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목(꺾꽂이) 방법의 기초원리를 깨치다

홍천 우리꽃연구회 월례모임에 참석해서 삽목(꺾꽂이) 방법에 대해 배웠다. 매년 주목이나 철쭉 등의 개체수를 늘이고 싶어 한 번에 500여 개의 삽목묘를 만들어 삽목을 하면 10~20%만 살아남는, 안타까운 경험이 반복되어 실패하는 이유를 알고싶던 참이었다.
강의는 삽목법의 기초 중의 기초를 중심으로 철저히 실전형 위주였다. 아무렇게나 꼽아도 쉽게 사는 종류나 발근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녹지삽(당해년도 자란 가지)이 아니라 발근이 까다로운 종류의 몇 년 자란 가지를 재료로 한 숙지삽 중심이다. 이중으로 발근이 어려운 조건에서 삽목에 성공하면 삽목계의 고수가 된 것 아닌가?
위 사진 속 깨진 항아리 조각에 얹혀있는 나무는 작년에 엄지 손가락 굵기의 묵은 가지를 잘라 거꾸로 꺾꽂이하여 활착시킨 작품이다. 분재 소재로 저 정도면 최소 2년의 성장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배워서 남주자는 마음으로 여기에 그 배움의 정수를 정리해 둔다.

회원들의 진지한 수강 자세. 사진 속에서 가장 진지한 자세를 취한 사람은 바로 나다!^^
1. 용토는 거름기 없고 단단한 마사토
삽목의 실패는 말라죽지 않는 한 대개 썩거나 짓물러져서다. 결국 삽목은 세균오염 예방 또는 억제가 관건이다. 삽목은 세균과의 전쟁이다. 따라서 삽목의 성패는 용토에 있다. 삽목에 적당한 용토는 거름기가 전혀 없고, 단단해서 잘 부서지지 않는 마사토가 좋다. 삽목상 아래에 까는 굵은 마사는 직경 1cm 내외가 적당하다. 가는 마사는 물로 세척해서 가루가 없게 한다. 영양분이 남아있어도 안된다. 삽목묘를 상하지 않게 하는 방법은 배수성와 통기성을 좋게 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살리기 어려운 삽목묘일수록 입자가 굵고 거친 마사토를 쓴다.
2. 삽목묘 만들기
삽목묘의 맨 위 눈이 잎을 내고 가지를 내는 지점이다. 그 눈을 보호하기 위해 눈 위 1.5~2cm 여유를 두고 그 위를 자른다. 절대로 자를 때 생장점 주변이 짓눌리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절단면에 도포제를 바르기도 하나 여기서는 과학의 힘을 빌리지 않는다) 삽목상에 꽂을 삽목묘의 하단부는 사선절단 또는 V자커팅을 한다. 그 이유는 아래 물주기에서 알게 된다.
3. 삽목상자의 조건
삽목상자는 바닥에 굵은 입자가 겨우 빠져나가지 않을 정도로 구멍이 여러 개 숭숭 뚫려있어야 하고 땅바닥에서 띄워 설치해야 한다. 통기성 차단은 실패율을 높인다.
4. 삽목묘 심은 후 다지기
삽목묘를 절단부에 상처나지 않게 주의해서 꺾꽂이하고 꼬챙이로 주변을 쑤셔대며 용토를 다진 후 손으로 꾹꾹 눌러 재차 다진다. 용토를 선별, 세척했기 때문에 다진다고 배수, 통기가 나빠질 리도 없다. 용토를 다지는 이유는 물주기 등 여러가지 관리 상의 이유로 삽목묘가 움직이면 발근율이 확 떨어지기 때문이다.
5. 삽목묘 냉동휴면기법
냉장실에서 48~72시간 보관해서 휴면시킨 후, 신문지에 싸서 냉동실에 넣어 1~2주 동안 냉동실에 저장한다. 그 다음 꺼내 신문지에 싼 채로 1~2시간 해동시킨다. 냉동휴면을 시키는 이유는 잎이나 가지를 생장시키지 못하게 하고 발근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삽목묘 밑둥 절단면에 황토경단을 만들어붙여 황토경단이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서 꺾꽂이한다.
6. 관수 요령
물은 수압을 이용해서 분사해도 좋다. 흠뻑 준다. 증발이 많을 때 기준으로 낮에 6시간마다 관수한다. 관수는 수분 공급도 있으나 주목적은 세척이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삽목은 세균과의 전쟁이다. 배수성, 통기성만 좋고 관수 요령만 지키면 까탈스런 나무라도 여간해서는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한다! 1년 동안 발근도 안됐지만 죽지도 않는 경우도 많다. 관수용 물의 수온은 세균 증식 억제 차원에서 주변 실온보다 낮아야 한다.
이런 걸 모르고 이제까지 꺾꽂이한다고 미련스럽게 상토흙 같이 보수성이 좋고 거름 성분도 넉넉한 흙을 사용하고, 수분증발을 막는다고 비닐을 씌우고, 물은 자주 줬다 띄엄띄엄 줬다 했으니.... 안죽은 10~20%가 오히려 이상하다. 에효~!
손가락 굵기의 묵은 가지도 꺾꽂이가 가능하다 하니, 혹시 얼마 안있어 내게 그럴싸한 분재 재료가 차고 넘치지 않을까? +_+!

번개장터! 회원끼리 꽃씨 나누는 장면
강의 중간 휴식 때 짧은 시간을 이용해 꽃씨 나누기를 한다. 보기 좋은 모습이라 다가가서 찍었다. 가장 적은 수고로 서로 풍족해질 수 있는 방법이다.
첫댓글 신선하게 살아있는 삶의 장면을 보게 되네요~~~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