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 정신나간 'P4G 정상회의' ... 개막 영상에 서울 아닌 평양 등장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는 녹색경제 관련 5대 중점분야(식량, 농업, 물, 에너지, 도시, 순환경제)에서 민관협력을 촉진하고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과 파리협정 이행을 가속화하기 위한 국제 협력체이다.
2018년 덴마크에서 제1차 정상회의가 열린데 이어 2021년 5월 30일부터 31까지 이틀 간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포용적인 녹색회복을 통한 탄소중립 비전 실현’이란 주제로 세계 각국의 총 67명의 지도자(정상급 인사 46명, 국제기구 수장 21명)가 참여한 가운데 비대면 회의 방식으로 열렸다. 정식 명칭은 <2021 P4G 서울 정상회의>이다.
이날 개회식에서는 축하공연과 문재인 대통령의 개회사 직전, 개최지와 참여국 등을 소개하는 오프닝 세레머니 영상이 나왔다.
그런데 정상회의의 목표 등을 소개한 해당 영상에서는 서울서 열린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남산과 광화문, 한강 등 상징적 전경들을 차례로 화면에 띄운 후 강 위에 떠 있는 섬을 보여주는 위성사진을 보여줬는데, 한강의 여의도가 아닌 대동강의 능라도가 나온 것이다. 서울 상공 위성사진을 썼어야 했는데, 평양의 위성사진을 쓴 것이다. 곧바로 나온 영상에도 대동강과 평양·평안남도 일대가 노출됐다.
이런 행사에서 평양 지도가 등장한 걸 두고 야당을 중심으로 “올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가장 큰 외교행사에서 발생한 외교 참사며,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외교부 차관 출신인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국내에서 개최되는 가장 큰 외교행사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하며, “통상 이 정도 규모의 행사는 리허설만 서너 차례 하는데, 수십 명이 이 영상을 봤을 텐데 아무도 이걸 걸러내지 못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행사를 담당한 청와대 의전라인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영상에 평양이 나온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청와대가 제작에 관여하지 않았다. P4G기획단이 외주업체에 의뢰해 제작한 영상으로, 영상에 짧게 평양이 포함됐는데 특별한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외교부와 P4G기획단으로 그 책임을 돌려 빈축을 샀다. 외교부는 여기에 고의성이 있는지 담당직원과 외주업체를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하고, 관련 담당자를 징계하기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는 비록 영상자료 등을 외주로 제작하더라도 주관기관이 모든 책임을 진다는 각오로 하나하나 문제점이 없는지 면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개회식 오프닝 세레머니 영상에서 서울이 아닌
평양의 지도가 소개됐다. SBS 캡처
▲ 평양이 나오는 영상이 문제가 되자 후에 한강이 나오는 지도로 수정됐다. [사진 출처 = 청와대 유튜브]
16. 텅 빈(?) UN총회장에서 기조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21년 9월 19일부터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UN을 방문해 현지 시각 9월 21일, UN총회에서 열네 번째로 기조연설을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올해는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에 가입한 지 30년이 되는 뜻 깊은 해”라면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자.”며 ‘한반도 종전선언’을 주장했다.
그런데 9월 22일 저녁, 청와대가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기조연설 중 연단 앞쪽의 청중석이 거의 텅 비다시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은 이보다 앞서, 문 대통령의 유엔 총회 기조연설 직후 페이스북 등 SNS상에는 문 대통령이 거의 텅텅 빈 UN총회장에서 홀로 연설을 하는 출처불명의 각종 사진이 난무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SNS 상에 난무하는 사진의 진위 여부를 확인해 줄 것을 외교부 측에 공식 요청까지 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어쨌든 청와대가 이날 사진 공개로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종전선언’ 등 중차대한 제안을 한 기조연설 도중 듣는 청중이 거의 없었음이 재차 확인된 셈이다. 이로써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등 국내 현안이 산적한 와중에 UN총회 기조연설을 위해 김정숙 여사와 BTS(방탄소년단)를 대동하고 출국을 강행했어야 했느냐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이러한 문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북한과의 종전선언이 아니라 남북군사합의부터 전면 재검토하라.”고 비판하며, “북한에게는 한 마디도 못하고, 텅 빈 유엔총회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공허한 외침은 부끄러움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17. 대통령 행사장에서 돌던 풍력 발전기, 알고 보니 3억짜리 모형 발전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21년 2월 5일 오후, 전남 신안군 임자대교에서 열린 해상풍력단지 48조 투자협약식 행사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가 진행된 신안을 비롯한 전남 서남권 지역은 해상풍력 잠재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전남 해상풍력 잠재량이 12.4GW(기가와트)로 전국 33.2GW의 37.3%에 달하며, 이 중 신안 해상풍력 사업은 8.2GW 규모의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 사업이 성공하면 앞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해상풍력 5대 강국에 들것"이라면서 “완전히 가슴이 뛰는 프로젝트”라며 기대감을 드러냈으며,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이날 행사에서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조성 계획을 포함한 ‘전남형 뉴딜’ 전략을 보고하고, 전남형 상생 일자리 협약식도 개최했다.
그런데 이날 문 대통령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이 행사에 설치된 풍력 발전기가 알고 보니 국민 혈세 3억 원이 투입된 ‘모형 발전기’였던 것으로 드러났으며, 풍력기 모형 제작과 행사 진행 등을 포함하여 불과 30분의 1회용 행사를 위해 행사비용으로 투입된 비용만 10억 원이 넘게 들었음이 밝혀졌다.
국회의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날 행사가 도마 위에 올라 일부 의원들이 “전기를 생산하는 풍력이 아닌 전기를 소비하는 풍력인 셈”이라며 “보여주기식 행사를 위해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꼴”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한편, 이날 문재인 대통령을 맞이한 전남도청 공무원들이 ‘과잉 의전’을 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전남도청 공무원들이 대통령을 맞으면서 “문재인 너는 사슴, 내 마음을 녹용(녹여요)”, “대통령님은 우리의 행복”, “우주 미남”, “문재인 별로, 내 마음의 별(星)로” , “왜 이제 오셨어요”와 같은 애정표현을 담은 플래카드와 현수막을 준비했는데, 그 내용이 상황에 맞지 않고 과했다는 것이다. “김정은을 맞이하는 북한 주민들을 보는 것 같다”, “명백한 과잉 의전”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18. 코로나 창궐 속에 김정숙 여사의 '피라미드 관광' 숨긴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22년 1월 15일부터 22일까지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 사우디아라비아 및 이집트 등 중동 3개국을 순방하였다. 문 대통령의 5년 임기 중 마지막 해외순방으로, 이 순방 때 마지막 방문국가인 이집트에서 부인 김정숙 여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이집트 기자(Giza) 피라미드 군을 비공개로 방문했음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일부 국내 언론과 야당은 이를 두고 "화재 진압에 나섰던 소방관이 순직하고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로 실종자가 발생했으며, 무엇보다도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4,500명에 달하는 등 오미크론 대유행이 시작되고 있었다."고 순방당시 상황을 열거하며, 이러한 시기에 문 대통령 내외는 시급한 현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어려움과 국민의 고통을 뒤로하고 순방을 강행하였고, 이 와중에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이집트에서 피라미드 관광을 한 것에 대해 ‘외유성 순방’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이집트의 요청으로 방문하게 되었으며, 비공개 공식 일정이라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가 창궐하는 상황에서 중동 3국 순방이 한가한 외유(外遊)라는 비판이 이미 세간에 일었던 데 더해, 피라미드 관광 최적기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마지막 해외 관광’ 비아냥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을 것이다.
대통령의 해외방문 때 그 방문국의 문화유산을 찾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집트 측도 당연히 희망했을 것이다. 문제는 국민들에게 쉬쉬하다 뒤늦게 들통이 난 것이다. 김 여사가 피라미드의 방문이 부적절하면 방문하지 말든지, 방문했으면 당당하게 알렸어야 했다.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행태임은 물론, 세계적 유적지 방문을 감춘 것은 이집트에 대한 모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이집트 방문 당시의 김정숙 여사와 피라미드 모습
19. 대중국 저자세의 상징 ‘萬折必東(만절필동)’
지난 2017년 12월 5일, 노영민 주중국 대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신임장을 제정하기에 앞서 인민대회당 방명록에 ‘萬折必東 共創未來’(만절필동 공창미래)이라는 글귀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말은 지금까지의 어려움을 뒤로하고 한.중 관계의 밝은 미래를 함께 열어가기를 희망하는, 즉 일편단심 명(明) 황제를 향한 정성도 만 번 굽이쳐도 반드시 동으로 흐르는 물과 같다고 해석할 여지를 남겨 논란이 일었다.
다시 말하면 중국에 지나치게 예를 차리고 한국을 낮추는 표현을 사용해 ‘저자세 외교’를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만절필동’은 그것이 우리 역사에서 쓰인 배경과 맥락을 알면 쉽게 나와선 안 될 말이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에서 그렇다. 하태경 의원은 “‘만절필동’이란 천자를 향한 제후들의 충성을 말하며, 이 뜻은 대한민국이 중국의 종속국인 제후국이고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천자를 모시는 제후라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이어 “노영민 대사가 그 의미를 알고 썼다면 국가의 독립을 훼손한 역적이고, 모르고 썼다면 대한민국과 대통령 망신시켜 나라를 대표할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노 대사는 부임 전에도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피해가 중국의 사드 보복 때문만은 아니라는 식으로 얘기해 논란을 일으켰다. 중국이 우리와 이웃한 세계 2위 경제 대국이고 북핵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요한 나라인 것은 사실이나, 그렇게 치면 미국·일본도 중요하긴 마찬가지다. 노 대사가 무슨 까닭에 중국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한편, 그후인 2019년 2월 12일, 미국을 방문 중이던 문희상 국회의장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에게 선물로 전달한 ‘휘호’가 뒷말을 낳고 있다. 문 의장이 직접 쓴 휘호는 ‘萬折必東’이다. 이에 문 의장은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우여곡절은 겪겠지만 결국은 잘 풀리지 않겠느냐는 염원을 담은 글이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굳이 한문으로 그러한 글귀를 썼는냐에 있다. 대한민국의 의전서열이 2위인 국회의장이 자기 말과 글을 쓰지 않고, 본래의 의미로는 사대의 뜻을 담은 중국 글과 뜻을 선물한다는 거 자체가 비정상이다. 특히나 오늘날 미국이 일본, 호주, 인도 등의 국가들과 힘을 합쳐 중국의 세계화 전략인 '일대일로'를 강하게 견제하고 있는 때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萬折必東>이란?
조선 중엽 정치계를 휘어잡은 송시열(宋時烈)은 친명(親明) 중화주의자였다. 일상생활에서도 명나라 복식을 하고 명나라 예법을 따를 정도였다고 한다. 명나라는 임진왜란 때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자 중원(中原)의 문화 정통성을 이은 어버이 같은 나라라는 게 그의 인식이었다. 그가 제자들을 모아 가르친 충북 괴산군 청천면의 속리산 계곡은 모화(慕華)사상의 요람이자 발신지 같은 곳이었다.
1689년 송시열이 죽자 제자들은 이곳에 그를 기리는 서원을 세우고 '화양서원(華陽書院)'이라고 이름 지었다. 이 '화양(華陽)'은 중국 문화가 햇빛처럼 빛난다는 뜻도 된다. 제자들은 또 명나라 황제 신종(神宗)을 제사 지내기 위한 사당을 짓고 '만동묘(萬東廟)'라고 했다.
만동(萬東)은 '만절필동(萬折必東)'의 준말로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의 하나인 순자(荀子)가 쓴 말이다. 중원의 젖줄인 황하(黃河)는 수만 번 물길을 꺾어 흐르지만 결국은 동쪽을 향한다. 중국에선 충신의 절개를 가리키는 이 말이 조선의 중화주의자들에겐 중국 황제를 향한 변함없는 충절을 뜻하게 됐다. 경기도 가평군 하면 대보리의 ‘조종암(朝宗巖)’이라는 바위에도 조선 선조 임금의 글씨로 '만절필동'이라고 새겨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중국 방문 기간 중 베이징대 연설에서 중국을 '높은 산'에 비유해 "높은 산봉우리가 주변의 산봉우리와 어울리면서 더 높아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작은 나라지만 책임 있는 중견 국가로서 그 꿈을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외교에는 때로 겸사(謙辭)도 필요하다지만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
20. 외국과의 공식 행사에서 '구겨진 태극기' 세운 외교부
지난 2019년 4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조현 외교부 1차관과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스페인 외교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스페인 차관급 전략대화’를 가졌다.
그런데 이날 대화가 진행된 동안 내내 ‘구겨진 태극기’가 노출되었는데, 두 차관은 이 구겨진 태극기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인사말을 하는 내내 공개됐다. 특히 태극기는 구김 없이 잘 관리 된 스페인 국기 ‘적심기’와 나란히 세워져 더욱 대비됐다.
이에 외교부는 상대국이 있는 차관급 공식 일정에 구겨진 태극기를 세운데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이와 관련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실제로 며칠 후(4월 8일)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담당과장을 보직 해임하였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태극기는 국가인 ‘애국가’, 국화인 ‘무궁화’, 나라도장인 ‘국새’ 등과 함께 대표적인 국가 상징으로 꼽힌다. 이 중에서도 태극기는 다른 국가 상징과 달리 ▲대한민국 국기법 ▲대한민국 국기법 시행령 ▲국기의 게양 관리 및 선양에 관한 규정 등 관련 법령을 통해 엄격히 관리 된다.
행정안전부 홈페이지에는 ‘태극기는 제작 보존 판매 및 사용 시 존엄성이 유지돼야 하며, 훼손된 국기를 계속 게양하거나 부러진 깃대 등을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명기돼 있다. 구겨진 태극기가 ‘훼손’에 해당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때가 묻거나 구겨진 경우에는 국기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이를 세탁하거나 다려서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행안부의 안내 지침에 따라 외교부는 세탁이나 다림질 등의 관리를 통해 구김이 없는 상태로 내걸었어야 한다.
이같이 어느 행사장이든 대한민국의 상징인 태극기(국제 간 행사일 경우에는 외국 국기 포함)를 제작(제작법과 색상에 특히 유의 필요)하거나 게양(게시)하는 데 실수가 가끔씩 일어난다. 따라서 행사를 주관하는 기관에서는 늘 국기 관리에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