 벌고 잘 쓸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부자대회에는 3대째 부자부터 참가자격이 주어졌다고 한다. 당대부자는 운이 좋거나 남달리 돈 모으는 재주가 뛰어나고 ,조금 불량한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며, 잘 하면 2대째까지 대물림할 수가 있다.
그러나 3대째부터는 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덕으로 쌓는 부만이 부자의 이념에 충실한 것이라는 의미이다. 부자 3대를 잇지 못한 데는 덕을 쌓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눔의 실천으로 부자가 존경받는 사회, 누구나 부자를 꿈꿀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그러나 부자가 될 수 없다고 해서 절망할 필요는 없다.
물질적인 부자보다 마음이 부자인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