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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 노무현 전 대통령 자신도 퇴임 이후 한미 FTA 재협상을 이야기했습니다. 청와대 정책실장을 했던 이정우 경북대 교수도 새로 협상해야 한다고 했지요. 하지만 임기 중에는 노 대통령도 통상관료들에게 포획되어 한미 FTA를 밀어붙였던 것이죠. 저는 FTA 자체를 악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지금과 같은 내용의 한미FTA는 '투자자-국가 소송제', '역진 방지' 조항 등 여러 독소조항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불평등 협정이라면 안 해야 합니다.
2012년에 진보∙개혁 진영의 공동정부가 수립된다면 재협상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만일 이명박 정부가 체결해 버리면 나라와 나라 사이의 협정이라 협정 자체를 폐기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부속협정을 새로 맺는 방식으로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성희 : 지난 10년의 공과를 평가할 때, 보통 '정치적 민주화는 됐는데 사회경제적 민주화가 안됐다'는 식으로 단순화하는데, 정치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조국 : 큰 틀에서 87년 체제가 유지되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대폭 확대시켜야 합니다.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은 투표의 등가성이고 시민들의 의사가 의석에 온전히 반영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편파적이지요. 표의 등가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대의제 민주주의도 온전하지 않죠. 이와 별도로 후보출마도 돈이 많이 듭니다. 정치적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제공됐지만 주로 돈 있는 사람이 그 기회를 활용하니까 유산자 민주주의로 가는 것이죠. 정치적 자유와 권리가 돈 있는 사람이나 누릴 수 있는 구조로 가고 있습니다. 마르크스의 표현을 빌리면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된 것이죠.
그러나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파시즘은 아닙니다.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그리고 노동을 강조하는 것은 87년 체제의 민주주의, 87년 체제가 보장하는 자유를 유산자만이 아니라 무산자도 누릴 수 있는 민주주의로 바꾸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려면 진보정당의 성장이 필수적입니다.
정성희 :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교류협력 사업을 통해 남북관계를 발전시켰지만 대미 관계에서 부족한 점은 없었습니까?
조국 : 그것은 파병문제로 간단히 드러납니다. 저는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은 위헌이라고 봅니다. 87년 헌법은 명시적으로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있어요. 이라크 전쟁은 전 세계가 확인하듯 미국 부시정부에 의한 침략전쟁입니다.
대미 종속도는 전두환, 노태우 정권에 비해 많이 약화됐다고 봅니다. 단적인 예로 작전통수권 반환문제가 김영삼 정권 때 한 번 정리되고 노무현 정권 때 한 번 정리되지요. 물론 이명박 정부 들어 다시 시기가 늦추어지기는 했지만요. 대미자주의 문제가 과거보다 서서히 높아지고 있지만 동시에 아직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최소한 미-일, 미-독 수준으로는 가야합니다. 대미자주의 면에서 노무현 정권의 모습은 과거 전두환, 노태우 정권과 일본, 독일의 중간 수준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동 없는 복지국가론은 위험하다"
정성희 : 우리 사회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냉전과 반북의 53년 체제가 뿌리 깊게 잔존하고 형식적 민주주의의 87년 체제, 신자유주의 확산의 97년 체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2007년에 이 모든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발전된 체제를 세웠어야 하는데,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 역사의 반동을 겪고 있습니다. 민생복지를 실현하고 민주주의와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2012년 체제 수립을 위한 진보세력의 과제는 무엇일까요?
조국 :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어 보수정권이 들어섰습니다. 당시 지식인들에게 87년 체제가 이미 안정화된 상태인 만큼 한나라당이 집권한다고 후퇴하겠느냐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당시에도 그런 견해에 반대했습니다만, 이명박 집권 이후 사회 전 분야에서 후퇴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숨이 막힌다고 합니다.
진보정당이건 민주당이건 우선 이명박 정부의 난폭 우회전을 막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과 같은 체제가 5년 더 간다면 매우 답답한 상황이 올 것입니다. 동시에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공과를 넘고 '반MB'를 넘는 새로운 비전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명박을 반대하는 것이 단지 김대중-노무현으로 회귀하는 것으로 귀착되면 안 됩니다. 새로운 가치와 정책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할 세력을 국민들 눈앞에 보여줘야 합니다.
정성희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복지국가론은 선진화 담론과 결합한 잔여적, 시혜적 복지에 가깝습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담대한 진보를 이야기하며 증세를 통한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향후 어려운 경제상황을 전망할 때 증세가 국민적 설득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저는 일자리복지, 평화복지, 공공복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여야 보수정치와 구별되는 진보정치의 가치와 비전은 무엇일까요?
조국 : 2012년 진보정치는 민생민주를 중심에 두고 그 밖의 과제들을 결합해야 합니다. 평화와 통일의 문제도 일자리와 복지로 연결시켜 이야기해야 합니다. 보편적 복지론에 동의하지만, 증세만으로 쉽게 되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모든 유권자는 세금을 조금 내고 복지 혜택을 많이 받고 싶어 하는 이중성을 갖고 있습니다.
노동 없는 복지국가론을 조심해야 합니다. 보편적 복지국가가 실현된 다른 나라의 예를 보면 필수전제가 노동의 강화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현재 노조 조직률은 10% 남짓이고, 진보정당은 원내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한 상태이지요. 이 문제를 외면한 채 복지를 강조하면 어떻게 세금을 많이 걷을 것인가의 문제만 남게 됩니다.
2012년에 당장 비정규직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불법파견 금지로 부분적으로 정규직화하고, 정규직 전환이 안 된 사람에 대해서도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적용해 임금수준을 개선해야 합니다. 정규직 확장, 비정규직 지위 개선, 자영업자 상당수의 임노동자로의 전환 등 노동의 역량을 강화하는 작업과 복지 실현이 함께 추진되어야 합니다. 또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군축 등 평화실현과 교류협력 강화 등을 통하여 확보되는 예산을 복지에 투여해야 하고요.
진보정당이라면 박근혜의 생산적 복지, 정동영의 보편적 복지와 다른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합니다. 또 그것을 이룰 세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요컨대, '노동과 결합된 복지'를 실현할 '진보정치대통합'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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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 : 세계경제위기 이후 미국의 경제력이 계속 추락해 군사력과의 불일치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무역의존도도 미국 보다 중국이 훨씬 높습니다. 북-중 혈맹관계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국제관계, 남북관계의 기조는 무엇입니까?
조국 : 미국의 단일 패권은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은 최강의 군사대국입니다. 미국의 위상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군사력을 통한 세계 지배는 여전하다는 것을 정확히 봐야 해요. 중국이 급격히 부상하고, 대중 수출이 대미 수출을 역전한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 일변도로 가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정권의 '동북아 균형자론'은 당시 실현 가능성은 없었으나 좋은 문제의식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관계를 끊어버리자는 주장은 모험주의입니다.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봅니다.
2012년 진보개혁연합정부가 들어서면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을 개정하여 한미 관계를 독-미, 일-미 관계 수준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한미 FTA 독소조항 재협상도 추진하고요. 또 6자회담, 평화협정, 북미수교 등 단계별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하는데, 2012년 시점에서는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남북정상회담, 6자회담 틀을 유지하면서 전쟁이 끝났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자는 것입니다.
이러한 선언이 있으면 수구냉전세력의 이데올로기가 설 땅은 상당 부분 사라질 것입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이후 주한미군의 지위는 단계별로 변경될 수밖에 없습니다. 남북경협은 남쪽 중소기업의 활로인 동시에, 평화를 완전히 안착시키는 길이며 북한을 좀 더 유연한 모습으로 바꾸는 장치입니다. 개성공단 같은 것을 몇 개 더 만들어야 합니다.
"2012년 정권교체, 진보개혁세력의 연합정부가 해야 한다"
정성희 : 그 새로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정치구도를 어떻게 편성해야 할까요? 최근 출판된 <진보집권플랜>에서도 간략히 언급하셨던데요.
조국 : 저는 2012년 진보개혁세력의 연합정부로 정권 교체를 이루는 방법을 상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보정당이 악수(惡手)를 두면 민주당 단독정권이나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연합정부가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지요.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는 진보정치대통합과 그에 기초한 움직임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현재 야권통합은 두 가지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합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가장 기득권이 강한 민주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이 묶이는 흐름입니다. 가치와 정책으로 보면,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통합을 하는 것이 맞지요. 하지만 현실정치의 논리로 보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두 번째 방안이 성사되려면 국민참여당과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국민참여당을 신자유주의정당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한미 FTA 반대집회에 불참하는 등의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참여당과 진보정당들의 연대는 어려울 것입니다. 저는 유시민 원장과 참여당이 노무현 정권의 공과 모두를 인정하고 '좌클릭' 해야한다고 봅니다. 그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드는 것이기도 하고요.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각종 인터뷰에서 사회연대정책 강화해라, 노동문제 실패했다, 한미 FTA 재협상이 맞다고 분명히 이야기했습니다. 참여당이 '친노(親盧)정당'이라면, 노 전 대통령의 유언을 집행해야 하지 않을까요. 만약 참여당이 '좌클릭'한다면 진보정당이 이 당과의 연합을 배척해서는 안 될 것이고요.
더 중요하게는 두 진보정당의 인식전환과 실천입니다. 진보정당들이 지금처럼 움직이다가는 민주당, 국민참여당을 견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견인당할 것입니다. 특정 정치일정에서 지형을 바꾸고 세력을 키우고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정당의 존재이유입니다. 현 시점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추진하는 진보대통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정성희 : 이른바 '빅텐트론', 즉 범야권단일정당 건설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국 : 지금 당장 빅텐트 안으로 다 들어오라고 한다면 진보정당은 민주당의 강고한 조직력에 묻히게 됩니다. 한국사회가 과잉 우경화된 사회이기 때문에 진보정당이 원내 교섭단체를 이뤄야 한다는 게 저의 소신입니다. 진보정치대통합을 전제로 범야권연대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진보대통합이 이루어지면 민주당 내 진보파도 입지가 넓어질 것입니다. 범야권단일정당이 실제적 과제로 논의되는 시점은 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 정도의 사람이 당대표가 되고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을 때가 아닐까 합니다.
이와 별도로 진보진영도 문성근 씨 주도의 '민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활동가들이 모여서 토론회하면서 통합하자고 할 것이 아니라 대중과 함께 밑에서부터 바람을 일으켜야 합니다. 상층 명망가 중심의 논의가 아니라 대중이 참여할 수 있는 진보대통합운동, 각 단위별로 재미있고 희망을 주는 진보대통합 운동이 벌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정성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과 조국 서울대 교수. ⓒ민주노동당 |
"진보개혁진영, 가치와 정책 표현하는 인물들로 '드림팀' 짜자"
정성희 : 진보정치대통합의 참여주체에 대해 논의해보겠습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의 진보정당들과 노동사회, 시민사회, 전문가 집단이 적극 결합하고 여기에 성찰하는 친노 세력이 '좌클릭'해 반신자유주의 진보대통합에 합류한다면 강력한 진보야당이 등장할텐데요.
조국 : 진보정치대통합은 진보정당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번 기회에 시민사회, 노동사회가 다 묶여야 합니다. 지식인 사회에서도 지금의 정치지형을 변화시키자는 공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시민사회 영역에서 활동해온 많은 중견 활동가들이 이제 조직을 신세대, 후배 활동가들에게 물려주고 정치권에 합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시민사회운동의 성향은 민주당 좌파와 진보정당의 사이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분들이 민주당 좌파를 선택하거나 진보대통합당을 선택해 정당정치로 들어올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정성희 : 국민들의 눈에는 인물을 통해 진보정치대통합을 이해합니다. 진보정치의 지도급 인물들을 두텁게 확보해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맡길 텐데요.
조국 : 가치와 정책은 인물로 표현됩니다. 대중이 지지하는 특정 정치인을 자기와 동일시합니다. 추상적인 가치와 정책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와 정책을 대표하는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죠. 왜 농민들이 강기갑 의원을 좋아할까요. 강기갑 의원의 말투와 행동 속에서 자신을 느끼는 것이죠.
진보개혁 진영의 드림팀을 짜야 합니다. 현재의 당적 질서를 넘어 드림팀을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저 정도면 정권 맡길만 하네'라는 느낌이 들도록 팀을 짜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진보정당과 바깥의 진보세력을 묶는 형태로 인물을 키우고 배치하고 역할을 나누는 드림팀 작업을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정성희 : 진보정치대통합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할까요? 난항도 예상되는데.
조국 : 내부사정을 잘 몰라 말씀 드리기 조심스럽습니다. 진보대통합을 하겠다는 사람들도 있고 여러 비관적인 이야기도 들립니다. 2011년이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가 대중에게 감동을 주는 과감한 선언을 해야 합니다.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에서 단일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무리 감정이 안 좋더라도 같이 만나고 일하다 보면 풀어지는 것인데요. 여러 방식으로 공동 작업을 하고 이를 4월 재보궐 선거공조로 귀결시키고, 이러한 성과를 기초로 '2당+a'로 진보대통합을 해서 2012년 총선을 준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타 정당과 연대를 하든지, 협상을 하든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도로 민주노동당' 만들자는 얘기냐", "통합당 안에서 소수파로 고착되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 등의 우려를 제도적으로 풀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당명, 강령, 투표 방식 등을 개정하면서 문호를 열어야 합니다. 당 외부 사람들이 저기 들어가서 경쟁할 만하다, 내 이야기를 할 만하다는 생각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특히 민주노동당이 진보진영 전체를 과감히 포용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랍니다.
"대중의 의식은 대중민주주의인데 진보정치는 여전히 서클주의에 머물러 있다"
정성희 : 진보정치대통합에는 대북 관점, 당 운영 방식 등 몇 가지 쟁점이 있는데,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조국 : 진보정치의 대북 입장은 '연북'(連北)이 중심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6.15남북공동선언을 지지하면 '연북'일 수밖에 없습니다. 촛불시민도 6.15 남북공동선언을 중심으로 북한이 잘하는 것은 잘 한다, 못하는 것은 못한다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을 타도하자거나 '민주화'하자고 하는 것은 '연북'에 맞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북한에 대해 비판을 자제하는 것 역시 촛불시민의 의식수준보다 떨어지는 것이죠.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는 '친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요. 그 취지는 잘 알겠습니다. 그러나 '친북'은 '종북'과 똑같이 부정적 어감을 주므로 이러한 단어를 사용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분당의 원인에 대해 여러 분석이 있겠지만, 저는 활동가들이 대중 민주주의에 대한 적응을 하지 못하였거나 거부한 것이 중요한 원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미 대중의 의식은 대중 민주주의 수준으로 바뀌었는데, 진보정치 활동가들의 감성과 습성은 서클주의에 물들어 있습니다. 진보정당 사람들의 사고와 활동 방식이 현대화되어야 하고 이는 곧 대중정치로의 적응입니다.
현재 두 진보정당만 합친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른 세력이 결합해 보다 큰 화학적 결합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규모가 달라져야 합니다. 구성원의 수와 의사결정 방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정파명부비례대표제 보다는 공정경쟁을 할 수 있는 1인1표제, 정책당원총투표제 등을 시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성희 : 2012년의 비전과 진보대통합에 대한 소중한 얘기 감사드립니다.
"이명박 정부 지배집단은 최소한의 자각조차 없는 '확신범' 같다"
정성희 : 대표님께서는 모든 대책위를 책임지는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셔서 진보운동 내에서 대표님 직업을 집행위원장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요. 요즘 근황부터 얘기해주시죠.
박석운 : 집행 책임자 자리는 작년에 내려놨습니다. 현재는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등을 맡아 활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사업에 있어 선택과 집중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정성희 : 요즘 관심 갖고 활동하시는 분야는 어떤 분야인가요.
박석운 : 우선 진보정치 대통합을 통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큰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승리하는 비정규직 투쟁 사례를 하나라도 만들어 비정규직 투쟁에 희망을 만드는데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비정규직 관련 법 등 노동악법 재개정 운동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밖에도 이명박 정권의 언론 장악에 맞서 KBS 수신료 인상을 막아내는 것, 진보정당 기초단체장이 당선된 3곳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는 것,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운동 등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민주노동당
정성희 :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시네요. 최근 밀실협상, 추가양보 문제로 한미 FTA가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 총괄적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박석운 : 한마디로 총체적 역주행을 입체적으로, 전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최근 20-30년 동안 이렇게 견제가 약하고, 권력이 집중된 사례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여당인 한나라당이 국회의 3분의 2를 장악하고 있고 조중동 등 메이저 신문 뿐 아니라 방송까지 친정부 일색입니다. 비판적 견해,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목소리가 약화되고 있습니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형식적으로 억압이 강력했지만 한편으로 억압에 참여하고 있는 지배집단이 그것이 틀렸다는 자각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지배집단은 완전히 확신에 차 행동하고 있는 '확신범' 같습니다. 이것은 자본의 힘이 매우 압도적으로 강력해져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광우병 촛불집회를 거치며 일종의 학습효과 때문인지 이명박 정부는 지난 지방선거 참패직후 난데없는 서민행보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서민 죽이기를 하고 있으면서 표면적으로는 서민 살리기를 계속 이야기하는 표리부동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4대강 녹슨 삽질이 환경을 파괴하고 녹색성장과 정면으로 배치됨에도 불구하고 녹색성장이라고 열심히 홍보하고 있습니다. 특징적인 것이 친서민, 상생, 녹색 성장 등 가치를 표현하는 용어를 나름대로 선점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장악된 언론을 통해 일정정도 먹혀들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야당들은 거짓 서민행보, 상생, 녹색 성장 등의 본질을 돌파하는 실효성 있는 진짜배기 진보, 민생 정책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0년의 민주정부, 삼성이 제기하는 아젠다의 포로였다"
정성희 : 평가하신 것처럼 이명박 정부는 민생, 민주주의, 남북관계 등 우리 사회를 총체적으로 후퇴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등장은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간 잘한 것도 있지만 잘못한 것도 많기 때문에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를 살리겠다는 헛된 공약에 속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의 공과에 대해 평가해주십시오.
박석운 : 먼저 615 남북공동선언, 10.4 선언 등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진전시킨 성과가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권위주의를 상당부분 약화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나름대로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대해 적극적 대응을 시도한 점, 뒤늦게라도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나름의 노력한 점은 성과적 측면으로 봅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 실질적 민주화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더욱더 심각한 것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전면적으로 도입해 결과적으로 자본의 힘이 압도적으로 강해지게 됐습니다. 구체적으로 김대중 정부 시절 금융실명제가 일부 훼손됐고, 토지 공개념이 일부 훼손됐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초기 아파트 원가 공개 공약을 뒤집어 부동산 투기를 촉발했습니다. 또 씻을 수 없는 역사적 과오로 한미 FTA 추진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 외 대연정 추진, 평택 군 투입 등 과오가 있었다고 봅니다.
정리하면 총체적으로 민생, 복지가 지난 정부들보다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민주정부에 대해 기대하는 수준에는 턱없이 미흡했습니다.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의 포로, 대표적으로 삼성 아젠다의 포로가 된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그것이 국민적 지지를 잃은 가장 결정적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노동당, 분당만 없었다면 2008년서 원내교섭단체 됐을 것"
정성희 : 2012년 권력 교체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고통 받는 노동자, 농민, 서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정권교체를 실현해야 합니다.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 보다는 발전된 진보적 정권교체를 실현하기 위한 우리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박석운 :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영역에서 혁신입니다. 그 핵심은 '진보정치대통합'과 '진보세력과 민주개혁세력 선거연합'의 투트랙을 확고하게 성사시켜 가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진보정치대통합' 문제가 진보, 민중세력의 기본적 과제라면 '진보-민주개혁 선거연합' 문제는2012년까지 주요과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이 사실상 분당되면서 진보정치세력이 진보적 대중들에게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냉소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노동자, 민중, 서민에게 진보운동진영이 희망이 되기 위해서는 대혁신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진보정당만이 아니라 진보민중운동 세력 전체가 총결집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어야 합니다. 새로운 진보정당은 상층 정치협상을 넘어 노동자, 민중, 서민들이 주체가 되는 범민중, 범시민운동을 통해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와 함께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진보세력과 민주개혁세력이 선거연합을 해야 합니다. 선거연합을 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한나라당 정권이 재창출될 위험이 매우 큽니다. 그럴 때 가장 고통 받는 사람은 바로 노동자, 민중, 서민들입니다. 따라서 진보민중운동세력은 한나라당 재집권을 막는데 앞장서야 합니다. 하지만 자칫 잘못 하면 보수야당들한테 몸 대주는 것 아니냐, 무조건 지지 또는 비판적 지지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한 우려는 선거연합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거연합을 통해 다수세력인 이른바 자유주의 개혁세력은 직접 집권의 길로 나갈 수 있는 성과를 챙기고, 소수세력인 진보정치세력은 제도정치권에서 교두보 확보 즉 원내교섭단체를 확보하는 성과를 이뤄내야 합니다.
진보정치세력은 이 교두보를 통해 서민들에게 희망의 상징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진보정치세력이 국정을 맡으면 서민들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실제로 샘플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 없이 좋은 정책, 좋은 구호를 내세우기만 하면 국민들 마음이 바뀐다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입니다.
현재 상황은 진보정당이 여전히 마이너리그에 머물고 있습니다. 마이너리그에서 1등 해봐야 메이저리그 정당이 될 수 없습니다. 메이저리그에 등장해서 실현 가능한 대안으로 국민들에게 인식되는 것이 현재 진보정당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단적으로 김상곤 경기 교육감이 무상급식, 혁신학교 등을 현실로 샘플을 보여주니 진보적 정책이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현 가능한 대안으로 국민들이 인식하며 지난 지방선거에서 진보적 교육감이 대거 당선됐습니다. 우리가 이 교훈을 놓치면 안 됩니다. 메이저리그로 들어가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 실질적 성과를 내어 국민들에게 진보정치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실감나게 보여줘야 합니다.
현재까지 진보정치세력은 아마추어였습니다. 예를 들면 민주노동당 지난 10년간 가장 큰 한계 지점으로 2가지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2008년 분당 사건입니다. 분당은 씻을 수 없는 역사적 과오였습니다. 만약 분당을 하지 않았다면 지난 2008년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메이저리그로 진출할 수 있는 결정적 찬스를 스스로 무산시켰습니다. 두 번째로 지난 10여년의 과정에서 울산 동구와 북구에 구청장이 2번씩이나 당선돼 활동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진보정당이 지방행정을 맡으면 서민들 삶이 어떻게 개선될 수 있는지 각인시키는데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 ⓒ민주노동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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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호 민주노총 지도위원. ⓒ민주노동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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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盧 10년, 진보정치 필요성 깨닫게 했다"
"DJ-盧 10년에 대한 성찰, 지식인들에게 진보정치 필요성 깨닫게 했다"
정성희 :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학술단체협의회(학단협), 교수노조 등은 우리사회의 대표적인 진보교수단체들입니다. 6월 항쟁 이후 지난 10년 김대중-노무현 정권, 지금의 이명박 정권을 거치면서 이들 교수단체들의 변화양상은 어떻습니까?
김세균 : 1987년 당시 지식인운동은 반독재민주화운동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민교협 역시 그 과정을 통해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민교협이 다른 지식인운동과 다른 점은 노동자∙민중과 연대를 추구해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1997년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그룹이 떨어져 나가고 2002년 노무현 정권 때에는 친노 지식인들이 이탈해 민교협 운동이 위기를 맞이했어요. 이명박 정권 시대에 다행스럽게 교수들이 다시 응집하고 있습니다.
민교협 이후 학단협, 교수노조가 출범했는데, 진보적 학술단체들은 분과 학문체제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고, 교수노조는 노동자정신을 튼튼히 갖춰야 향후 합법화되어도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 지식인들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식인사회 전반은 대학이 시장화 되고, 지식이 상품화되면서 자본주의에 깊숙이 빨려 들어가고 있어요. 지식인들이 제 역할을 하고 지식인사회 전체를 바꾸기 위해 민교협, 학단협, 교수노조가 앞장서야지요.
▲ 김세균 서울대 교수.ⓒ민주노동당 |
정성희 : 얼마 전에는 '진보정치세력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모임'(진보교연)을 발족하고 상임대표를 맡아 활동하고 계신데, 이 단체의 취지와 활동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김세균 : 현재 지식인 단체들은 큰 틀에서 우리 사회 민주와 진보를 위한 조직이지만, 그 구성원들의 정치적 성향은 다양합니다. 반면에 진보교연은 진보적 정치운동에 기여하자는 교수연구자들의 모임이지요. 진보정치 전체의 연대와 재구성에 적극 이바지하고 참여하려는 조직으로서 기존 지식인운동 보다 한 단계 더 발전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향후 진보정치대통합이 진전되면, 여기에 다양한 지식인이 대거 결합하는 고리가 될 것입니다.
정성희 : 진보교연이 비교적 짧은 기간에 상당수의 진보적 교수들을 결집시킬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요?
김세균 : 한마디로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결과로 진보정치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공감대는 매우 넓어졌습니다. 그런데도 진보적 지식인 입장에선 현재 진보정치가 분열돼 있어 어느 정당에도 몸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진보교연을 통해 진보적 교수들 스스로 연대하고 전체 진보정치의 대연합, 대통합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입니다.
지식인들의 진보정치 동참을 막고 있는 분열구조를 깨기 위한 측면도 있죠. 현재 힘이 될 수 있는 진보적 지식인들이 냉소주의에 빠져 있는데, 진보교연 출범이 이를 극복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입니다. 다만, 이것이 성공하려면 현재 진보정당에 몸담고 있는 활동가들의 역할도 큽니다.
정성희 : 현재 진보정당들은 국민들이 보기에 아직 폭이 좁고 정책 생산력도 높지 않습니다. 진보적 교수∙연구자들이 진보정치에 힘을 실어준다면 진보정당의 대국민 이미지 개선과 사회적 담론, 의제를 선도하는데도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김세균 : 지식인들이 진보정치에 동참한다면 이미지 개선 이상의 의미가 있을 거예요. 뭐랄까 진보정치의 지성적 능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정성희 : 교수님은 또 최근 '노나메기 문화학술재단' 설립에도 앞장서고 계신데, 무엇을 위해 무엇을 하려는 움직임인가요?
김세균 : '노나메기 문화학술재단'은 백기완 선생이 통일문제연구소를 어렵게 운영하면서, 정말 점심을 김밥으로 떼우면서 모은 종자돈을 내놓고 진보 문화학술운동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자고 제안하셔서 시작된 것입니다. 향후 많은 회원들을 모아 노나메기 문화마당, 학술마당을 만들고 노나메기 재단으로 발전시켜 진보적 감성의 공동체를 구축해볼 생각입니다.
현재 진보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어려운 상황에 있어요. 여러 정파로 흩어져 있고 무엇보다 감성적으로 메말라 있습니다. 서로 마음을 열면 풀 수 있는 문제도 잘 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지요. 진보가 정파를 넘어 연대연합하고 대통합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진보적 감성운동, 진보적 문화운동이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진보운동이 추구해야 하는 이념적 방향 설정도 누가 지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집단적 작업의 형태로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대중운동을 지성화하는 사업이 필요하고, 노나메기 재단이 그런 역할도 하게 될 것입니다. 노나메기 운동은 일상생활 자체가 진보적 인간관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감성적 진보를 토대로 이성적 진보를 결합하자는 것입니다.
"실질적 민주주의와 절차적 민주주의, 동시에 역진하는 역사적 반동이 진행 중"
정성희 : 이명박 정권 시대를 지난 10년의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대와 비교해 간략히 평가해주시죠.
김세균 : 87년 이후 이명박 정권 이전까지는 절차적 민주화와 신자유주의적 자유화가 중첩돼왔습니다. 자유주의자 중에는 미국의 루즈벨트처럼 신자유주의를 경계하면서 시장경제를 살리려는 혁신 자유주의자가 있는데,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혁신자유주의가 아니라 신자유주의를 도입했습니다. 이것이 두 정권의 한계이자 불행이라고 볼 수 있죠.
특히 김대중 대통령은 과거 자신이 제기했던 대중경제 노선을 폐기하고 IMF경제위기 당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그래서 우리사회의 실질적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정치적 민주주의는 형해화 됐습니다. 국민들 사이에 박정희 향수가 생기고 '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냐'는 수구세력의 선동에 넘어가 이명박 정권이 탄생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87년 체제의 유산인 절차적 민주주의마저 후퇴시키고 신자유주의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어요. 실질적 민주주의와 절차적 민주주의를 동시에 역진하는 2007년 체제는 역사적 반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4 공동선언 너무 늦어…노무현 정권 중반에 나왔다면 천안함 사태 없었다"
ⓒ민주노동당 |
정성희
: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대북정책, 대미정책은 어땠습니까? 그리고 비정규직 확대와 사회양극화에는 책임이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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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적 집권 능력 없는 자유주의세력이 손잡을 곳, 이제는 진보밖에"
정성희 : 2012년 총선, 대선의 승리를 위해 2011년 진보정치의 핵심과제는 무엇입니까?
김세균 : 진보정치세력이 지지율 약 10%를 유지하고 있는 점은 일단 긍정적입니다. 다만 진보정치는 자신의 분열구도 때문에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요. 분열을 넘고 국민적 지지기반을 넓혀 정치적 성장을 가속화해야 합니다.
내년 진보정치가 주력해야 할 1차 과제는 실질적 민주주의와 절차적 민주주의의 후퇴에 적극 대응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진보 대연합∙대통합이 결실을 맺어야 해요. 국민에게 신뢰를 주고 민주화를 열망하는 세력을 결집시켜 위의 이중적 과제를 추진해야 합니다. 2차 과제는 산발적인 투쟁을 한데 모아 범국민운동으로 발전시켜 MB를 굴복시켜야 합니다. 반(反)이명박 정서는 내년에 폭발적으로 높아질 수 있어요.
2011년은 진보대통합의 향방이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진보진영이 당면 현안에 공동대응하고 연합과 통합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총선 전에 조직통합으로 가야 합니다. 그리고 올바른 정권교체와 우리사회의 진정한 민주화를 위해 자유주의세력과 협상해야 합니다. 정책, 후보 등 관련 쟁점이 합의가 되면 연대할 수 있고, 아니면 따로 간다는 프로그램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자유주의세력은 독자적으로 집권할 역량이 없어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도 다른 세력과 연합하여 정권을 잡았는데, 이제는 자유주의세력이 연합할 수 있는 대상은 진보세력밖에 없습니다. 이점이 과거와 다른 점이죠. 진보세력이 높은 협상력을 지녀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힘을 합쳐야 합니다. 이른바 빅텐트론은 진보세력의 독자성을 무시하는 자유주의세력 헤게모니 논리입니다.
정성희 : 진보 대연합∙대통합에는 가치연대와 세력연대가 필요한데요.
김세균 : 신자유주의를 넘어서고 분단을 극복하는 것이 진보적 가치의 기준입니다. 계급문제와 민족문제를 해결하는 비전이지요. 여기에 생태, 여성 등 새로운 가치를 결합시켜야 합니다. 사민주의, 사회주의, 혁신자유주의 세력이 반신자유주의 세력들입니다. 민주당은 신자유주의와 결별하지 않는 한 조직통합 대상이 아니라 선거연합 대상일 뿐이죠.
국민참여당은 혁신자유주의 세력이지만 유시민 전 장관은 좌파신자유주의 노선을 고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시민 전 장관은 노무현 정권 시절 신자유주의 정책과오에 대해 반성하고 오는 대선에서 백의종군하는 진정성으로 노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면 2012년은 아니라도 2017년에 기회가 올 수 있을 것입니다.
"민노당-진보신당, 양당 대표 공동선언 통해 진보진영 동참 호소해야"
정성희 : 진보대통합과정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역할이 큰데, 혁신해야 할 지점은 없습니까?
김세균 : 양당이 진보대통합의 기본기조에 대한 합의를 보고 양당 대표가 공동선언으로써 전체 진보진영의 동참을 호소해야 합니다. 진보대통합정당은 연합체적 성격을 가지는데, 소수파의 의견을 존중하는 제도를 짜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 민주주의는 다수의 민주주의였지만,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모든 조직 운영의 화두이고 학계에서도 연구과제가 되고 있어요. 다수결의 기계적 적용이 패권주의입니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소수를 고려해야 합니다.
신자유주의에 따른 개인주의 자유주의 문화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전위정당이 아니라 대중정당으로서 적절한 민주주의 운영 원리에 따라 참여자 모두가 함께 하는 새로운 진보적 생활윤리를 만들어 낼 필요가 있어요.
정성희 : 다양한 진보적 가치가 공존 공생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통해 지지기반을 확대하는 한편, 새로운 진보적 조직문화를 확립해 강력한 진보대통합정당이 건설되고 발전될 수 있도록 진보적 지식인들도 적극 동참해주십시오.
김세균 : 2012년 한국사회에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계사적으로도 대 혼돈시대(chaos)로서 새로운 주체들의 실천공간이 넓어지고 새로운 구성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각 주체들이 어떻게 만나고 그 힘을 어떻게 축적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 질 수 있어요. 모두 함께 지혜와 지성을 모아야 합니다. 진보적 지식인들도 이 중요한 시기에 제 역할을 다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민주당-참여당 통합,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 이학영 한국YMCA 사무총장. ⓒ민주노동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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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효상 사회당 대표. ⓒ민주노동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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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
▲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 ⓒ민주노동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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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국회의원'이라는 말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민주노동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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