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 버리고 꿀벌 전도사로 인생 2막
[사람사는 이야기] 바이오프로텍㈜ 이용광 대표
최고급 원료 찾기위해 브라질ㆍ캄보디아 등 누벼
꿀벌 사라지면 인류 위협…회생 위한 노력 절실
"살려주세요. 제발 이 벌들 좀 처리해주세요."
수십만마리의 벌떼가 공항을 습격했다. 꿀벌을 국제 여객기 수하물로 싣고 이륙하려던 중 벌통 일부가 수하물 탑재 과정에서 파손돼 벌떼가 탈출한 것이다.
공항 청사에서는 다급한 안내방송이 울려퍼지며 벌통의 주인을 호출했고, 공항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영화의 한 장면에서나 나올법한 이 이야기는 몇년전 인천공항을 발칵 뒤집히게 만든 '공포의 꿀벌 사건'의 주인공, ㈜ 바이오프로텍 이용광 대표가 꿀벌 때문에 실제 겪었던 일이다.
원래 이 대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양계 전문회사인 '체리부로'의 창립 멤버였다. 이 대표는 회사 고위 임원으로 억대 연봉, 고급 외제차 등을 누리며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이런 그가 꿀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1년전인 지난 2003년, 조류독감 때문이었다. 당시 이 대표는 회사로부터 잠시 독립해 60여곳의 양계장에서 700만 마리의 닭을 관리하고 있었다. 이 대표가 이곳에서 키운 닭들은 전국 곳곳으로 팔려나갔다. 하지만 조류독감 때문에 애지중지 키운 닭들은 흙속으로 파묻혀 버렸다. 항생제 처방도 필요 없었다.
바로 그 때, 이 대표는 수십년동안 당뇨와 고혈압으로 고생하던 아버지가 꿀벌로부터 채취한 프로폴리스(propolis)를 복용한 후 호전됐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 대표는 닭에게도 프로폴리스를 투여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프로폴리스를 닭에게 투여해 면역성을 높이면 폐사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놀랍게도 제 생각은 맞았고 계속 죽어가던 닭들도 죽지 않게 됐어요."
프로폴리스의 효능을 직접 체험하고 깨닫게 된 이 대표는 8년간 몸담았던 회사와 완전한 작별을 고하고 본격적으로 꿀벌 연구에 들어갔다. 차츰 이 대표가 만든 프로폴리스 처방(?)은 전국 곳곳의 양계장으로 소문이 퍼져 갔고 주문이 쇄도했다.
프로폴리스의 엄청난 효능에 확신을 갖게 된 이 대표는 처방 특허 등록을 완료하고 꿀벌 사업가로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꿀벌서 채취한 천연 항생제 프로폴리스를 다양한 곳에 접목 시켰다. 하지만 양질의 프로폴리스를 얻기 위해서는 최고급 원료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무엇보다 한국은 양질의 재료를 얻을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꿀벌로부터 양질의 프로폴리스를 얻기 위해 브라질산 원료를 고집하고 있었다. 브라질 아마존강 유역에서 활동하는 벌들은 세계 다른 어느곳보다도 강한 저항력을 갖는 강력한 프로폴리스를 만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브라질산은 비싼 가격과 물량 확보가 어려운 것이 최대 단점이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브라질 산에 버금가는 원료를 구할 수 있었지만 브라질보다 고가에 거래되고 있었다.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했다.
그래서 이 대표가 대안으로 찾은 곳이 캄보디아였다.
이 대표는 "브라질산 원료를 대신해 차기 최고의 원료를 제공할 지역을 캄보디아로 보고 양봉기술을 전파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캄보디아는 바이오프로텍이 고품위 프로폴리스 생산을 위해 꼭 필요한 원료를 공급할 전략적인 국가였던 셈이다.
그의 결심대로 캄보디아에 양봉기술을 전파하려 했지만 시작은 녹록지 못했다. 갖가지 악재가 겹치며 위기가 찾아왔다. '꿀벌 공항 습격 사건'도 그중 하나다.
"한국산 42만마리 꿀벌을 캄보디아에 보급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과정에서 벌통중 일부가 파손돼 벌떼가 공항을 덮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을 겪기도 했습니다. 정말 앞이 깜깜했어요. 국제 분쟁을 초래할 수도 있었어요. 당시 고려시대 문익점선생이 목화씨를 갖고 처음 국경을 넘었을때도 그런 비슷한 느낌이 들지 않았겠나 생각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캄보디아에 양봉기술 전파에 성공해 현재는 100여 농가가 현지에서 벌꿀을 치고 있다. 이 대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캄보디아 대학교에 총 4번의 꿀벌 장학금을 전달하는 등 전략적 요충지로 꾸준한 관리를 하고 있다.
"꿀벌은 자연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연결 고리입니다. 꿀벌이 지구에서 사라지고 난 뒤 4년안에 인류는 멸망한다는 아인슈타인 박사의 경고도 허세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캄보디아에서 꿀벌을 관리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죠."
이 대표는 캄보디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프로폴리스 연구를 꾸준히 했다. 꿀벌로부터 보다 더 좋은 프로폴리스를 얻기 위해 한의약에서 한약을 달일 때 옹기로 된 약탕기를 쓰듯이, 프로폴리스를 추출하고 발효할 때 옹기를 이용했다.
이 방법은 프로폴리스 추출량도 늘리고 생산 기간도 다른 일반 회사의 절반인 3개월 정도만 소요돼 1석 2조의 효과를 누릴수 있었다.
프로폴리스와의 인연을 통해 꿀벌 전문가가 된 이 대표는 이젠 꿀벌산업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앞으로 꿀벌에서 생산되는 부산물의 가공과 제품화에도 앞장서는 한편, 꿀벌산업의 안정화에도 기여하겠다는 희망도 전했다.
이 대표는 "국내에는 꿀벌을 연구하는 곳이 극히 적다"며 "언젠가는 꿀벌연구소와 박물관을 건립해 꿀벌에 관한 연구를 강화하고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꿀벌을 육성하기 위해 적극 나설 것이다"고 밝혔다.
이현규 기자 gnnews1@gwangnam.co.kr 이현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