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전에꼭봐야할영화300편
No.1 노팅 힐 (Notting Hill, 1999)
어렸을 때,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 집에 와서 꼭 영화감상문을 썼다. 그런데, 대학 다닐 무렵 영화를 너무 많이 보면서, 조금씩 감상문 쓰기를 뒤로 미루다가 언젠가부터는 아예 쓰지 않았다.
지금까지 영화를 몇 편이나 보았는지 모른다. 대략 감으로 떠오르기로는 극장에서 약 1,000편, 그 외에 TV나 PC로 본 영화가 약 2,000편. 합해서 3,000편쯤 보지 않았을까 싶다. 그 중 10%인 300편 정도를 추려서 감상문을 쓰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다면 첫번째 영화 감상문은 어느 영화로 할 것인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극장에서 봤던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극장에서 유일하게 세번 본 영화 ‘사관과 신사’. 아니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인 성룡이나, 오드리 헵번의 영화는 어떨까? 아니면 가장 좋아하는 한국 영화, ‘바보들의 행진’?
이런 생각을 하다가 영화 OST만 들어도 미소가 지어지는 ‘She’와 ‘No Matter What’이 떠올랐다. ‘그래, 첫번째 영화로 소개하기에 다른 영화들은 너무 오래 됐잖아. 노팅 힐이 좋겠어.'라고 결정했다.
1999년 작품으로 로저 미첼 감독, 줄리아 로버츠, 휴 그랜트 주연이다.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간단한 스포일러 주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여배우 안나 스콧(줄리아 로버츠)과 영국 노팅 힐에서 조그만 서점을 하고 있는 윌리엄 대커(휴 그랜트)가 우연히 만나서 사랑하게 되고, 약간의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산다.
어릴 적 동화에서 보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내용이다. 흔히 얘기하는 ‘신데렐라’ 스타일의 영화이다. 다만 이 영화에서는 왕자에게 시집가면서 신분이 올라가는 쪽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영화는 보는 내내 편안하다. 아주 긴박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 넘치는 장면도 없다. 두 남녀의 사랑을 방해하는 못된 악역도 없다. 하다 못해 ‘귀여운 여인’에서는 리처드 기어의 변호사나 비버리 힐스 옷 가게의 점원이라도 잠시나마 악역으로 나오는데, 이 영화에서는 둘의 사랑을 방해하는 그 정도의 악역조차도 없다.
아마도 한국의 드라마였다면, 대커의 가족들은 ‘안나’를 오르지 못할 나무라며 포기를 종용했을 텐데, 이 영화에서는 오히려 격려하고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지루함 없이 클라이맥스를 향해 한걸음씩 올라가고, 마지막 기자 회견장에서 멋지게 정점을 찍는다. 이 영화를 몇 차례 본 사람조차도 안나가 기자회견장에서 영국에 얼마나 머물겠냐는 질문에, ‘무한정(indefinitely)’이라고 대답한 뒤에 환하게 웃는 장면을 보면 벅찬 감동을 다시 받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안나가 떠난 뒤 대커가 노팅 힐 거리를 혼자 걷는 장면이 나오는데, 봄여름가을겨울이 차례로 변하면서 시간이 흐르는 과정을 너무나 멋있게 표현한 명장면이라고 생각된다. 이때 배경 음악으로 ‘Ain’t No Sunshine’이 나온다.
노팅 힐의 OST는 모두 좋지만, 가장 유명한 노래인 ‘She’외에도 영화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오는 노래 ‘No Matter What’도 매우 좋다.
가끔 주변의 노처녀, 노총각들이 ‘외롭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이 영화 속의 주인공은 기회가 왔을 때, 모험에 가까운 노력을 해서, 사랑을 쟁취한다.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사랑’ 외에도 아무 것도 없다.
그런 것을 다 떠나서 이 영화를 보면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그것만으로 이 영화는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옮김)
(Notting Hill Soundtrack) No Matter What