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타(119) 제2권 안다이 특설 실험장의 각종 폭탄 성능 시험
제10장. 요시다 드디어 행동까지
11절. 요시다 대위의 전방 추방 명령
“좋다. 자네의 사건은 내가 처리하겠다. 만약, 자네가 자수하지 않고 검거되었다면 고려가 없었겠지만, 자네가 미리 와서 밝혔다는 점과 자네 일이 순수한 감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평가되니 만큼 정상을 참작하여 처벌하겠다.
사형은 면하겠지만 육군 형무소에 수감되거나 사병으로 강등되거나, 전선으로 추방되는 일이 있을 것이다. 각오는 되어 있겠지?”
“처벌대로 받겠습니다.”
“곧 부대로 귀대해서 근신하라.”
“네.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나카루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요시다도 벌떡 일어섰다.
나카루 중좌는 긴장하면서 서 있었다.
나카루 중좌는 요시다 대위의 곁으로 다가서더니 그의 등을 툭툭 두드렸다. 그리고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선 기생은 나라와 민족에 충절이 강하니 조심해야 된다. 자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조선을 칠 때 진주성에서 부장 게다니무라 (毛속谷村)를 품에 안고 진주성 남강의 촉성루에서 함께 떨어져 죽은 기생 주논개(朱論介) 얘기를 아는가?”
“압니다.”
“그렇다면 자네도 조심해야 되는 것이 아니겠나?”
“이번 경우는 그런 경우가 아닙니다. 그 여자는 순수한 기생에 불과합니다.”
“왜 그 여자에 대해서 그렇게 애착이 있나? 그 여자를 사랑했나?”
“.......”
“내가 육군성 참모본부에 있을 때 관동군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 나간 위안부들이 있지.”
“그것이 무엇이었습니까?”
“여자에 굶주려 있는 것일세. 어째서 일본군들은 모두 호색가일까. 그래서 착상한 것이 전선에 유곽을 설치하는 일이었지만--.”
“그것은 잘못하신 일입니다.”
“천만에-. 우리 참모본부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1937년 12월 남경 전투에 대한 보고가 참모본부에 들어왔을 때 우리조차 놀란 일이 있었네.
마츠이(松井) 대장이 지휘하는 일본군이 남경으로 들어갔어. 이미 중국군의 대부분은 철수하고 시내는 비어 있었지만, 철수를 하지 못한 무력한 시민과 난민들이 남아 있었지. 그런데 아군은 몇 명씩 약탈을 일삼고 불을 질렀는데, 이삼 일 동안에 1만 2천 명이 살해되고, 군부대가 철수 할 때까지 4만여 명이 학살되었네.
그런데 우리가 놀란 것은 그 대부분이 부녀자와 아이들이었네. 여자라고 치마만 둘렀으면 70세 노인이든 열 살 소녀이든 가리지 않고 강간을 한 다음 죽였던 것일쎄. 죽이는 것도 잔인했지. 죽창(竹槍)으로 그곳을 찔러 죽인 것이야. 그 일을 놓고 육군성 참모본부는 분석을 거듭한 결과 일본군 병사들의 정서적 고갈로 인한 사디스트 현상으로 보았지.
그래서 착안한 것이 부대 내에 유곽을 두기로 했던 것일쎄. 유곽은 여자 정신대라고 이름 붙였지. 대부분 조선인 처녀를 쓰고 있네.”
"저는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네는 역시 반역자군.” 하고 나카루 중좌는 말하고 나서 요시다 대위를 쏘아보더니 크게 웃었다.
“하하하,
그러나 솔직해서 좋군. 자네의 생명을 손에 쥐고 있는 나에게 전혀 아부하는 기색이 없는 자네가 존경스럽군.
그러나 자네는 이번 일에 책임을 져야 하네.”
4월로 들어서면서 훈훈한 열풍이 불어왔다.
그러자 좀처럼 녹지 않던 눈이 녹으면서 길이며 들을 질척거리게 했다.
이틀 동안 불어온 열풍으로 부대와 주변에 따뜻해지면서 부대는 악취가 더욱 심하게 풍겼고 사람들은 일이 없어도 군용 버스를 타고 하얼빈으로 나갔다.
일요일이 되자 군속들과 군인을 비롯한 대원 가족에 이르기까지 부대를 떠나 하얼빈으로 나갔기 때문에 버스는 증차해야 했다.
더러는 자리가 비어 있는체 운행되던 정기 군용 버스가 그날따라 자리가 가득 메워졌다.
요시다 다카부미(吉田幸文) 대위는 안다이 실험장에서 여자 마루타를 탈출시켰던 미수사건으로 징계를 받아 전선으로 떠나야 했다.
며칠 후면 731부대를 떠나야 했던 그는 세균전 준비부대를 떠나는 것에는 아무런 애착이 없었으나, 그곳에 남아 있는 간호원 나가야마 후미코(永山美子)와 이별할 구체적인 결실을 맺기도 전에 이별을 한다는 사실이 고통스러웠다.
요시다 대위가 전선에 작전을 하러 떠난다는 사실을 모리가와 중위를 통해 후미코는 알게 되었다.
요시다의 전선 파견은 세균전을 수행하는 극비작전이었기 때문에 비밀에 붙여지고 있었다.
일종의 징계조치로 요시다 대위는 위험한 작전에 파견되는 것이었고 나카루 중좌의 솔직한 고백으로 살아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하였다.
적진으로 들어가 세균을 살포하는 위험한 공작에 선발되었던 것이다.
그는 이미 앞서 만주 제100부대(또 다른 세균전 준비부대로서 주로 동물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방역부대)에 파견되어 있는 선발대와 합류하기로 되어 있었다.
가족 진료소 뒤쪽에 농장으로 이어지는 수양버드나무 숲을 걸으며 후미코가 말했다.
휴일이어서 농장에 사람들은 없었다.
그 너머 연병장에 말을 탄 장교 두 명이 보일 뿐이었다.
눈이 녹아 땅은 질척거렸다.
옷에 흙이 튀어 후미코는 걷는데 신경을 쓰고 있었다.
“전선으로 파견되는 일은 군비(軍秘)에 속해서 말할 수 없었소.”
“그렇다면 모리가와 중위는 군비를 누설한 셈이군요.”
“그 사람은 착한 사람이지. 남의 일에 간섭하기를 좋아하긴 하지만 나에겐 좋은 부하였소.”
“무슨 일이 있었지요?”
“글쎄.”
“왜 대기하고 있다가 위험한 데로 떠나시나요? 무엇을 잘못하셨나요?”
“글쎄--.”
“글쎄라니요? 그런 대답이 어디 있어요?”
“날씨가 참 많이 풀렸지? 후미코 양. 우리 그런 얘기 그만하지. 솔직히 말해서 이제 떠나면 다시 만나게 될지 몰라.
다른 부대로 전임된다면 모르지만. 난 공작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적진에 들어가는 것이라 알 수 없군.
그러니 우리들의 얘기를 하고 싶어.”
후미코의 계속되는 물음에 요시다 대위는 계속 어물거릴 수밖에 없었다.
“어디로 가시나요?”
“말 할 수 없어. 그리고 말해봤자 후미코 양은 알지도 못하는 곳이야.”
“다만 위험한 곳임에는 틀림없군요?”
“그렇겠지.”
“자원하셨나요?”
“명령에 따르고 있어.”
“요시다 대위님은 정보장교이며, 실험 연구반도 아닌데 왜 적진으로 들어가세요?”
“정보 장교가 필요한 곳이겠지.
더 이상 그 얘긴 하지 말고 후미코 양, 언젠가 나에게 했던 약속은 어떻게 하지?”
“무슨 약속요?”
후미코는 수양버드나무 밑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요시다 대위를 올려다 보았다.
그녀의 큰 눈에 이슬 같은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녀의 눈이 무척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며 요시다는 가슴이 철렁했다.
그녀의 운눈 젖은 눈에 빛나는 섬광이 가슴을 뛰게 하였다.
“시를 지어서 나를 주면 내가 작곡을 하기로 했잖아? 아직 시를 쓰지 못했나?”
“그게 그렇게 쉽나요? 오늘 저녁에 지어서 가져가도 돼요?”
“기다리지, 저녁식사는 내 방에서 함께 할까? 내가 스테이크 요리를 만들어 주지.”
“고기가 있나요?”
“사오면 돼.”
“그러지 마세요. 제가 준비해서 가져갈게요.”
“기대하지 요리보다. 시를 말이야.”
“작곡해 주시고 떠나실 것이죠?”
“물론이지.”
“언제 오시나요?”
“그건 모르겠어. 나는 이부대보다도 후미코 때문에 돌아오고 싶지만 그건 기약하기 어려원.”
“저를 생각하는게 아니죠?”
“무슨 말씀이오?”
“저를 좋아하신다면 왜 여길 떠나세요? 더구난 위험한 곳으로 말이에요.”
“명령인데 어쩔 수 없잖아.”
“누가 명령하나요?”
“상부에서 하지”
“제가 오빠에게 부탁해서 명령을 취소하도록 해보겠어요.”
“안돼.” 하고 요시다 대위는 당황한 어조로 말했다.
“안돼.” 하고 요시다 대위는 당황한 어조로 말했다.
“부탁해서 변경시킬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내가 안 가면 다른 장교가 가야 해. 나는 그런 비겁자가 되고 싶지 않아.”
“그럼 저보다도 그 명령이 더 중요하군요?”
“후미코 양에 대한 나의 마음과 관계없는 일이야. 이건 마치 거역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그 무엇과도 같아.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헤어질 수밖에 없어. 내가 후미코 양에게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동안 고마웠다는 거야.”
“제가 잘해드린 일도 없어요.”
“아니야. 난 알고 있어. 그리고 후미코양 때문에 나는 이 황량한 만주에서 아름다움에 대한 감정과 사랑을 경험하게 되었어. 그건 아주 소중한 일 같아.”
여자가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버드나무에 등을 기대고 서서 먼 곳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는 돌아서서 머리를 나무에 대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첫댓글 요시다, 그리고 후미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