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 11일, 미국의 쌍둥이 빌딩이 무너져내렸다. 이 사건으로 공식 사망자만 2,996명 부상자는 6천 명에 달했다.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인 알카에다가 일으킨 자살 테러 사건이었다. 저들은 과감하게 납치한 항공기를 건물에 충돌시키는 방식으로 자살 테러를 감행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미국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 D.C.의 국방부 청사 건물인 펜타곤이 일부 공격받았다.
이 사건은 피해 당사국인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으며 피해 당사자인 미국 내부에서는 해당 사태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에 대한 무제한의 응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어 불가능할 정도로 커졌고 당시 현직 대통령이던 조지 W. 부시의 지지율은 무려 90%에 육박하게 되었다. 이 사건의 여파로 2003년 이라크 전쟁의 개전과 후세인 정권 붕괴, 그리고 최종적으로 2006년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 사살과 사담 후세인의 처형, 2011년에는 오사마 빈 라덴 사살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 후 911테러와 관련하여 수많은 음모론이 만들어졌으며 부시 정권이 에너지 확보를 위해 저지른 자작극이라는 설까지 나왔다. 거기에다 일부 과학자들의 상상력이 가미된 설명까지 그럴듯하게 첨가되어서 무역센터는 항공기 충돌이 아니라 이미 설치된 폭탄으로 무너진 것이라면서 항공기 충돌로는 그런 폭발이 일어날 수 없다는 그럴듯한 주장이 제기되었다.
음모론이 진정으로 무서운 이유는, 음모론을 한번 제기하면 끊임없이 그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는 것과 단순한 대중들이 쉽게 믿는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대표적인 음모론은 2008년 광우병 괴담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북한군 개입설 그리고 천안함 폭침 원인과 잠수함 충돌설까지 전혀 근거도 없고 도움도 안 되며 사회적 불안을 조장하는 소모적인 정쟁들이다.
이런 음모론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하는 이유는 그런 괴담이나 음모론으로 인하여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기 때문이다. 음모론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들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회는 돌아간다. 하지만 그 음모론의 직접적인 피해자들은 다르다. 어떤 사람은 음모론으로 목숨을 끊고 허무맹랑한 음모론 때문에 기업이나 사업이 파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광우병은 600도를 넘어도 파괴되지 않는다”, “한국인은 유전자가 광우병에 허약하다.”, “미국은 30개월 이상의 소만 몰아서 한국에 판다.”, “화장품과 생리대도 광우병을 유발한다”는 괴담들이 거침없이 퍼져나가는 동안 치솟는 사료 가격과 판로가 끊어진 축산 농가들은 나자빠졌고 다시 회생할 수 없을 만큼 치명상을 입은 축산 농가도 있다. 그뿐인가 괴담을 사실로 믿었던 어떤 50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해 분신까지 한 사람도 있으니 사실이 아닌 괴담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런 허망한 순교가 어디 있단 말인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북한군 개입설을 또한 어떤가? 생때같은 자식을 잃고 슬픔을 억누르면 살아가고 있는데 간신히 얻어낸 민주화 운동을 폭동이니 북한군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증거가 있느니 하면서 아무런 근거가 없는 사진 몇 장으로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지어내어 찢어진 가슴에 다시 상처를 내면 그 고통과 슬픔을 어디에서 보상받을 수 있단 말인가? 천안함 음모론도 마찬가지다. 오죽했으면 2020년 3월 27일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천안함 장병의 유족이 대통령에게 “천안함을 누가 침몰시켰는지 알려달라”는 질문을 했겠는가? 10년이 지났는데도 유족들은 음모론에 시달리고 속이 시커멓게 타버린 것이다.
왜, 무엇 때문에, 저들이 음모론을 만드는지 모르나 음모론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음모론으로 나라를 이분법으로 갈라치게 하는 악의적인 사람들을 우리는 매국노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다. 토착 왜구니, 전라민국이니 이런 민망한 말들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는 날까지 우리는 음모론을 몰아내고 건강하고 반듯한 대한민국을 위해 올바른 분별력으로 국민의 자리를 지켜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