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연예인의 레드카펫이나 중년의 위기와 함께 회자되던 보톡스와 필러가 이제는 미용실이나 요가 교실 등에서 여성들 뿐만아니라 남성들도 자연스럽게 나누는 대화 주제가 되었다. 필러에 대해 많이 듣는 이야기는 '일시적이고, 되돌릴 수 있으며, 큰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나중에 레이저로 지울 수 있는 문신처럼 말이다.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녹이면 된다? 그렇게 간단하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인지 한번 들여다보자.
안면 필러는 반드시 면허를 가진 의사가 시술해야 한다. 테크니션도, 시술자도, 주말 강좌를 들은 사람도 아니다. MD 학위를 가졌다고 해서 필러 주입이나 제거에 적합한 것도 아니다. 얼굴의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와, 문제가 생겼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합병증을 다루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전문 훈련과 임상 경험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왜 안면 필러를 맞을까? 피부 필러는 볼륨을 더하고, 주름을 완화하며, 얼굴 윤곽을 바꾸는 데 사용된다. 여러 종류의 필러가 있지만, '가역성'이라는 안심 약속을 뒷받침하는 것은 히알루론산HA 필러뿐이다. 히알루론산은 피부, 관절, 결합조직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이고 생체 적합성이 높기 때문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필러이다. 반면, 수산화인회석calcium hydroxyapatite, 폴리-L-젖산PLLA, 폴리메틸메타크릴레이트PMMA같은 필러는 지속 기간이 더 길고 녹여 제거할 수 없다. 이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 HA 필러만 효소로 분해할 수 있고, 그 외의 필러는 '장기전'이다.
HA 필러는 히알루로니다제hyaluronidase라는 효소를 사용해 녹인다. 우리 몸도 히알루로니다제를 자연적으로 생성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매우 우아하고 간단한 과정처럼 들리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체내 히알루로니다제의 활성이 가장 높은 기간은 필러 주입 후 처음 2~4주로, 이 기간 동안 면역 반응이 가장 활발하다. 이후에는 효소 활성도가 떨어지고, 필러가 주변 조직과 통합되어 효소가 접근하기 어려워진다. 이게 바로 몇 달 또는 몇 년이 지나면 필러를 녹이기 어려워지고, 그래서 의사들이 국소적 수정 대신 ‘전부 아니면 전무’ 방식의 용해를 권하는 이유다.
게다가 히알루로니다제는 주입된 필러와 체내에 있는 히알루론산을 구분하지 못한다. 효소로 필러를 녹이면 피부를 탄탄하게 지탱해 주는 구조적 HA까지 함께 분해하여 녹인다는 뜻이다.
필러를 녹이는 과정은 주입과 비슷한 위험, 즉, 통증, 멍, 부기, 출혈, 감염 등을 수반하며, 일부 환자는 필러를 맞을 때보다 녹일 때 더 아프다고 한다. 드물지만 심각한 합병증도 일어난다. 필러가 혈관을 막아 발생하는 혈관 혈전증은 피부 괴사와 흉터로 이어질 수 있다. 눈이나 뇌로 가는 혈관이 침범되면, 실명, 마비,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피부 늘어짐이다. 필러가 수개월, 수년간 '볼륨'을 제공해주지만, 제거하면 처지거나 탄력이 떨어진 피부가 남을 수 있다.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은 원래 상태로 복구된다는 보장이 아니다.
히알루론산 필러는 보통 6~12개월 지속되다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고들 한다. 그러나 MRI와 초음파 검사 결과를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필러 주입 후 10년 넘게 지난 뒤에도 HA 필러가 확인된 사례가 있으며 특히 눈 주변에서 흔하다. 가교 결합이 생기고 효소 접근성이 제한되기 때문에 잔존과 이동은 예외가 아니라 흔한 현상이다.
히알루로니다제는 '비허가'off-label 필러 제거제이다. 장기 안전성 데이터가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많은 사람들이 잘 견디지만 심각한 부작용, 예컨대, 심한 통증, 급격한 얼굴 노화, 심각한 심리적 고통 등에 관한 보고도 점점 늘고 있다. 최대 20%의 환자가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으며, 필러 시술 기간이 길고 총 용량이 많을수록 위험이 증가한다. 일부 임상의들은 공격적인 용해 이후 자연 히알루론산 수치가 완전히 회복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외과의사는 인터뷰에서 직설적으로 말했다. "필러가 아무 일도 없이 들어갔다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은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필러는 미용 시술이 아니라 의료 행위다. 이를 녹이는 과정은 결코 ‘되돌리기 버튼’을 누르듯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히알루론산 필러는 녹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예측 불가능하고, 불완전하며 위험을 동반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미용 의학'에서 ‘가역성’은 지켜지는 약속이 아니라 ‘가능성’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