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사다리
김태경
끝이 없는 사다리가 공중에 서 있어요
발가락에 힘을 주고 하나씩 올라갔더니
손등에 날씨가 묻네요
보슬비가 내려요
기울어진 직선 따라 어디까지 닿는 걸까
콧바람과 뒤섞인 바람결을 헤아려요
바닥이 구름이었나
겨드랑이가 뻐근하죠
중년의 한가운데서 푸덕이는 상상을 해요
파랑새는 표정 살피며 곰살궂게 저울질하고
누가 더 오래 견딜지
고개를 갸우뚱하지요
굳은살 박인 손을 뻗어 허공을 만져봐요
저 건너 사다리에서 이름 부르며 인사하죠
미소가 날개였나 봐요
손톱에 깃이 자라요
ㅡ계간 《애지》(2024, 겨울호)
첫댓글 김태경 시인의 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입니다. 함께 공부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