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1권 3-493 술회述懷 49 욱일旭日 아침 해
욱일조동창旭日照東窓 아침 햇빛 동창에 비치는데
소병의단강素屏依短釭 흰 병풍에 짧은 촛대 의지해 놓았네.
수마이패적愁魔已敗績 근심의 마귀 이미 패해 쫓겨 갔고
시진약위강詩陣若為降 시詩 싸움도 역시 항복받은 듯하다.
야마비환산野馬飛還散 하루살이[野馬]날다가 다시 흩어졌고
치봉인우당痴蜂咽又撞 미련한 벌 앵앵대며 또 부딪친다.
소간부세사笑看浮世事 뜬 세상 일 웃으며 보노라니
소수전분방搔首轉紛厖 머리를 긁도록 도리어 어지럽다.
욱일旭日 떠오르는 태양
아침 햇살이 동편 창으로 쏟아지는데
흰 머릿병풍 앞에는 짤막한 등잔불하나.
밤새 싸웠던 근심의 마귀들은 이미 패하여 널브러졌고
시 짓기를 방해하던 잡념도 이제 이겨냈다오.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간 다시 흩어지고
미련한 벌들은 서로 먼저 꿀 빨려다 부딪네.
부질없는 세상사 웃으며 바라볼 뿐
머리를 긁적이니 머릿속만 뒤죽박죽 한다네.
►욱일旭日 아침에 돋는 해.
►소병의素屛依 흰 머릿병풍. 外風 가리개용으로 글과 그림 없이 흰 종이나 비단을 바른 병풍
►‘살촉 공, 등잔 강釭’
►시진詩陣 시상詩想 떠올리기를 방해하는 잡념雜念
►야마野馬 아지랑이. 봄날 들판의 복사열輻射熱이 아른거리는 현상
►인咽 목메다. 삼키다
►소수搔首 머리를 긁음. 생각하며 망설임.
►분방紛厖 어지럽게 뒤섞임 ‘두터울 방厖’
욱일旭日 아침 해
旭日照東窓 아침 해가 동녘 창을 비추는데
素屛依短釭 흰 병풍에 짧은 촛대 받혀놓았다
愁魔已敗績 근심의 마귀 이미 패해 쌓여있고
詩陣若爲降 시의 진열 이미 항복받은 것 같다
野馬飛還散 하루살이 달았다가 다시 흩어지고
癡蜂咽又撞 어리석은 벌들은 앵앵대다 부딪는다
笑看浮世事 부질없는 인생사 웃으며 바라보니
搔首轉紛厖 머리 긁으니 도리어 어지지러워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