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구경 이야기 47
제4장 : 꽃 (Puppha Vagga)
세 번째 이야기
사끼야족을 몰살시킨 위두다바
부처님께서 사왓티에 계실 때 위두다바와 그의 부하들이 홍수에 휩쓸려가 죽은 사건과 관련해서 게송 47번을 설하셨다.
꼬살라 왕의 아들인 빠세나디 왕자는 사왓티에 살고 있었다.
릿차위족의 마할리 왕자는 웨살리에 살고 있었다.
말라족 왕의 아들인 반둘라 왕자는 꾸시나라에 살고 있었다.
이 세 왕자는 각자 자기 나라를 떠나 유명한 스승 아래서 학문과 기술을 배우기 위해 딱까실라로 갔다.
그런데 우연히도 도시 밖 한 숙소에서 모두 만났다.
그들은 서로 통성명을 하고 자신들의 가문과 여기에 온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친구가 되었다.
그들은 한 스승 밑에서 함께 배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세 사람 모두 학문과 무술에 통달하게 되자 스승을 떠나 고국으로 돌아갔다.
빠세나디 왕자는 부왕 앞에서 여러 가지 무술을 능숙하게 펼쳐 보여 부왕을 즐겁게 했다.
부왕은 그에게 즉시 왕위를 물려주었다.
마할리 왕자는 고향으로 돌아가서 릿차위족 왕자들을 가르치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그러나 너무 무리하게 가르치다가 실명하고 말았다.
릿차위 왕자들은 스승의 안위를 걱정하며 말했다.
“아아! 우리의 스승께서 실명하고 말았구나!
그렇지만 스승을 저버리지 않고 끝까지 충실하게 따라야겠다.”
왕자들은 일 년에 십만 냥의 수입이 생기는 성문을 스승에게 드렸다.
마할리는 성문에서 통행세를 받아 나오는 수입으로 생활하며 오백 명의 릿차위 왕자들에게 학문과 무술을 지도하며 살았다.
빈둘라 왕자가 고향에 돌아가자 말라족 왕자들에게 자신이 배운 무술을 펼쳐 보였다.
그를 시기하는 말라족 왕자들은 그를 골탕 먹일 계략을 꾸몄다.
그들은 육십 개의 대나무 다발을 만들어 공중에 매달아 놓고 그에게 베어 보게 하였다.
빈둘라는 공중으로 높이 뛰어오르며 검으로 힘껏 내리쳤다.
그는 오십구 개의 다발을 가볍게 잘라버렸다.
하지만 마지막 다발에서 쨍그랑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며 잘려지지 않았다.
그 다발에는 쇠막대기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는 말라족들의 야비한 속임수를 알아차리고 검을 던져버리며 분노했다.
“친척이나 친구 중에 대나무 다발에 쇠막대기가 들어있다고 말해 주는 이가 한 명도 없구나.
이 사실을 알려주었으면 쇳소리도 나지 않게 완전히 잘라버렸을 것이다.”
그는 화난 목소리로 아버지에게 말했다.
"내가 말라족 왕자들을 모두 죽여 버리고 홀로 왕이 되겠습니다.”
“아들아, 우리 말라족은 공화제 국가이며 여러 왕들이 합의하에 통치하는 것이 과거부터 내려온 전통이란다.”
부모는 온갖 말로 설득하여 그의 생각을 포기하게 했다.
반둘라는 친구 빠세나디 왕이 살고 있는 사왓티로 가서 살겠다며 길을 떠났다.
빠세나디 왕은 반둘라가 온다는 말을 듣고 마중 나가서 그를 호위하여 왕궁으로 들어와 특별한 대우를 해주었다.
왕은 그를 총사령관에 임명했다. 반둘라는 부모를 모시고 와서 사왓티에서 가족을 이루고 살았다.
이때 빠세나디 왕이 궁전의 발코니에 서서 거리를 내다보고 있었다.
거리에는 수천 명의 비구들이 아나타삔디까,
쭐라 아나타삔디까, 위사카, 숩빠와사 집으로 탁발을 가고 있었다. 왕이 시종에게 물었다.
“이 스님들이 어디로 가시는 건가?”
“폐하, 매일 이천 명의 비구들이 아나타삔디까의 집으로 음식과 약 등을 얻으러 가고, 오백 명의 비구들이 쭐라 아나타삔디까의 집으로 가고,
위사카와 숩빠와사의 집으로도 각각 오백 명의 비구들이 탁발을 갑니다.”
왕이 이 말을 듣고 승가에 공양 올리고 싶은 생각이 일어났다.
왕은 사원으로 가서 부처님과 비구들을 공양에 초청했다.
왕은 일주일 동안이나 부처님과 비구들에게 공양 올리고 일주일 째 되는 날 부처님께 다가가 삼배를 올리고 말씀드렸다.
“오늘 이후로 매일 오백 명의 스님들과 함께 제 왕궁에 오셔서 공양하시기 바랍니다.”
“대왕이여, 여래는 매일 어느 한 집만을 갈 수는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래에게 공양 올리고 법문을 듣고 싶어 합니다.”
“그러면 스님 한 분을 임명해서 책임을 지고 다른 스님들을 데리고 제 집에 오셔서 공양하셨으면 합니다.”
부처님은 아난다에게 매일 왕궁에서 공양하도록 지시했다.
왕은 비구대중들이 왕궁에 오자 공양 올리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손수 스님들의 발우를 받아서 음식을 담아주며 시중들었다.
왕은 칠일 동안은 시중을 잘 들었지만 팔일 째가 되자 정신이 산만해지며 공양 올리는 일을 소홀히 하였다.
그러자 비구들이 술렁거렸다.
“왕궁에 오면 왕이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는 한 자리를 권하는 이도 없고 시중드는 이도 없다.
여기에 더 이상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많은 비구들이 왕궁을 떠나 다른 집으로 탁발을 갔다.
다음 날도 왕이 공양 올리는 일을 소홀히 했다.
그래서 더 많은 비구들이 그곳을 떠나 다른 집으로 갔다.
그 다음 날도 왕이 공양 올리는 일을 소홀히 하자 나머지 비구들까지 왕궁을 떠나고 오직 아난다 장로만이 남아서 공양을 받았다.
덕을 갖춘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가족의 믿음을 지켜준다.
부처님에게는 비구 상수제자로서 사리뿟따 장로와 마하목갈라나 장로가 있었고,
비구니 상수제자로서 케마 장로니와 웁빨라완나 장로니가 있었다.
본받아야 할 남자신도로서 찟따와 핫타까 알라와까가 있었고, 본받아야 할 여자신도로서 난다의 어머니 웰루깐타끼와 쿳줏따라가 있었다.
이 여덟 명을 포함해서 많은 제자들이 서원을 세우고 십바라밀을 닦아 큰 덕을 갖추었다.
이와 같이 아난다 장로도 서원을 세우고 십만 생을 바라밀을 닦아 덕을 갖추었다.
그래서 아난다 장로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왕의 믿음을 지켜주기 위해 홀로 남아 공양을 받았던 것이다.
왕궁에서는 아난다 장로 한 사람을 위해 자리를 마련하고 공양을 올렸다.
비구들이 다 떠나고 텅 빈 자리에 왕이 나타났다.
그는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들이 전혀 손도 대지 않은 채 남아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스님들이 오시지 않았느냐?”
“아난다 장로님만이 홀로 와서 공양을 들었습니다, 폐하.”
“스님들이 이렇게 손해를 끼치다니!”
왕은 화가 나서 부처님께 가서 말씀드렸다.
“부처님이시여, 제가 오백 분의 음식을 준비했는데 아난다 장로님만이 와서 공양을 들었습니다.
나머지 음식은 손도 대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았습니다.
비구들이 왕궁에 나타난 흔적도 없습니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 까닭입니까?”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잘못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대왕이여, 제자들이 그대에게 믿음이 부족해서 그러는 것이오. 비구들이 가지 않는 데에는 반드시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요.”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어떤 집은 방문해야 하고 어떤 집은 방문할 필요가 없는지에 대해 설명하시며 경을 암송하셨다.
“비구들이여, 아홉 가지 결함이 있는 집에 방문해서는 안 된다.
부득이 방문하였으면 자리에 앉아서는 안 된다.
무엇이 아홉인가?
①가족이 모두 일어나 반갑게 맞이하지 않거나
②가족이 예의바르게 인사하지 않거나
③가족이 절을 올리지 않거나
④가족이 소유하고 있는 것을 감추거나
⑤가족이 많은 공양물이 있는데도 조금만 올리거나
⑥가족이 좋은 공양물이 있는데도 나쁜 공양물을 올리거나
⑦가족이 공경하는 마음으로 올리지 않고 불손하게 올리거나
⑧가족이 법문을 듣기 위해 자리에 앉지 않거나
⑨ 가족이 법문을 듣지 않을 때이다
비구들이여, 이런 아홉 가지 결함을 가지고 있는 집은 방문해서는 안 된다. 부득이 방문했으면 자리에 앉아서는 안 된다.
비구들이여, 이와 반대로 아홉 가지 좋은 점이 있는 집은 방문해도 좋다.
방문하였으면 자리에 앉는 것이 좋다. 무엇이 아홉인가?
①가족이 모두 일어나 반갑게 맞이하거나
②가족이 예의바르게 인사하거나
③가족이 절을 올리거나
④가족이 소유하고 있는 것을 감추지 않거나
⑤가족이 많은 공양물을 준비하여 올리거나
⑥가족이 좋은 공양물을 준비하여 올리거나
⑦가족이 불손한 마음으로 올리지 않고 공손하게 올리거나
⑧가족이 법문을 듣기 위해 자리에 않거나
⑨가족이 법문을 들을 때이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아홉 가지 좋은 점이 있는 집은 방문해도 좋다.
방문하였으면 자리에 앉는 것이 좋다.
대왕이여, 나의 제자들이 그대에게 믿음이 부족한 것은 이런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믿음이 없는 곳에서 살았던 예날의 어떤 현자도 또한 그랬습니다.
사람들이 그에게 존경심을 가지고 보살펴주었지만 결국 죽음에 가까운 고통을 겪고서 믿음이 있는 곳으로 옮겨갔습니다.”
“그게 언제였습니까?”
왕이 묻자 부처님께서 과거의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부처님의 과거생 : 께사와 깝빠, 나라다 그리고 베나레스의 왕
옛날에 브라흐마닷따 왕이 베나레스를 통치하고 있을 때 께사와라는 왕이 왕위를 포기하고 출가하여 사문이 되었다.
오백 명의 신하들도 그를 따라 출가하였다.
그때부터 왕은 사문 께사와로 알려졌다.
그의 수염과 머리를 손질해주던 이발사 깝빠도 출가하여 제자가 되었다.
사문 께사와는 제자들과 함께 히말라야에서 여덟 달을 지내다가 몸에 소금기와 초산을 보충하려고 베나레스로 내려왔다.
그들이 탁발하려고 도시에 들어가자 왕이 반갑게 맞이하며 우기 사 개월 동안 보살펴주기로 약속했다.
왕은 동산에 거처를 마련해주고 아침저녁으로 찾아가서 시중들었다.
며칠을 그곳에서 생활해보니 도저히 살 곳이 못되었다.
코끼리 소리와 다른 동물들 소리 때문에 시끄러워 지낼 수 없자 사문들은 께사와에게 가서 말했다.
“스승이시여, 우리는 여기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떠나야겠습니다.”
“형제들이여,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
“스승이시여, 히말라야로 가겠습니다.”
“우리가 도착한 날 왕과 여기서 우기 사 개월 동안 지내기로 약속했는데 어찌 무정하게 떠날 수 있단 말인가?”
“스승께서 약속하면서 우리의 의견을 전혀 물어보지 않았잖습니까?
더 이상 여기에 머무를 수 없습니다.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거처를 정하고자 합니다.
그러면 스승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스승에게 인사를 올리고 떠나갔다.
스승과 깝빠 둘만 남아 그곳을 지켰다.
왕이 시중을 들기 위해 왔다가 둘만 남아 있자 물었다.
“나머지 사문들은 전부 어디로 갔습니까?”
“대왕이여, 그들은 이곳이 불편하고 마음에 들지 않아 히말라야로 떠났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깝빠도 또한 견딜 수가 없어 떠나려고 했다.
스승은 몇 번이고 떠나지 말라고 설득했지만 그의 결심을 꺽을 수 없었다.
깝빠도 결국 그곳을 떠나 다른 동료들과 합류했다.
그곳은 스승이 머무는 곳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어서 스승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스승은 항상 제자들을 걱정했다.
얼마간 시간이 흐르자 스승은 중병에 걸려 고통을 겪기 시작했다. 왕은 의사를 보내 치료해주었지만 차도가 없었다.
스승이 고통을 견디지 못해 왕에게 청했다.
“대왕이여, 그대는 내가 건강이 회복되기를 원하오?”
“존자님이시여, 할 수만 있다면 즉시 회복시켜드리고 싶습니다.”
“대왕이여, 나의 건강이 회복되기를 원한다면 제자들이 있는 곳으로 보내주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존자님.”
왕은 신하인 나라다를 불러 세 명의 신하와 함께 스승을 침대에 누운 채로 제자들이 있는 곳으로 모셔다 드리라고 지시했다.
“존자님의 건강 상태를 항상 살펴보고 나에게 소식을 보내도록 하게.”
깝빠는 스승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마중 나왔다.
“나머지 사문들은 어디 있는가?”
께사와가 묻자 깝빠가 대답했다.
“그들은 저기에 머물고 있습니다.”
나머지 사문들은 스승이 도착했다는 말을 듣고 모여들었다.
그들은 뜨거운 물을 끓여드리고 여러 가지 맛있는 과일을 드시게 했다.
그러자 즉시 스승의 병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며칠 지나자 완전히 건강을 회복해서 불그스레한 안색을 되찾았다.
나라다가 하도 신기해서 노래를 불러 물었다.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는 왕을 떠나서 깝빠의 초라한 오두막집을 좋아하는 이유가 뭡니까?
나무들은 푸르러 마음이 상쾌하고
깝빠의 법다운 말은 나를 기쁘게 한다네, 나라다여.
윤기 흐르는 쌀밥과 맛있는 고깃국을 떠나서
소금도 없는 거친 수수밥을 좋아하는 이유가 뭡니까?
음식이 맛있거나 없거나 많거나 적거나 믿음을 가지고 먹는다면
그게 최고의 맛이라네.
부처님께서 이야기를 마치고 자따까의 주인공들이 현재의 누구인지 설명해주셨다.
“그 당시 왕은 지금의 목갈라나이고 나라다는 사리뿟따이고, 깝빠는 아난다이고 사문 께사와는 바로 납니다.
대왕이여, 과거생에서도 또한 현자는 죽음에 가까운 고통을 겪을 때 믿고 의지할 만한 곳으로 갔습니다.
제자들이 믿을 수 없었기 때문에 왕궁으로 공양하러 가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이해합니다.”
(과거 이야기 끝)
왕은 생각했다.
‘나는 승가의 믿음을 얻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부처님의 친척의 딸을 맞아들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다.
그렇게 되면 비구스님과 사미스님들이 ‘왕은 부처님의 친척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매일 왕궁에 와서 공양할 것이다.’
왕은 사신을 사끼야족에게 보내 말했다.
“딩신들의 딸을 하나 보내시오.”
그는 사신에게 자기에게 보낼 딸의 이름을 알아가지고 오라고 명령했다.
사신은 사끼야족에게 가서 왕의 뜻을 전달했다.
사끼야족들은 모여 회의를 했다.
“왕은 우리의 적이다.
그의 요구를 거절하면 목숨을 빼앗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우리처럼 혈통이 썩 좋은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마하나마가 좋은 의견을 제시했다.
“내가 노예 사이에서 얻은 와사바캇띠야라는 딸이 있는데 뛰어나게 아름답습니다.
그 아이를 보내는 게 좋겠습니다.”
그는 사신에게 가서 말했다.
“우리들의 처녀를 한 명 보내기로 했습니다.”
“누구의 딸입니까?”
“부처님의 사촌인 사끼야족 마하나마의 딸입니다.
처녀의 이름은 와사바캇띠야입니다.”
사신은 왕에게 가서 이 사실을 알렸다.
왕이 흡족해 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아주 잘된 일이다. 그녀를 즉시 데려오너라.
그러나 캇띠야의 왕들은 속임수에 능해서 노예의 딸을 보낼 수도 있다.
그러니 그녀가 아버지와 한 밥상에서 밥을 먹는지 확인하고 데려오너라.”
왕은 그렇게 지시하고 사신을 다시 보냈다.
사신이 마하나마에게 가서 왕의 뜻을 전달했다.
“전하, 저의 왕께서 당신 딸이 당신과 함께 밥을 먹는가를 확인하라고 하였습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마하나마는 그렇게 대답하고 딸을 예쁘게 단장시키고 그녀와 함께 식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신은 그의 딸을 사왓티까지 호위하고서 왕에게 함께 식사했다는 것을 증언했다.
왕은 기뻐하며 그녀에게 성수를 뿌려 왕비에 책봉하고 오백 명의 시녀를 거느리게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황금빛 몸을 지닌 아들을 낳았다.
왕은 너무나 기뻐서 신하를 보내 아이의 외할머니에게 말했다.
“사끼야족 왕의 딸 와사바캇띠야가 아들을 낳았으니 이름을 지어주시오.”
외할머니가 이 말을 듣고 기뻐 소리쳤다.
“나의 딸이 아이를 낳기 전에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는데 이제 아이까지 낳았으니 왕에게서 넘치도록 사랑받겠네.”
그때 심부름을 갔던 신하가 약간 귀가 먹어서 ‘사랑’ 이란 말을 위두다바로 잘못 들었다.
신하는 왕에게 가서 말했다.
“이름을 위두다바로 지어주셨습니다.”
왕은 이름을 듣고 생각했다.
‘이 이름은 옛 가족의 이름일 것이다.’
그래서 아이를 위두다바라고 불렀다.
왕은 부처님께서 즐거워하실 거라고 생각하며 어린 아이인데도 불구하고 아이를 장군에 임명했다.
위두다바는 왕자의 교육을 받으며 자라났다.
그가 일곱 살이 되었을 때 다른 왕자들이 외가에서 코끼리 장난감, 말 장난감 등 많은 선물을 받는 것을 보고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 다른 왕자들은 외가에서 많은 선물을 받는데 왜 나에게는 외가에서 아무런 선물도 보내지 않나요?
어머니에게는 아버지 어머니가 없나요?”
그녀가 그럴듯한 핑계를 댔다.
“아들아, 너의 외할아버지는 사끼야족의 왕으로 여기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단다.
그래서 아무것도 소낼 수 없단다.”
그렇게 얼버무렸지만 그가 열여섯 살이 되자 또 이야기를 꺼냈다.
“어머니, 나는 외할아버지 집에 가보고 싶어요.”
“아들아,왜 거기를 가려고 하느냐?”
그녀가 한사코 가려는 것을 막아보았지만 아들은 자꾸 가보겠다고 떼를 썼다.
결국 그녀는 허락하게 되었다.
“좋다, 다녀오너라.”
왕자는 왕의 허락을 얻어 많은 군대를 거느리고 출발했다. 와사바캇띠야는 그보다 먼저 편지를 써서 보냈다.
“나는 여기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요.
나의 아들에게 왕자에 걸맞는 대우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사끼야족들은 위두다바가 온다는 것을 알자 모여 회의를 하였다.
“노예의 자식에게 우리의 아들딸들을 인사 올리게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그보다 어린 왕자와 공주들은 전부 시골로 보내버렸다. 그가 까삘라왓투에 도착하여 왕실객사에 머물자 사끼야족들도 그곳에 모두 모였다.
그리고 위두다바에게 일일이 소개했다.
“이분이 너의 외할아버지이고, 이분이 너의 외삼촌이 되신다.”
위두다바는 그들 모두에게 인사를 올렸다.
그러나 자기에게는 한 명도 인사하는 사람이 없자 물었다.
“나에게 인사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으니 어찌된 일입니까?”
“젊은 왕자와 공주들은 모두 시골로 여행갔다네.”
사끼야족들은 위두다바에게 최고의 후한 대접을 해주었다.
위두다바는 며칠 머문 뒤 부하들을 거느리고 자기 나라로 떠났다.
어떤 궁녀가 왕실객사에서 위두다바가 앉았던 자리를 우유로 닦으면서 모욕적인 말을 내뱉었다.
“이 자리는 노예 여인 와사바캇띠야의 자식이 앉았던 자리야.”
위두다바의 호위병 중 한명이 자신의 검을 깜빡 잊고 갔다가 찾으러 되돌아왔다.
그는 검을 집어 들면서 궁녀가 위두다바를 경멸하는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그는 궁녀를 추궁하여 위두다바의 어머니가 사끼야족 마하나마와 노예 여인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되돌아가서 병사들에게
이 놀라운 사실을 퍼뜨렸다.
“와사바캇띠야는 노예 여인의 딸이라는군.”
이 말은 즉시 커다란 소동을 일으켰다.
이 일을 알게 된 위두다바가 분노에 온몸을 떨면서 무시무시한 복수를 맹세했다.
“사끼야족들이 내가 앉았던 자리를 우유와 물로 씻었다.
사끼야족들의 목을 쳐서 그 자리를 피로 씻겠다.”
왕자가 사왓티로 돌아오자 신하들이 그동안 일어난 일을 왕에게 보고했다.
왕은 노예 여인의 딸을 준 사끼야족들에 대해 분노하여 와사바캇띠야와 아들 위두다바에게 주었던 모든 명예를 박탈하고 노예로 강등시켰다.
며칠 후에 부처님께서 왕궁으로 가서 자리에 앉자 왕이 다가와서 삼배를 올리고 말했다.
“부처님이시여, 당신의 친족들이 저에게 보낸 여인이 노예 여인의 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녀와 아들에게 주었던 명예를 모두 박탈하고 노예로 강등시켰습니다.”
“대왕이여, 사끼야족들이 그렇게 한 것은 옳은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딸을 보낼 때 왕에게 걸맞은 배필을 보냈어야 했습니다.
대왕이여, 그러나 이것 또한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와사바캇띠야는 또한 왕의 딸이고 또 캇띠야 왕궁에서 성수를 뿌리며 관정식을 거쳐 왕비에 책봉됐습니다.
그리고 위두다바도 또한 왕의 아들이 아닙니까?
어머니쪽 가계가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사회적 계급을 정하는 것은 오직 아버지 쪽 가계입니다.
옛날의 한 왕은 땔감을 모으는 가난한 여인을 왕비에 책봉했습니다.
그녀가 낳은 왕자는 훗날 사방 십이 요자나 넓이를 가진 베나레스의 왕이 되었습니다. 그 왕의 이름이 깟타와하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깟타하리까 자따까를 설하셨다.
브라흐마닷따 왕이 숲속에 들어갔다가 흥겹게 노래 부르며 땔감을 모으고 있는 하층계급의 여인을 보고 잠시 사랑을 나누었다.
그때 그녀는 보디삿따를 임신했다. 왕은 옥새반지를 그녀에게 주며 아들이 태어나면 왕궁으로 보내라고 말했다.
보디삿따가 자라나서 소년이 되자 아이들은 그를 ‘애비 없는 자식’ 이라고 놀려댔다.
그가 엄마에게 따지자 엄마는 모든 것을 이야기 해주었다.
그는 왕궁으로 가서 왕과 대면했다.
왕은 자기 자식을 인정하기가 부끄러워 그가 자기 자식인지 확인하는 시험을 했다.
결국 왕은 그를 자식으로 받아들이고 그의 어머니를 왕비에 앉혔다.
부왕이 죽자 보디삿따는 왕위에 올랐다. (Katthahári Játaka. J.7)
왕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기쁨에 젖어 말했다.
“사회적 계급을 정하는 것은 오직 아버지 가계이다.”
왕은 와사바캇띠야와 그녀의 아들을 다시 예전의 신분으로 회복시켜주었다.
꾸시나라에 사는 말리까의 딸이자 총사령관 반둘라의 아내인 말리까는 오랫동안 자식을 낳지 못하고 있었다.
그대서 반둘라는 아내를 친정으로 쫓아버렸다.
“당신은 친정으로 돌아가시오.”
그녀는 소박맞은 슬픔에 짐을 꾸려 떠나면서도 부처님께 인사라도 드리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제따와나에 가서 부처님께 삼배를 드렸다.
“어디로 가는가?”
“부처님이시여, 남편이 저를 친정으로 쫓아냈습니다.”
“왜 쫓았단 말인가?”
“그를 위해 아이를 낳아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 문제라면 친정으로 돌아갈 필요 없다. 남편에게 돌아가거라.”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남편에게 되돌아갔다.
“왜 되돌아왔지?”
남편이 그녀를 보고 퉁명스럽게 묻자 그녀가 대답했다.
“열 가지 위대한 힘(十力)을 지니신 부처님께서 되돌아가라고 하셨어요.”
“미래를 훤히 아시는 부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다면 까닭이 있을 것이다.”
반둘라는 부처님 말씀을 묵묵히 따랐다.
얼마 후에 말리까는 아이를 가졌다. 임신하자 그녀는 임신으로 인한 강한 열망이 일어나 남편에게 말했다.
“임신하고 나니 강한 열망이 일어났어요.”
“그게 무엇이요?”
“웨살리에 릿차위족 왕자들이 왕위에 오르는 대관식을 거행할 때 사용하는 연못이 있어요.
그곳에 들어가 목욕하고 그 물을 마시고 싶어요.”
“원하는 것을 이루게 해주겠소.”
남편은 천명의 장정이 달려들어야 겨우 시위를 메길 수 있는 강궁을 들고 아내를 전차에 태우고 사왓티에서 웨살리로 떠났다.
그는 릿차위의 왕자 마할리가 살고 있는 성문으로 들어갔다.
성문에 붙어있는 집에 살고 있던 마할리가 전차가 덜커덕거리며 성문을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중얼거렸다.
‘이것은 반둘라의 전차가 지나가는 소리로구나.
오늘 릿차위 왕자들에게 가혹한 시련이 닥쳐오고 있구나.’
릿차위족들의 성지인 연못은 용감한 병사들이 안팎으로 보초를 서고 있었다.
그리고 연못 위는 격자무늬 철창으로 덮여져 있었다.
그 격자 간격이 너무나 촘촘해서 새들도 뚫고 들어갈 수 없을 정도였다.
반둘라는 전차에서 내리자마자 경계병들을 막대기로 때려 기절시켰다.
그는 격자무늬 철창을 찢어버리고 연못으로 들어가 아내에게 목욕하게 했다.
그리고 자신도 연못에서 목욕하고 웨살리를 떠나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정신이 든 보초병들이 이 일을 릿차위 왕자들에게 달려가 보고했다.
릿차위 왕자들은 분노에 가득차서 오백 대의 전차에 올라타서 쫒기 시작했다.
“반둘라와 그의 아내 말리까를 사로잡겠다.”
마할리가 그들을 말렸다.
“여보게 제발 쫓아가지 말게.
그는 그대들 모두를 죽일 만큼 강한 사람이야.”
릿차위 왕자들은 그의 말을 듣지 않고 말했다.
“우리는 모두 함께 싸울 것입니다.”
“그러면 반둘라의 전차 바퀴가 반쯤 땅 속으로 파고들면 얼른 되돌아오시게.
그때 되돌리지 못하면 천둥치는 소리가 울릴 때 전차를 되돌리게나. 그때에도 되돌리지 못하면 말이 끄는 수레의 앞쪽에 구멍이 보일 걸세.
그때는 꼭 돌아오시게나.
더 이상 따라가지 말게나.”
마할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왕자들은 계속 추격했다.
말리까가 릿차위족들이 쫓아오는 것을 보고 말했다.
“여보, 전차들이 쫓아오는 것이 보여요.”
“전차들이 모두 하나로 보일 때 나에게 말하시오.”
모든 전차들이 하나로 보이자 그녀가 말했다.
“전차가 모두 하나로 보여요.”
“내 대신 이 고삐를 잡으시오.”
반둘라는 고삐를 아내에게 넘겨주고 전차에서 일어서서 활을 들었다.
그러자 마차 바퀴가 반쯤 땅으로 파고 들었다.
릿차위 왕자들은 전차 바퀴가 땅으로 반쯤 파고드는 것을 보고도 되돌리지 않았다.
반둘라가 활시위를 손가락으로 튕기자 활에서 천둥치는 소리가 일어났다.
그래도 릿차위 왕자들은 돌아가지 않았다.
적들이 돌아가지 않고 계속 추격해오자 반둘라는 전차에 서서 한 대의 화살을 쏘았다.
화살은 오백 명의 왕자들의 허리띠 부분을 차례로 뚫고 지나가서 따에 처박혔다.
릿차위 왕자들은 화살이 자신들의 몸을 완전히 뚫고 지나간 지도 모르고 소리쳤다.
“거기 멈춰라! 거기 멈춰라!”
그렇게 말하면서 그들은 계속 쫓아왔다.
반둘라가 전차를 멈춰 세우고 말했다.
“너희들은 모두 죽은 자들이다! 나는 죽은 자들과는 싸우지 않는다”
“네 눈에 우리가 죽은 자로 보이나?”
그들이 묻자 반둘라가 대답했다.
“제일 앞에 있는 사람의 허리띠를 풀어보아라.”
왕자들이 제일 앞에 있는 사람의 허리띠를 풀자 그는 땅에 쓰러져 죽었다. 반둘라가 말했다.
“집으로 돌아가서 아내와 자식들에게 유언할 게 있으면 하고 마지막 훈계를 하고서 갑옷을 벗어라.”
릿차위족 왕자들은 집으로 돌아가 그가 말한 대로 하고 모두 쓰러져 죽었다.
반둘라는 말리까를 데리고 사왓티로 돌아갔다.
말리까는 열여섯 번 쌍둥이를 낳아 모두 삼십이 명의 아들을 두었다.
자식들 모두가 용감하고 힘이 장사였고 뛰어난 무술을 갖추었다.
아들들은 각기 천 명의 부하들을 거느렸다.
그래서 아들들이 아버지와 함께 각기 자기 부대를 거느리고 왕궁에 가면 궁전 앞뜰이 그들 군대로 가득 찼다.
어느 날 재판정에서 부정한 판결을 받아 패소한 어떤 사람이 반둘라를 찾아와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큰소리로 울면서 판사들의 불공정한 판결에 항변했다.
반둘라는 재판정에 가서 슬기롭게 판결하여 재산을 실재 소유주에게 되돌려 주었다.
민중들은 큰 소리로 그의 공명정대한 판결을 칭송하며 박수치고 환호하였다.
왕은 법정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런 소리를 듣고 물었다.
“왜 저렇게 소란스러운가?”
왕은 재판정에서 일어난 일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모든 타락한 판사들을 해고해버리고 반둘라에게만 재판을 집행하게 했다.
그 후로 그는 항상 공정한 판결을 내렸다.
해고당한 판사들은 뇌물을 받을 수 없자 심각한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
그들은 신하들 사이를 이간질하고 반둘라가 반역을 꾀하고 있다고 모함하였다.
“반둘라가 왕위를 노리고 있습니다”
왕은 이 말을 그대로 믿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조절할 수 없었다.
‘여기서 그를 죽이면 그를 신망하는 사람들이 나만 호되게 비난할 것이다.’
왕은 묘책을 만들어냈다.
왕은 부하를 시켜 국경지방에서 반란이 일어난 것처럼 꾸몄다.
그리고 반둘라를 불러 명령을 내렸다.
“국경 지방에 반란이 일어났다는 보고가 들어왔소.
장군이 아들들을 데리고 가서 반란군을 진압하시오.”
왕은 반둘라와 아들들을 보내고 나서 그들을 죽일 만큼 많은 용맹스런 전사들을 보내면서 명령을 내렸다.
“반둘라와 서른두 명의 아들들의 목을 잘라서 가져오너라.”
반둘라가 국경에 도착하자 조작된 반란군은 즉시 도망쳐버렸다.
반둘라는 국경지방의 질서를 회복하고 평화롭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주고 나서 돌아왔다.
그와 아들들이 사왓티에서 멀지 않은 곳에 도달했을 때,
왕의 전사들은 숲속에 매복해 있다가 급습하여 그와 아들들의 목을 모두 잘랐다.
그날 말리까 부인은 두 상수제자인 사리뿟따와 목갈라나 장로 그리고 오백 명의 비구들을 집으로 초청하여 공양 올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 사람들은 비참한 소식이 담겨있는 편지를 가지고와서 그녀에게 주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지금 당신의 남편과 서른두 명의 아들들의 머리가 잘리는 참변이 일어났습니다.”
그녀는 편지를 읽고 나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편지를 접어 호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비구들에게 시중들었다.
하인들은 바삐 스님들에게 공양 올리고 있었다.
그들은 기름 항아리를 가지고 오다가 장로 스님들 앞에서 실수로 떨어뜨렸다.
항아리가 박살이 나자 사리뿟따 장로가 말리까 부인에게 말했다.
“항아리란 원래 깨어지게 되어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신경쓰지 마십시오.”
그러자 말리까 부인은 품안에 접어 넣었던 편지를 꺼내며 말했다.
“저는 방금 편지를 받았습니다.
여기에는 저의 남편과 아들들의 목이 잘리는 참변이 일어났다고 쓰여 있습니다.
이글을 읽고도 신경쓰지 않는데 항아리 하나 깨진 것 가지고 신경쓰겠습니까?”
사리뿟따는 숫따니빠따에 나오는 게송을 암송하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 사람의 정해진 운명은 모양이 없어 알 수가 없고,
죽음은 비참하고 수명은 짧아 괴로움에 얽매여있다.
태어난 존재로서 죽음을 피할 방법은 없어 늙음과 죽음이 따라오나니 이것은 생명의 정해진 법칙이다.
잘 익은 과일이 아침이면 떨어져야 하는 운명을 두려워하듯이
태어나면 죽어야할 인간에게 죽음의 두려움이 항상 따라다닌다.
옹기장이가 흙으로 빚은 질그릇들이 끝내는 모두 깨어지듯이 사람의 목숨도 결국 끝을 맺는다.
젊은이도 늙은이도 어리석은 이도 현명한 이도 모두가 죽음에는 굴복하고 마나니
사람은 결국 죽음에 이른다.
죽음에 붙잡혀 저 세상으로 가는 그들 아비는 자식을 구하지 못하고
친척도 어쩌지 못한다.
보라, 많은 친척들이 애타는 마음으로 지켜보지만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사람들은 하나하나 사라져간다.
이와 같이 세상 사람들은 늙음과 죽음에 고통을 받는다.
그러므로 현자는 세간의 참모습을 알기에 슬퍼하지 않는다.
그대는 오는 길도 가는 길도 모르고
생사의 양끝을 바르게 보지 못하며 부질없이 통곡하고 있구나!
그렇게 통곡함으로써 어리석게 자신을 해치는 사람에게
무슨 이익이라도 있다면
현자도 이미 그리 했을 것이다.
그러나 울부짖고 슬퍼하는 것으로는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없나니 괴로움만 깊어지고
몸만 여윌 따름이다.
몸이 여위고 안색이 창백해지니 자기가 스스로를 해칠 뿐이다.
그리해서 죽은 이가 살아나지도 않으므로 통곡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슬픔을 버리지 않는 사람은 점점 더 괴로워질 뿐이다.
목숨이 다한 사람 때문에 울부짖는 것은 슬픔의 포로가 되는 길이다.
보라! 사람들이 업에 끌려 죽어가는 것을! 또한 살아있는 이들도
죽음에 붙잡혀 떨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되기를 원하지만 결과는 다르게 나타나는 법.
기대가 어긋남도 이와 같으니.
보라! 이러한 세상의 법칙을.
사람이 백 년을 살거나 혹은
그 이상을 산다 하더라도
결국 가족을 떠나 목숨을 버린다.
그러므로 아라한의 말씀을 듣고 비애를 극복하라!
목숨이 다하여 죽은 이를 보고
‘그는 이미 내가 어찌할 수 없구나!’ 라고.
불 난 집은 물로써 꺼야 하듯이
현명한 이, 지혜로운 이,
영리한 이들은 바람에 솜털을 날려버리듯이 생겨나는 걱정을 떨쳐버린다.
스스로의 행복을 구하는 이라면
몸에 박힌 화살을 뽑아버리듯
비애와 갈망과 근심을 떨쳐버려라.
번뇌의 화살을 뽑아버리고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면
슬픔을 초월하여 행복한 닙바나에 들어가리라.
사리뿟따 장로는 이렇게 가르침을 설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사원으로 돌아갔다.
말리까는 서른두 명의 며느리들을 불러서 이렇게 훈계했다.
“너희들의 남편들에게 죄가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 일은 과거생에 그들이 지었던 악업이 무르익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그러니 슬퍼하거나 한탄하지 마라.
왕에게 증오심을 품어서도 안 된다”
그녀를 감시하던 왕의 밀정이 이 말을 듣고 그녀들이 왕을 증오하지 않는다는 것을 왕에게 보고했다.
왕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그녀들에게 가서 백배사죄하고 어떠한 보상이라도 해주겠다고 말했다.
말리까는 보상을 받아들이겠다고 대답했다.
말리까는 남편과 아들들의 장례식을 치르고 목욕하고 왕에게 찾아가 말했다.
“폐하, 폐하께서 보상을 해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희들은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저와 제 서른두 명의 며느리들은 친정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입니다.”
왕이 동의하자 말리까는 며느리들을 각기 친정으로 돌려보내고 자신은 고향인 꾸시나라로 돌아갔다.
왕은 총사령관 후임에 반둘라의 조카 디가까라야나를 임명했다.
디가까라야나는 돌아다니며 왕을 비난했다.
“나의 삼촌을 죽인 사람은 왕이다.”
왕은 죄없는 반둘라를 죽인 죄책감에 사로잡혀 후회하며 괴로워했다.
마음이 평화롭지 못하고 통치하는데 기쁨을 느끼지도 못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울룸빠라는 사끼야족의 작은 마을에 머물고 계셨다.
왕은 그곳으로 가서 부처님이 계시는 숲 가까이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부처님을 찾아 뵙기 위해 디가까라야나를 데리고 사원으로 들어갔다.
그는 왕권을 나타내는 다섯 가지 상징물 ※(왕관, 옥새, 왕홀, 반지, 망토)을 총사령관 디가까라야나에게 맡기고 부처님이 계시는 간다꾸띠로
들어갔다.
이때 여기서 부처님과 빠세나디 왕과의 대화가 담마쩨띠야 경에 나온다.
빠세나디 왕이 간다꾸띠에 들어가자 총사령관 디가까라야나는 말 한 마리와 시녀 한 명을 남기고 왕권을 나타내는 다섯 가지 상징물을 가지고
사왓티로 돌아가서 위두아바를 왕으로 옹립하였다.
왕은 부처님과 법담을 나누고 밖으로 나와 보니 군대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시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물었다.
그리고 반역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았다.
‘라자가하에 가서 나의 조카 아자따삿뚜 왕에게 군대를 빌려 위두다바를 사로잡고 왕권을 되찾아야겠다.’
왕은 시녀와 함께 라자가하로 말을 타고 달려갔지만 그가 성에 도착했을 때는 너무 늦어서 성문이 닫혀있었다.
그는 더위와 피로로 탈진하여 성문 밖 허술한 객사에서 시녀의 무릎을 베고 누운 채로 죽었다.
밤이 지나고 날이 밝아오자 사람들은 허술한 객사에서 한 여인이 울부짖으며 통곡하는 소리를 들었다.
“꼬살라의 왕이시여, 당신은 보호자도 없이 이런 외딴 곳에서 죽고 말았군요!”
사람들은 아자따삿뚜 왕에게 가서 이 사실을 알렸다.
아자따삿뚜 왕은 외삼촌 빠세나디 왕의 장례식을 성대하게 치러주었다.
위두다바가 왕이 되자 그는 옛날의 모욕을 기억해냈다.
“모든 사끼야족들을 죽여 버리겠다”
그는 군대를 이끌고 까삘라왓투로 진군해나갔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 새벽에 세상을 관찰하시다가 당신의 종족이 바람 앞의 등불 신세라는 것을 아셨다.
부처님께서는 아침에 탁발하고 돌아와서 간다꾸띠에서 사자처럼 오른쪽 옆구리를 바닥에 대고 누우셨다.
그리고 석양 무렵에 공중으로 날아가서 까삘라왓투에서 가까운 곳에 그늘이 거의 없는 나무 아래에 앉아계셨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위두다바의 국경에는 커다란 반얀나무가 무성한 나뭇가지를 드리우고 짙은 그늘을 만들며 서있었다.
위두다바가 부처님이 계시는 것을 보고 다가와 삼배를 올리고 말했다.
“부처님이시여, 어찌 이런 뜨거운 날에 그늘도 없는 나무 아래에 앉아계십니까?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반얀나무 아래로 가셔서 앉으십시오.”
“대욍이여, 염려하지 마시오. 종족의 그늘이 나를 시원하게 해줍니다.”
위두다바는 부처님께서 당신의 종족을 보호하려고 오셨다는 것을 알고 군대를 철수하여 사욋티로 되돌아갔다.
부처님께서는 허공을 날아서 제따와나 사원으로 돌아가셨다.
왕은 다시 사끼야족에 대한 증오가 끓어오르자 두 번째로 군대를 이끌고 진군해나갔다.
하지만 똑같은 곳에서 부처님을 뵙고 다시 되돌아왔다.
세 번째로 군대를 이끌고 나아갔으나 똑같은 장소에서 부처님을 뵙고 되돌아왔다.
그러나 네 번째로 군대를 이끌고 나아갔을 때,
부처님께서는 사끼야족의 과거생의 업들을 살펴보셨다.
그들은 과거생에 강에 독약을 풀어 많은 물고기들을 죽였던 악업이 있었으며,
그 악업이 무르익어 이제 과보를 초래하고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이 사실을 알고 더 이상 위두다바를 막지 않으셨다.
위두다바는 ‘사끼야족들을 모두 죽이겠다.’라고 분노에 찬 말을 중얼거리면서 나아갔다.
부처님의 종족은 모두 오계를 지키기 때문에 비록 적일지라도 살인할 수 없었다.
살인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했다. 그래서 사끼야족들은 서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전쟁에 대비해서 많은 훈련을 받았고 또 싸움에 능하다. 우리는 모두 궁술의 달인이고 멀리까지 쏠 수 있는 큰 활을 사용한다.
그러나 우리가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다는 것은 계율에 어긋나는 것이다.
우리는 다만 활솜씨를 보여주어 그들을 도망치게 하자.”
사끼야족들은 갑옷을 입고 활을 들고 전쟁터로 나아갔다.
그들이 쏜 화살은 위두다바 군대의 열 사이와 방패 사이를 지나가거나 기껏해야 그들의 귀에 구멍을 낼 뿐 사람을 맞추지 않았다.
위두다바는 사끼야족들이 화살을 쏘는 것을 보고 말했다.
“사끼야족들은 절대로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고 자랑하고 다닌다던데 지금은 나의 부하들을 죽이고 있지 않은가?”
부하 중의 한 명이 대답했다.
“전하, 왜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지 않으십니까?”
“부하들이 죽어나가고 있지 않은가?”
“한 명의 부하도 죽지 않았습니다. 죽은 사람이 있는지 세어보십시오.”
위두다바는 전장을 살펴보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위두다바는 고개를 돌려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우리는 사끼야족이다.’ 라고 말하는 자는 모두 죽여라. 마하나마를 따르는 자들은 죽이지 마라.”
대부분의 사끼야족들은 목숨을 건질 수 있는 어떤 대책도 없이 그냥 서있었다.
어떤 이는 살기 위하여 풀잎을 꺾어 손에 들고 있었고 어떤 이는 갈대잎을 꺾어 손에 들고 있었다.
사끼야족들은 차라리 죽느니 거짓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위두다바의 병사들이
‘너는 사끼야족인가 아닌가?’ 라고 물으면 풀잎을 물고 있는 사람들은 ‘사끼야족이 아니다.’ 라고 말하지 않고 ‘나는 풀잎 사끼야이다.’
라고 말하고
갈대잎을 물고 있는 사람들은
‘나는 갈대잎 사끼야이다.’ 라고 말했다.
마하나마를 따르는 사람들은 목숨을 건졌다.
풀잎과 갈대잎을 손에 들고 살아 남은 사람들은 후에
‘풀잎 사끼야족, 갈대잎 사끼야족’ 으로 알려졌다.
풀잎 사끼야족과 갈대잎 사끼야족을 제외한 나머지는 젖먹이 어린아이까지 모두 죽음을 당했다.
피가 강물이 되어 흐르자 결국 위두다바는 사끼야족의 피로 옛날에 모욕을 당했던 그 자리를 씻을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사끼야족은 위두다바에 의해 멸족을 당했다.
위두다바는 사끼야족의 왕 마하나마를 붙잡고 군대를 돌렸다. 행군 도중에 아침을 먹을 시간이 되자 위두다바는 군대를 세우고 아침을 가져오게
했다.
아침 식사가 차려지자 그는 외할아버지와 함께 먹고 싶은 생각이 들어 마하나마를 데려오게 했다.
하지만 많은 캇띠야들은 노예의 아들과 식사하기보다는 차라리 목숨을 포기했다.
마하나마는 호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의 외손자여, 손발이 더러우니 호수에 가서 목욕하고 오겠다.”
“좋습니다, 외할아버지. 목욕하고 오십시오.”
마하나마는 죽을 결심을 했다.
‘함께 식사하는 것을 거부하면 나를 죽일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내 손으로 죽는 것이 낫겠다.’
마하나마는 머리를 풀어 끝을 묶고 묶은 머리카락에 발을 넣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가 지은 공덕의 힘으로 용궁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용왕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고 마하나마에게 가서 그를 태우고 용궁으로 돌아갔다. 마하나마는 용궁에서 십이 년을 살았다.
위두다바는 식탁에 앉아 이제나 저제나 마하나마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이제 외할아버지가 나올 것이다. 이제 외할아버지가 나올 것이다.’
시간이 너무 지체된다는 것을 알고 왕은 횃불을 비추고 샅샅이 뒤져보라고 지시했다.
심지어 부하들의 옷 속까지 뒤져보고 찾을 수 없자 그가 죽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출발했다.
아찌라와띠 강에 도착할 때 쯤 날이 어두워졌다.
위두다바는 행군을 멈추고 막사를 치고 야영하라고 명령했다.
어떤 병사들은 강가 모래사장에 군막을 치고, 어떤 병사들은 강둑에 막사를 치고 누웠다.
강가에 누워있는 병사들은 전생에 죄를 짓지 않고 사끼야족들을 직접 죽이지 않은 병사들이었고
강둑에 누워있는 병사들은 전생에 죄를 짓고 사끼야족을 직접 살해한 병사들이었다.
그때 그들이 누워있는 곳에 많은 개미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개미떼들이 몰려오고 있다! 개미떼들이 몰려오고 있다!”
그들은 결국 모두 일어나서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강가에 자던 죄 없는 병사들은 강둑으로 옮기고
강둑에 자던 죄 있는 병사들은 강가 모래사장으로 옮겨 잠이 들었다.
그때 갑자기 폭우가 몰려오더니 끊임없이 쏟아져 내렸다.
불어난 강물은 홍수가 되어 강가 모래사장에 자고 있던 위두다바와 병사들을 순식간에 바다로 휩쓸고 가버렸다.
그들은 모두 물고기와 거북이의 밥이 되었다.
비구들이 이 두 비참한 사건을 두고 말이 많았다.
“사끼야족들의 죽음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계를 지키고 착하게 살아가는 사끼야족들이 칼에 베이고 창에 찔려 몰살당한 것은 인과의 법칙에 맞지 않는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의 대화를 듣고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금생만을 따지면 사끼야족들이 그렇게 비참하게 집단학살을 당한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하지만 과거생에 그들이 지었던 악업을 고려해보면 인과의 법칙은 아주 공정한 것이다.”
“부처님이시여, 그들이 과거생에 무슨 악업을 지었습니까?”
“과거생에 그들은 함께 강물에 독약을 풀어 많은 물고기를 죽였다.”
어느 날 법당에서 비구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위두다바가 사끼야족들을 모두 학살하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전에 그와 부하들은 모두 홍수에 휩쓸려 바다로 떠내려가 물고기와 거북이의 밥이
되어 버렸습니다.”
부처님께서 들어와 물으셨다.
“비구들이여, 여기 모여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가?”
비구들이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거센 홍수가 잠자는 마을을 휩쓸고 가버리듯이 중생들이 욕망을 모두 충족하기도 전에 죽음의 왕이 그들의 목숨을 거두고 네 가지
고통의 바다로 휩쓸고 가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게송을 읊으셨다.
게송 : 47
쾌락의 꽃을 따 모으느라
제정신이 없는 사람들을
죽음이 휩쓸어간다.
깊이 잠든 마을을 홍수가 휩쓸고 가듯이.
득자량 사경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